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44화 (44/145)

44화

#KJ자동차 디자인 그룹 설립

“부르셨습니까?”

“이 사람을 만나봐야겠어요.”

손에 들린 봉투를 이 실장에게 전달했다. 봉투 위로 적인 ‘KJ자동차 대리 이주호’.

그 면이 이 실장의 눈에 닿았다.

“이주호 대리 말이지요. 일정은 어떻게 잡을까요?”

“따로 만나보고 싶으니, 토요일이 낫겠네요. 이곳으로 오라 하세요”

평일은 근무일. 그렇지 않아도 자신으로 눈칫밥을 먹고 있을 이 대리를 위해, 평일은 피하고 주말로 결정했다.

주말 저녁이나 오후 시간대면 괜찮겠지.

“시간은 3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해주세요.”

이번 만남은 완전히 비밀에 부치기로 하였다. 괜히 알아서 좋은 건 없으니까.

“네, 그리고 회장님.”

“네?”

이제 다 됐다 싶어 시선을 돌리는데, 이 실장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썩 반가운 기색은 아니다.

“KJ자동차에서 꽤 많은 퇴사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 그거.

“예상한 일이잖아요. 기연에 얽매여 있던 사람은 KJ에 필요 없어요. 그런 사람들로 인하여 KJ가 발목을 잡힌다면 그보다 큰 피해도 없을 겁니다. 좋은 징조이니, 마음에 담지 마세요. 제가 바라던 일입니다.”

정확히는 모두가 합심해 하나가 되어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거지만, 고작 그때 그 한 마디로 반발하며 퇴사를 한다는 건. 그들 스스로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전보다 안전을 선택하는 사람은 KJ에 필요 없다.

난 도전적이며 1억을 날려도 떳떳한 그런 사람을 원한다.

그 정도의 배포는 가지고 있어야, 회사는 매일 성장하며 시장의 패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2등을 바라지 않아요. 1등이 아니면 낭떠러지만 있을 뿐이에요. 그 사람들은 낭떠러지가 두려운 겁니다. 그리고 패배자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떠난 거죠. 그런 사람들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하여 학생들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취업.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은 덕분에 같은 생각을 두고 그걸 상식이라 규정짓는다.

많은 사람이 알면 상식, 그렇지 않으면 바보.

과연 그럴까?

세상을 바꾸는 건 상식과는 반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공부는 유지는 할 수 있을지언정,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저 천재들의 보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죄송합니다.”

이 실장이 급히 허리를 숙인다. 내 이야기를 또 오해했나 보다.

“나가 보세요.”

“알겠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될 수 없다. 그들은 성인이고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난 기회를 줬고, 그들은 선택했다.

이제 그들과 난 아무 관계도 없는 남남이 되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금요일 퇴근 시간. KJ자동차 직원들이 줄지어 회사를 빠져나갔다. 오늘 있었던 피로감을 덜기라도 하듯 기지개를 켜는 사람도 있었고, 술 한 잔을 외치며 친한 사람끼리 뭉치는 모습도 보였다.

“오늘 일 마음 쓰지 말고. 부장도 사람이야.”

“아니에요. 제가 부족해서 혼난 건데요. 고생하셨어요.”

선임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주호 대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오늘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잠깐 풀 죽었던 이주호 대리는 남자의 말에 표정을 고쳐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난 이만 갈 테니, 푹 쉬고 월요일에 봐.”

“고생하셨습니다. 과장님.”

최근 자동차에 버티고 있던 과장은 그만두고 새로운 과장이 부임했다. 성격은 전에 있던 과장보다 온화한 성격.

괜찮은 사람이 들어와 다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함을 표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주호 대리님.”

“누구시죠?”

과장과 헤어지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춰, 앞에 선 남자를 올려봤다. 자신보다 키는 한 뼘 정도 큰 키. 처음 보는 남자였다.

“KJ비서실에서 나왔습니다. 시간은 오래 뺏지 않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비, 서실이요? 비서실은… 왜.”

KJ비서실이라 하면 한 군데밖에 안 떠올랐다. KJ그룹 김정수 회장.

“이걸 보이면 알 거라 하시던데.”

“아.”

그의 손에 갈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 위로는 자신의 손글씨로 적힌 이름이 자리했다.

그걸 의미하는 건.

“네.”

얼마 전 회장실로 보냈던 우편물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이주호는 비서실에서 나온 사람을 따라 느릿한 발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5분 정도 걷자, 검은 승용차가 건물 한켠에 주차돼 있었다.

“뒤에 타시죠.”

“……”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닫히고 둘은 차 안으로 탑승했다.

이주호는 괜히 찔리는 감이 있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괜한 걱정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너무 그리 있지 않아도 됩니다. 이유는 그쪽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끄덕.

어떻게 모를까?

이렇게 말해 주는데.

“용건을 말씀드리기 전에, 앞으로 이런 봉투는 정상절차를 통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리님은 생각은 이해합니다만, 이번 행동은 좋지 않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회사에도 절차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회장이 자유로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규율은 지켜야 된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자 그런 건 아닙니다. 회장님은 상당히 바쁘신 분입니다. 조금 주의를 해주셨음 하는 바람에 드리는 말이니,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네.”

