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2화 (12/145)

12화

#야후

스탠퍼드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대만계 미국인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

재학하면서 사용 중이던 모자이크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주제별로 분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그저 재미를 위해 만들었을 뿐인 그것이 야후의 시작이 될 줄 그들은 몰랐다.

쉬이이—

끼리릭, 끽—!!

“후아, 도착!”

뉴욕에 위치한 그린우드 공동묘지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대략 6~7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거리는 약 4500km…

차로 이동하면 먹을 거 잘 거 포기해야 이틀.

서울에서 부산까지 5번 왕복해도 도착하지 못할 거리를 날아왔다.

어깨가 천근만근, 머리는 피곤으로 얼룩졌다.

“정말 지옥행 비행기였어.”

한국에서 넘어오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연달아 이동한 장시간 비행.

정말 내가 서 있다는 게 신기할 노릇이다.

아무리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한들, 집과 비행기는 달랐다.

“내가 한국인인 것에 감사한다.”

장시간 걸려 봐야 자동차로 6시간 미만이었으니까.

이럴 땐 땅이 좁은 게 장점으로 통했다.

“여기가 스탠퍼드인가? 멋지네.”

해리포터에서 볼 법한 귀족 가문과 같은 건축물.

작은 궁전을 보는 것처럼 멋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건물에 시선을 확 뺏겼다.

등대처럼 생긴 긴 탑을 지나니, 그보다 낮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웅성웅성—

그곳에서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에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를 아시는 분 계신가요? 전공은 컴퓨터 공학입니다.”

시선을 바쁘게 움직였다. 딱히 특정 인물을 지목해 질문을 던진 건 아니기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찾았다.

두리번두리번—

하지만, 눈만 마주칠 뿐,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줄 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참. 행정실이라도 가봐야 하나? 아니면 저기서 피켓이라도 들고 서 있어야 하나?!”

학교에 아는 지인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혼자 이 넓은 학교를 돌아다니며 찾기에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미로에 떨어진 기분이다.

올리버 스미스의 기억을 뒤져보지만, 스탠퍼드 대학교의 기록은 일반인 수준 정도가 다였다.

즉, 이곳에 단 한 번도 방문을 해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저, 방금 제리 양이랑 데이비드 파일로를 찾는다 했나요?”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내딛으려 할 때, 왼쪽 귓가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었던 발을 내려놓고 고개를 좌측으로 돌렸다.

갈색 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외국 여성. 푸른 눈을 깜박거리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 둘을 아시나요?”

끄덕.

여자의 고개가 위아래로 한 번 움직였다.

“저기 탑 쪽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이 그들이에요.”

앗.

여성의 말에 황급히 해당 건물로 향하는 두 사람을 찾았다.

저기다! 찾았다.

구릿빛 피부보다 좀 더 까만 피부를 가진 검은 머리의 남자와 짧은 황금빛 머리 색이 특징인 마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담에 뵈면 꼭 사례하겠습니다.”

여성에게 약속 아닌 약속을 하며, 둘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헉헉, 체력이 저질인 건지, 그간 누적된 피로로 지쳐서인지 심장에 압박이 상당했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이 가빠왔다.

“제, 제리 야-앙! 파, 파일로 씨-!”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앞서 걸어가는 둘을 목젖이 찢어져라 불렀다. 폐가, 심장이 정지될 거 같은 고통을 가까스로 이겨냈다.

“우리 부르는 거 같은데? 저 사람 알아?”

“아니, 글쎄. 첨 보는 동양인인데?!”

둘의 대화가 귓가에 맴돌았다.

살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방향을 틀어 내게 다가왔다.

삽살개 머리를 닮은 연탄 색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가 다가와 묻는다. 제리 양이다.

“가던 길을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꼭 두 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런 몸뚱이라 면이 서지 않네요. 하하.”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머쓱한 기분, 창피하다.

