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28화 (28/145)

28화

#금융의 중심 한국?!

찰칵—

찰칵—

기자들이 셔터를 눌러 공항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플래시 세례로 반겼다. 놀란 마음을 카메라로 대신하기라도 하듯, 셔터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존 코진 회장.

시티코프(시티그룹) 리드 회장, 윌리엄 R. 로드스 부회장.

J.P 모건 더 글라스 워너 회장.

몬트리올 은행그룹 매튜 바레토 회장.

아멕스 로버트 사메트 회장

퀀텀 펀드 조지 소로스 회장.

그 밖에 금융 공룡들.

세계에 명성이 자자한 금융계 거물이 집단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기자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얼떨떨한 심정에 제대로 질문도 꺼내지 못하고 플래시만 터트렸다.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입니까!?”

웅성거리며 플래시만 터트리던 기자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남자의 커다란 눈이 가장 앞장서는 남자에게 향했다.

“……”

저벅저벅.

“……”

하나 원하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금융계 공룡들은 기자들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경호원들의 철통 같은 경호 아래 기자들을 지나쳐갔다.

이들은 말하지 못하리라.

어린 기업인의 건방진 종이로 인하여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이건 그들이 가진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한편.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말씀드렸듯, 그룹을 회장님에게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미리 사전에 차단하기를 잘했다.

눈물로 호소하는 사람들의 말을 거절한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누군가의 기업을 좋지 않은 사건을 이용해 인수한 건 거절하기 더욱 난감한 일이었다.

초반에 이야기를 꺼냄으로 그 부담감을 덜었다.

“하지만, 한 가지. 회장님에게 제안할 건 있습니다. 회장이 아닌, 대표로서 마지막을 장식할 기회는 드리지요.”

기업의 부도 원인은 경영진의 잘못된 선택과 시장을 읽지 못한 시선에서 나온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앞으로 바뀔 시장 분위기는 기업에 있어서 무척 중요했다.

그럼에도 이런 제안을 하는 건, 긴 역사 소주와 함께했던 그였고, 뒤늦게 잘못된 판단을 틀어 옳은 방향으로 가려던 모습을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이기도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진영소주를 관리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

“설사 제가 드린다 쳐도, 말들이 많겠죠. 주주들도 그렇고. 안전한 그늘 아래 운영될 회사가 다시 외딴곳으로 가게 되면.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진영은 크게 흔들릴 겁니다.”

소주야 반독점 공급해 큰 어려움은 없을 터다. 아주 멋진 캐시 카우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여기까지 하죠. 제 입장은 확실히 전했으니. 선택을 하세요. 어쩌면 회장님은 아주 좋은 기회를 얻으신 겁니다. 다른 사람을 앉히려던 자리를 회장님이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의미에서 드리는 거니까요.”

난 연약한지 모른다. 강하게 나가지만, 강하지 않다. 강해 보이려 할 뿐이다.

그렇다 한들 이 약한 마음을 버릴 생각은 없다.

이 마음이 있기에 내가 있는 거니까.

‘흥, 약한 녀석. 어떻게 네놈이 나를 닮으려 하는지 모르겠군!’

‘선택은 온전히 자네 것일세. 남의 것이 아니지. 온정을 베풀 거라면 확실하게 하세.’

장칠성과 올리버 스미스의 기억이 내게 뭐라고 한다.

“자, 결정하세요. 유종의 미를 거두실지, 그도 아니면 여기서 깔끔히 물러나실지.”

그의 선택은 정해진지 모른다. 유종의 미를 떠나, 그에게는 생계를 책임질 의무가 있으니까.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오로지 답은 한 가지.

“……”

닫혔던 그의 입이 열렸다. 결의에 찬 눈동자가 나를 직시했다.

“못난 저를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기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시장은 기업이 내놓은 걸 당연시하며 사는 사람들은 없게 될 겁니다. 계약 기간은 3년. 그 안에 확실한 실적을 내보세요. 입증이 되면, 진영소주에서 물러나는 순간까지 머물러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시대는 확 변한다. 90년대 사고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되었다.

