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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31화 (31/145)

31화

#한국으로 돈이 모이다

한국에서 최고로 일컬어지는 육성호텔 최상층.

국가의 원수, 그에 준하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VVIP 공간에 금융계의 내로라하는 오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중 한 인물.

“음푸하하하. 거 통쾌합니다. 통쾌해.”

존 코진 골드만삭스 회장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방 전체로 퍼졌다. 어찌나 컸는지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주고받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만 그런 미친 소리를 듣지 않고, 모두가 당했다는 부분이 무척 통쾌하게 다가왔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귀를 바짝 세웠다.

“보통이 넘는 골통입니다. 그 사람.”

존 코진 회장은 사람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웃는 목소리 그대로 말을 계속 이었다. 그가 머무르는 시선에는 JP모건의 주인 더 글라스 워너 회장이 앉아 있었다.

“내가 그 괴짜 같은 성정에 당했지요. 처음엔 하도 어이가 없어, 내가 언제 그런 수모를 당할 날이 있었지 싶습니다.”

존 코진은 분노로 정신이 빠져나갈 뻔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진영그룹의 채권과 지분을 강탈당했다. 그 금액이면 그에게 있어 강탈이나 다름없었다.

“음… 하면 왜 그의 편에 서려 하는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내 알 수 없어 묻는 거니, 오해 마세요.”

더 글라스 워너 회장이 든 의문이 바로 이 부분이다. 둘의 사이는 결코 좋다 볼 수 없다. 한데, 존 코진은 김정수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취하고 있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보였습니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라, 내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할 뿐입니다. 난 욕 먹어도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손해를 봤지요. 그 손실을 그에게서 채우려 할 뿐입니다. 우리만큼 돈에 민감한 사람이 있습니까?”

투자자는 많은 부분에서 생각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 사람의 성향, 기업과 시장의 반응 등등.

이러한 것들을 이용해 확률게임에 들어간다.

그것이 투자자의 덕목이요,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있겠다.

존 코진 회장은 그 부분을 꼬집었다.

“…그렇구려. 하하. 사실 저도 어제 회의장에 벗어나면서 깨달았지 뭡니까?! 하하. 친우로 대하기에는 그렇지만, 확실히 돈으로만 보자면 그만한 투자처도 없더이다.”

회의장에서는 무척 불쾌하고, 질 나쁜 감정에 사로잡혔다. 한데, 그의 행동들을 나중에 냉정하게 돌아보니 그만한 최고의 투자처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하게 지내기는 힘들지라도 돈으로는 묶여 나쁘지 않다 봤다.

“워너 회장도 내 생각과 같다 이 말이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전 조건 하나를 제시하려 합니다. 그대로 가기에 너무 자존심도 상해서 말입니다.”

만약 그 공문이 세상에 알려지면, 세계 언론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망신도 개망신도 없었다.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이들만의 비밀을 공유해서일까? 서로가 경쟁하는 사람임에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운명공동체나 다름없게 되었다.

“그 조건이 뭡니까?”

존 코진은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그의 입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건…”

그리고 그의 생각은 사람들의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

그들이 한창 떠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KJ그룹

-커피 카페 직원채용,

-채용조건: 미국 본사 ‘스타벅스’ 3개월 교육 이수(채용인에 한하여 전액 지원, 식비, 생활비, 기숙사 등등)**필수

학력 중졸 이상-문신, 학교폭력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중, 고졸 생활기록부 지참)

-급여조건: 교육 이수자에 한하여 1년간 지점근무(최저시급+이수 수당)

-비전: 1년 근무자에 한하여 체인점 자격 부여, 3년 종사자에 한하여 지점장(책임자)승격 운영.

미국의 스타벅스와 협력, 제휴하여 프렌차이즈 사업을 감행하게 되어 적합자를 뽑습니다.

차후 지점장으로 승격 시 급여는 ‘기본금 + 매출(%)’로 지급됩니다.

“너 스타벅스란 카페 알아?”

“아니, 들어본 적 없는데?!”

KJ그룹의 모집공고를 본 사람들은 진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어떤 기업인지 알 수 없는 까닭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야, 그래도 KJ인데, 이상한 곳이랑 했겠어?”

“그렇지? 지원해 볼까?”

“회사도 잘려서 뭐 할까, 고민했는데… 밑져야 본전. 해보자. 혹시 알아. 이거 대박일지?!”

스타벅스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KJ그룹의 위상은 너무도 잘 알았다. 신의 직장이자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은 곳.

요즘 KJ그룹의 빠른 성장은 대한민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외국계와 혼합된 경영책.

폭넓은 복지와 혜택.

모든 부분에서 KJ그룹은 국내 그룹들을 압도했고,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육성그룹과 미래그룹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그런데 영어 못하잖아?”

“… 아. 망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깊게 탄식했다. 기회가 온 것까지 좋았는데, 언어의 장벽에서 막히고 말았다. 희망으로 불타던 마음은 냉각돼 수심 깊은 곳으로 내려앉았다.

“어라? 야.”

그러기를 잠깐. 한 친구가 손으로 한 곳을 지목했다.

-통역사 지원, 영어를 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할 의지와 끈기, 회사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신만 들고 오세요.

KJ그룹은 학벌 구분 없이 열려 취업의 문이 열려 있습니다.

“와. 이거 뭐냐?! 진짜야?!!”

맨 아래에 굵은 글씨로 적혀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채용조건만 봤지, 그 외 내용은 제대로 보지 않고 넘겼는데.

