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8화 (18/145)

18화

#인텔, 마이크로 소프트 인수

마이크로 소프트 이사회가 열렸다. 회의장에 무수한 사람들이 상석에 자리한 빌 게이츠를 중심으로 양옆에 쭉 자리했다. 사람들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저들도 잘 아는 것이다. 본인들이 왜 이곳에 자리한 지를.

“베어링스 그룹으로 38% 이상이 넘어간 걸,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빌 게이츠가 첫 말문을 뗐다. 그의 목소리가 무척 잠겨 있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마이크로 소프트에 발생한 일에 대해 언급을 하였다.

빌 게이츠의 지분은 약 26%.

이사회의 과반을 잃는다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해서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중의 단 한 명이라도 이탈이 벌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현재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서 있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였다.

심장이 벽에 걸린 시계의 분침의 박자를 타고 두근두근 뛰었다.

“베어링스 그룹의 목적은 알아봤습니까?”

아인슈타인을 빼다 박은 남자가 손을 들어 물었다.

“그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아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한 가지 사실은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베어링스 그룹을 인수한 KJ컴퍼니 대표 케이. 그자의 소행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업계에서는 김정수 이름은 쏙 빠지고, 미스터 케이로만 알려졌다.

“그럼 그것부터 확인하고 일을 진행하는 게 순서 아니겠습니까?”

이번엔 푸짐한 체형의 남자가 볼살을 흔들며 물었다.

“이는 결코 단순하게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인텔도 우리와 같은 처지에 처한 상태입니다.”

“인텔도 말입니까?”

“허…”

빌 게이츠의 말에 장내가 어수선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 푼 하는 기업도 아니고 동시에 두 기업에 공격적인 매수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듣기로 그곳은 이미 과반이 넘어 베어링스 그룹에 넘어갔다는 소리가 나돌고 있습니다.”

회의를 하기 위하여 복도를 걷던 중 비서에게 전해 들은 소식이다.

‘인텔의 과반이 넘었다는 소식입니다’ 250억 달러 기업이 과반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다는 소리는 그들이 투입한 금액은 300에서 400억 달러라는 소리.

손바닥에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이럴 수가…”

“대체 KJ란 곳 말입니다. 어디 왕가라도 된다 이 말입니까? 아니면 유대인 자본이나?”

현실적으로 그들이 아니고서, 지금의 일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어디 정신 나간 왕족이 기업매수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미래가 창창한 기업들로 말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야. 그럴 리 없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지금 생각은 너무 지나쳤다. 구체적으로 판단하기에 정보가 너무도 부족했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논리적 근거가 필요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어떤 답도 꺼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케이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베어링스 그룹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여러분들이 흩어지지 않고 더욱 공고히 묶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이 이사회를 소집한 목적이다.

묶이는 것. 딱 이 정도면 베어링스 그룹은 마이크로 소프트를 인수할 수 없다. 최대주주사로 올라섰지만, 이사회가 찬성하지 않는다면 무리다.

빌 게이츠는 커다란 두 눈을 떠 정면을 주시했다.

“우리는 뭉쳐야 삽니다. 절대 흩어져서 안 됩니다. 흩어지는 순간, 마이크로 소프트는 사라집니다.”

그의 마지막 목소리. 그 한마디가 회의실에 자리한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빌 게이츠의 입에서 작은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

-베어링스 그룹,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 120억 달러 규모의 매수를 마치고 인텔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다. 베어링스 그룹은 이에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생했어요. 일을 맡길 사람이 있어 좋네요.”

시애틀에서 일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오니, 세계시장이 떠들썩하다. 언론은 연신 KJ를 검은 조직이라 표현했고, 베어링스 그룹을 KJ의 하청 정도로 취급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검은 조직 보스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저러나 혼자 열심히 뛰어다니던 때보다 일의 효율이 바싹 올랐다.

아침부터 일어나 자정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도 늘 부족하다 여겼는데, 이제는 자정까지 일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만족스럽게 다가왔다.

“저도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좋습니다. 처음에 그리 좌절했는데, 모든 짐을 내려놓고 시키는 것만 딱딱하니 이리도 평화로울 줄이야. 진즉 이럴 걸 그랬습니다. 하하.”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의 얼굴이 전에 봤던 것보다 활짝 펴졌다. 그러고 보니 주름도 좀 줄어든 기분인데. 이건 착각이겠지.

“좋아 보이니 좋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KJ도 금융그룹으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인텔을 인수한 건지요? 이 두뇌로는 회장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누가 생각하더라도 너무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하다못해 전자기기라도 만드는 계열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제조라고 붙일 수 있는 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당연히 그런 좋은 회사는 가지고 와야지요.”

인텔이 어떤 회사던가?

인텔의 역사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본다.

세계 최대로 성장하는 반도체 기업.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기업만큼 가치 있는 매물도 없다.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면서 역사를 만들어갔다.

286, 386, 486 시리즈로 불리기 만든 기업.

이건 우리가 컴퓨터 성능을 나타내고자 불렀지만, 실상은 인텔이 개발한 16비트 32비트에서 유래돼 표준화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애플이 만나면 아주 멋진 기업으로 재탄생 될 거라 기대했다. 본 역사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천재들이 모인 집합소. 참으로 멋진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육성전자에게는 미안하게 됐네.’

그러면서 반도체 시장과 핸드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될 육성전자에 미안한 감정이 강하게 들었다.

미래 핵심기술을 독차지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난 투자자로서 남을 거고. 그저 지분만 많이 들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 지상계 조율자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그, 그렇군요. 하하. 역시 독특하십니다. 회장님, 뜻이 그러하시다면 그게 맞지요. 열심히 서포트 하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더는 목표가 없어 보이던 그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았다. 마치 회춘이라도 한 것처럼 젊은 사람 못지않게 활활 타올랐다.

