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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5화 (5/145)

5화

#미국으로

“하하, 이럴 수가. 이런 엄청난 기억이 있을 수 있나.”

워런 버핏과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 자신의 경쟁자를 워런 버핏이라 이야기한 남자의 기억은 머릿속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었다.

“엄청난 사람이야.”

올리버 스미스, 운 좋게 복권에 당첨돼 뜻을 이뤘지만, 향년 40세로 생을 마감한 남자.

하지만, 그의 족적을 쫓아가 본 결과는 엄청났다.

그가 예지했던 미래 그래프가 유사한 흐름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복권에 당첨된 운 좋은 남자로 기억했지만, 실상은 그가 남긴 기록들은 미래를 예지한 수준이었다.

“난 그자의 놀라운 능력을 이어받은 거고.”

나도 이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올리버 스미스의 기억이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날 초대했다.

대신 이뤄 달라는 바람을 담아.

“그렇다면 자본금이 필요해. 2억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 부족해.”

그의 기억을 받은 순간, 제2의 올리버 스미스가 되었다.

“음? 가만. 어째서 이런 기억이 떠오르지.”

자본금을 떠올리자, 머릿속으로 하나의 기억이 자리했다. 마치 날 그쪽으로 인도하듯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파워볼···”

이야기는 들어봤다. 미국에서 가장 핫한 복권으로 통하는 파워볼.

한 번만 맞으면 귀족으로 올라서는 이 파워 볼은 기적의 복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많게는 1조에 근접하는 당첨금을 발생시키니. 하하. 끝장난다.

“그게 내 머리에 떠올랐어···”

믿어지는가? 이 정도면 하늘이 날 돕고 있다 봐야 했다.

마치 봉이라도 된다는 듯이, 내 기억에 또렷하게 각인됐다.

“미국으로 가자.”

미국행이 정해졌다.

쉬이이—

보름이 지난 날, 나는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 올리브 스미스의 기억 속에 있는 워싱턴 DC를 그리며 워싱턴으로 향했다.

“여기가 미국···”

외국인이 무지 많다. 중간중간 흑인도 보였다.

모든 것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1년 만에 밟는 고향이야. 딸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나도야. 이제 가족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니까.”

어라?!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토익조차 제대로 떼지 못한 내 귀로 두 외국인의 대화가 또렷하게 해석돼 들려왔다. 마치 내가 미국인이라도 됐다는 듯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 영어 실력은 딱 중학 수준. 그때 배운 단어 중 기억나는 걸 짝지어 짧게 말하는 정도가 다였다.

한데, 지금 순간은 영어가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떤 거부감도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걸 영어로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국여행은 기대 이상이었어.”

“그러게. 난 엄청 후진국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

또 다른 외국인들 대화가 들려왔다. 같이 한국에서 넘어온 외국인인가 보다.

두근두근. 입이 간질거린다.

뭐라도 말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올라왔다. 그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국은 최고의 나라입니다. 10월에 놀러 오시면 또 다른 한국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두 외국인이 대화하는 사이에 끼어들었다. 생각한 단어들이 문장이 되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내 스스로가 무척 놀라웠다.

내 입에서 설마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가 술술 흘러나올 줄이야.

내가 말했지만,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굳, 고마워요.”

내가 말한 걸 알아들은 두 외국인은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감사를 전했다.

“한국 좋아요.”

엄지를 척 위로 올리는 외국인.

그 모습을 보자, 소름 끼쳤던 감각이 확 사라졌다.

나 또한 엄지를 추켜세우며 말했다.

“미국도 최고예요.”

이제는 영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마치 미국이 내 모국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 외국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파워볼을 해보고 싶은데, 워싱턴DC 어디로 가야 파워볼을 할 수 있습니까?”

내 목적지에 대해 물었다.

“오, 파워볼. 우리가 안내하죠. 이것도 인연인데.”

대화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고맙게도 외국인이 내게 호의를 베풀었다.

“고마워요. 이건 제 작은 성의입니다.”

