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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6화 〉 226화­크로노스피어(1) (226/239)

〈 226화 〉 226화­크로노스피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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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은 모든 요원들이 기절해 있는 공간에서 혼자만 깨어 있는 지금 상황이 악몽인 것만 같았다. 아름답지만 무표정한 상태의 엘리스는 악몽을 주관하는 서큐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봐, 정신 차려. 그쪽까지도 정신을 못차리면 어떻게 할거야? 당신 부하들도 생각해야지. 관리자라는 직책에 있으면 그 정도 책임감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긋나긋하면서도 늘어지는 엘리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스탠은 갑작스럽게 한겨울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평소 스탠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제 갓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앞에서 납작 엎드려 발발 기는 스탠의 지금 모습을 보고 기함을 토했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스탠을 아는 어느 누구도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좋은 자세야. 대화를 할 준비가 된 것 같네.”

엘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어느새 엘리스와 스탠은 카페에나 있을 법한 원목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스읍.”

어느새 만들어진 것인지 따끈따끈한 연기를 피워 올리는 커피를 마신 엘리스는 스탠에게 ‘츄라이 츄라이’하면서 손짓으로 마시라는 자세를 취했다.

“가...감사합니다.”

독이 든 것은 아닐지, 뭔가 약품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테이블은 무엇이며 커피는 어디서 끓여 온 것인지 머릿속을 떠도는 질문들은 많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스탠은 본인이 갑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침묵을 유지하는 엘리스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우리 아저씨의 능력에 대해 P.I.B가 궁금해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는 알겠는데 P.I.B의 탄생 이유에 대해서 좀 들어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기밀 파일들은 대충 알겠는데 P.I.B가 왜 탄생했는지에 대해선 그 연유가 궁금해서 그래.”

“그...그건...”

51구역을 담당하는 조직 P.I.B에 대해 외부적으로 여러 매체들을 통해 잘못된 정보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P.I.B는 사실 외계인과는 전혀 무관한 조직이었다. 주변으로부터 떨어져 실험을 하고 기후에 영향을 받아 실험을 할 때 특별히 여타의 조건들이 변하지 않도록 변수통제가 수월하다는 점에서 사막지대에 세워졌던 비밀연구소가 세워진 곳이 51구역이었다. 이 밖에도 아무 것도 없는 사막이기에 외부에서 접근하는 집단 혹은 인물들에 대해 관찰 및 탐사를 하기가 쉽다는 것도 한 이유긴 했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만약 숨기려고 하는 것이 51구역이 사막에 있는 주 이유였다면 가려줄 수 있는 나무가 풍부한 숲이 있는 산이나 오가는 물자와 사람들의 이동을 쉽게 숨길 수 있는 거대도시의 지하에 만드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었다.

스탠은 인간같지 않은 엘리스의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재 요원들이 인질인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모두 무너뜨리고 있는 눈앞의 존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그리 이롭지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 판단이 섰다.

“크로노스피어 때문입니다.”

“응? 이 회사?”

“그게 아니라,, 이 회사의 이름도 크로노스피어에서 따온 겁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푹 파인 크레이터 지형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던 한 모험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구체’는 처음 발견했을 당시 목걸이 줄에 연결되어 있었다. 목걸이의 줄은 많이 부식된 것처럼 상해있었지만 목걸이의 알맹이인 ‘구체’는 기이한 빛을 뿜어내며 마치 방금 만들어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모험가는 자신이 한 발견에 놀라면서도 목걸이를 챙기려고 했으나 마치 그 장소에 누가 못으로 박아놓은 것처럼 고정되어 구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발견에 기뻐하며 목걸이를 증거물로 챙기려고 했던 모험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용을 쓰고 기를 써도 목걸이의 줄만 끊어졌을뿐 구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모험가는 그리하여 본인이 있던 발견물을 숨겨놓기로 마음먹고 주변의 흙을 그러모아 공중에 떠 있는 구체를 흙으로 숨겼다.

언젠가 기필코 자신이 그걸 가질 거라고 마음 먹은 모험가는 한동안 주변 누구에게도 자신이 발견한 ‘그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술이 문제였다.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모험가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도대체 이 나이 되도록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모험가 주제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이유가 뭐냐. 이제 정신차릴 나이도 되지 않았냐?” 라는 말에 빈정이 상해 자신이 발견한 것에 대해 보면 넌 절대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며 모험가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래? 그게 어디 있는데?”

“있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인마! 내가 다했어!”

“그니까 뭘 발견했는데! 니가 말로만 그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눈으로 봐야 믿지.”

“후우, 니가 뭘 알겠냐...”

그 말을 끝으로 곯아떨어진 모험가는 술에서 깬 뒤 자신이 한 말을 크게 후회했지만 술김에 한 말이라며 둘러내는 모험가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뭔가 있음을 눈치챈 친구가 계속 긁어대자 결국 자신이 갔던 사막에서 한 발견에 대해 털어놓고 말았다.

