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9화 (9/145)

9화

#조앤 k. 롤링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혹, 다른 이름으로 출간하신 분인지…?!”

그녀는 신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다.

“J. K. 롤링. 아마 모르실 겁니다.”

할머니의 이름인 캐슬린을 따서 정식 필명으로 ‘J.K. 롤링으로 정했다.

그녀가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음… 혹, 신인입니까?”

“네, 맞습니다. 신인입니다. 하지만, 제가 확실하게 약속을 드리죠. 이 작가님을 받아들인다면 몇 년 내 블롬즈버리는 가장 큰 출판사로 성장하게 될 겁니다.”

무려 세계재벌 100위안에 올라서는 그녀다. 그 한 번의 대박으로 이 출판사의 운명은 확 바뀐다.

그녀의 작품을 거절한 출판사들이 많이 울었을 정도다.

‘그때도 꼭 그런 표정을 보고 싶네요.’

후후, 저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하니, 재밌는 상상이 둥둥 떠다녔다.

“저야 손해 볼 건 없으니, 그렇다 치지만. 음. 알겠습니다. 대표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조건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일을 해야겠죠. 제게 출판사 계약서를 주세요. 대표님의 명함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명함과 계약서는 왜?”

“제가 직접 계약해 대표님의 손을 덜어줄까 합니다. 제 선물이라 생각해 주세요.”

난 이곳의 지분 70%를 가지게 됐다.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했지, 계약까지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왕 데리고 올 거 직접 나서 계약해, 평생을 기념하고 싶었다. 어디 이런 기회가 흔하겠나?

명함의 용도는 그녀에게 전달해 직접 이곳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내가 이곳에 데려올 수 없는 노릇. 나머지는 블롬즈버리 출판사가 할 일이다.

‘편집장도 좋겠지만, 대표보다 빠를 수 없지.’

“초판은 무조건 1만 부를 찍으세요.”

난 그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참이다. 그녀에게 맞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전생보다 훨씬 빠르게 그녀를 알릴 참이다.

“… 그건 좀…”

“책임은 제가 집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1000만 파운드를 무시하지 말기를.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어쩌면 1만 부도 부족할지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 퍼진 해리포터 바이러스는 몇 년간 쉬지 않고 찍어내게 될 테니. 인쇄기 모터가 멀쩡하기를 바란다.

나는 주드 로 대표와 악수를 하는 걸로 거래를 마치고 조앤 K. 롤링이 있을 에든버러로 향했다.

“이 정도면 난 신과 같은 건가? 후후.”

모든 사람에 대한 미래기억은 없어도 유명한 이들의 업적과 미래는 알고 있다.

내 머릿속의 미래정보와 천재들의 기억을 이용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내게 펼쳐질 미래가 무척 기대됐다.

***

-XXXX 출판사입니다. 먼저 저희 출판사에 귀하의 소중한 작품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을 읽어 본 결과 귀하의 작품은 저희와 맞지 않아, 아쉽게도 계약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 하.”

여성이 의자에 테이블에 펼쳐둔 종이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작품에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좋은 말들로 꾸며 놓았지만, 이 내용이 말하는 건 오로지 하나.

상업성이 없는 재미없는 작품.

이 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 터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이 느껴져 너무도 비참했다.

“난 글에 소질이 없는 걸까?”

소질은 분명 있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고, 믿었다.

이런 말을 하게 된 경위는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이 돈이 되지 않는다’에 미친 탓이다.

자신이 보기에 현 소설은 지금껏 써왔던 내용보다 독특하고 재밌었다. 그야말로 수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은 자신의 작품을 원하지 않았다.

“이제… 글 쓰지 말까? 그냥 취미로만 간직해야 하는 걸까?”

자식을 키우며 직장을 다녀도 소설 집필은 빼놓지 않았다. 하나, 그것도 이제 힘에 겨웠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건 아무래도 자신의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계십니까?!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누구지?”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때,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은 테이블 위에 펼쳐둔 종이를 치우고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누구시죠?”

-블롬즈버리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조앤 K. 롤링 작가님 댁 맞나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어, 어디시라고요?”

믿을 수 없는 단어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기를 바랐다. 만약, 장난이라면…

-블롬즈버리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에 관심이 생겨 직접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아…”

짧은 감탄사가 터졌다. 희망의 끈을 놓으려 할 때, 구원의 줄이 찾아왔다.

곧 문이 열리며, 젊은 남성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말했다.

“블롬즈버리 출판사 팀장, 김정수입니다. 작가님과 계약하고 싶어 왔습니다.”

모든 신경이 그의 입에서 떠날 줄 몰랐다.

“우리 블롬즈버리 출판사는 1000만 파운드가 넘는 자본금을 가진 대형출판사입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곧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출판사가 될 겁니다.”

***

10분간의 안정을 취할 시간이 주어지고, 제대로 된 소개가 이어졌다.

조앤 K. 롤링을 사진으로 접하다, 실제로 보니 너무도 신기하게 다가왔다. 노란 머리카락이 금실처럼 느껴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책 하나로 영국 왕실의 자산을 압도한 여자.

그녀가 바로 내 앞에 자리했다.

“네?! 처, 천만 파운드 출판사요?! 왜 그런 회사가 알려지지 않았죠?”

출판사의 자금 능력에 놀라는 모습이 꽤 귀엽다. 짙은 미소가 입가에 그려졌다.