고객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로 넘어간다. 어느 기업은 저렴한 대신 어떤 부분이 불편하고, 어느 기업은 비싼 대신 성능이 뛰어나다 등등의 것들을 소비자가 선택하게 된다.

반독점 시장이라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어쩌면 독점시장이기에 그의 능력은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성장의 폭이 큰 것과 작은 것. 진영소주는 후자에 해당된다.

“좋은 결과를 내보여 은혜를 갚겠습니다.”

“은혜는 됐어요.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 주시면 됩니다.”

“… 네. 한데, 진영소주와 골드만삭스 관계에 대해 아시는지요?”

“아주 잘 알죠.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보기로 했습니다.”

“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제 문제이니, 대표님은 이번 일에서 손 떼세요. 이제 제 문제입니다.”

임효원 회장은 이제 대표가 되었다.

이제부터 그를 대표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일 시작할 때까지 재정비 시간을 가지세요. 이건 제가 드리는 일종의 수당입니다. 한도는 무제한이니, 알아서 사용하세요.”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수염도 그렇고.

입은 옷도 대표라 부르기에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진짜 서울역과 청량리에서 볼 법한 노숙자와 다를 바 없었다.

“이, 이건…”

“제 회사 복지라 생각하고 맘껏 쓰세요. 계약 기간 동안 불법적인 자금으로 사용한 걸 빼면 전부 결재해 줄 테니.”

“아, 감사합니다.”

“이제 가보세요. 때가 되면 부르겠습니다. 내려가면 법인으로 준비한 차량이 있을 겁니다. 오늘부터 그걸 타고 다니세요.”

난 그를 위해 많은 걸 준비했다.

이제 그가 정신 차리고 일에 집중해 주길 바랄 뿐이다.

잠시 후, 그는 자리를 털고 방을 나섰다.

굽었던 등이 펴지니, 이제 좀 봐줄 만했다.

“골드만삭스…”

앞으로 벌어질 일을 떠올리자, 흥분감이 올라왔다.

뜨거워진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와, 정신을 달궈 놓았다.

“회장님. 공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모두 도착했다 합니다.”

임효원 대표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기다려왔던 소식이 들려왔다.

“골드만삭스 존 코진 회장의 방문은?”

“지금 호텔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오늘은 호텔에서 지낼 거 같습니다.”

기다리던 자가 왔다. 안 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골드만삭스 존 코진 회장에게 연락하세요. 오늘 저녁에 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들을 관리하는 건 우리기에 연락에 지장은 없다. 항시 대기하며 그들의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으니까. 그만큼 그들의 봉급도 높게 책정했다.

일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라.

내 경영 철칙 중 하나이다. 사람은 믿기 힘들지만, 돈은 믿음을 준다. 그들은 받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일할 터다.

***

“오늘 보자 했다??”

골드만삭스 존 코진 회장의 눈살이 와락 찌푸려진다. 참으로 예의라고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독대를 원하셨습니다.”

“뭣 때문에?”

“진영소주라 하시면 알아들으실 거라 하셨습니다.”

“… 진영. 그러지.”

존 코진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짚고 넘어갈 문제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모시러 오겠습니다.”

“나가보게.”

손을 대충 흔들어 축객령을 내렸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길 잠시, 그의 시선은 수행비서로 따라온 엔드류 링컨에게 향했다.

“진영소주 지분과 채권문제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할 겁니다. 저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제입찰을 통한 자산매각이나 합병으로 넘겨 상당한 이득을 취할 있으리라 주장하면 그쪽에서는 값을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군. 좋은 생각이야. 그쪽 부채가 어느 정도지?”

“10억 달러 정도입니다.”

“알겠네. 김 회장은 혼자 만나볼 테니, 자리에 쉬고 있게.”

존 코진의 눈이 벽시계로 향했다.

