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3화 (13/145)

13화

#대박행진곡

“허허… 세상에 이런 일이…”

주드 로 대표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잡힌 약속마저 취소하고 멍하니 앉아, 사무실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직원들, 여기저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들이닥치기 시작한 편지들.

모든 것들이 출판사 설립 이래 처음 겪는 일들이었다.

“10만 부 증쇄입니다!”

허허허.

또 터졌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굴러들어온 작가 한 사람으로 출판사가 확 변했다.

밀려오는 주문, 연달아 발생하는 증쇄.

이게 꿈이라면 어서 깨고 싶다.

허무해지기 전에.

“편집장님 대박이에요! 대박! 스콜라틱스에서 50만 부 추가했어요!”

여직원의 목소리에 시선이 거기로 갔지만, 사실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제는 무섭다. 이 행진이 어떻게 이어질지.

“대표님! 축하드려요! 이제 우리도 중소 출판사 딱지 뗐다고요!”

주드 로 대표의 볼이 실룩거렸다. 표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잃어버린 사람마냥 바보 같은 얼굴이 꼭 광대를 닮아갔다.

전염되듯이 퍼지는 웃음소리는 사무실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해주었다.

그 마지막 종착지는.

“으하하하. 우리가 해냈어!”

넋 놓고 있던 주드 로 대표가 되었다.

주드 로 대표는 참았던 웃음을 한 맺힌 사람처럼 웃어 젖혔다.

천장이 부르르 떨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롤링 작가님께 연락을…!!”

블롬즈버리 출판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곧장 조앤 K. 롤링에게 전달됐다.

“아, 신이시여…”

늘 꿈을 꿔왔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 줄 날이 오기를.

그런 바람을 담아 출간한 ‘해리포터’가 그 꿈을 이뤄주었다. 수화기를 든 채, 내려놓지 못하고 기쁜 감정에 취했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은 오늘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로 여겨졌다.

기뻐서 눈물을 흘려 보기는 딸을 낳고 처음이다.

짹짹—

새들이 날아와 지지배배 축하곡을 연주해 주었다. 강아지들이 비트를 쳤고, 고양이들이 박자를 탔다. 야옹야옹.

“감사합니다.”

조앤 K. 롤링은 하늘에 연신 감사를 전했다.

-미국에 상륙한 ‘J.K 롤링’ 신인 작가의 작품 ‘해리포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감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연일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영국 30만 부, 미국 80만 부가 배포되는 가운데, 해리포터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새로운 팬덤이 생겨나, 전 세계 문화적 영향력을 드높일 걸로 기자는 확신한다.

“이 기자 글 멋지게 썼네요. 홍보도 제대로 해주고.”

그린우드에서 날아와 도착한 블롬즈버리 출판사.

내 앞에 주드 로 대표가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얹은 채, 날 은혜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작가님을 알게 되신 겁니까? 전 처음 이 소설을 봤을 때, 너무 어린이 소설 분위기라 잘될까 싶었는데…”

출판사 편집장만 그럴싸하게 생각했지, 그와 다른 직원들은 살짝 부정적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이게 뜰까? 불신이 가득한 상태에 해당 작품은 미국을 경유하면서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켰으니 놀라울 수밖에.

미국에서 벌어진 소식은 역으로 영국에 알려져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샀다.

너도나도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한 소설은 역대 최고의 판매량을 갱신했다.

“대단할 건 없어요. 저도 운이 좋았을 뿐이죠. 그저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 정도였지. 이 정도로 인기가 오를지, 저도 정말 몰랐습니다.”

당연히 거짓말.

그와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연기에 들어갔다.

기고만장해서 ‘내가 좀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건, 하수가 벌이는 실수.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을 뒤로하고, 상대의 말에 감정적으로 공감해주며 말을 받는 게 진정한 프로의 정신이다.

연애도 그렇게 한다면, 절대 싸울 일 없다.

