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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6화 〉 236화­GAME CHANGER(5) (236/239)

〈 236화 〉 236화­GAME CHANGE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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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좋은 일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누군가에겐 좋은 일이 누군가에겐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된다면 누군가에게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그럴 듯하게 표현한 게 한쪽이 이득을 얻고 반대편이 손해를 입어 양측의 합이 0가 된다는 개념의 ZERO­SUM 게임이다.

“이 미친 인간들같으니라고. 혼자 몇 년을 앞서서 가는 거야!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아직 연구상으로 도달하지 못한 거잖아. 이게 말이 돼? 우린 망했어! 망했다고!”

더스트의 신기술 공개 이후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것은 한 두 개의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전기자동차 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기업들과 인공지능을 연구함으로써 주가가 올랐던 두들같은 기업들 그리고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로 이익을 보려고 했던 제약산업의 대표주자들까지 단 하나의 기업인 더스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미 제품 출시를 앞에 두고 기존의 업체들이 등록해두었던 특허들까지 우회하며 새로운 기술로 신청하고 있어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파산이야! 파산! 그놈들이 검증해도 좋다면서 돌린 시제품은 어땠지? 사기였으면 좋겠는데.”

“유감스럽습니다만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잘 작동될 뿐만 아니라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은 비슷한 물건을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아니! 결과물이 눈 앞에 있는데도 그걸 보고 못 베낀다고?”

“핵심이 되는 특허는 공개되어 있지도 않고...그 특허로 만드는 소재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히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라서...”

“하아...진짜 외계인이라도 납치한 건가?”

2차전지 산업에 속해 주가가 오르며 수혜자의 입장이었던 자신의 기업이 이토록 주저앉는 위기가 갑작스럽게 등장할 줄 몰랐던 퓨처 모터스의 회장 잭 던렙은 더스트의 대표라는 이정후라는 놈을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업계에서 전기톱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가차 없고 냉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임직원들을 대거 감축함으로써 그 능력을 인정받아 주가를 끌어올린 업적을 자랑으로 여기는 잭으로선 지금 이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지방에 지어진 현지 공장은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최첨단 공장이라 인간은 외부에서 자재만 납품하고 완성품을 배송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신입사원이라든가 산업 스파이를 통해 내부의 정보를 빼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TF의 분석결과였다.

“정말 확 죽여버리고 싶군.”

한꺼번에 쳐냈던 직원들처럼 눈 앞에 보이는 화면 속의 이정후의 목도 쳐내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 잭의 현 심정이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제품이 점차 시장에 풀리게 되면 그땐 진정 돌이킬 수 없었다. 일시적인 주가하락으로 멈출 수 있는 현 상황이 고착화되어버리면 미래를 선반영하는 주가시장의 특성상 확실하게 기업가치가 주저앉게 된다.

“방법을 찾아야 해.”

고심에 고심을 더하면서 밤늦게까지 회장실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자, 맛있게 먹자!”

밖에서 무슨 일이 있건 말건 가끔 언론을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외부할동을 자제하기로 한 정후가 집에만 있기 심심했는지 냄비 가득 뭔가를 만들어냈다.

“흐음, 이거 토마토 냄새인가?”

섀넌이 쳐다본 접시 위에는 무언가의 뼈와 살로 보이는 고기가 토마토와 당근, 양파 등과 어울려서 푹 익어 있었다.

“츄릅”

“어서 먹어.”

소스가 잔뜩 베인 고기를 입에 넣자 토마토의 깊은 감칠맛이 다른 재료들에서 나온 것과 잘 섞인 채 입 안으로 번져나갔다.

“우와, 진짜 맛있다. 으음, 포도주도 들어갔나봐? 이거 뭐야? 난 이런 음식 처음 먹어봐.”

“이거 오소부코네. 맞지, 아저씨?”

“맞아, 정후?”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엘리스는 포크를 들어 접시를 가리키며 정후에게 단언하듯 말했고 이를 지켜보는 섀넌은 과연 그게 맞는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정후를 바라봤다.

“정확해. 맛은 어때?”

“아저씨가 만들어 준 것은 다 맛있지!”

엘리스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정후의 음식에 극찬을 표현했다.

“맛있는데 오소부코가 정확히 뭐야?”

