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233화GAME CHANG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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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혁신적인 코로나 치료제 ‘넥스트 스텝’을 무료로 발표하여 코로나로부터 지구를 구제해준 기업 더스트를 기억하십니까? 예, 1달 전 세상을 바꿨던 기업 더스트에서 이번엔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면서 자회사인 ‘엘븐트리’를 만들었습니다.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존의 바이오공학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은데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실 박사님을 모셨습니다. 샤이어 박사님은 현재 생명공학의 권위자로서 본인이 발표하신 기술을 통해 똑같은 토지면적 대비 무려 60배는 뛰어난 생산성을 지닌 스마트팜을 만들어내신 분입니다. 박사님, 더스트의 자회사인 엘븐트리에서 나올 스마트팜은 박사님이 운영하시는 기업 ‘비건 팩토리’의 생산성의 무려 약 3배. 그러니까 현재까지 기술최대치인 동일면적 대비 60배에 달하는 수확량을 훨씬 뛰어넘는 188배에 달하는 생산성을 지녔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가능한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 처음에 엘븐트리가 더스트의 자회사라는 점을 모르고 또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을 속여 먹으려는 사기꾼들이 등장한 줄 알았습니다. 저희, 비건 팩토리가 도달한 60배라는 생산성은 저희가 생각해도 엄청난 업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저희 기업이 나온지 몇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희와는 비교도 안되는 188배는 현재로선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봤거든요.】
“엘리스, 비건 팩토리가 혹시라도 우리 때문에 파산하거나 부도날 것 같으면 우리가 매입하는 걸로 하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엘븐트리의 스마트팜 기술의 모체가 되는 기업인데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지.”
더스트의 자회사 엘븐트리는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도 언젠가 다시 꽃피울 인류의 미래를 기대하며 그때까지 지구에서 탄생했던 최신의 기술들을 모두 그러모아 자료로 저장해둔 ‘스피노Z’라는 과학자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스피노가 모아놓은 기술의 집약체 ‘판도라의 상자’는 앞으로 지구에서 겪을 문제들 중 누군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심했던 기술들이 각종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모여 있었기에 ‘넥스트 스텝’을 시작으로 새로운 신산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인간은 그 정신에 감정과 지성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의 근원은 자기보존의 욕구이며, 이것이 진실로 인간답게 실현되려면 감각적 인식을 제거하고, 이성적 및 직관적 인식에 의거해 진실의 존재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머니께서 이름을 따온 철학자의 말은 정확하다. 최후의 최후까지 나는 이성적인 존재로서 감각 혹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되 작게는 나의 보존이고 넓게는 인류의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설령 나를 끝으로 지구의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더라도. 스피노Z」
“대단한 사람이야. 시험을 망쳤는데 언제 있을지 모르는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며 당일부터 시험을 준비했던 거잖아?”
“그의 유전자는 이 몸 안에도 남아 있어.”
“그...그래?”
엘리스의 육체는 모선에 남겨둔 DNA 풀에서 최적의 유전자만 골라 조합해낸 ‘M.H(manipulated human)’ DNA 조작인간임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판을 뒤집고 새롭게 판을 짜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거야. 현재의 혁신기업들을 사들이고 그 기업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연구를 가속해서 이론을 완성시키고 이론을 현실화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시뮬레이션하여 문제점들을 제거하고 하는 과정들은 결코 짧은 시간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까.”
“그렇지. 대중들의 반응은 어때, 섀넌?”
“읽어줄까? 되게 흥미로워.”
미쳤다. 188배라니. 비건 팩토리가 만든 스마프탐도 도시에서 공장을 세워 배양액과 LED로 계절과 기후에 전혀 상관 없이 1년 내내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 그 자체였는데. 188배?
과일도 어떤 종류고 생산 가능하다니. 이제 한여름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딸기 먹을 수 있는 거냐? 딸기 너무 좋아하는데 하우스 딸기는 맛이 별로였단 말이야.
현직인데 관련 기술로 준비하던 기업들 지금 다 멘붕이다. 외계인들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야.
아, 어머니. 죄송합니다. 전자공학이나 컴퓨터 공학 안 가고 생명공학 와서 이제 빛을 좀 보나 했는데...치킨 튀기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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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죽었어!
스마트팜 관련 기업들 주식 개떡락했음...관짝에 못 뚜껑 박을 일만 남은 듯
“아...이게 의도치 않은 피해자들이 있네...최대한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될만한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알았어, 아저씨.“
“아직 안 끝났어. 마지막 댓글이 가장 흥미로운데 봐봐.”
섀넌이 해당 댓글을 디스플레이에 띄워 모두가 다같이 한번에 볼 수 있도록 해줬다.
“그동안 채식을 확대하는 것이 힘들었던 이유 중의 가장 큰 하나는 채식이 절대 다수에게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맛때문이 아니라 가격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마트를 가도 육류라든가 육류를 가공해서 만든 제품들의 가격은 논과 밭에서 키워 수확하는 각종 곡물들과 채소라든가 과일같은 작물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동일 무게 대비 저렴했다. 600g에 비싸다고 하는 삼겹살이 1~2만원을 오가는데 반해 동일 무게를 구매하려면 식감이 좋고 사람들에게 인기 좋은 양송이 버섯이라든가 하는 종류의 제품들은 그걸 훨씬 뛰어 넘는 것이 현실이었다.”
