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7화 (7/145)

7화

#황토

-씨프린스호 좌초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로 전남 여수 소리도 주변으로 시꺼먼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 가운데, 주민들이 유처리제 사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작업 진척이 더욱 늦어지고 있어, 해수부가 곤란을 겪고 있다. ‘기름 유출을 막으면 피해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겁니다. 한시 빨리 사고처리에 나서야 합니다. 주민들의 간곡한 협조를 바랍니다.’ 해수부는 주민들의 반발에 설득에 나섰지만…

“잘하고 있네.”

기사를 보니 꽤 흡족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를 토대로 하자면, 이 사건으로 소리도 주변 해안가는 바닥에 기름이 스며들면서 황폐화되었다. 조개 채취량은 70% 이상 줄고, 어종은 약 40종이 사라졌다.

덕분에 생계에 지장이 생긴 마을은 인구 40% 이상이 줄었다. 모두 타지역으로 떠난 것이다.

“이 정도면 미래에 반복된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아무리 방송으로 저리 떠들어 봤자, 이제 소용없다. 뭣 모를 땐, 시키는 대로 마구 뿌려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만들었지만, 알게 된 지금은 절대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터다.

-해수부는 우리의 터전을 죽이지 마라!

-우리는 유처리제 사용을 반대한다! 당장 유처리제 사용을 금하라—!!

배와 화물차를 이용해 주변을 막고, 모든 마을주민들이 나와 시위에 가담했다.

소수의 인원이면 모를까, 이 정도 인원이면 해수부도 딱히 손쓸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이쪽에서는 변호사까지 선임해, 법적으로도 치열하게 공방전을 치렀다.

우리 쪽 변호사도 고향이 여수,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방어전을 펼쳤다.

해수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준비해 달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나요?”

저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구경하던 난, 함께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준비하는 데 애를 좀 먹었지만, 내일까지 준비가 될 겁니다. 한데, 정말로 그걸로 도움이 되는 건가요?”

내가 좀 더 연륜을 갖춘 나이대라면, 이런 의심성 질문은 받지 않았을 터인데.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당장은 유처리제처럼 기름을 흡수하고 바다 밑으로 내려앉겠지만,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황토는 기름을 흡수하는 역할만 아니라, 기름의 나쁜 독성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요. 황토를 뿌린 자리에 새조개가 생겨난 사례요. 당장은 힘들지만, 3년 내지 5년 내 제 선택에 모두들 웃게 될 겁니다.”

그건 90년대 이야기는 아니지만, 당시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한 이야기다.

황토는 흙 중에 약성이 강해 독성을 가진 약초나, 어종의 독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바로 황토를 사용해 소리도에 퍼진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다.

“호, 그건 몰랐습니다. 저도 공부를 적게 하지 않았는데, 그런 효능이 있었군요. 어리신데 지식이 대단하십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조금만 신경 써서 알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래, 조금만 알아봤다면 말이다.

해수부의 안일한 대응, 참 안타까운 일이다.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두르고, 현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임시로 머무는 건물 안,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둡다.

중앙에 앉아 있는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자리한 사람들에게 현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쉽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겁니다.”

“허허…”

직원들의 말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듣고 온 건지, 참으로 난감하다.

지금 상황에 뿌리고 훗날 피해가 발생 시 모든 책임은 해양수산부가 떠안게 된다.

그러한 책임은 자신의 끝을 예고했다.

“유처리제 말고 다른 대안은 없나?”

“… 흡착제 사용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무리입니다.”

“골이 당기는군. 하아—”

두통에 시달린 남자는 손을 머리에 가져가, 꾹 눌렀다.

“그 문제, 저희가 해결해 드리죠.”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일련의 무리들이 들이닥쳤다.

“누구?!”

“김인호 변호사입니다. 지금 어민들의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 내게 무슨 볼일이요?”

“말 그대로입니다.”

“변호사가 내게 도움을 줄만 한 게 있을지 모르겠군요.”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던 남자는, 방으로 들어선 남자의 정체를 안 순간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직접 와서는 도움을 준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무척 불편한 자리가 되었다.

“있지요. 지금 유처리제 사용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음, 말해 보시오.”

내키지 않지만 들어보기로 했다. 어떤 어이없는 말을 지껄일지 말이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순간, 쫓아내리라.

“아시는 분의 도움으로 유처리제 대용으로 사용할 처리제를 구했습니다. 유처리제처럼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만, 기름의 독성을 제거해 바다 오염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 줄 겁니다.”

“?”

“그런 게 있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인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면 여기서 쫓겨날 줄 아시오!”

김인호의 말에 주변은 다시 떠들썩하게 변했다. 지금껏 그런 물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까닭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 작은 경고까지 덧붙였다.

“그건 바로 황토입니다. 이곳으로 황토 20만kg이 곧 도착할 겁니다. 이것을 유처리제 대신 뿌려 주시기 바랍니다.”

“… 황… 토라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흙이 도움이 된다 이겁니까?”

“맞습니다. 독을 억제하기 위해 황토를 사용하기도 하지요. 만약, 효과가 없다면 이쪽에서 책임지죠.”

“그런 효능이. 정말 몰랐습니다.”

책임 문제가 넘어가는 부분에서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의 얼굴이 확 펴졌다. 참 책임이란 걸 지기 싫어하는 집단이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김인호의 말에 남자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김인호 변호사의 말에 저리도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다니. 연기자로 데뷔해도 괜찮을 거 같다. 시트콤으로.