이탈리아어로 오소부코(osso­buco)는 ‘구멍이 난 뼈’라는 의미인데 송아지의 정강이를 잘라 뼈를 발라내지 않고 한국의 소꼬리찜처럼 푹 삶아서 쪄 먹는 음식이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엘리스를 통해 듣게 된 섀넌은 방금 전까지 맛있게 먹다가 뭐가 걸리는지 포크를 깨작이며 고기는 먹지 않고 양파나 당근같은 것들만 골라먹고 있었다. 이를 본 정후는 오소부코에서 뼈 안에 있는 골수를 발라먹다 말고 혹시 뭐가 이상한지 섀넌에게 물었다.

“으,응.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섀넌. 맛이 없어?”

“아니! 맛은 있어. 있는데...”

맛이 있다고 하면서도 잘 먹지 않고 뒤적거리기만 하는 섀넌을 본 엘리스는 섀넌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눈치챘다.

“그거 진짜 송아지 정강이 뼈 아니니까 편하게 먹어.”

“응? 이거 진짜 송아지 아니야?”

“아저씨, 이거 진짜야?”

“당연히 아니지.”

정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건 딱 보면 알 수 있었다. 섀넌은 혹시 이게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지를 물었다.

“맞아, 엘븐트리에서 만든 거야.”

“진짜로? 이게 송아지를 도축한 게 아니라 공장에서 만든 거라 이거지?”

섀넌은 포크로 쑤셔봐도 이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든 엘븐트리를 통해 생산되는 배양육은 그저 고기뿐이었는데 만들어낸 고기에 붙어 있을 리가 없는 뼈가 붙어 있었으니까.

엘븐트리에서 만든 배양육의 기술은 그저 고기만 만들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골수가 담긴 뼈까지도 재현해낼 수준에 올라있던 것이었다.

이런 반응은 마트에 진열되어 다른 소고기나 돼지고기들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엘븐트리의 고기들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과 똑같았다.

“그러니까 이게 공장에서 만들어진 거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이 소꼬리가요?”

“엘븐트리에서 만든 배양육은 최첨단기술이 적용되어 이렇게 갈비찜을 해먹을 수 있는 제품부터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번 맛 좀 보시겠어요?”

“네, 한번 줘 봐요. 먹어봐야 맛을 알고 사든가 말든가 하지. 무슨 몰래카메라같네.”

판촉사원으로 뽑혀 마트에서 일하는 정시연은 얼마 전 사람사이라는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지원했던 회사가 엘븐트리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운이 좋았는지 엘븐트리는 특별히 복잡한 면접 절차 없이 서류전형만으로 자신을 정직원으로 채용해줘 두 번 놀랐고, 엘븐트리에서 판매할 제품을 맛보았을 때 지금 눈 앞의 주부들처럼 세 번째로 놀랐다.

“어머어머, 말도 안돼. 이거 저번에 내가 먹은 한우 투쁠보다 더 맛있네.”

“진짜네. 이게 1kg에 3천원이 맞아요, 아가씨?”

“네, 맞습니다. 손님. 여기 가격표 붙어 있는 거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리미엄 라인은 kg당 3천원이고 스탠다드 라인은 kg당 2천원 그리고 보급형은 kg당 1천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거 수입산 아니에요?”

“아줌마, 수입산이라고 해도 이 정도 가격은 아니죠...”

옆에서 같이 맛을 보던 아줌마는 끊임없이 입에 고기를 넣으며 카트에 1kg씩 팩으로 쌓여 있는 상품을 10개 쟁여 넣었다. 그리고 이같은 행동을 본 다른 어머니들의 반응은 자연히 경쟁전으로 이어졌다.

“아, 밀치지 마요! 이거 내가 먼저 집었잖아요!”

“손님들, 상품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니까 천천히 집어 가셔도 됩니다.”

싼 가격에 양질의 상품을 주부들의 선구안이 벗어날 리가 없었다. 경쟁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자 정시연은 무전을 통해 보조 업무를 맡은 팀원에게 추가 물품을 부탁했다.

여기 물건 부족할 것 같으니까 추가로 상품 더 갖다 주세요.

확인했습니다. 금방 올라갑니다.