그에게서 뜨거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러지요.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에 대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야겠네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빌 게이츠는 이사회를 믿고 이겠지만. 어림없지. 후후.”

휴식은 여기까지.

이제 다시 움직이자.

“얼마나 되나요?”

베어링스 그룹에서 일과를 마치고 주드 로 대표를 찾았다.

“4%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이렇게 쓰셔도 괜찮은 겁니까?”

이번에 과자 사 먹는 기분으로 주식쇼핑에 들어갔다. 규모는 자그마치 400억 규모.

당연히 단위는 달러다.

돈 벌기는 어려운데, 돈 쓰기는 참 쉽다.

“그러면 43.5%네요. 어떻게든 될 거 같네요.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벌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베어링스 그룹에서 월급도 나오고, 여유도 있으니까요.”

준비는 끝, 전투 개시다.

***

1995년도 다 끝나갈 무렵, 스타벅스는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벽면 한쪽에는 해리포터 책이 꽂혀 있었고 내부와 밖에는 해리포터 소설 인물로 짐작되는 포스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길가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포스터로 향한다.

새로운 영화라도 나왔나 싶어 보는 사람이 있고, 제목을 보고 관심을 가지는 이도 생겼다.

-커피 마시면서 책 보세요.

-새로운 문화의 공간 스타벅스를 만나보세요.

바닥에 세워져 있는 광고판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도록 유도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해리포터?”

“아, 나 이거 알아. 요즘 얘들 많이 보더라. 재밌다던데. 한번 볼까?”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포스터를 알아봤다.

“음.”

“한번 보자. 마침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는데, 잘됐다!”

서점에서 책 포장지를 뜯어볼 수도 없던 탓에 망설였는데, 스타벅스에서 무료로 대여를 해준다고 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여겼다.

단발머리 여성은 친구의 팔을 잡아당겨 안으로 들어갔다.

“무료로 대여를 해드리는 대신 시간은 30분입니다. 30분이 넘으면 30분당 10센트이고, 1분이라도 넘기면 30분 금액에 포함됩니다.”

“와, 진짜다!”

직원의 친절한 설명에 안으로 들어간 젊은 여성이 흡족한 미소를 흘리며 좋아했다. 여성은 커피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자리에는 이미 해리포터 책을 들고 연인, 친구들과 책을 보는 일행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딸랑—

사람들로 인해 붐비는 공간, 익숙한 얼굴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은 저기 안쪽에 계십니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직원은 입가에 서비스 미소를 한가득 물고 대표가 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고마워요.”

남자의 발걸음은 하워드 슐츠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

진한 커피 향을 풍기는 바를 지나 계단 위로 올라갔다.

나무의 특유 울림이 귓가를 즐겁게 만든다.

-이거 재밌는데?! 딱 내 취향이야.

-내가 작가 이름은 다 외우고 지내는데, 내 기억 속에 없는 걸 보니 신인 작가 같은데, 완전 끝내주네.

후후. 좋네.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야.”

마케팅전략이 먹혔다.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목소리가 내내 귓가를 맴돌았다.

이대로 흐른다면 목표치를 이룰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벌컥, 문손잡이를 돌려 문으로 안으로 밀었다.

의자에 앉아 일하는 그가 시야에 들어왔다.

“왔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케이 대표님.”

“제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어 감사합니다. 이 일은 꼭 보답하겠습니다.”

하워드 슐츠의 손에 들린 갈색 봉투를 건네어 받았다. 안에는 내 비장의 무기가 들려 있었다.

“우린 파트너이지 않습니까? 한배를 탔으니,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지요.”

그에게 부탁한 건 또 다른 마이크로 소프트 지분.

그리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0.1% 차이로 바뀌는 게 이 세상이다.

난 그에게 받은 봉투를 들고 바로 나와 마이크로 소프트로 향했다.

***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크로 소프트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사람들은 제임스 맥어보이가 걸어가자 사람들은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터줬다.

나는 그의 옆에서 수행원처럼 걸으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요즘 바쁘다 들었는데, 어쩐 일로 우리 회사에 방문을 하셨습니까?”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서니, 빌 게이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반긴다.

그의 기분을 십분 이해하기에 예의가 없는 행동임에도 무시하고 넘겼다.

“제가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 하하.”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서로의 신경전이 오가는 때. 제임스 맥어보이가 앞으로 걸어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무척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속으로 짧게 감탄하며 그의 뒤에 섰다.

“옆에 앉지.”

빌 게이츠는 그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다, 상석에 앉았다. 그가 자리한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꺾은 제임스 맥어보이는 내 얼굴을 보며 살짝 윙크를 던졌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그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건 우리가 그간 모아온 마이크로 소프트의 지분입니다.”

“이걸 내게 보이는 이유가 뭡니까?”

“기회를 드리려 하는 겁니다. 그간 기업을 잘 이끌어 오셨으니 말이죠. 현 자리를 유지한 채 마이크로 소프트를 저에게 넘길지, 아니면 주총을 열어 마지막까지 갈지 말입니다. 주총에서 만나면 당신의 자리는 지키기 힘들 겁니다.”

“……”

빌 게이츠는 분노가 가득 실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눈이 스르르 풀렸다.

그의 당황한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자, 선택하시죠. 끝까지 갈지, 아니면 여기서 끝낼지를.”

그의 표정을 확인한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는 싱긋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무척 날카롭게 빛을 뿌렸다.

그간 몸에 뵈어 있던 육식동물의 기운을 한껏 뿜어냈다.

과연 빌 게이츠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둘의 대화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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