내가 쏟아부은 자금이라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입이 근질근질거리는 것이, 참 참기 힘들다.

즐거움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일을 하자.

“아직 유명한 작품을 배출하지 못해서, 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겁니다. 아직 대표작품이라 불릴 만한 작품은 없지요.”

아쉽게도 블롬즈버리 이름으로 나간 대표 저서가 떠오르지 않는다. 본 적도 없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대표 저서 몇 개 달달 외우고 올 걸 그랬다.

각 분야의 천재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출판사 쪽은 젬병인가 보다.

“믿어지지가 않아요. 제 글을 읽어 보셨나요?”

“그럼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작가님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너무도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열차 부분도 그렇지만, 자신이 마법사임을 모르고 살다, 어쩌다 우연히 마법사학교로 가게 된 주인공. 이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다듬으면 더욱 멋진 소설이 되리라 봅니다.”

지금 내가 말한 내용은 먼 미래에서 있었던 일부 정보를 끌어와 사용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물론, 상세하게 기억이 나는 건 아니다. 미래정보를 이용해 절묘하게 짜맞춰 그럴듯하게 말했을 뿐이다.

이럴 때 장칠성의 뻔뻔함이 빛을 발했다.

“아, 정말로 읽어 주셨군요.”

내 말을 믿지 못했나 보다. 내가 영국사람이 아닌, 동양인이라 그런가?

의심의 눈빛을 거두지 못하더니, 이제 좀 풀어진 분위기다.

“선인세로 10만 파운드를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정도 한다. 신인 작가에게 절대 베풀 수 없는 최상의 조건이다.

“… 아니. 절 어떻게 믿고 그런 큰돈을…”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작가님의 글은 대단합니다. 홍보만 잘 된다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작가님의 작품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겁니다. 제가 확신하죠.”

난 그녀에게 확신을 심어주어, 추락한 자신감을 채워주었다.

“이 10만 파운드는 작가님께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집필에 집중하시란 의미에서 드리는 선인세입니다.”

주르륵—

“!!”

조앤 k. 롤링 작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눈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물줄기가 볼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간 그녀가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냈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많이 힘들었을 터.

아무리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가난한 사람들의 기준. 그녀의 환경은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이런 환경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런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니.

정말로 그녀가 존경스럽다.

“하겠어요! 정말로 열심히 할게요.”

신중히 고민하던 그녀의 입에서 기다리던 대답이 들려왔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건 대표님의 명함입니다. 연락을 취하시면, 작가님을 위하여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정말 감사해요. 꼭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계약서에 최종 서명을 하는 것으로 모든 계약이 끝났다. 내가 미래에 있을 대 작가님을 섭외했다.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그 출판사로 갔을 테지만.

뭐, 어쩌랴. 과정이야 어쨌든, 정방향으로 가면 그만 아니겠는가?

나는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개선장군이 되어 에든버러를 떠났다.

다음 장소는 미국 스콜라스틱 아동 출판사다.

***

“한국이다!”

김치통의 김치가 다 동날 때쯤, 난 한국 땅을 밟았다.

“돈이 많으니, 주주되기 쉽네.”

미국으로 건너가, 앞으로 나오게 될 해리포터 원고를 보여주며 계약을 제안했다. 이틀간 뜸 들이는 모습에 1억 달러 투자를 제안했더니, 단번에 오케이 했다.

미국에서 중견 출판사에 속하는 곳이지만, 돈 앞에 장사는 없었다.

이로써 난 두 출판사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경영권 없는 주주지만, 내 발언권은 무시 못 할 터다.

“그래도 행동이 제법 빨랐지. 바로 영국으로 날아갈 줄은 몰랐네.”

공항을 나서며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매우 우수한 책입니다. 당장 영국 블롬즈버리 출판사와 계약하겠습니다.

돈까지 쥐여주니, 속도가 남다르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나? 그때가 기다려지네.”

앞으로 내게 다가올 황금 해일을 상상하며, 공항을 벗어나 택시에 올랐다.

붕— 하는 소리조차 정겹게 들려왔다. 시커먼 매연이 하늘을 덮지만, 푸른 하늘은 가릴 수 없었는지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긴급 속보입니다. 노태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가상계좌 및 차명계좌에 4천억 원 상당의 현금이 잠들어 있다는 소식에 검찰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발설자는 김영오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서 총무처 장관으로, 오프 더 레코드를 조건으로 언급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서 장관은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농 삼아 했을 뿐.”이라며 해명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 귓가로 들려오는 라디오에 막았던 귓구멍을 열었다.

‘쯧쯧,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곧 밝혀질 진실을… ‘

저 소식은 앞으로 두 달 내 노태진 전 대통령이 이실직고한다.

오랜 관행이라며 구차한 변명을 던지는 모습은 아주 좋은 구경거리요, 안줏거리였다.

“참 맛 좋은 안주지. 오늘 사람들 술안주는 노태진이 되겠네.”

한두 시간 정도 지나자 택시는 집 앞에 당도했다. 계산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될 관심거리를 생각하며.

“덕분에 뭘 투자해야 할지, 감이 잡혔어. 이걸 지금 떠올리다니. 재밌네. 크크.”

라디오 방송을 듣자, 신기하게도 몇 가지 기억이 내 머릿속을 차지했다.

야후, 다모.

다음으로 노릴 기업은 두 포털 사이트다. 곧 1위와 2위를 하게 될 두 사이트는 2000년대 초까지 승승장구하며 성장한다.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 같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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