‘4시 30분’, 잠깐 대화하는 중에 벌써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모시러 왔습니다.”

대화를 정리하고 벽에서 시선을 떼자마자 직원이 들어왔다.

그의 모습에 혀를 끌 차고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가지.”

존 코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의 뒤를 따랐다.

‘정말이지, 한국은 마음에 들지 않아.’

***

끼익!

검은색 고급 세단이 호텔 앞에 멈췄다.

호텔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우르르 나와 뒷문을 열어줬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좀 괘씸한 마음에 골려 주기 위하여, 내가 도착하기 전에 대기시키라 지시했다. 아마 지금쯤 뿔난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다.

저벅저벅. 우리는 느릿한 걸음으로 존 코진 회장이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향했다.

호텔이 큰 만큼 걷는 시간도 상당했다.

“저기 있네요. 필요하면 부를 테니, 여기서 쉬고 있어요.”

주변을 훑어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저 그의 경호원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제가 김정수입니다. 미국에서는 케이라 통하죠.”

“케이?!”

어디서 들어봤을 이름이리라. 케이라는 이름으로 사방팔방 떠들고 다녔으니까.

하나, 기억이 나지 않는지, 고개만 까닥일 뿐 별 반응이 없었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니. 잊어도 됩니다.”

“음…”

불편하기 짝이 없는 표정. 그간 약한 국내 기업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이득을 취한 데에 작은 복수라 생각하길.

그의 표정이 어찌 되었든,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제가 보자고 한 이유, 아시죠?”

서로가 피곤한 자리고, 불편한 자리이다.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할 사이는 아니기에 빠르게 결론 짓기로 하였다.

“상당히 예의가 없는 친구군.”

“양심은 있으니, 서로 비긴 걸로 하죠.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진영소주 채권과 지분 모두 넘기세요.”

“내가 넘길 거 같은가?”

“거품 없이 적정 가격에 부르면, 바로 현금을 내어드리죠.”

“무례하군. 이번에 큰돈을 벌어 돈 쓰는 재미에 빠졌다 하더니, 미련해. 그러다 자네는 오래가지 않아 망할 걸세.”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요. 원하는 금액을 부르시죠.”

저자는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는지 꽤나 여유를 부리고 있다. 진영그룹의 채권을 들고 있는 기업은 나까지 95개사.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채권을 사들였다.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었고.

문제는 골드만삭스다.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그렇기에 매도 의사가 없는 채권자들 중에 골드만삭스의 편을 들려 하는 자들에 대해 힘으로 찍어 누르는 중이다.

그건 내가 바라는 길이 아니다.

“괜한 헛발질로 금액을 띄우려 하지 마세요. 8억 달러 드리죠. 부족하지 않은 수준일 겁니다.”

“8억 달러, 좋지. 한데 말일세. 너무 적다 보지 않나? 돈도 많은 양반이 겨우 8억이라. 허허. 이거 실망이야.”

“후회하실 텐데요? 아무리 회장님이라도 저를 감당하실 수 없을 건데… 저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그게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지?!”

“말 그대로입니다. 골드만삭스, 저로 인해 손실금액이 상당하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만약 이 소식이 외부로 노출되면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하군요. 존 코진 회장님.”

골드만삭스는 국내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인 금융그룹이다. 한데 그 모든 것들이 나로 인해 달라졌다.

최근 한국 정부의 기습적인 정책은 골드만삭스 내부를 흔들어 놓았다. 공을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자 그룹 경영진들은 안팎으로 입단속을 시키기 바빴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다 아는 수가 있다.

그리고 내 말이 맞다는 듯, 그의 표정이 싹 굳었다.

실실 쪼개며 여유를 부리던 모습이 사라졌다.

“말하다 보니 채권의 가치가 사라졌네요. 6억 달러. 이쯤에서 끝내죠. 우리.”

체크메이트(Checkmate).

진영그룹의 족쇄가 풀리며 승자는 정해졌다.

그의 떨리는 눈을 보며 오랜만에 방긋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