“가보자.”

“넌 모험같은 거 싫어한다며, 인마.”

“그렇게 신기하고 대단한 거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가 챙겨야지. 내가 도와줄게.”

모험가는 자신의 친구의 말에서 ‘너가’가 아니라 ‘우리가’라는 말이 나왔지만 친구가 하는 말의 뉘앙스의 변화를 캐치하지 못했다.

“흐음, 한번 같이 가볼래?”

두 사람은 휴가를 맞춰서 다시금 사막을 가고자 계획했고 마침내 모험가는 자신이 발견했던 그곳에 쌓아놓았던 흙이 다소 흐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구체를 잘 가려주고 있는 크레이터 지형의 한 가운데에 도착했다.

“여기야?”

“어, 여기야.”

“유성이라도 떨어진 것 같네.”

“그치?”

실없는 말을 하면서 모험가가 쌓여있던 흙을 헤치고 나자 기름으로 켜는 램프와는 전혀 다른 빛을 내뿜는 구체가 드러났다.

“우와.”

“신기하지? 한밤 중에도 이렇게 빛이 나.”

“그러네.”

과연 친구의 말대로 금속으로 된 빛을 내는 ‘구체’는 발로 걷어차고 손으로 잡아당기고 밧줄을 묶어 둘이서 움직이려고 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되네.”

“말했잖아. 안 움직인다니까. 그래서 이렇게 흙으로 덮어놨던 거야.”

하룻밤을 지내면서 밤에도 빛을 내는 이 구체를 지켜보던 두 사람은 흙으로 잘 덮어놓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험가는 자신의 발견을 친구에게 보여준 것으로 다시는 친구가 모험가인 자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품는 것으로 끝냈지만 공무원이었던 친구는 아니었다. 공무원인 친구는 1860년대말 하루가 다르게 그 기세를 숨기지 못하고 성장하는 미합중국에서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밖에 되지 않는 얼마 전 미국에 편입한 네바다주의 말단 공무원으로 거칠고 무식한 광부들이나 상대하며 별거 아닌 일만 하다 일에 치어 죽고 싶지 않았다. 사람도 별로 없고 광부들만 가득한 사막의 땅 네바다주에서 자신이 갇혀 있는 동안 조만간 자신의 조국은 대영제국도 발아래에 둘 정도의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던 중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덕분에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남부 출신의 대통령의 연방 순방 계획을 듣게 되고 이 대통령이 네바다주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갈 거라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이 일종의 운명이라고 믿는 현 대통령이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현 대통령이 네바다 주에 와서 호텔에서 잠을 자기로 한 그 날 벨보이로 위장 잡입에 성공한 네바다주의 한 말단공무원은 마침내 친구와 함게 가서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발견한 물건에 대해 설명을 한 뒤 연방 정부의 공무원으로 영전을 할 수 있었다. 그게 51구역의 첫 시작이자 ‘크로노스피어’의 발견에 대한 공식적인 첫 기록이었다.

“그래서 크로노스피어가 도대체 뭔데?”

“크로노스피어는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간직한 물건입니다. 아직도 처음 발견했을 때 형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죠.”

“1860년대에 발견된 물건이 2021년인 지금까지?”

“51구역은 크로노스피어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항공사진으로 51구역을 찍으려 해도 제대로 찍을 수 없는 이유는 이 크로노스피어에서 발산되는 파장때문이죠.”

“흐음, 오파츠라 이건가?”

시대를 벗어난 유물을 말하는 "Out­Of­Place Artifacts"에서 약자를 따서 OOPArts라고 부르는 오파츠에 크로노스피어는 진정 걸맞은 물건이었다. 에디슨이 만든 전구가 발명되기도 전부터 지금까지 빛을 뿜어내는 물건이 오파츠가 아니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P.I.B는 시간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난 이 물건이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나 만들었을 법한 물건이며 시간의 신으로부터 이름을 따 크로노스 피어(chronos fear) 혹은 크로노 스피어(chrono spehere)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간혹 P.I.B에 새로 들어와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은 선배들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chronos)와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Cronus)를 혼동하여 한동안 크로노스피어를 마치 최종병기 내지는 절대적 힘의 무엇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엘리스가 해당 관련 정보를 뒤적거리는 동안 스탠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2020년이 되고 크로노스피어가 갑작스럽게 이상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네바다주에 지진이 일어날 정도였죠.”

“그래? 그게 언젠데.”

스탠으로부터 크로노스피어에 의한 지진이 발생한 날짜를 들은 엘리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거 내가 지구에 와서 아저씨랑 접촉한 날짜잖아?’

우연과 우연이 만나면 결코 우연이 될 수 없는 법이었다. 엘리스는 관심이 P.I.B에서 크로노스피어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엘리스는 스탠의 동의 없이 스탠의 기억 속에 있는 ‘크로노스피어’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엘리스는 크로노스피어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이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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