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9화 (19/145)

19화

#새로운 강자

“… 잔인하군요.”

빌 게이츠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그의 심정은 낭떠러지 끝에 위태롭게 서서 육식동물에게 둘러싸인 초식동물의 기분이리라. 절망.

그의 입장에서 보면 진퇴양난이 다름없다.

나라도 그와 같은 기분이겠지만. 강자가 약자를 먹는 건 자연의 섭리기에 우리 뜻에 따라오길 바랐다.

“음, 아주 좋은 점도 있습니다. 빌 게이츠 회장 당신의 비판은 사라질 겁니다.”

가만히 분위기를 읽고 지켜보려던 자세를 바꿨다. 애초에 대화가 된 내용이 아니기에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가 당황한 시선을 보냈다. 조금 미안했지만, 답답한 마음에 앞으로 나섰다.

“당신은 MS의 성장을 위해 많은 기업들을 짓밟았습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압박을 넣어 포기하게 만들거나 인수해 버렸죠. 그것과 이것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우리가 강자. 그쪽이 약자죠. 하지만, 전 그 적으로부터 당신을 지켜드릴까 합니다.”

빌 게이츠는 독점혐의로 재판의 판결을 받는다. 2000년도에는 기업분할 명령을 받게 된다. 그걸 기부활동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그가 기부왕이 된 이유다.

‘이걸 부인이 생각해 냈다. 그의 부인과는 오래 살지 못하고 이혼절차를 밟게 되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미래정보들을 정리하며 그를 살폈다.

“목표한 바까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생각합니다. 돈이 많은 기업이란 인식을 세간에 심어주었고, 인텔을 흡수했습니다. 연계된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리라 봅니다. 이런 상황에 주주총회를 연다면 과연 사람들은 당신을 선택할까요? 정치권의 가려운 부분을 우리가 긁어주겠다고 한다면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네요. 뭐 힘들면 독점을 풀겠다 발표해 버리죠.”

모든 게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난 내가 가진 지분을 믿었다. 모두가 미쳤다 말하지만, 내게 주어진 의결권은 미치지 않았다. 내 힘으로 남아 있었다.

“당신이 누구기에 그런 발언을 합니까?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합니까? 이사회가 기업매출에 해가 되는 행위를 가만히 보고 있을 거라 보세요?”

“저도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주입니다. 충분한 발언권을 들고 있지요.”

혼란스럽겠지. 내가 너무 현실적인 부분을 꼬집고 들어갔으니.

저자도 아는 거다. 모두가 자신의 편이 아님을.

이사회를 열었을 당시 의기투합했을 거라 보이나 사람의 진정한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당장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미끼를 던진다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것도 아니면 1000만 달러를 불러보면 그만.

“내가 허락했습니다. 이 사람도 충분히 발언권이 있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내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빌 게이츠의 이맛살이 와락 구겨지는 게 보인다.

“자, 선택하세요. 어떻게 할지.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 드리죠. 단, 거절 즉시 전 주주총회를 열어 모두에게 의견을 묻겠습니다.”

내게 필요한 의결권은 넉넉잡고 약 6% 미만.

서너 사람 정도 포섭하면 우리의 승리로 끝난다.

“휴… 내가 졌습니다.”

두 주먹을 꾹 쥐고 있는 자세로 몸을 부들부들 떤다. 분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가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을 단번에 흡수했으니.

“우리가 원하는 지분은 50%. 부족분을 당신의 지분으로 채우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제임스 맥어보이의 목소리다. 그의 묵직하고 단단한 목소리는 지난날 내게 받았던 충격을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빌 게이츠를 압박했다.

지도자로서 아우라가 그에게서 전해져 온다.

“마음대로 하시죠.”

우리가 내민 종이 위로 빌 게이츠의 펜대가 움직였다. 수려하게 움직이는 곡선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이제 마이크로 소프트는 내 게 되었다.

-충격! 마이크로 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 베어링스 그룹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에게 굴복하다. 빌 게이츠 회장은 보유지분 26% 중 6%를 베어링스 그룹에 넘기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는 그를 내치지 않을 겁니다. 뛰어난 경영자를 내칠 정도로 우리는 모질지 않습니다. 빌 게이츠는 대표 자리에 앉아, 기존에 해오던 업무를 소화하게 될 겁니다. 단,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하겠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는 빌 게이츠 전 회장에게 경영을 맡겨 기존대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미국에 재단을 세워 1년에 한 번씩 이익금 중 일부를 미국에 기부하겠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는 인터뷰를 열어 이렇게 밝혔다. 이 모든 건 미래에 발생될 귀찮은 일을 막고자 행해진 조치다.

독점이니 뭐니, 이런 말은 나오지 않길 바란다.

베어링스 그룹이 보유한 지분 중 30%를 KJ컴퍼니로 옮겼다. 나머지 지분은 계열사끼리 쪼개 놓았다.

베어링스 은행이 10%로 그룹 내 제일 많이 보유했다.

“96년이다!”

땡! 땡! 땡!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1996년, 내 나이 27살.

세상을 속여가며 살아가는 난 비공식 세계재벌 1위에 올랐다.

베어링스 그룹,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의 주인이 되었다.

-북한 무장공비 한 명을 생포!

