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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29화 (29/145)

29화

#금융의 중심 한국?! (2)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룰루랄라, 흥에 겨운 콧노래가 밤하늘의 별들과 노니니, 그런 내 모습에 이호영 실장이 궁금했는지 묻는다.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며 그의 궁금증을 살포시 풀어주었다.

“실장님이 알아봐 준 정보로 재미 좀 봤네요. 고생했어요.”

일하는 건 어수선해 보이는데, 시킨 일은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존 코진 회장을 제대로 한 방 먹였다.

“내일 출근하면 진영그룹을 정상적으로 돌릴 준비를 하라고 이르세요. 그리고 기연 자동차 노조와 시간을 잡고, 쌍마, 대진 자동차 인수의향 전달해 주시고. 두 기업의 채권자들 명단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미래 자동차를 인수하는 건 쉽지 않다. 이 부분은 정치권에서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 기연 쌍마 대진을 인수해 하나로 묶기로 하였다.

“엄마, 나 아스크림! 나— 아스크으리임!!”

“여기에 아이스크림이 어딨어. 집에 가면 있으니까, 그때까지 참자. 응?”

우뚝, 흥의 겨웠던 걸음이 멈췄다. 시선이 슬며시 시끌시끌한 장소로 이동됐다.

아이의 생떼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육안에 잡혔다.

엄마는 아이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진영이도 저랬지.’

2년간 잊고 있던 사람이 떠올랐다. 죄책감에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옛 가족들을.

‘잘 살고 있을까?’

아이 엄마와 만나게 된 건, 거래처에 납품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녀의 일터는 원단 염색 회사.

불량원단을 저렴하게 구입해 마진을 남기는 사업을 하던 때, 현장에서 일하던 아내를 알게 됐다. 불량원단을 실을 때마다 눈길이 갔다.

어떻게 접촉을 할까 하다 몇 달을 고민하던 중, ‘어제 이거 놓고 가졌죠?’ 분실한 걸로 알고 있던 지갑을 아내가 가져왔다. 그걸 핑계로 삼아 ‘고마워서 어쩌죠. 제가 밥 한번 사고 싶은데.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약속을 잡았다.

그때부터 친해졌고 짧은 시간 사랑에 눈뜬 우리는 결혼에 골인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아들 김진영.

그때만큼 좋았던 때도 없었는데.

“실장님,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아직 안 건드렸죠?”

“아, 네.”

마침 호텔에서 챙긴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제법 맛나서 고생하는 실장을 위해 챙긴 아이스크림이다.

“그거 제게 파세요.”

“아, 아닙니다. 호텔에서 가져온 걸 팔라니요. 그냥 가져가시면 됩니다.”

내 한마디에 호들갑을 떨며 내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아니에요. 이거 받으세요. 가족과 맛있는 거 사드세요.”

그렇지 않아도 보너스를 주려던 참이었는데, 지갑에서 만 원짜리 10장과 수표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

“감사합니다. 회장님.”

20만 원과 맞바꾼 아이스크림을 들고 모자(母子)에게 걸어갔다.

“이걸 주세요. 아직 입 안 댄 아이스크림입니다.”

“와! 아이스크림이다!”

징징 짜던 아이의 얼굴이 단번에 해맑아졌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받으세요. 아이가 엄마를 닮아 잘 생겼네요.”

본능적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똘망똘망한 두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이거 고마워서 어쩌죠. 잠시만요. 계산을···”

“아닙니다. 전 이제 가 봐야겠네요.”

살짝 경계를 하던 아이의 엄마는 거듭된 내 고집에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지갑을 열었다. 나는 그녀의 뜻을 정중히 거절하고 자리를 떴다.

“와, 이 아이스크림 왕 맛있다!”

“형에게 감사하다고 말도 하지 않고! 앞으로 어른이 주면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받아. 알았지?”

“웅!”

모자(母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가 무엇을 알겠나.

그저 착하고 건강하게 커 준다면, 그것이 가장 큰 효도이지 않을까?

‘보고 싶구나.’

어두운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을 보며,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리석었던 지난날의 일들이 떠오르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응애—

-응해—

“오! 아들이다. 아들이야!!”

아들이 태어났다.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니, 나중에 큰 사람이 될 거라 확신이 들었다.

“아들 이름 지었어?”

아내가 묻는다.

땀으로 흥건한 지친 얼굴. 하지만,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당연하지. 우리 아들의 이름은 김진영. 진영아, 이제부터 너의 이름이다. 음하하!!”

“예쁘다. 아이 이름. 호호.”

지친 얼굴로 행복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 세상 모르고 자는 아들의 모습.

모자의 얼굴을 보자, 행복감이 밀려온다.

이보다 더한 행복도 없다 생각했다.

따르르르르르르르릉—!!

“······”

꿈을 꿨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 생각했던 당시의 상황을.

아무래도 어제 아이와 엄마의 모습에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결혼··· 했을까?”

만나는 시기도 뒤로 밀렸다. 아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볼까?”

그래 찾아보자.

적어도 아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건 내 의무일지 몰랐다.

결혼했다면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아니라면···

“실장님, 사람 시켜서 한 사람 좀 알아봐 주세요.”

금융계 거인들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실장을 불러 부탁했다.

“누군지 말씀해 주시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제일염색이란 회사에 다니는 26살 이혜영이란 여자입니다.”

“혹, 어떤 관계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한때 좋아했던 여자예요. 결혼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주의할 건 저에 대한 건 숨기고 비밀리에 조사해야 해요.”

