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46화 (46/145)

46화

#KJ자동차 디자인 그룹 설립 (3)

“이거 참. 자연스럽게 접근한다는 것이 딱 걸렸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이지 김샜다. 조금 폼 좀 잡아볼까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밝히고 앉을 걸 그랬다.

사람 민망하게시리.

“회장님 얼굴을 모르는 기업인은 없을 겁니다. 동양인 외모가 거기서 거기라지만, 매일 이슈로 화제되고 있는 회장님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습니까.”

“유명인도 좋을 건 없네요. 이렇게 단번에 파악되니.”

어쨌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썩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잘됐다. 중간에 정체를 밝히고 들어가기보다, 처음부터 이리되면 대화는 더 편하다.

“행복한 소리네요.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무척 부러워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 붙임성이 좋은 건가? 아니면 원래 성격이 이런 건가. 것도 아니면 독일인 성격이 화통한 건지. 나를 결코 어려워하지 않았다.

무척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렇군요. 무튼 이건 제가 사는 술이니 마시세요.”

바 위로 시원한 흑맥주가 올려졌다. 잔을 들어 씁쓸한 맥주 맛을 즐겼다.

크,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너무 썼다.

난 비어 체질이다. 이건 극도로 비호감이다.

“맥주가 입맛에 맞지 않으신가 보군요. 크, 여기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맥줏집입니다. 주인장이 최고의 술만 취급하죠. 스트레스 쌓여 한잔하고 싶을 때 이곳을 종종 이용합니다.”

나와 달리 흑맥주를 음미하며 맛깔나게 마셨다. 소의 되새김질까지. 완벽한 술꾼의 향이 진하게 났다.

“음, 역시 전 한국 맥주 스타일이네요.”

“사람의 입맛은 다르니까요. 한데,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잔 하나를 말끔히 비운 그의 고개가 옆으로 옮겨져 내 눈과 닿았다. 푸르스름한 두 눈동자가 어서 말하라 외치고 있었다. 내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기대감이 가득 실린 눈빛이었다.

“사람을 좀 찾다 당신을 알게 됐습니다. 피터 슈라이어.”

“… 요즘 뒷덜미가 따끔거린다 싶더니, 저에 대해 알아보셨나 보군요.”

“네. 아우디에서 커리어를 쌓고 폭스바겐으로 이직. 그리고 총괄 자리를 꿰찬 부분까지. 빠삭하게 조사를 마쳤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기도 하지요.”

“이쯤 되니 세계 최고의 부자이신 회장님께서 절 찾은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무엇 때문에 저에 대해 조사를 하신 거죠?”

이 사람, 이쯤 되면 사이즈가 나왔을 건데. 날 떠보는 건지. 배꼽 가운데가 간질거린다.

“KJ에 자동차 기업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한국 대부분의 기업을 인수한 건 독일에서도 유명한 일이죠.”

“그럼 말하기 편하겠네요. 전 당신을 원합니다. 피터 슈라이어 당신에게 KJ자동차 디자인그룹 대표 자리를 내주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그룹을 이끌어 주세요. 당신이 원하는 디자인에 대해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습니다. 연봉은 일단 50만 달러를 맞춰 드리죠.”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억.

10억까지 부를까 하다, 98년 기준 5억도 높다 생각했다.

‘피터 슈라이어, 난 당신이 이곳에 불만이 많다는 걸 압니다. 그 이유가 당신의 디자인에 기업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는 점이죠.’

조사를 많이 했다. 기억 속에 그가 내뱉은 말도 떠올렸고.

아우디, 폭스바겐. 두 기업 다 자신의 디자인을 계속 바꿔 불만이 가득했다는 점이다.

난 그 부분을 긁어주면서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디자인 그룹이라니요?”

생소한 부분이기에 승낙도 거절도 하지 않고 이 부분을 먼저 언급한다.

꽤 흥미가 동했나 보다.

“분명 KJ자동차 소속입니다. 하지만, 또 별개의 소속이기도 하지요. KJ자동차는 KJ자동차 디자인팀이 아닌 그룹사에서 디자인을 받아 제작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물론, 차량 테스트 과정에서 디자인 변경 요청은 있을 겁니다. 그런 부분만 아니라면 나는 당신의 디자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어떠십니까?”

나에게 향하던 시선이 다시 채워진 맥주잔으로 향했다.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고민하는 모습. 그의 고민을 방해하지 않고자 나 또한 시선을 돌려 맥주잔으로 향했다.

재차 씁쓸한 맛이 입안을 맴돌다 몸으로 넘어갔다.

정말이지, 더럽게 맛이 없다.

“정말로 제가 낸 디자인에 대해 어떠한 간섭도 없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전적으로 당신을 신뢰하고 밀어드리지요. 근로계약서에 명시해도 좋습니다. 단, 실적이 저조하면 그땐 관여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연한 일이다. 미래자동차와 피터 슈라이가 만난 건 2000년대.

그런데 난 그걸 완전히 당겨 그와 만남을 가졌다.

미래도 시기도 모든 게 다르고 바뀌었다. 그러자면, 그때는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게 된다.

자, 이걸 받을 것이냐?

“그건 당연하지요. 전 그리 꽉 막힌 사람은 아닙니다. 내가 틀렸다면 바꿔야지요. 그보다 정말로 제게 모든 권한을 주신다는 말, 정말이십니까?”

이거 무슨 노이로제라도 걸릴 각이다.

어지간히 스트레스로 박혀 있었나 보다.

“당연합니다. 방금도 말했지만, 계약서에 명시를 원한다면 하세요. 전 한 말은 지킵니다. 그것이 내가 기업을 이끄는 철칙입니다.”