“음… 우린 당신을 모르는데, 이상하군요. 우리가 어디서 본 적이 있나요?”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는 황금색 머리카락의 짧은 머리가 데이비드 파일로.

제리 양에게 가져간 민망한 시선을 그에게 가져갔다.

“우리의 만남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전 여러분을 알고 있습니다.”

나와 동나이대의 천재들.

너무도 잘 알지. 둘의 역사도.

둘을 몰랐다면 이 스탠퍼드 대학교는 찾지도 오지도 않았을 터다.

둘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오른 게 보인다.

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유명하더군요. 이 학교에서. 두 분이서 재미로 만든 웹 사이트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쪽 학교 서버를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죠.”

블러핑을 시작했다. 사기에 가까운 솜씨.

장칠성의 뻔뻔한 연기가 시작됐다.

표정, 눈빛, 말투.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희대의 사기꾼이 되었다.

“우리 학교 학생인가요?”

제리 양이 물었다. 무척 궁금한 얼굴이다.

“아니요. 전 외부 사람입니다. 저도 그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입니다. 덕분에 두 사람을 알게 됐죠. 열심히 알아봤습니다.”

그저 기억의 파편을 퍼즐로 맞췄을 뿐.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내 이야기는 진실처럼 들릴 거다.

“아. 그러시군요.”

제리 양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건 함께 자리한 데이비드 파일로도 마찬가지.

“하면, 왜 우리를 찾으신 거죠?”

데이비드 파일로의 물음이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때가 왔다.

“여기서 대화를 나누기 좀 그런데, 조용한 장소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무척 중요한 이야기다. 내 자산의 규모가 확 달라지는 그런 이야기.

나는 슬며시 둘의 의중을 떠봤다.

“무슨 이야기이시기에 그러는지, 먼저 말해 주시겠습니까? 저희도 일이 있어 긴 시간을 빼기 힘듭니다.”

데이비드 파일로가 경계 자세를 취했다.

“제가 잠시 실수했네요.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들의 생각을 등한시하고 내 입장만 고수했다. 실수다.

깊이 반성한다.

“두 분을 찾은 이유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웹페이지 서버를 학교에서 감당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스탠퍼드가 감당하기에 무리입니다. 해서 전 여러분에게 제안을 드리기 위해 두 분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제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2000만 달러를 두 분에게 투자하겠습니다.”

“네?! 2000만요?!!”

“오 마이 갓!”

저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액수. 하나, 그들의 놀란 얼굴을 보면서도 난 웃을 수 없었다.

장칠성의 뻔뻔함과 올리버 스미스의 냉철한 투자능력의 기억을 들고 있지만, 정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저 여유로운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다.

“재미도 좋지만, 돈을 벌면서 일을 한다면 더욱 힘이 날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들은 학생이다. 그리고 천재들이다.

조금만 스크래치가 난다면 저 둘과의 관계는 와장창 깨져 버릴 거다. 산산이 부서져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우릴 어떻게 믿고 그만한 돈을 투자하는 거죠?”

제리 양의 질문이다.

제리 양은 너무도 당연한 현실적인 질문을 내게 건넸다.

그런데 이건 질문에 축도 끼지 못했다.

답은 오로지 하나였으니까.

“전 두 분을 믿는 게 아닙니다. 두 분이 개발한 웹 사이트를 믿고 있을 뿐입니다. 투자라는 것이 아이템만 보고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게 황금이라면 사람을 보지 않고 투자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요? 사람의 가치는 떨어질지 모르나, 황금의 가치는 오르게 되어 있죠. 꾸준히 말입니다. 전 이 사이트가 그런 황금이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내 말에 뭐라 뭐라 속닥거린다. 귓속말이라 잘 들리지 않지만, 저 둘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받는다 VS 안 받는다.

내 시선은 가장 관심을 보이는 제리 양에게 향했다.

그의 동공이 말해 주고 있었다. 이 놀이에 끼겠다고.

반면, 데이비드 파일로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좋아요. 하죠. 당신의 투자를 받겠어요.”

