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24화 (24/145)

24화

#청와대와 단판 승부

미국과 영국에 들르면 귀국하기 전 꼭 한 군데를 경유해 지나간다. 미국에서의 일을 마치고, 영국으로 향했다.

베어링스가 아닌, 블롬즈버리 출판사로.

“……”

지금 그는 늘어나는 증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바쁘기는 했지만, 블롬즈버리 출판사 주드 로 대표보다는 나은 상황이었기에 직접 발걸음을 하였다.

그쪽 상황도 지켜볼 겸, 겸사겸사 가는 마음도 있었다.

“바쁘네.”

출판사 사무실로 들어선 순간, 안쪽은 완전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총알 대신 종이가 날아다녔고, 증쇄는 포탄이 되어 출판사를 흔들어 놓았다. 쾅! 쾅!

이건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닌, 편집장이 결재하는 소리다. 도장 찍기에 정신없었다.

“아, 회장님 오셨습니까!”

정신없이 일하고 있던 직원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대표에서 회장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여기에서도 나와 관련된 소식이 퍼졌나 보다.

역시 언론사는 정보가 참 빠르다.

“오랜만이에요. 쟌.”

쟌이라 불린 직원은 짧은 단발에 귀엽게 생긴 여성이다. 날 보면 커피를 챙겨 주기 일쑤다.

거의 전담이 되었다.

“3. 3. 2. 맞죠?”

“역시 쟌이네요. 맛있게 부탁해요.”

“호호, 제가 또 회장님 전담 바리스타잖아요.”

그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탕비실로 들어갔다.

“아이쿠, 연락을 먼저 주시지 그랬습니까?! 마중도 나가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대표실 문이 벌컥 열리며 주드 로 대표가 황급히 나와 허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내 위치가 전보다 올라서인지, 전보다 더 긴장하는 눈치다.

“전처럼 하세요. 제가 무슨 왕실 사람도 아니고. 그보다 왜 저를 보자 했나요?”

내가 이곳에 방문한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의 연락에 노곤한 몸을 이끌고 영국까지 왔다.

“회장님, 커피요.”

질문과 동시에 쟌이 커피를 내밀었다.

“아,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미소로 감사를 표하고 다시 시선을 주드 로 대표에게 향했다. 달달한 갈색물이 입안으로 들어가 속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다.

더운 날씨지만, 이열치열. 뜨거움을 뜨거움으로 달래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실은 말입니다. 회장님과 지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분위기가 엄숙하게 변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럴까 싶었다.

커피를 깔짝깔짝 마시며 눈빛으로 계속 말하라 주문했다.

“회장님의 도움으로 저희 출판사는 구멍가게에서 대기업 수준으로 위치가 상승했습니다. 시총도 60억을 넘어서고 있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왜 저리 질질 끌까?

“그래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과연 이 출판사를 잘 이끌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하고 말입니다.”

“음.”

“그리고 그 문제의 답을 얼마 전에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회장님. 블롬즈버리 출판사를 맡아 주셨음 합니다.”

“……”

이야기의 흐름이 이쪽이 흘러가 내심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하고.

역시는 역시로 이어졌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일단 지분은 내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자리 관계만 정리하면 우리의 관계는 투자자와 대표가 아닌,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변하게 된다.

그나저나 이거 완전 잡탕그룹이 되어간다. 프렌차이즈에 이제 출판업까지.

이렇게 따지면 IT, 전자, 건설, 철강, 금융, 프렌차이즈, 출판업까지 총 일곱 종의 업종을 운영하게 되는 꼴이다.

완전 국제적으로 펼치는 문어발 경영이다.

“전 블롬즈버리가 더 성장하길 원합니다. 그게 제 욕심입니다.”

“그 말은 후회하지 않겠다, 이 말씀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부탁합니다.”

그의 고개가 다시금 아래로 내려간다. 단단히 결심을 한 모양이다.

이 정도까지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절대 제 지시에 의문을 가지지 말고 따를 것입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전 그때 이후로 회장님의 말에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있습니다.”

“… 휴, 설마 제가 출판까지 떠맡게 될 줄 몰랐네요.”

이건 진심이다. 적당히 성장하면 빠지려 했는데, 생각지 않게 내게 넘겨졌다.

“그럼 첫 지시를 내리죠. 영국에 있는 알려지지 않는 작가들과 인기작가 가리지 말고 싹 모집하세요. 계약금 규모는 걱정하지 마시고. 무조건 받아들이세요. 절대 차별을 두지 마세요. 그리고 편집자는 1인당 10명까지만 소화하세요. 인기작가는 1대1 전담으로 붙으세요.”

“아, 음. 알겠습니다.”

내 지시에 뭐라고 말하려던 주드 로 대표.

하나, 그의 입은 방금 나와 한 말을 기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출판사에 있어서 질 좋은 작품만이 수익을 내는 좋은 자산이 아니다.

그보다 더욱 귀한 자산은 작품보다 작가에 있다. 당장 결과를 내지 못할지언정, 작가만 있다면 출판사는 성장능력을 갖춘 잠재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된 이상, 플랫폼을 가져오는 게 좋겠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책 시장은 붕괴되고, 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면 E북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된다. 그 시작이 ‘스마트폰’이라는 희대의 개발품에서 발생된다.

“베어링스 대표에게 말해 놓을 테니, 자금이 필요할 때 말하세요.”

원하지는 않지만, KJ 이름을 건 계열사가 추가되었다.

KJ그룹은 조금씩 외형을 키워가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

“정말이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투자로 연 매출을 넘다니 말입니다.”

