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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43화 (43/145)

43화

#하나 되어

머-엉.

식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입사 이래 처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멍청. 바보. 어이. 복잡한 감정을 하나로 모아 식당을 채웠다. 마음이 둥둥 떠다니기까지 하였다.

식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김정수 회장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였을까?

자른다고? 우리를?

아니면, …?!

머리가 복잡한지 직원들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들의 머리로 김정수 회장의 상식 범위를 알 수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그간 가지고 있던 지식과 공부가 깡그리 무시당한 기분에 억울하기까지 하였다.

자동차사에 다닌 지 못해도 3년, 많다면 10년이 넘어간다.

그 시간 동안 이런 말들로 지금껏 해온 일들이 부정당한 적은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었다. 한데, 그 모든 노력과 시간이 부정당해 버렸다.

“더는 못 참아요. 돈 좀 있음 다인가요? 전 때려치울게요. 혹시나 해서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저도 그래요. 나보다 입사도 늦게 한 데다 어린 사람을 상사처럼 떠받들라고? 전 그렇게 못 해요.”

“나도 그래. 과장까지 왔는데, 대리로 추락할 수도 있다니. 이게 뭔 개소린지. 그만두겠어.”

“이 회사는 미래가 없어요. 곧 망해서 다른 기업에 매각되고 말 거예요.”

현장직원들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식당에 남아 있는 건 관리자와 설계, 디자이너 직원들이었다.

불만은 터트린 이들 중에는 또 다른 무리로 나뉘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였다. 그간의 불만이 이번에 터지고 만 것이다.

한편.

“정말일까? 확실한 실력만 보이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다는 말.”

“진짜일 거예요. 제 동기 중에 비서실 간 친구가 있는데, 절대 다른 회사 대표들과 같이 생각하지 말라 그러더라고요. 일반인들의 사고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절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래요.”

“뭐, 여기서 말한 걸 보면. 납득은 가네.”

“그리고 확실한 산증인이 있잖아요. 이주호 대리. 입사 1년도 안 돼서 대리 달고, 포상금도 2천이나 받고.”

“음, 확실히.”

“상황 보니, 고인 물은 정리할 생각인 거야. 즉 우리에게 기회라 이 말이지.”

반대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거나, 새로이 자리를 잡아 가는 사람들은 의지를 불태웠다.

빠르게 승진해 성공하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지 모른다.

그 밖에 몇몇 이들은 중립적인 모습을 취하며, 식당을 나섰다.

항해를 하다 방향을 잡지 못해 멈췄던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향은 기존과 다르다.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 없지만, 둘 중의 하나는 확실했다.

성공과 실패.

이들은 저마다의 결정을 안고 항해를 시작했다.

“… 받아주실까?”

그리고 유일하게 확실한 목적지를 정한 이주호 대리는…

나 홀로 자리에 앉아 시선을 창 너머로 가져갔다.

***

피터 슈라이어

폭스바겐에서 디자인 총괄 디자이너로 활약 중, 대표모델 골프(4세대) 뉴비틀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

최근 총괄로 승진 이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VT 6.0개발.

서주호.

확인 불가.

“음… 이거 시기가 맞지 않은 모양인데.”

이들의 나이대와 입사 시기를 알지 못해, 계획이 살짝 꼬여 버렸다.

안타까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위치는 확실히 알게 돼 다행이야. KJ자동차의 키맨이 될 두 사람이니까.”

앞으로 내가 세우게 될 디자인 사업부의 큰 역할을 하게 될 두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서라도 이 두 사람은 꼭 필요하다 여겼다.

“이 두 사람을 만나러 가자.”

내 행선지가 독일로 정해졌다. 그 전에.

“전자사업과 포털사업 부분을 확실히 해야겠지.”

벌인 일이 하도 많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당장 벌인 일부터 해결하고, 독일로 떠나고자 하였다.

“회장님. 포털 사업부 개발자들이 강당에 모였습니다.”

때마침 비서가 알려왔다.

“바로 가죠.”

“그리고 이건 KJ자동차에서 보내온 건데, 자리에 놔둘까요?”

그러고 보니 비서의 손에 갈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회사전용 봉투가 아닌 걸 보니, 다른 루트로 보내온 서류로 보였다.

“누가 보내온 거죠?”

“디자이너 이주호라 되어 있습니다.”

“음, 그 사람이 왜? 암튼 알겠어요. 일 끝나면 보도록 하죠. 자리에 올려놓으세요.”

이거 느낌이 좋지 않다. 한 식구가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는 그런 류의 것은 별로인데.

투서로 짐작되는 봉투를 한 차례 보다, 아니길 바라며 걸음을 강당으로 옮겼다.

“투서라면, 난 무척 실망하게 될 거야. 이 대리.”

웅성웅성.

강당은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서 공연이나 행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강당을 만들었다. 지하 1.5층의 깊이에 3층 높이로 지어진 공간.

문을 여니 30명 이상의 인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니 떠들던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이했다.

“표정들 보니 모두 제가 누구인지 아는 눈치네요. 반갑습니다. KJ오너 김정수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불러들인 이유는 세상을 바꾸게 될 혁신적인 사업부를 설립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깃든 표정들.

이들이 내가 요청하는 것들을 얼마나 해줄지, 기대가 된다.

“KJ에 뜻을 품고 들어오신 분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싶은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군대에서 볼 법한 하나 된 목소리가 강당에 쩌렁쩌렁 울린다.