어떻게 말할까 하다가 비교적 솔직히 털어냈다.

“알겠습니다. 확인 즉시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리... 아닙니다. 이제 일보세요.”

결혼을 했다면 남편까지 확인해 달라는 말을 할까 하다 말았다.

실장은 결의에 찬 얼굴로 방을 나섰다.

-금융계 거물들이 KJ빌딩으로 집결해 대중의 진한 관심을 사고 있다. 대체 KJ그룹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떠오르는 신흥강자로 부각되고 있는 KJ그룹, 김정수 회장과 세계 금융계 거물이 한자리에 모여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찰칵—

찰칵—

“이번 모임의 목적을 알고 싶습니다.”

“더 글라스 워너 회장님! 한 말씀 부탁합니다!”

“국내 외환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국내 외환위기와 관련된 모임인지요! 세계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답변 바랍니다.”

줄지어 들어서는 공룡들의 등장에 기자들은 앞다투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그들은 원하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기자들은 발만 동동 구른 채, 기자들 출입을 막는 경호원들로 인해 멀어지는 공룡의 뒷모습만을 바라봐야 했다.

“이거 영광이네요. 제 초대에 응해 주신 모든 회장님들께 감사부터 전합니다. 몇몇 분들은 빠질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명단에 있는 세계 금융계 거물들이 단 한 사람의 열외도 없이 강당을 채웠다.

“제가 여러분들을 이곳에 불러들인 이유는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를 제안하기 위해서입니다.”

강당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흘렸다.

예상된 반응이 그들에게서 나왔다.

“곧 무너지게 될 한국에 투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도둑놈 심보야.”

“끌.”

귓구멍을 활짝 열어 그들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담았다.

“여러분들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거나, 큰 건 하나를 바라고 있거나. 둘 중 하나 봅니다. 후자를 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이 자리에서 당당히 밝히겠습니다.”

“웃기는 소리.”

“우리 돈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할 참인 모양인데, 어림없지.”

내 소환에 단단히 뿔이 난 모습이다.

하나, 난 저들의 위치를 믿는다. 저들이 저 위치에 오른 건 운도 작용했겠지만, 그들의 짐승적인 투자본능이 한몫했을 거라 본다.

감정과 투자에 대한 부분을 분리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분명 대한민국은 잘못된 운영으로 외환위기라는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증시는 폭락하고 있지요.”

내게 쓴소리를 던진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여러분은 그런 대한민국이 IMF에 구제금융신청을 하기를 바라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괜한 짐작으로 기다린다면, 그보다 엄청난 손실도 없을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 봅니까?’

“절대 불가능한 일이요. 암만 변하고 있다 한들, 지금의 한국은 무리요.”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들의 달러를 회수하기 급급하더군. 그런 어이없는 상황에 우리 돈을 투자하라? 말도 안 되는 소리.”

골드만삭스 존 코진 회장은 묵묵히 입을 닫고 있는 가운데, 아멕스 회장 로버트 사메트가 연신 쓴소리를 늘어놓았다.

지원사격으로 퀀텀펀드 조지 소로스 회장이 나섰다.

그의 눈에서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지’라는 건방진 시선이 내게 향했다.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그걸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죠. 여러분은 한국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흥!

“만약 한국을 공격한다면 전 미국을 공격하게 될 테니, 그 부분을 명심하고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저들이 한국에 악의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건 저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후후. 아직은 비밀.

“우리나라는 고정제를 탈피하고, 금리를 올렸습니다. 최대 5%까지 오를 겁니다. 두 번째.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많은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한국에 문제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부분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 부실금융이 사라지고, 부실기업이 이번 일로 인해 대폭 줄었습니다. 더는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를 어지럽힐 암덩이는 없다는 겁니다.”

“기업이 없다면, 한국의 경제활동을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건 껍질을 까보지 않은 이상 모를 일이지.”

조지 소로스 회장은 계속 한국을 깎아내렸다. 2타 3타는 그의 주변에 있는 작자들로 구성됐다.

몬트리올과 아멕스.

“이럼에도 투자심리가 막 올라오지 않나 보네요. 세 분은.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쯤 되자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한다.

이제 내가 말한 건 미국에 대한 경고임에 동시에, 저들이 말한 해결법이 될 터였다.

지금까지 말한 건 개소리에 지나지 않았고, 진짜는 여기에 있었다.

그건···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 베어링스 그룹이 누구의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내 겁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순간 장내가 어수선하게 변했다. 계속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며 나를 공격하기 바쁘던 세 사람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세 그룹을 모두 미국과 영국에서 철수하고, 한국으로 옮기겠습니다. 이러면 한국의 분실된 일자리가 증가하고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겠지요.”

내가 가지고 있던 패를 공개했다. 물론 이건 최악의 벌어질 일을 떠올려,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그리된다면 미국은 패닉에 빠지게 되리라.

적막감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 오로지 나만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있던 사람들도 심각성을 깨닫고 저들끼리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더 펀치를 날려주면, 저들의 선택은 하나로 귀결되리라 봤다.

“난 한국에 200억 달러를 투자할 겁니다. 이 정도면. 여러분의 투자를 이끄는 데 충분하다 보는데. 어떻습니까?”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제 저들은 내게 있어 갑이 아니다. 내게 있어 저들은 그저 을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난 조용히 그들의 선택을 기다려 주었다.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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