-투입된 병력은 육군 28개 부대, 해군 1개 함대, 공군 1개 전투비행단, 수십만의 예비군, 경찰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150만에 이르는 작전 속에 18명이 사망하였고 2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조사…

96년 9월 스타벅스와 해리포터 연계사업을 검토하기 위하여 일본으로 넘어갔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내 머릿속에 해당 사건이 기록돼 있었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에 외신을 통해 언급해 경찰, 군병력을 주변에 배치를 시켜 대비하게 하였지만, 역사는 바뀌지 않았다.

그 사이 베어링스 은행은 한국 지점 설립준비에 들어갔다. 복잡한 서울권이 아닌, 신도시 개발로 한창 중인 안산을 본점으로 삼기로 하였다. 지하 3층 지상 30층 규모로 안산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착공을 시작했다.

15개월의 기간이 잡혔다. 완공 시점은 1997년 6월 내.

돈을 쓴 만큼 인력과 중장비가 빠르게 잡혔다.

그 외 지점들은 명동, 부산, 인천, 수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금융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재벌기업 또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나에 대해 알아내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지만, 아직 내 정체는 감춰진 상태다.

혹시 몰라 경호 인력을 데리고 다녔다.

사람들 틈에 껴 드러나지 않게 나를 보호했다.

“워너 브라더스 케빈 츠지하라를 만나는 날이 다가왔네.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기대가 돼.”

그와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아직 몇 달 남았지만, 지금의 결과만으로도 세계를 경악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쏟아부은 돈과 스타벅스와의 협업으로 기존역사보다 빠르게 해리포터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런 상황 속에 스타벅스에서 책을 판매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나로 인해 스타벅스의 본질이 변이되어 버렸다.

-하하, 이거 해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이리된 거 경영전략을 새롭게 짜서 카페 서점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 회장님께 투자를 받겠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 사건으로 그는 내 정체를 알게 됐다. 그는 내가 밝히기 전까지 입을 닫기로 하였다.

“8천만 부라… 아주 멋진 결과야.”

1996년 10월, 울긋불긋 단풍 계절을 시야에 담으며 미국으로 떠났다.

목표로 한 부수가 채워졌다. 내 시선은 대한민국의 하늘을 넘어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로 향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 워너 브라더스는 1996년을 기점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

CW를 시작으로 영화 제작사부터 전문채널을 운영하는 ‘카툰 네트워크’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을 인수해 입지를 다졌다.

그곳의 최고 경영자 케빈 츠지하라는 고민으로 가득한 얼굴로 신문을 내려봤다.

-영국에 위치한 블롬즈버리 출판사가 연일 화제다. 올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블롭즈버리 출판사는 시가총액 5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해리포터의 부수는 총 8천만 부. 이대로 가면 1억 부를 넘을 전망이다. 현재 60개국에 해당하는 번역본이 만들어졌으며, 세계 각 곳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블롬즈버리 출판사와 판권을 계약한 스콜라틱스 출판사는 올해 내 1억 부를 달성할 것으로 점쳤다. 한편, 시리즈로 준비되고 있는 해리포터는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릴 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 그때 계약을 해야 했었나.”

케빈 츠지하라는 작년에 찾아온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기억해냈다.

1억 달러 내기를 제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남자. 케이.

그를 떠올리며 그때 하지 못한 계약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

“허허, 나도 작품을 보는 눈이 있다 봤는데,..”

아동용 소설이 얼마나 팔리겠나? 하며 분명한 한계선을 그었다.

그런데 그건 순전히 자신만의 생각이었을 뿐,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 자신의 눈에 자책했다.

“자네가 보기에 어떤가?”

스스로를 자책하던 케빈 츠지하라는 옆에 자리한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크리스 콜럼버스. 남자의 이름이었다.

‘나 홀로 집에’를 제작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크리스마스면 떠오르는 영화.

가족 코미디 영화인 이 영화는 엄청난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로 꾸며진다면 재밌는 작품이 될 거 같네요. 흥행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기존에 알려진 인지도만으로도 적자는 보지 않겠어요.”

“그 말은 해볼 만하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에 나오는 마법적 요소라든가 세계관, 배우 캐스팅이 문제인데… 허허. 이거 엄청 부담되는군요. 1억 부가 기대되는 작품을 찍는다 생각하니.”

해리포터는 그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었다. ‘나 홀로 집에’로 감독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처음으로 접해보는 판타지 소설을 자신의 손으로 영화화를 한다 생각하니 부담이 컸다.

한편으로는.

‘내 실력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어. 이건 기회야.’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알겠네. 한번 이 책에 대해 영화화 구상을 해보게.”

“알겠습니다.”

크리스 콜럼버스는 케빈 츠지하라의 말에 고개를 작게 숙이고는 손에 들린 해리포터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다. 문 앞에 남자와 마주치기 전까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님. 저희 작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을 알아보고 스쳐 지나갔다. 그의 시선이 닫히는 문틈 사이로 향했다. 그리고 보았다.

그 도도하고 고집 센 양반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젊은 남자를 맞이하는 모습을.

“……”

그는 한동안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회장실을 바라봤다.

***

‘후후, 영화화에 나서기로 했나 보네.’

방금 나간 남자를 난 알아봤다. 기억 속에 있는 남자다. 해리포터 제작을 성공적으로 이끈 남자. 그의 손에 들린 책을 보며 확신에 찼다.

그리고 케빈 츠지하라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우리와의 파트너십을 맺길 바란다는 사실을.

“아무래도 결정을 내리신 거 같네요. 케빈 츠지하라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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