연구자라 해서 목소리가 약하진 않다. 오히려 그간 해온 공부가 있기에 눈동자에는 진한 독기가 묻어나 있었다.

“좋네요. 그럼, 각자 받은 종이가 있을 겁니다. 그건 이 자리에서 들은 정보, 내용들을 일절 밖으로 내뱉지 않겠다는 비밀유지서약서입니다. 만약 이 자리에서 들은 내용이 외부로 발설이 될 경우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겁니다. 벌이 약하면 KJ의 힘을 최대한 발휘해 평생 잊지 못할 이벤트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혹시나 이곳에 입이 가벼워 밖으로 발설할 거 같다 싶은 분은 바로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입을 닫고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오른쪽, 왼쪽, 정면.

어떤 누구도 작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경력, 업적에 따라 최소 연봉 5천에서 최대 1억을 받고 근무하게 되실 겁니다. 추가로 그 안에 건강수당, 교통수당 등등이 포함돼 약 백만 원 정도가 추가로 지급될 겁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걸 짊어지고 일하는 조건이고, 성과에 따라 여러분의 가치는 다르게 평가될 겁니다. 이만하면 여러분들이 일할 동기는 충족이 됐겠죠. 오케이 하신 분에 한하여 비밀서약서에 친필 서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업은 세계시총 5위 내 자리하게 될 사업을 품고 있었다.

하나는 구글. 하나는 아마존.

나는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내가 생각한 사업을 공개했다.

아마존의 유통방식, 구글의 검색엔진을 맡게 하였다.

아직은 등장하지도 않은 두 기업.

난 그들의 사업을 가로채 시작할 참이다.

“그리고 거기 열 분은 아주 중요한 일을 맡게 될 겁니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연봉 10억으로 맞춰 드리죠. 그전까지는 1억 미만으로 대우해 드릴 겁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제가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안드로이드란 걸 개발하게 될 겁니다. 미래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사업이니, 필히 보안에 힘을 쏟아 연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로써 내가 이들을 불러들인 이유에 대한 모든 설명을 마쳤다.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기억의 단편들을 활용해 만든 프로그램들을 그들의 손에 쥐여주고 강당에서 퇴장했다.

다음은 LCD사업부 개발진들의 설명회를 열었다. 그들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했고, 비밀서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하였다. 당연하게도 그들 중 어떤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98년도에 최소 연봉 5천 이상 보장이면, 업계 최고 대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육성 연구진들도 5천에서 1억이 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되었다.

모든 일을 마친 나는 자리로 돌아와, 한시름 놓았다. 답답한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 깃을 풀어 길게 숨을 뱉었다 들이마시기를 반복했다.

“이제 좀 살겠네. 이 자리에 오르게 되니 늘어나는 것이 많단 말이야.”

회사가 커지는 만큼, 신경 쓸 일도 많고 그만큼 만나야 되는 사람도 많다.

심심찮게 가뭄이 드는 목을 관리하기 위하여 늘 물통을 소지하고 다녔다.

“이제 남은 건 이건데. 열기 불안한데. 이걸로 인해 그 사람의 평가를 다시 내리기 싫은데.”

방을 나서기 전 비서가 가져온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위에 부분을 찢어 개봉했지만, 아직 종이의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내가 활용하는 정보팀이 직원들의 불법적인 일을 보고하는 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직원이 나와 안면을 텄다고, 내게 상을 받아 잘 보였다며 오해와 착각을 머릿속에 간직한 채 이간질과 고자질을 하는 경우는 썩 유쾌하지 않을 거 같다.

물론 어떤 일에 대한 내부 고발자는 환영이다.

그런데, 이 종이 상태를 보면 아닌 거 같다.

“두꺼워.”

종이는 클립에 고정돼 있었다.

난 그것을 보며 고민하다, 이내 결심을 다지고 종이를 펼쳤다.

“……”

그 순간 놀라운 장면을 목도하게 되었다. 난 너무 놀라 종이를 바닥에 흘릴 뻔하였다. 이 시대에는 생각할 수 없는 자동차 내부 디자인이 그려져 있었다. 유럽풍 느낌이 나는 고급진 풍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특히, 히터와 에어컨 입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 천재인가? 엄청나잖아.”

현시점을 앞서나간 디자인. 아마 이 디자인이 공개될 시점은 약 10년 이후가 될 것이다.

90년대를 뛰어넘어 2000년대 디자인으로 넘어가 있었다.

“거기다 센스 있게 비상 버튼 위치와 아날로그 시계 위치를 잘 조절해 고급스러움을 어필했어. 이거 꽤 뛰어난 인재였잖아.”

불안하던 마음이 싹 내려가고, 새로운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리고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더니.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디자인팀을 따로 빼와 그룹화시키면 재밌을 거 같은데? 피터 슈라이어를 대표로 앉히고 루크 동커볼케를 상무에 앉혀 이 사람을 키우게 한다면… 꽤 멋지겠어.”

회사 내에 디자인부서를 좀 크게 운영할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이 확 바뀌었다. 계기는 이주호 대리가 되어 주었다.

꽤, 재밌는 사람. 그리고 KJ자동차에 숨은 진주.

역시 직책이, 연륜이, 경험이 높다 하여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지 않는다.

틀에 갇혀 있지 않은 멋진 인테리어가 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KJ의 고급스러움 더해주는 초안.

이주호 대리를 어떻게 활용할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려졌다.

“실장님, 저 좀 보시죠.”

이호영 비서실장을 호출해 방으로 불러들였다.

기대를 한가득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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