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2화 〉 232화­GAME CHANGER(1) (232/239)

〈 232화 〉 232화­GAME CHANG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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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메타버스라는 것으로 시끄러웠다.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라는 메타버스의 의미는 이미 우리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개념이었다.

“참 신기하네...빌어먹을 정도로.”

누군가는 먼 미래의 인공지능이 인간들을 가상세계에 처박는 걸 막아보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고 있는데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더욱 많은 것들을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이러는 게 맞나 싶어져서 회의적인 생각만 가득해져.”

인간들을 가상세계에 밀어 넣을수록 발생하는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이점은 너무나도 많다. 현실에서의 오피스가 필요치 않으니 우선 사무실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비용들을 세이브할 수 있다. 제조업이라든가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무언가를 해야되는 업종이 아니라면 3차, 4차 산업 종사자들에게 있어선 출퇴근 시간동안 오가면서 길에 버리는 시간을 개인시간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메타버스는 희망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저씨, 사람은 고립될수록 이상해져.”

아무리 가상세계의 공간에서 밀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서로 의사교환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은 시각적이면서 동시에 육체적 자극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었다. 현재 수준의 인터넷 기술로는 물리적으로 인체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도구가 한정적이었다. 기껏해야 VR기기들을 통해 고글을 뒤집어 쓰고 어설프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글러브를 끼고 사람을 줄로 매달아 일정 공간 내에서 벗어나지 않게 움직이는 것을 통해 즐기는 VR 게임장에서나 쓰는 장비들이 최신이었다.

각종 영상 앱을 통해 시각적 자극만 받는 아이들은 사고하는 능력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어휘력의 감소와 함께 어휘력을 기반으로 하는 텍스트를 스스로 소화해서 받아들이는 독해능력마저 퇴화하고 있었다.

“영상은 모든 걸 풀어서 보여주니까 편하거든. 글은 자신의 머리로 사고를 하고 소화를 해서 상상까지 해야 되는데 반해서.”

“1년에 평균 독서량이 감소하고 있어. 기술이 발전해서 등장한 전자책이라도 많이 읽는다면 모르겠는데 현실은 전자책은커녕 영상조차도 스킵하면서 보거나 쇼츠 영상으로 넘어가서 1분 미만의 자극에 길들여지고 있으니까.”

최소 몇십분부터 몇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책이 외면받고 있었다.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그 내실을 보면 종이책이 감소하는 시장이 그대로 전자책 시장의 성장으로 그대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꽤나 많은 부분이 휘발되며 읽는 사람만 읽는 상황이었다. 그조차도 기존의 고전문학이라든가 인문학 서적들에 대한 소비는 압도적으로 줄어들었고 자기들의 취향에 맞는 소설 위주의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 통계가 말해주는 진실이었다.

“출판사들도 자극적 이슈를 따라 그나마 자신들이 팔 책을 소비해줄 집단만 바라보게 된 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생존방책이었어.”

자본을 대줄 집단만을 향해 편향적으로 존재하는 시장은 더욱 더 대중의 외면을 받기 쉬워질 거라는 건 누가 봐도 뻔했다. 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도서 시장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소수의 의견에 부합하는 카테고리가 존재하는 것과 소수의 의견만 추종하는 시장이 주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실제로 생활을 하면서 서로를 경험해야 하는데 단절이 되고 있으니까.”

“갈등이 지속되면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게 돼.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국가와 국가, 각 세대들 그리고 부자와 빈자까지. 나눠질 수 있는 모든 집단이 파편화되어 서로에 대해 악담을 뿌리게 되는 거야.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이합집산은 있겠지만 이미 그 전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아지는 거지.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은 뒤에 웃으며 악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까.”

정후는 현실에서도 강해져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로 엘리스의 도움을 통해 이 시대의 힘을 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리스를 통해 칩거에 들어가 이 시대의 힘이 무엇인지 통찰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21세기의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자본’이었다. 미국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돈의 힘이었고, 일본이 미국에 설설 기는 것도 본질은 돈에 근거했다.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를 공격하고 어느 나라에서는 독재가 추앙받는 것조차도 결국은 돈이었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가난하다는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었다. 기업의 자본력이 강하면 국가조차도 무릎 꿇릴 수 있다.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법도 사실은 평등하지 않았다. 법에는 법 기술자들이 설계한 대로 허점이 존재했고, 부자들은 법 기술자들을 고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이용했다. 법조차도 이익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일뿐이었다.

“소시민들은 평생 소시민으로밖에 살 수 없네.”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쉽사리 이기지 못하는 이유도 같았다. 중요한 정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먼저 선점되었고 언론까지 자본으로 휘두를 수 있는 이들에게 있어 정보를 습득하지 않는 자는 자연히 정보전에 근거한 주식시장에서 이길 수 없었고 언론이 뿌리는 페로몬같은 정보에 취한 개미들은 사지 말아야 할 때 사고 팔아야 할 때 샀다.

“아저씨, 이길 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만이 개미들이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야.”