한국에서 챙겨온 건빵이다. 내가 즐겨 먹는 간식이기도 했고.

차림새를 보니 돈을 줘도 받지 않을 거 같고, 그래서 가장 부담이 적은 건빵을 택했다.

“고마워요.”

“저야말로.”

난 둘의 도움으로 파워볼을 할 수 있는 매장에 당도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숫자가···”

머릿속에 박혀 있는 숫자들이 순차적으로 종이에 기록됐다.

“이거면 된 건가.”

추첨일이 당장 내일이다. 정말 이 번호가 맞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간 내게 벌어진 일들을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믿자. 내 기억을. 내게 일어난 일들을.”

복권비를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진짜 많네.”

미국의 중심 도시답게 웅장한 경관과 기념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패션에 시선을 주목했다.

“왜 외국물 먹고 온 사람들의 패션이 그런지 이해가 가네. 전부 하나같이 연예인처럼 여겨질 정도야.”

우월한 덩치와 완벽한 비율에서 나오는 포스는 그야말로 간지였다.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배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패션완성이 꼭 얼굴은 아니네.”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은 볼거리 천지였다. 너무도 신기하게 다가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중 거칠어 보이는 자들도 보였지만, 그것조차 내게는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으로 넘어가면 나도 저리 입어 보자.”

후줄근한 흰색 티에 청바지가 참 멋져 보인다.

한국에서도 저리 입는 이들은 많지만, 외국인들이 입는 걸 보니 멋스럽게 다가왔다.

저 멀리 택시가 보인다.

나는 그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더 멜로즈 조지타운 호텔로 가주세요.”

미국으로 넘어오기 전, 숙박에 대해 알아봤다.

누구한테? 기자로 활동하는 친구에게서.

그 친구가 추천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23번가 노스 웨스트, 조지 워싱턴 대학교 병원 근처에 위치한 4성급 호텔. 나는 이곳에서 당분간 숙박할 예정이다.

“고마워요. 나머지는 팁이에요.”

곧 큰돈이 들어온다. 기분 좋게 거스름돈을 기사에게 기부했다.

“코리아, 굳. 땡큐.”

장난스러운 기사의 말에 슬쩍 웃음 짓고는 호텔로 들어갔다.

“미국 아침이라고 한국과 크게 다를 것도 없네.”

굳이 꼽자면 난생처음으로 이용한 침대가 다르다면 달랐다. 허리도 아프지 않았고,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비몽사몽 잠을 깨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다.

“좋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지난 저녁 오늘 있을 일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기본이 몇천억 단위로 발생하는 당첨금.

단위만 떠올려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바빴다.

머릿속으로는 ‘당첨되면 뭐부터 할까?’ 순 이 생각만이 머물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행운을 잡을 자는 누구?!

호텔로 배달된 신문만 봐도 파워볼로 떠들썩이다. 당첨되면 9억 3100만 달러.

몇 달간 나오지 않은 당첨자로 인해 돈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말 미쳤네.”

환율이 770원. 이것을 감안했을 때, 원화로 약 7천100억 원 정도.

여기서 세금을 제한다 하더라도 5천억 정도는 챙길 거다.

그야말로 혀가 내둘러지는 금액이었다.

“이 돈 전부를 들고 한국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조용히 넘어간다 쳐도 내가 위험하겠지.”

돈은 핏줄조차 갈라서게 만들 정도로 위험한 녀석이다. 모두가 그러진 않겠지만, 일부 특정 인물들 때문에 위험하다.

당첨금을 수령한다면, ···

“뭐, 그걸 가지고 바로 한국으로 갈 생각은 없지만.”

내 기억이 말해 준다.

좋은 방법이 있다고.

조세회피처. 그곳에 내 최소 생활비를 제외한 전부를 보관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곳이 내 비밀 아지트가 될 것이다.

-몇 달간 나오지 않던 파워볼 당첨자가 나올 것인가!

파워볼 당첨자를 뽑는 시간이 왔다. 나는 TV 화면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복권 용지를 집어 들었다. 두근두근. 쿵쿵.