빌 게이츠는 허무한 시선으로 종이에 나열된 숫자를 내려봤다. 아무리 억만장자의 자리에 올라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지표는 정말이지 억 소리가 절로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230억 달러.

태국에 외환위기로 얻어낸 결과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회장님의 강압에 못 이겨 배팅했는데…”

-158억 달러.

인텔에서 낸 수익이다.

두 사람은 한자리에 모여 밑도 끝도 없는 수익에 혀를 내둘렀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일군 기업이 회장님께 넘어간 게 다행이지 싶네요. 그만한 자본 능력을 가지신 것도 이해됩니다.”

라나 대표의 놀람에 빌 게이츠는 피식 웃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두 기업만 합해도 388억 달러를 거머쥐었다.

그렇다면 KJ컴퍼니와 베어링스 은행에서 발생된 수익까지 합한다면.

“……”

“……”

500억 달러는 족히 넘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계획만 하던 사항을 실행에 옮겨야겠습니다. 자금이 부족해 못했는데, 마이크로와 함께한다면 부담 없이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까 합니다. 총알도 이리 충분한데, 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요. 지금 인텔은 마이크로 소프트와 함께하면서 가격경쟁력과 큰 홍보가 되어 주춤하던 매출이 증가까지 했으니 넉넉하지요.”

전 세계에 KJ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됐다. 컴퓨터 구매자들의 관심은 인텔로 쏠림 현상이 벌어졌고, 이는 인텔 매출에 큰 기여를 하였다.

이에 힘입어 파격적인 가격 인하에 들어간 인텔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세계 점유율을 회복해 나갔다.

인텔과의 거래액을 50%로 낮춰 버린 것이다. 이는 회장의 뜻이기도 했지만, 빌 게이츠 또한 생각하고 있던 그림이었다.

즉, 인텔은 치킨게임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 상황에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계획을 가졌다.

“대만기업인 TSMC. 여기를 인수하면 KJ는 다시 없을 황금기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아예 세계시장을 반 독점하겠군요.”

“우리 두 기업을 인수하신 게 회장님입니다. 심지어 베어링스도 들고 계시죠. 이게 뭘 뜻하겠습니까?”

“그렇군요. 회장님 재가가 떨어지면 인텔로 자금을 보내 드리죠.”

둘은 모종의 대화를 나누며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둘의 얼굴에 야망의 미소가 흠뻑 묻어났다.

***

따르릉—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청와대 비서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시라고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깜짝 놀라, 재차 되묻는 실수를 벌이고 말았다.

-KJ 비서실입니다.

“아, 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KJ그룹으로 통하는 이 한 마디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무리 대통령이며 왕족일지라도 한발 물러났다.

그럴진대, 국내는 어떨까?

-회장님께서 대통령님과 미팅을 원하십니다.

“각하께 여쭙고 이쪽에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해외 출장 중이시라 다음 주 수요일부터 시간이 되니, 그 이후로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을 드리죠.”

남자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급히 대통령실로 향했다.

그의 얼굴이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무슨 일인가?”

김영진이 소파에 앉아 심드렁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선 남자를 바라봤다.

“KJ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 회장이 각하를 만나 뵙기를 청했습니다.”

“KJ?”

“그렇습니다. 추정 자산만 국가예산급으로 추정되는 사람입니다. 이건 기회입이다. 그자에게 돈을 빌려 외환보유고를 채우면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지금 외환보유고는 320억 달러 수준.

그의 도움이 있다면 500억 달러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지 몰랐다.

“언제를 원하던가?”

“이쪽에서 일정을 잡고 연락 주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대로 잡게.”

“다음 주 금요일로 잡겠습니다.”

“금요일?”

“지금 김 회장이 출장 중이라 합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돌아온다 하니, 목요일은 쉬고 금요일이 좋아 보입니다.”

“그래. 중요한 일을 하고 돌아오는데, 쉴 시간은 줘야지. 그렇게 잡아.”

“네.”

***

쉬이이—

저벅저벅.

“모시러 왔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십의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준비된 차량으로 몸을 실었다.

“안산에 KJ빌딩이 완공돼, 완공식 일자를 9월 초로 잡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일자가 있다면 수정해 바로 공지하겠습니다.”

기다렸던 빌딩이 완공됐다. 중간중간 기후변화로 인해 작업에 딜레이가 생겨 걱정했는데, 아무 사건 없이 건물이 지어졌다.

“그건 알아서 하세요. 정한 일정에 맞게 움직이죠. 청와대는 뭐래요?”

내가 부랴부랴 넘어온 목적은 여기에 있다. 청와대와의 만남.

그자들의 그릇된 정치와 운영은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과거 가족에게 빚을 떠안게 하지 않기 위해 이혼을 하고 세상과 끝냈던 그 순간.

아직도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뒤늦게 밝혀진 미래의 지식들이 말해줬다.

이 모든 일이 김영진 정권의 잘못된 판단으로 비롯된 일들이라고.

“이번 주 금요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경호 인력은 어때요?”

“총 300명을 고용했습니다. 부족하면 더 모집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그 정도면 됐어요. 어디 전쟁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300명도 충분히 많았다. 이 정도면 나까지 뚫고 올 미친 인간은 없을 거라 봤다.

오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 않을까?

내 시선은 비서에게서 떨어져 정면을 바라봤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

수십의 내 인력들이 검은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허리를 90도로 꺾어, 건달처럼 인사하는 장면이 시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 다 치우세요. 쪽팔리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