이런 상황은 엘븐트리의 사원들이 파견된 마트들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 뉴스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엘븐트리의 배양육을 너도 나도 사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예, 저는 오늘 엘븐트리에서 출시한 신제품들을 판매하는 코너에 나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엘븐트리의 고기를 구매하기 위해 발길이 이어지고 계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판매되는 가격표를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인데요. 아무리 비싼 고기도 kg당 3천원이라는 축산시장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기겁을 할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 분과 잠시 인터뷰를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도 시식을 통해 고기 맛이 뛰어나다면서 언제 오를지 몰라서 잔뜩 샀다는 말과 함께 카트에 가득 실린 고기가 담긴 장면이 뉴스의 자료화면으로 나오면서 보도한 기자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자막과 함께 영상은 끝이 났다.

뉴스영상은 자연히 각종 SNS를 통해 공유되었고, 사람들의 댓글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누군가는 자기들만 아는 이기적인 구매라면서 카트 가득 혼자 다 구매해가면 다른 사람들은 어쩔 거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기에 뼈가 붙어 있는게 말이 되냐면서 뼈는 어디서 버린 걸 주워다 갖다 붙인게 아니고서야 저런 가격은 말도 안된다는 음모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게 그 고기라 이겁니까?”

“그렇습니다. KFDA를 통해 몇 번이고 검증해본 바에 따르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통상적인 수준의 일반적인 육류로써 신선한 상태가 잘 유지되었고 도축 후 산 분해도 적정한 수준으로 이루어져 아미노산이 풍부해 맛있는 고기라고 하더군요.”

“고작 kg당 3천원짜리가요?”

“한번 드셔보시죠.”

엘븐트리에서 나온 고기를 가지고 만든 스테이크를 맛본 대통령은 익숙하면서도 맛있는 고기맛만 느껴지는 스테이크에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비서실장에게 다시 한번 물어봤다.

“이게 투쁠이니 하는 그런 한우가 아니라 진정 엘븐트리에서 만든 그 고기란 말입니까?”

“몇번이고 확인한 겁니다. 대통령 님.”

“큰일이군요.”

“네.”

엘븐트리의 고기맛을 본 대통령은 너무나 맛있는 고기임에도 입맛이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기업에서 만든 혁신적인 제품임에도 대통령은 맛있는 고기의 맛만 즐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심각해진 분위기의 두 사람을 지켜보는 요리실장은 혹시나 고기가 잘못 조리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어느 고기와 비교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육류의 판매는 여러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그 중 한 부류가 채식주의자들이었다.

­엘븐트리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의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동물도 희생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육식으로 봐야 되나?

­채식의 근본 목적이 뭐였지? 인간들을 위해 소비되는 동물 생명권에 대한 보호와 함께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함이었는데 이건 어느 것도 채식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거지?

­개인적으로 섭생의 문제로 육식을 못하는 특이체질이 아니라면 이건 먹어도 되는 것 같은데.

­엘븐트리의 제품은 어느 비건보다도 비건이라는 거네.

­신념같은 거 이제 안 지켜도 된다는 거야?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GMO 콩이랑 이거랑 다른 게 뭐냐.

­엘븐트리 육류 많이 먹으면 유전자 변형 오는 거 아니야?

­아니니까 걱정 접어두고 먹어라. 어느 단체고 의사들부터 시작해서 연구결과 계속 나오고 있는데 엘븐트리의 고기는 일반적인 고기랑 성분상 차이가 전혀 없다더라. 동물실험까지 갈 필요도 없대.

­자칭 미식가라는 사람들 리뷰 영상 보니까 아예 구분 못하던데? 심지어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음.

­채식주의자 애들 반응이다. 이거 한번 봐봐 링크 올려준다. [대충 누가 봐도 고기인데 고기가 아닌 고기를 보고 채식 그만해야 헷갈리는 반응]

­링크 보고 왔는데 개 웃기네.크크큭

­쟤들 뭔가 현타 온 거 같다.

소비자의 반응도 열렬했지만 실제 가장 격렬한 반응은 다름 아닌 축산업에 속한 농가들과 이들 농가들에서 소비하는 사료를 대는 농장과 기업들에게서 더욱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 엘븐트리의 신제품 소개발표 때만 해도 아직 먼 미래일줄 알고 대처할 수 있을 방법을 구할 수 있을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거나 공상과학같은 이야기로만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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