“사람들이 정크푸드에 길들여지고 미국에서 ‘푸드 데저트’가 문제가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돈 5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포만감을 느끼면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정크푸드에게 식사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조리를 필요로 하는 채식은 비용지불 측면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게 환경을 생각해 채식을 하라는 채식주의자들의 말이 공허했던 것은 그때문이었다. 그들의 말대로면 귀하디 귀한 동물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현재 인류들은 굶어 죽든가 과도한 식비에 짓눌려 미래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딱 하나 엘븐트리가 만들어낼 식탁에 의해서 말이다.”
채식에 대해 경제학적인 관점부터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 해당 댓글에는 수없이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려 있었다.
“흐음...우리가 만들면 비싸다고 하는 프리미엄 딸기품종도 1kg에 3천원이면 되니까.”
경제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지금도 지구 어디에서는 ‘진흙쿠키’를 돈을 주고 사먹는 사람들이 있다. 영양소라든가 칼로리는 아무 것도 없고 그저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다른 진짜 먹을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로 말 그대로 사람이 먹어선 안되는 흙으로 만든 쿠키를 구매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그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구매를 해서 허기를 채우려 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진흙쿠키는 없어.”
“그래...”
우리가 만든 스마트팜은 제3세계 국가들을 우선으로 지어졌다. 현지에 지어진 공장은 기존의 속도보다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배양액과 관리하는 사람도 오갈 필요 없이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오로지 식물을 성장시킬 플랜트로 채워져 있었다. 엘븐트리는 이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곡물들과 채소들을 시장에 진흙쿠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풀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 더스트라는 놈들 뭐하는 놈들이야!”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주가가 반토막도 아니고 반의 반의 반토막이 나고 있어.”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한 기업들이 있다.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곡물들의 종자를 지배하고 한해 생산되는 막대한 식량을 통해 식량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는 메머드기업들. 그 메머드들의 기업들에선 충격과 공포 그리고 분노로 회장실이 시끄러웠다.
“찾아봐. 뭐하는 놈들인지. 더스트? 흙먼지나 파먹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이름의 이 놈들의 자본력은 어떻고 약점은 무엇인지. 샅샅이 훑어 오라고. 내 차질(charzil)이 아니라 니 놈 일자리도 날아가게 생겼으니까. 시간을 길게 둬선 안돼. 가만히 내버려두면 우리 산업의 종말이다.”
더스트에서 만든 엘븐트리는 주식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비상장기업이었다. 그러니 그 기업의 대표를 제외하고 임원들은 누구인지 회사의 투자 상황은 어떠한지 등등 기업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서 알아낼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
“한국에도 이제 엘븐트리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판매되는 건가?”
“오오! 더스트 님. 님 주식 공모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전 재산을 바칠테니 부디 저에게 노후의 안정을!”
“이 인간 또 지랄이네. 저번엔 코인 그 다음엔 사과. 이번엔 더스트야?”
“그래서 넌 안 살거야?”
“사야지. 두 번 사야지. 나중에 자식한테 욕먹기 싫다. ‘아빠, 아빠는 그때 왜 더스트 주식 안 샀어?’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사야지.”
“그동안 사과라든가 북극성같은 기업에서 신제품 내놓을 때마다 외계인을 학대한다는 댓글 달리고 그랬는데 거기 외계인들은 문과였나봐...”
“더스트에서 잡은 외계인은 이과라는 게 학계의 점심. 쪼옵”
“쪼옵. 이과 놈들. 또 시작이네. 그래서 세상 지배하는 게 문과야. 이과야?”
“응, 너나 나나 퇴직하면 치킨 집 사장되는 게 세상의 국룰이다. 인마.”
“키키킥. 치킨 집 사장은 뭐 쉬운 줄 알아유? 개나소나 가게 차리면 안되는 거 모르쥬?”
“그러게. 우리나라 치킨 가게 수가 전 세계 맥트럼프 숫자보다 많아. 무한 경쟁? 지옥의 사자님들도 치킨집 사장님들은 나태지옥에선 빼줄거다.”
“닥쳐. 더스트 님의 주식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더스트는 신입사원 모집 안하나? 제발. 제발!”
“응, 더스트는 너같은 노땅 신입으로 안 뽑음.”
“경력 있는 신입사원으로 도전해야지.”
“김 과장, 미쳤네.”
점심 먹고 잠깐 커피 한잔 하러 왔는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신기했다. 그들은 쉴새 없이 티키타카를 나누다가 회사로 복귀해야 한다며 카페인을 마치 피처럼 빨아들이더니 좀비처럼 여기저기 뭉쳐서 터덜터덜 각자의 일터로 복귀했다.
“후우, 왠지 몰래 위장하고 돌아다니는 연예인 된 기분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