“하하, 그래도 이건 무조건 대표님의 공이 큽니다. 제가 아주 큰 은혜를 입었어요.”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대표님이 기뻐하니 저도 기쁩니다.”

마치 전장의 전우가 된 기분이다. 내가 웃으니 그가 웃고, 그가 웃으니 나도 웃는다. 지금 우리의 감정은 하나로 묶여 사이가 더욱 공고하게 다져졌다.

‘5억 부가 넘게 팔리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그뿐이면 다행. 이어진 영화화와 그로 인해 발생한 캐릭터, 게임 등의 사업들까지 줄지어 큰 성공을 거둔다. 가치로 따지면 250억 내지 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80개국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의 위력은 가히 ‘초월작’이라 칭할 수 있겠다.

그때가 되면 눈앞의 대표는 심장마비로 천국의 계단을 밟고 하늘로 날아오를지 몰랐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기가 감돌았다.

“당연하지요. 암요.”

“저, 대표님.”

그러기를 잠시, 들뜬 기분을 누르고 분위기를 잡았다.

“아무래도 저에게 용무가 있었나 보군요. 여감 없이 말씀해 주세요. 경청하겠습니다.”

역시 결과는 사람의 위치를 만든다. 우리 둘이 동등하게 앉아 있는 듯하지만, 노. 전혀 다르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위에 있는 이는 바로 나다.

주드 로의 대표가 상석에 앉아 있다 해서, 내 위치가 바뀌는 건 아니다.

목을 축여 생각을 잠시 정리하고, 내가 이곳을 찾은 진짜 이유를 공개했다.

“블롬즈버리의 매출은 서서히 증가하게 될 겁니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매출이 매달 갱신되리라 봅니다. 곧 프랑스 독일 등등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번역본을 늘려가겠지요.”

말하기에 앞서 도입부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그가 절대 부담을 가져서는 안 되기에 매출 부분부터 언급했다.

그의 진지하던 얼굴에 홍조가 생겼다. 좋은가 보다.

“음.”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저와 같이 한 기업의 지분을 매수했음 해서입니다. 대표님에게 절대 손해가 가는 일은 없을 거라 보증하죠.”

“지분을 말입니까? 음… 그곳이 어디입니까?”

고민하는 기색이 짙지만, 눈이 반짝거리는 걸 보니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일단 긍정적인 부분에 작게 안도했다.

“그곳은 바로 영화사입니다.”

“네-에?! 영화사… 요?”

“그렇습니다. 기업 이름은 WB. 워너 브라더스입니다.”

워너 브라더스, 창립연도는 19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위치해 있다.

1989년 타임지로 유명한 언론사 타임 lnc와 합병된 기업.

영화, 비디오 게임 등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의 기업이다.

지금은 미국의 두 번째 미디어그룹으로 상당히 유명했다.

‘지금 손대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져.’

이 회사는 내년에 영화 제작사인 뉴 라인 시네마를 시작으로 지상파, 영화 전문 채널을 인수하고 뉴스, 만화, 케이블 방송사들을 대거 흡수한다. 이건 워너 브라더스의 원동력이 되어 큰 성장을 이루게 해준다.

이곳은 무조건 지분을 가져와야 할 곳이다.

“헙! 가, 가능하겠습니까? 너무 큰 공룡기업을…”

“네, 가능합니다. 그쪽에서 분명 원하게 될 겁니다. 안 되면 되게 하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하지요.”

그곳은 기업공개가 안 된 곳. 그렇기에 직접 그들과 부딪혀 거래를 하여야 하였다.

난 자신감을 내보였다. 워너 브라더스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올리버 스미스가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머릿속은 가능성에 대한 확률계산에 나섰다.

값은 55%, 최대 63%.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기다리면 그쪽에서 오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당장 워너 브라더스의 지분이 탐났다.

미국 사업을 하면서 상당히 도움이 될 터다.

“허허, 이거, 대표님을 알게 되고부터 제 심장이 남아나질 않네요. 알겠습니다. 대표님을 믿고 함께 움직여 보도록 하지요.”

