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4화 〉 234화­GAME CHANGER(3) (234/239)

〈 234화 〉 234화­GAME CHANGE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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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검색을 하면 그 정의에 대해 이렇게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이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하여 해킹을 막는다.

간단하게 중앙집권형이 아닌 탈중앙화를 통해 개개인에 의하여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란 이야기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여러 가지 예시 중 하나인 암호화폐라는 것인데 문제는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여 쏟아져 나온 코인들이 현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쪽으로 움직였는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퀘스천 마크를 띄울 수밖에 없다.

블록 체인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개 있는지 엘리스에게 묻자 엘리스는 손가락을 접으며 알려줬다.

첫 번째는 한국과 통화체계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국가에서도 인터넷 망을 통해 특정 은행이나 특정 국가의 화폐를 이용하지 않고 똑같은 코인을 사용할 수 있으니 어느 나라에 있던 거래를 할 때 환전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

두 번째는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 확대. 예를 들어 우리가 농수산 시장을 가서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상품이 한국산인지 아니면 중국산을 한국산이라고 우겨 파는 것인지 투명하게 기록된 정보를 통해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

세 번째는 기금이라든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자금을 기부받아 사용하는 자선단체의 투명한 거래내역 공개가 가능하다는 것. 어떤 펀딩이라도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자선단체들의 재정 건전성을 극도로 높일 수가 있다고 한다.

네 번째는 공적 문서 발급을 위한 종이 문서의 낭비방지와 불필요할 정도로 번잡한 서류 작업 축소.

다섯 번째가 은행에서 진행하는 지불 및 은행거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그냥 코인 팔아먹으려고 하는 기술인 줄 알았는데 나름 괜찮은 거였네?”

“활용만 잘하면 좋지. 활용만.”

“인간들이 활용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야?”

“응.”

“어떻게 활용을 잘 못하는데?”

“아저씨, 사람들이 사용하는 마약류가 존재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엘리스의 질문은 하나였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인류가 어떻게 쓰는지 대략 짐작이 가는 질문이었다.

“마약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쁠 것 같지만 마약은 그저 신경계에 작용하여 진통, 마취 혹은 정반대로 각성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표현이야. 마약의 사전적 정의에는 어떤 악의도 없어. 진통제 혹은 마취제 혹은 각성제로 정확한 용법을 따라 정확한 방식으로 사용하면 인류에게 아주 도움이 되는 이로운 약물이지.”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거구나.”

“그래, 마약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작용해서 지금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 또한 사람들에겐 그저 일종의 투기 자산이자 세금 회피를 위한 탈세용 내지는 불법 거래시 부피가 존재하지 않는 대체화폐인 ‘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의 부작용이 되는 거지.”

사람들이 코인에 투자할 때 블록체인 기술의 진화와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을 증식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 코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cpu와 gpu라든가 전용 하드웨어를 이용한 ‘채굴’이 필요했다. 이 채굴 때문에 아무리 좋은 블록체인 기술도 그 의미가 바래지고 만다는 것이 엘리스의 설명이었다.

“당장 하루에 전등 하나 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전기가 필요하잖아. 문제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발전시설을 필요로 한다는 거지. 그래, 인간은 지금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거야. 인간이 사용하는 전기라는 건 결국 어떤 에너지를 손실이 존재하는 전환 과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얻은 부(?)로 무슨 거창한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근본적으론 뭔가를 구매하고 소비하기 위해서였다. 비싼 명품을 산다거나 집을 산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그저 소비하기 위해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이 코인이고 그 코인의 값어치를 그럴 듯하게 올리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어버린 거야.”

지구는 지금도 달구어져 가고 있었다. 수십년을 공부한 학자들이 긴 시간동안 쌓인 인류의 학문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는 인류가 지금도 멸망점을 향해 미친 듯이 전력질주한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건 많은 학자들이 수시로 경고를 하고 지금이라도 돌이켜야 한다고 말한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접해왔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인류는 마치 ‘집 안에 전기 등이 켜져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나중에.”라는 말로 떼워넘기고 있었다.

“인류의 미래를 팔아서 늘리는 자산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지구가 너무 더워지면서 기존의 에너지 순환체계가 망가지고 그로 인해 수시로 자연재해에 시달리게 되면서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데 막상 최후의 순간엔 인간의 생존에 무슨 대단한 도움이 될 수 없는 ‘돈’을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엘리스는 인간의 생존환경이 가혹해질수록 부의 상위계층 외에는 모두 무한생존경쟁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최상위계층만이 일정 시간 더 생존을 할 수 있으나 끝에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도망치기로 하는 과정 중에 내분으로 다 죽어버리고 말았던 것이 엘리스에겐 먼 과거였고, 나에겐 닥쳐올 먼 미래였다.