후웁. 하-아—

“옮기겠습니다. KJ로 이동하죠. 연봉은 마음대로 챙겨주셔도 됩니다.”

“KJ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기념으로 오늘은 맘껏 취해 봅시다.”

조금은 걱정했는데,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KJ자동차의 앞날이 무척 기대됐다.

부웅—

화끈하게 축배를 들고 다음 날 속을 풀자마자 다시 움직였다. 다음으로 만난 이는 루크 동커불케.

그와는 정상적인 루트를 거쳐 만남을 가졌다.

피터 슈라이어의 도움을 받았다.

“당신을 KJ자동차 디자인 그룹 상무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세아트 등에서 주목할 만한 차량들을 내놓으며 그는 세계 디자이너로 우뚝 서게 된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 된다면, 그런 차는 앞으로 보지 못하게 되겠지만.

난 그와의 시선을 마주하며,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피터 씨에게 연락받았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군요. 피터 씨가 한 말이 사실인가요?”

이거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되는 사람인데. 밀어줄 때 제대로 밀어주네.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이런 것도 가능하겠지요. KJ자동차 디자인 그룹에서 그린 걸 타 브랜드에 판매하는 것도.”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방법인데?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해 보지 않던 아이디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새로운 수익구조가 갖춰지는 모습. 꽤 마음에 든다.

“정말 독특하시군요.”

“다들 그럽니다. 그래서 대답은?”

“저도 함께하도록 하지요. 잘 부탁합니다. 마스터.”

피터 슈라이어보다 오히려 루크 동커볼케의 영입이 더 쉽게 이뤄졌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피터 슈라이어한테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나로서는 좋은 일이다.

드디어.

“갖춰졌다.”

디자인그룹의 뼈대가 될 인원 구성이 완성됐다.

-KJ그룹 자동차 디자인그룹 출범. 디자인그룹은 어떤 곳인가?

-“디자인그룹은 KJ자동차의 새로운 혁신, 개혁, 변혁을 이루기 위한 조치로, 자동차 디자인을 책임질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겁니다. 자동차 내 디자인팀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KJ자동차 본격적 생산활동에 들어가나? 미래 자동차의 경쟁업체가 될 것인가? 새로운 형태, 시스템에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쏠린다.

KJ자동차 디자인 그룹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오늘은.

“디자인 그룹 대표 피터 슈라이어, 상무 루크 동커볼케입니다.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시피, 우리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우리만의 자동차를 만들게 될 겁니다. 디자인팀 몇몇 분은 인사이동이 있을 거니, 그에 따른 준비 바랍니다. 이상.”

그리고 자동차그룹 전체로 소식을 전해 내 뜻을 알렸다.

-인사이동

-인원 4명

-디자인팀 이주호 대리

-디자인팀 박민아 사원

-디자인팀 곽은영 사원

-디자인팀 김진영 사원

총 네 명의 인원이 디자인그룹으로 발령 났다. 기연 자동차의 녹을 오랜 시간 먹어 발전 가능성이 전무하다 느끼는 과장과 부장은 보조팀에 두고, 새로이 채용한 신입들 기준으로 디자인그룹으로 발령냈다.

“내가 이같이 내린 이유는 이 대리님만의 팀을 꾸려 보란 의미입니다. 자유화를 준다 했지만, 기업에서 팀은 무척 중요합니다. 전 이주호 대리님을 믿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사조치를 내렸습니다. 당장은 대리지만 팀장 역할도 맡게 될 겁니다.”

“네-에?! 제가요?? 전 그 정도의 재목이 아닙니다.”

“부족하면 부족함을 채울 때까지 공부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세요. 그것이 대리님이 할 일입니다.”

정말 파격적인 인사조치를 하였다. 그만큼 기연 자동차는 썩을 만큼 썩었다. 몇 번의 테스트를 해봤지만, 신입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존의 차를 바꿀 생각만 가졌지, 새로운 차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인사조치다.

“알겠습니다…”

부담감을 상당히 느낀다. 내게 보이던 패기가 실종됐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일 것이다. 사람은 자리를 찾아가려 하지만, 자리는 사람을 만든다. 지금 느끼는 무게감을 늘 간직하며, 발전하길 바란다.

“모른다면 옆에 든든한 선배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대표, 상무 따지지 말고 달라붙어 배우세요. 그들은 이 업계에서 최고라 자부할 정도로 대단한 인재입니다. 대표님. 상무님.”

이주호 대리에게 가져갔던 시선은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에게 이동됐다.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지시를 내리기 위함이다.

“네, 회장님.”

“말씀하세요.”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역시 남자는 자신감이다.

“직원들의 창작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기초만 닦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

창작을 하는 사람은 주입식 교육은 필요 없다. 그림 쪽에는 도가 튼 사람들. 그저 다름은 생각하는 구조다. 내가 원하는 교육은 이들이 마음에 품고 나아갈 방향성과 시장을 보는 안목.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주호 대리가 뛰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그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회사가 학원이 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꼭 되지 말란 법도 없었다.

“이주호 대리는 꽤 감각 있는 친구입니다. 약간의 도움만 주면 충분히 제 몫을 할 거라 봅니다.”

피터 슈라이어 대표가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그의 말에 신입을 기준으로 4명이 놀란 얼굴을 하였다.

특히, 세 명은 이주호 대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3개월 내 KJ자동차를 디자인해 보세요. 내년에는 양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할 수 있죠? 이 대리님.”

“네, 네. 꼭 해내겠습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이 대리님을 잘 보조하겠습니다!”

뭐, 이 정도면 됐나?

탈 많은 KJ자동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들을 믿고 맡겨 보기로 하였다.

계속 적자 나면, 나도 힘겨워질 테니.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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