개인의 감을 따라 하는 투자는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카지노의 승률이 90% 이상이라고 좋아해서 참여해봤자 계속된 연속게임에서 승자는 게이머가 아니라 카지노가 되는 것이 수학이 말해주는 진실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진행할까? 판을 바꿔야겠어. 저들의 룰대로 만들어진 판에 질질 끌려가선 안돼.”

메타버스를 향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가속도를 늦추는 첫 번째는 사람들을 가상세계로 갈수록 안락하고 행복해진다고 느끼게 할 것이 아니라 그래도 현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즐겁다고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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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할 거지? 저들 말이 맞다는 가정에 원하는 대로 해주면 우리는 크로노스피어를 제어할 하나의 방법이 늘어나고 손해볼 건 없다고 하지 않았나?”

3명의 인원이 51구역을 나가는 동안 3명을 틀어막기 위해 많은 인력과 무기가 투입되었으나 남은 것은 51구역 병력자원의 전투력 저하와 파괴된 시설뿐이었다. 51구역을 책임지는 4학자 중 2명은 머리에 꽤나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지금도 유아퇴행적 행동을 보이며 손가락만 빨아대고 있는 중이었다.

“말을 해보란 말이야! 어떻게 고작 3명이 저길 빠져나가는 동안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의 P.I.B를 작살내놓은 대단하신 세분께선 지금 어디에 있지?”

“그게...저기...”

“모르는군.”

“죄송합니다. 이상하게 파악이 되질 않습니다. 네트워크 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어느 곳에서도 활동이 감지되질 않습니다. CCTV로도 행적을 파악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땅으로 꺼진 것인지 하늘로 솟은 것인지 21세기에서도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정보기관의 막강한 정보제어능력으로도 세 사람을 파악할 수 없었다. 사라진 세 사람의 행보를 파악하려고 한참이나 애쓸 때 TV에선 엄청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뉴스 특보를 말씀드립니다. ‘더스트’라고 자신들을 밝힌 기업은 이번에 자신들이 만든 코로나 치료제가 앞으로 세계의 모든 이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더스트의 치료제 ‘넥스트 스텝’은 어떤 코로나의 변종에도 정확하게 코로나에만 작용하여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약업체들이 연구 중인 어떤 제품들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며 치료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어느 나라고 구분할 것 없이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엄청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리에 전염병 권위자로 유명하신 박사님을 모셨습니다. 박사님, 이게 가능한 것인가ㅇ.....】

“이제 드디어 코로나로부터 해방인 건가?”

“잠시만 나 코로나 테마 주로 제약회사에 돈 넣어놨는데...”

한번 퍼진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었는데 더스트라는 회사에서 발표한 신약은 코로나를 모두 치유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어느 나라와 기업이고 자신들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도 좋다면서 무료로 제조공식을 공개해버렸다.

“이게 그 조합식으로 만든 약이란 말이지?”

“투약한 결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있던 모든 동물들의 치료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몇 년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군.”

온라인 쇼핑몰에 구충제 가격으로 퍼져버린 코로나 치료제는 영양제 형태로 법을 우회하여 팔리면서 만들어지는 족족 매진이었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국가를 향해 코로나 치료제를 복용한 이들에 한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라는 청원을 시작했다.

“하...이제 드디어 한시름 놓겠어요. 언제 마음 놓고 쉬어본 건지 기억도 안 나는데...”

“사람들은 돈 많이 벌어서 좋지 않겠냐고 하는데...일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이 모인 것지 실제로 돈도 많이 못 받았잖아. 우리들...”

“돈이고 나발이고 쉬는 게 더 좋아요. 진심으로.”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은 점차 치유되는 경과를 보이더니 퇴원수속을 밟고 나갔고 사람들은 코로나 의심 증세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치료제를 복용했다. 단 하루만 가벼운 몸살 기운이 있고나면 말끔하게 치료되는 코로나 치료제의 등장은 사람들을 길거리로 데려왔다.

“더스트, 만세다! 더스트 만세!”

“먼지 만세라고 하니까 이상한데...”

“그래서 이렇게 마스크 벗고 돌아다니는 게 싫어?”

“좋지...사실 이게 너무 당연했던 건데...”

“근데 앞으로 출퇴근 지옥에 다시 들어갈 생각하니 아찔하긴 하네.”

“아...그건 좀.”

코로나로 수혜를 봤던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하고 코로나로 엄청난 피해를 보면서도 버텨왔던 기업들의 주가가 실시간으로 폭등하고 있었다. 관광과 유통업계의 기업들은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기에 살아남은 기업들의 이익 폭증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존버는 승리한다!”

“코인이....코인이...휴지조각이 되어가고 있어.”

실물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염병 덕분에 가치가 상승해온 가상화폐의 가치가 떨어졌다. 모두가 이익을 볼 수는 없었다. 한쪽에서 이득을 보면 한쪽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 시장은 결코 모두가 행복한 Win­win은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익을 사회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어도 자본주의 시장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아저씨, 축하해. 아저씨가 이제 한국에선 자산으론 1위야.”

“우리 그런 의미에서 고기 먹는 거야?”

“이런 날 축하를 하지 않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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