그래도 제법 강단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대형출판사로 성장함에도 잘 운영을 한 것이겠지.

우리는 손을 맞잡고 의기를 다졌다.

이제 우리는 팀으로 발전했다.

블롬즈버리 출판사는 나스닥 공개 준비에 들어갔다. 내 요청에 의한 기업공개이다.

내가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성장하는 블롬즈버리 출판사에 있어서 매우 부족한 자금이다. 무엇보다 내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의 도움이 절실했다.

아무리 수천억 자산가라 할지라도, 이만한 자금을 보유한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 많았다.

내가 그곳만 인수하다 탱자 놀 게 아니라면, 적정수준에서 타협하는 게 맞다.

그때까지 최대한 많은 자금을 준비하고자 목표를 삼고, 비행기에 올랐다.

아주 긴 여행이었다. 몸도 그걸 알았는지 휴식을 원했다.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수면에 들어갔다. 쿨—

***

(해당 작품의 재미를 위하여 사건순서를 바꿨음을 알립니다.)

내 자본금을 어떻게 부풀리느냐? 그건 아주 쉽다.

파생상품에 인생을 배팅하는 것!

하나, 내 배팅은 매우 안전하며 확실한 수익을 내게 안겨줄 거다.

이건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걸 떠올리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다.

“일본지진이 꽤 크게 일어났지. 후후.”

일본의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영국의 은행이 파산하는 일이 생긴다. 베어링스 은행. 왕실과 관계가 깊어 ‘여왕 폐하 은행’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왕실의 자금도 여기 맡겨지면서 시작된 말이었다.

그런 은행이 무너지게 된 원인이 너무도 어처구니없다.

세계는 떠들썩해지며 베어링스 은행은 단돈 1파운드에 외국은행에 매각된다. 그날이 공교롭게도 다음 주다.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해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는 날이.

“후후, 그럼 조금 재미있게 놀아 볼까?”

이로 인해 세계증시는 혼란을 겪는다. 특히, 영국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환투기로 큰 거 한 방 당하는가 싶더니, 2차로 비슷한 사건으로 주저앉는 움직임.

그 피해 규모가 자그마치 1조7천억이 넘었다.

“베어링스 은행에 영국증시와 일본증시에 옵션을 건다면, 자… 어떻게 될까?”

와장창 무너지는 은행으로 인해 난 높은 수익을 기록하게 될 터다.

아주 간략하게 계획이 세워졌다. 나머지는 투자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여부.

내 배팅이 성공한 그 날, 난 억만장자를 넘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여기에 난 미래를 걸겠다.

-긴급 속보입니다. 일본 한신.아와지에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약 20여 초 동안 발생한 7.2강진은 150만 명이 모인 고베 지역을 덮쳐, 3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4만 명 이상이 크게 다쳤으며 2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일로 일본의 피해 규모는 우리 돈 한화 약 160조에 달할 전망입니다.

“됐다!”

내 배팅이 성공했다. 당연한 결과지만, 일본의 피해 규모가 뜨면서 일본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끝없는 추락을 맛보게 해 줄 거다.

그 중심에 있을 남자를 떠올리며 시선을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으로 향했다.

-긴급 속보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어링스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일본 닛케이255 선물거래 투자에 나선 베어링스 은행은 이번 투자실패로 약 9억여 파운드의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자세한 피해 규모는…

꾹—!!

주먹이 강하게 힘이 들어간다.

모든 투자가 내가 생각한 흐름대로 이뤄진다.

내 시선은 자연히 계좌에 꽂혔다.

영국 FTSE100 8조.

일본 닛케이255… 40조.

베어링스 은행 옵션 10조 원,

내 재산이 약 58조가 되었다. 단 한 번의 배팅으로.

이제 돈 받으러 베어링스 은행으로 갈 일만 남았다.

아니, 이제 베어링스 은행을 내 자산으로 바꿀 찬스를 만들러.

200년의 역사를 내가 가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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