“인간에게 앞으로도 지속가능한(sustainable)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한다면 코인으로 돈을 벌어 제3세계에 기부를 하든 화장실의 휴지로 쓰든 상관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미래가 없구나...그럼 코인을 국가적으로 채굴하지 못하게 법으로 막으면 어때?”

“인간은 언제나 그랬듯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말지.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구 상의 모든 국가가 똑같이 코인채굴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면 풍선을 누른 것처럼 그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코인을 채굴하는 국가만 바뀔 뿐이고, 바뀐 국가의 전력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치솟한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이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전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지? 전 지구적으로 아예 코인을 못하게 하려면?”

“코인의 신뢰도를 조지면 돼.”

여기까지가 내가 지금 기자들을 모아놓고 서게 된 이유였다. 코인으로 이래저래 이득을 보면서 전기차 업체를 이끌고 화성을 가겠다는 꿈을 꾸던 제프 머스크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더스트를 통해 ‘코인’의 허황됨에 대해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1주일 뒤에는 코인이 휴지조각이 될 터이니 지금이라도 투기성 목적으로 구매한 이들이 존재한다면 당장 손절을 하든 익절을 하든 빠져나갈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

“휴우, 정후씨...사람들 반응이 장난 아닌데?”

“그렇게 나빠?”

“응. 더스트가 엘븐트리랑 코로나 치료제 만든 건 인정하지만 사기치는 거 아니냐면서 별별 소리가 다 나오네.”

실제로 더스트의 게시판에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 들어 개소리는 니네 집 강아지랑 나누라는 둥의 말부터 시작해서 부모님 안부를 자신들만의 욕설로 묻는 사람까지 다양한 욕설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이 싫어할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까지 일지는 생각 못했네.”

“어떻게 해? 선 넘는 사람들은 다 고소하는 걸로 할까?”

“뭐하러 그래. 자기 돈이 불타서 없어진다고 하면 누구라도 싫어할텐데. 안 보이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하는데 인터넷에 욕 좀 한다고 내가 뭐 마음 아플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대신 난 미리 경고했잖아, 그치?”

섀넌은 동의를 구하며 짓는 정후의 미소가 꽤나 무섭게 느껴졌다.

“아저씨, 제프 머스크가 아저씨의 경고에 대해 sns에 글을 올렸어.”

“뭐라고?”

“‘더스트의 대표가 지구적인 영웅이긴 하지만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들이 그렇듯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뭐, 그 사람은 코인 없다고 죽을 사람은 아니니까.”

그게 일주일 전이었다.

“그러니까 이 대표님께선 코인이 주장하는 신뢰도라는 건 사상누각(?上?)이다. 이 말씀이신가요?”

“정확히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저희 더스트에서 만든 최신형 인공지능 ‘마더’가 탄생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개인의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안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암호화 기술이라는 게 저희 ‘마더’ 앞에선 열쇠 따고 들어가는 예전의 현관문같은 거라서요.”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느 코인이고 마더에 의해 뚫리는 시연을 보게 된 기자들은 처음엔 잘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오늘 설명을 하기 위해 초빙했던 유명한 국제 코인 전문가가 경악하면서 좌절하는 걸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날을 기점으로 한여름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모든 코인들의 가격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몇 개의 메이저 코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코인은 자연스럽게 폐지 수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장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블록체인 기술까지 물을 먹이는 더스트 대표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다는 쪽과 미리 경고를 하여 투자자들에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기회까지 줬음에도 나가지 않은 이들이 잘못이라는 쪽으로 말이다.

“여기 보면 이런 글도 있네. 주판 학원 원장님 밥벌이 생각해서 마소가 컴퓨터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냐고...”

“그렇긴 하지.”

신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도태되는 시장을 만들곤 했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수없이 사라졌던 주판 학원들이 그러했고, PC방이 주류가 되면서 수없이 폐업했던 오락실이 그러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이가 기존의 업자들을 생각해 기술 발전을 하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개인을 위한 ‘마더’ 서비스를 환영한다는 유저들도 있네.”

마더를 보고 진정으로 경악을 금하지 못했던 이들은 따로 있었다. 알파구라는 바둑 프로그램 시연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가장 유명했진 인공지능 딥하트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딥하트로도 해낼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마더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는 사실을 보고 허무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설프게 인공지능이랍시고 스마트폰에 이식되어 정해진 답변을 반복하는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마더는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표정을 보였을뿐만 아니라 어떤 이와 만나도 다양한 소재의 대화를 하는 데 있어 사람처럼 반응했다. 처음엔 그저 기존의 입력된 반응체계에 따라 몇가지 정해진 패턴으로 답변하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더스트는 신기하게도 딥하트와 다르게 마더를 모든 이들에게 일부 기능을 제한하되 모두에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어떤 수준 낮은 컴퓨터나 모바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더를 개인들에게 공개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마더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 엄마처럼 세심하게 배려해주며 도와주는 마더에게 푹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번져나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더의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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