번호를 예측하고 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다.

-첫 번호 10!

당첨이 시작됐다.

“일단 하나다.”

10번이 맞았다. 나는 그곳에 점을 찍었다.

-28번!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47번!

꿀꺽.

-61번!

쿵쿵. 심장이 강하게 요동쳤다.

그럴수록 내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갔다.

-68번!!

“하하···”

머릿속에 각인된 기억과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일치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파워볼. 이것만 맞으면··· 이것만 맞으면···

두근두근.

-마지막 파워볼은 18번!! 축하합니다. 당첨자는 용지에 표기된 은행으로 와 당첨금을 수령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됐다.”

복권을 하면서도 몇 번이고 의심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안 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수십 번은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걱정은 기우였다.

보기 좋게 내가 작성한 숫자와 방송에서 흘러나온 당첨번호가 일치했다.

“9억 3100만 달러··· 하하. 하하하.”

푸하하하.

대박이 터졌다. 이제 난 정말 부자가 되었다. 백만장자도 아닌 억만장자로 하루 사이에 신분이 상승했다.

“어?”

그때다. 내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복권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어···”

미래에 벌어질 복권 당첨에 관한 기록들이 깔끔히 사라졌다.

마치 두 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음···”

세상에 대한 질서를 잡고자, 내 기억을 삭제했는지 모른다.

그도 아니면 중복된 행운을 거머쥐는 반칙을 막기 위해서이거나.

몇 가지 가설 중 후자가 가장 그럴듯해 보였다.

“그래, 알겠습니다. 이제 제 실력으로 성장해 보이겠습니다. 어떤 편법도 없이.”

그런데,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과 내게 벌어지는 빙의 된 기억은 괜찮은 건가?

그건 편법이 아니라면 잘 이용해 줄 뿐이다.

-이번 파워볼 당첨자가 나왔다. 한국인으로 알려졌으며 미스터 케이로 밝혀졌다. 9억 3100만 달러,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으로 기록됐다.

세상은 나로 인해 떠들썩하게 변했다.

‘한국인’이란 말 한마디가 세계국가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나는 미국에 더 있다간 신상이 털릴 것으로 보고, 급히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 장소는 버뮤다 군도다.”

쉬이이—

비행기는 고도를 높여 빠르게 미국을 벗어났다. 내가 머물던 곳은 이내 점이 되어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

-한국인 미스터 케이는 누구인가? 미국에서 진행한 파워볼 당첨자가 발표됐다. 한국인 당첨자는 미스터 케이로 당첨금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9억 3100만 달러에 이른다. 환화 7100억 원에 달하며, 세금을 제한다면 5천억에 이를 걸로 본다.

“와, 대박이다. 5천억··· 1%만 가져와도 좋겠다. 개 부럽네.”

“그 돈이면 일 때려치우고 평생을 놀고먹겠다. 아, 부처님. 하나님. 왜 전 그런 행운을 주시지 않나요···”

“네가 게을러서 그러니라.”

“염병.”

신문기사를 보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깊게 탄식했다. 그러다 담배를 뻑뻑 피웠다. 코에서 연기가 나오고 입에서 연기가 나왔다.

곧 귀에서도 연기가 나올 기세다.

저벅저벅.

“온통 내 이야기네.”

버뮤다 군도를 돌아서 온 덕분에 한국 땅을 열흘 만에 밟아 본다.

한국은 온통 내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정말 당첨금을 전부 들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해외 계좌에 넣고 야금야금 빼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티 내지 말고 김치찌개 먹으러 가자. 이게 먼저야,”

김치가 그렇게 그립고 맛있는 음식인지, 외국 가서 처음으로 알았다.

매일이 느글느글한 식사. 며칠 배불리 먹다 지겨워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꼬르륵, 배에서 배고프다 울부짖는다.

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지나쳐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김치찌개 주세요! 아주 얼큰하게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뜨끈뜨끈한 김치님을 영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내일을 위해 정신없이 밥 먹는 데 집중했다.

“김치를 만들어 주신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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