“그럼, 바로 이 대리님을 찾은 이유로 돌아가자면, 내일 2시 반까지 본사 비서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회장님께서 시간을 내어달라 하셨습니다.”

“아, 회장님께서요?!”

잔뜩 긴장하고 있던 표정이 금세 활짝 펴졌다. 이주호 대리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이라도 하는 듯, 두 눈동자에 생기를 가득 실었다.

“눈빛은 좋네요. 네, 이 대리님의 디자인이 마음에 드신 것 같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늦지 않도록 와주세요. 내일 쉬는 날이신데, 특별히 시간을 내신 거니까.”

“늦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늦을 수 있을지 싶다. 작은 기업의 회장도 아니고, 국내를 넘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 높은 회장님의 부름을.

이주호 대리는 절대 늦지 않겠다 스스로 각오를 다지며 차에서 내리려 했다.

“이왕 타셨으니, 집까지 태워드리죠. 회장님 지시입니다.”

“…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러다 남자의 말에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너무 부담되는 사람의 차를 집까지 타고 가야 한다 생각하니. 거절하려 했지만,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회장님 지시니까, 거절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집까지 1시간 정도 거리.

이주호 대리는 속으로 울며 가시방석을 1시간 동안 참아야 했다.

‘화장실 들렀다 가자 하면, 안 되겠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배를 부여잡고, 다시 한 번 더 울어야 하였다.

***

“그냥 쉬라니까, 출근하셨네요.”

“회장님을 보필하는 건 제 일입니다.”

이럴 때 보면 참 고지식한 사람이다. 평소 하는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은데, 나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고지식함이 철벽을 쳐버린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조금 부담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특근 올리세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자에게는 그만큼 챙겨주는 게 맞다. 직급이 높다 하더라도 내 직원. 그런 건 따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의 노동력 곱하기 ‘2’를 쳐 지급하는 게 맞을 거다.

“이건 이따 가족들과 외식하세요.”

50만 원 정도 넣었다. KJ그룹 비서실장이면, 부족하지 않게 먹어야 하지 않겠나?

품위유지비 하라며 법인카드도 쥐여줬지만, 잘 사용하지 않아서 따로 챙겨줬다. 그래도 이건 쓰는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이건 거절하지 않는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이주호 대리가 올 시간이라.”

“네? 2시 반도 안 됐는데요?”

“2시 반까지 오라고 했습니다. 3시까지 들이겠습니다.”

“… 아. 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충직한 신하 하나 두니, 난 천사가 되어간다.

그리고 비서실장은.

‘쓰레기쯤 생각하겠네. 직원들이 꽤 피곤하겠어.’

그의 직원들에게 명복을 빈다.

***

“본사는 처음인데, 엄청나네.”

동네는 솔직히 시골에 가깝다. 시골보다 조금 번화한 모습이지만, 서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는 서울과 달리 도로가 엄청 넓네. 이거 하나는 부럽다.”

바둑판 형태로 잘 짜여진 넓은 도로. 그리고 폭넓은 골목과 주차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비록 서울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에서 떨어지지만.

“본사에서 근무하면 여기서 평생 살아도 되겠다.”

KJ빌딩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세워진 상가들과 아파트들을 보노라면 꽤 살기 좋아 보였다.

서울과도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크. 늦겠다.”

처음으로 와 본 안산이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는 감상에 빠지다 ‘2시 10분’이 되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황급히 빌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안쪽에 여성 관리자가 게이트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서 오셨죠.”

“KJ자동차 이주호 대리입니다.”

“저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면 되세요.”

“감사합니다.”

사전에 언질이 있었는지, 이름을 듣고 여성 관리자는 우측으로 자리한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소로 안내했다.

이주호 대리는 그곳으로 들어가 1층에 대기 중이던 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2시 20분. 세이프.

띵 하는 순간 20분이 되었다.

“시간개념 있으시네요. 이리로 오세요.”

1층에서 연락을 받은 이호영 실장이 이주호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전날과 달리 이주호는 힘있게 그에게 인사했다. 어제는 몰랐지만, 눈앞에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KJ그룹 김정수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을 가진 자.

몇몇 사람은 그를 이인자 부르기도 하였다.

빌 게이츠, 라나, 제임스 맥어보이 등은 천외천 비교 불가이기에 예외로 쳤다.

“힘 있어서 좋네요. 회장님은 어물쩍대거나 머리를 쓰려는 사람을 싫어하십니다. 회장님을 생각에 들게 하지 마시고, 질문에 맞는 대답만 하세요.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은 삼가 바랍니다.”

3시가 아닌 2시 반까지 오라고 했던 이유.

그건 이주호 대리를 교육시키기 위함이었다. 주의사항부터 시작해 회장님의 성향을 그에게 알려주어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면에는 충성심이 한몫했다.

“명심하겠습니다.”

2시 50분.

교육이 끝난 시간. 이호영 비서실장이 회장실 문 앞에 섰다.

“들어가시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호영은 자리를 벗어났다.

***

똑똑—

“들어와요.”

2시 51분이 되는 시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와, 이미 이주호 대리가 도착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보고 있던 신문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이동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KJ자동차 실내디자인을 맡고 있는 이주호 대리입니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식당에서 봤던 그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난 그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반가워요. 개인적으로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이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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