“우리를 위해 사비를 들여 황토를 구하신 분이 있습니다. 지출된 비용을 해수부에서 해결해 주길 바랍니다. 이것이 저희 조건입니다.”

말이 20만kg이지, 여기에 들인 비용이 상당했다.

“허허, 그건 그쪽에서 벌인 일인데, 그걸 우리보고 내라니. 그게 말이 된다 보십니까?”

“말이 왜 안 됩니까?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해수부는 어민들의 소송을 감당해야 할 겁니다.”

“지금 소송이라 했습니까? 지금 우리가 방제 조치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 보십니까?”

“유처리제를 사용해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보상금은 더욱 오르겠지요. 전 이번 안건을 위에 올릴 예정입니다. 뭣하면 지인들을 통해 말해도 되겠군요. 해수부가 상당히 소란스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금 내게 협박하는 겁니까?”

“협박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잘못된 일에 대한 걸, 세상에 알리겠다 말했을 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요!”

광분한 모습이 꼭 불독을 닮았다. 소리가 크다고 무서운 것도 아닌데, 저리 짖어 대니, 진짜 성깔 더러운 개XX 같다.

“다르죠. 어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막는 길을 제시한 걸 협박으로 치부하다니. 실망이군요.”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저 꼬라지를 이 이상 보기 너무 힘겹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섰다. 김인호 변호사의 조수처럼 가만히 있던 난,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김인호 변호사가 조금 당황하는 눈치다.

뭐, 이런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이해한다.

정말 나서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지.

“해운사에서 모든 걸 책임지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해운에 배상책임을 짊어지게 하면 됩니다. 그저 해운사는 황토비를 선결제를 하고, 이후에 모든 비용을 해운에 청구하면 되는 겁니다. 그쪽 보험사도 있는데, 뭔 걱정입니까?”

이런 답답한 사람들아. 머리는 장식으로 들고 다니냐?

일을 왜 이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쯧쯧. 머리는 쓰라고 있는 거지, 들고 다니라고 있는 게 아니다. 구울 같은 사람들.

어떻게든 자기들 돈 쓰기 싫어서, 수작이나 부리려는 모습에 기가 찼다.

“아, 그런 방법이!”

“답이 되었다면, 그리 부탁합니다.”

“하하, 혜안이 참 밝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휴, 일은 대충 마무리된 거 같다.

내가 선지출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대응은 더욱 늦어졌을 거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정치와 관련된 공무원들은 일 처리가 왜 이리 늦는 건지. 한숨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내 인건비와 변호사, 사람들 고용비 등 모두 청구해 주겠어.’

이 정도면 내 할 일은 다 했다. 나머지는 이들에게 맡기고, 이제 뒤로 빠지자.

이제 돈 벌러 다녀야지.

“덕분에 우리 바다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도울 수 있어 기뻤습니다. 변호사님도 저 대신 힘써 주시느라 감사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다. 저 멀리 황토를 실은 덤프트럭이 줄지어 들어서는 게 보였다.

그 장관을 보는 걸 끝으로 이곳을 떠났다.

더는 엮이기 싫다.

-해양수산부 친환경 방제작업 착수, 전남 여천, 경상남도 남해, 거제, 부산광역시 해운대, 태종대,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상남도 기장군 경주시까지 총 73킬로미터에 걸쳐 원유유출로 오염된 해안 방제작업에 들어갔다. 유처리제 사용을 금한 해양수산부는 흡착제로 기름을 최대한 제거 후, 주변에 황토를 살포할 예정이다. 동원 인력만 17만 명에 이른다.

-황토는 유착제와 달리 바다 안에 가라앉아, 기름의 독성을 제거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총 200억 원 상당에 방제비용이 집계된 가운데, 어민들도 해양수산부와 함께 방제작업에 나서기로 합의를 보았다.

-관계자는 이번 해상피해 규모를 700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저 피해 금액을 다 받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전생보다 낫겠지.”

저 어민들은 저 중 20% 정도만 피해 금액으로 받게 될 터다.

그래도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 다행이다.

-1995년 7월부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 규모가 늘어났다.

-일반상장법인 12%→15%

-공공적 법인 8%→10%

-2~3%가 늘어난 가운데, 외국인의 경영지배를 막기 위하여 총취득비율이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7월1일부터 시행한 외국인투자 완화기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덕분에 내 투자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나는 전화기를 들어 투자기관에 연락했다.

“엠지정보통신에 300만 달러 투자하세요. 네, 그렇게 진행하면 됩니다. 값은 따지지 마세요.”

KJ컴퍼니 대리인에게 연락해 엠지정보통신 매수 주문을 부탁했다. 약 8월 21일부터 8일간 연속 상한가를 치게 될 종목.

그야말로 황금주가 따로 없었다.

“내 개인 돈으로도 투자하면, 알 먹고 꿩 먹고지. 후후.”

그리고 내 개인 재산 중 전부라 할 수 있는 2억 원을 엠지정보통신에 박기로 하였다.

정보통신사업이 전 세계 이슈 사업이지만, 아무도 모를 거다. 8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치리라는 사실을.

28일을 기점으로 거래량은 100만 주로 급증하면서 매수세가 가라앉지 않는다.

난 28일부터 29일까지 두 차례 나눠서 매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저희 증권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J컴퍼니가 매수에 들어가기 전, 먼저 투자에 나섰다.

KJ컴퍼니가 그만한 자금을 투자 시, 주식시장은 급격하게 가격이 오를 터다.

그 전에 매수하는 게 좋았다.

나는 증권사에 들러, 2억 원 상당의 투자를 마치고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매입 단가: 10,200원

이제 매도 시기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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