그곳에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나 무조건 지원해서 간다. 미국!”

“우리 영원히 함께다.”

두 사람은 다시 의기투합해 열정을 불태웠다.

***

KJ빌딩 최상층 회장실.

두 그룹의 인사가 내 방문을 두들겼다.

“대표로 오신 건가요? 두 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오셨나요?”

골드만삭스 존 코진 회장.

JP모건 더 글라스 워너 회장.

두 인물이 맞은편에 앉아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의 뜻은 모두의 뜻이라 생각하면 되오.”

존 코진 회장이 대표로 나섰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래서 투자자님들의 선택은 어떻습니까?”

난 그들을 회장이 아닌 투자자로 칭했다. 지금의 자리는 기업 간 오너의 자리가 아닌 투자를 받는 자와 투자자의 관계라는 생각에 내린 호칭이다.

“투자자. 하하. 맞는 말이군.”

더 글라스 워너 회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존 코진의 말이 이어졌다.

“투자를 하기로 했지만, 조건이 생겼습니다.”

“조건?”

“그렇소. 김 회장님 말 대로 우리는 투자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좀 더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이 부여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쏟아붓게 될 자본은 엄청날 겁니다. 결국 그건 각자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작아짐을 의미하지요.”

“음. 그래서요?”

“외환자본시장을 지금보다 열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건 한국 정부가 할 일이지만, 김 회장에게 전하면 되겠지요.”

현 정권은 끝물.

경제위기를 살리겠다 고군분투하는 와중 KJ그룹의 입김은 청와대로 연결됐다.

김영진 대통령은 모든 시선을 경제회복에 맞추고 있기에 KJ그룹의 도움은 필수가 되었다.

‘내가 약속한 부분도 있고. 음. 자본시장개방은 필요해. 달러 유입이 늘기 위한 수단은 사실 이게 전부지. 무역 시장 확대도 추진 중이고. 그렇다면 얼마만큼 확대를 할 것이냐인데…’

“원하는 범위가 있다면 말해보세요. 참고하죠.”

현 외채는 1300억 달러 수준.

현재 외환보유고는 300억에서 330억 달러 사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가 어디서 발행했느냐? 종금사의 어이없는 꼼수로 비롯됐다.

100달러를 10만에 빌리고, 8만 원으로 100달러를 갚겠다는 꼼수.

더 적은 돈으로 갚겠다는 생각은 높은 외채율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역플라자 합의.

경상수지적자. 쩝.

결국 이들의 도움은 필수가 되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조건은 수용하는 게 이쪽에서 좋았다.

“60% 확대를 바라오.”

60?!!!

이건 욕심이 과하다.

“그건 힘든 조건인 거 잘 아시죠? 내가 들어줄 거라 보진 않으실 거고.”

“그렇다면 우리도 힘듭니다.”

“단번에 그리되면 우리나라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순차적인 진행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 하지만, 역시 60%는 무리입니다. 50%까지 하고, 회사채 제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쪽에서도 꽤 재밌는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보여지는데.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게 회사채 발행이 제한되어 있다.

이 부분을 체질 개선 과정에서 푼다면, 조금 더 현금흐름이 잘 순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은행 주식은 4.9%. 이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이 정도면 아마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부담 없이 들어 주리라 봤다.

그 이상은 나도 자신이 없다.

저들이 한발 물러나 거래를 요구하는 만큼, 나도 한발 물러나 저들의 말을 들어 주고자 하였다.

“결론은 외환시장 개방 50%, 회사채제한을 올려주고 은행주식매입 0.9% 업. 이 정도 선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계치입니다. 현 정부도 이 정도가 맥스겠지요. 난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 생각하는데.”

정권에 따라 한국규정은 점차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고 많은 것이 한 번에 바뀌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봤다.

조금씩 체력을 올려 경제를 발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라 생각한다.

“나쁘지 않군. 워너 회장 생각은 어떤가?”

내 제안에 둘은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 정해 놓고 물어봤자, 여기서 내가 더 요구해봐야 들어줄 거 같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더 글라스 워너 회장이 째려본다.

속 좁은 늙은이.

“그 말은 긍정입니까?”

존 코진이 그에게 묻는 목소리다.

“에잉. 마음에 안 들어, 역시. 좋습니다. 대신 내 질문에 답해 주시오. KJ그룹 현금 규모가 궁금한데, 이걸 알려주면 그 제한을 받아들이지요.”

“나도 궁금해지는군요.”

더 글라스 워너 회장이 꽤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라고도 본다. 내 현금 보유량은 비밀이라 하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 내가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써 대니 궁금해 미칠 지경일 터.

“그럼 또 제가 조건을 걸죠. 이건 두 분만 아시는 걸로. 어떻습니까?”

“…그러지요.”

“나도요.”

두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싶지만, 언제고 밝혀질 문제라 생각하기에 두 사람에게 공개하기로 하였다.

물론 나도 상세 내역은 잘 모르기에.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두 분이 소유하고 계신 금융그룹을 10번은 더 살 수 있을 정도는 될 겁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수준은 여기까지.”

“……”

“……허풍이 아니군.”

난 둘의 당황하는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짓고는 한껏 여유를 부렸다.

“안 믿어도 됩니다. 믿으라고 말씀드린 건 아니니. 자, 이만하면 풀린 거 같은데. 제가 제시한 조건, 받겠습니까?”

“서명하지.”

“……”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로써 긴 줄다리기가 끝났다.

국내에 벌어진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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