얍스!!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 될 거라 자신은 했지만, 이번 투자 건은 조금 힘든 감이 있었다.

오히려 다모와의 만남이 편했다.

2대1은 너무도 피곤했다.

“그럼 장소를 옮겨, 정식 계약에 나서 보죠. 여기서 하기에는… 장소가 그렇죠?”

이제야 내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차갑게 식어가던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내 심장이 멈췄던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60% 어떤가요?”

“우리의 기술을 가져갈 셈인가요?”

나의 지분량에 흠칫 놀라는 두 사람이다.

아무리 천재라 하지만 둘은 개발자, 사회 초년생에 지나지 않는다.

충분히 겁을 먹고 경계할 만했다.

“계약서는 약속의 사슬로 묶여 있지요. 이 계약서에 원하는 걸 적으신다면, 우리의 계약에는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읽어 보시고, 부족한 게 있다 느껴지시거든 마음껏 적으세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둘의 경계를 풀고 짓눌리는 분위기를 흐릴 겸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을 내뱉었다.

지분 60%를 가질 수 있다면 대부분의 조건을 수용할 예정이다.

“계약서를 읽어 보시면 지분이 많아도 계약인의 경영권은 뺏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 지분은 3자에게 넘기지 못하고 말이죠. 일단 이게 제 계약의 기본 베이스입니다.”

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슬쩍 숨겼다. 경영악화, 부족한 경영능력 발견 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그 조항은 저 종이 사이에 작게 표기돼 있었다.

발견했다면 그런 거고, 아니라면 그것대로 좋았다.

“정말 이대로 해 주시는 건가요?”

“당연하지요. 전 그리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추후 높은 값을 부른다면 공평하게 5대5로 매각하겠습니다. 전 이 기업이 어처구니없는 일로 무너지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럼 됐어요. 서명하겠어요.”

“저도요.”

내 계약서를 거부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영주에게 있어 몹시도 매력적인 계약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모르겠지. 이 사이트의 수명이 생각보다 짧다는 걸.’

2000년 꼭짓점을 향하는 그 시기가 내 모든 지분을 털고 내려올 시기이다. 포털사이트의 제왕 등극의 시기. 내가 다음으로 향할 방향이 바로 그곳이 될 터다.

아주 재밌는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서명은 아주 멋스럽고 깔끔하게 잘됐다.

“인터넷 브라우저는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내놓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추천드립니다. 혹시 넷스케이프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접는 걸 추천합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운영체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넷스케이프는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잃어간다. 97년 갖가지 시도를 하지만, 그들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힘에 굴복하고, 시장에서 물러났다.

99년도에 AOL이 인수하였으나, 08년도에 개발과 지원을 중단하며 끝을 고한다.

“투자자님의 말씀을 따르죠.”

제리 양이 미소 띤 얼굴로 말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개발할 수 있다면, 다른 건 크게 상관없습니다.”

깐깐해 보이던 데이비드 파일로도 승낙했다. 어렵사리 모든 계약이 끝났다.

‘끝났다. 이제 영국으로 떠나자. 얼마나 진척됐는지 궁금해.’

그들은 모를 터다. 원 역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든 계약을 마치고 유유히 스탠퍼드 대학교를 떠났다.

“야, 이거 봤어?”

“그게 뭔데?”

“해리포터라는 책인데, 재밌네. 내가 다 읽으면 빌려줄 테니, 봐봐.”

응?!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호텔로 향하려던 길,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고막을 따라 흘러들어왔다. 내 시선은 곧장 여학생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됐다.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동공을 확대하여 유심히 살핀 순간, 한 여학생의 손에 97년에 발간해야 할 책이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무려 1년 반 정도 앞당겨 출판된 책.

그것을 보며 난 생각했다.

“역시 돈은…”

위대하다.

해리포터의 입질이 슬그머니 당겨왔다.

난 기분 좋은 시선을 보내며, 미래 있을 대 전설을 이미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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