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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4화 〉 224화­정후를 쫓는 사람들(4) (224/239)

〈 224화 〉 224화­정후를 쫓는 사람들(4)

* * *

“정후 삼촌, 지후 삼촌! 어서 와.”

“어? 어.”

정후와 지후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야, 뭐야. 왜 어제 그 남자랑 아까 그 여자들까지 다 와 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형이랑 같이 갔다 왔잖아.)”

정후와 지후는 한무더기씩 들고온 마른 나뭇가지들을 화로대 옆에 잘 정리해두며 분위기를 살폈다.

“이쪽이 섀넌의 예비 신랑인가요?”

화통하게 웃으며 제프 머스크가 이런 착하고 지적이며 유머 감각 넘치는 미인을 어떻게 사귈 수 있었는지 그 비법이 궁금하다며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도 알지? 이쪽은 제프 머스크 씨고 그 옆의 언니들은 아까 이야기했고.”

“어...어.”

어안이 벙벙한 정후를 옆에 두고 엘리스는 지후를 정후의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이야, 형제가 다 멋있다.”

“그러니까. 정후 씨 동생은 여자친구 혹시 있어요?”

“예?”

지후도 살짝 분위기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가 자신에게 뭔가 끼를 부리는 것 같은 마리라는 여자에게 자신에겐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다고 선언했다.

‘(조심해야할 것 같다.)’

“흐응, 아깝다. 아까워. 좋은 남자들은 일찍일찍들 다 채간다니까.”

“그치? 여자친구는 연하? 동갑?”

“2살 연상이에요.”

“지후 씨보다 2살 연상? 야야, 안 봐도 훤해. 지후 씨 여자친구 엄청 예쁜가보다.”

“네, 예쁩니다. 무척.”

지후는 평소에 자신의 여자친구 성미로부터 평소에 단단히 받아온 정신교육에 맞게 일련의 대화 프로토콜을 시전했다.

정후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동생이지만 벌써부터 꽉 잡혀 살 것이 뻔히 보이는 것 같아 속으로 혀를 찼다.

‘왜 저러고 사냐. 지가 생기면 얼마나 생겼다고 떡 줄 사람들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 거하게 들이마시네.’

“이거 이렇게 다 모였는데 한잔씩들 할까요?”

“좋아요!”

“건배!”

“bottoms up!”

전혀 공통분모라곤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모여 앉아 있는 이 상황이 궁금한 정후는 엘리스에게만 들리게 해서 물어봤다.

[엘리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텐트친 걸 도와준 게 고맙다면서 정후와 지후가 없을 때 옆자리에서 해물파전에 막걸리를 챙겨온 마리와 수지. 두 여성에게 고맙다면서 인사를 나누고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 먹고있을 때 살짝 떨어져 있던 제프 머스크가 다가와 이렇게 여행지에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자신도 합석해도 괜찮겠냐면서 텍사스식 브리스킷과 함께 밀맥주, 흑맥주, IPA 등 갖가지 맥주가 담긴 아이스 박스를 들고 와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했다.

“아저씨, 삼촌. 둘 다 이거 먹어봐. 바비큐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장난 아니야. 입 안에서 살살 녹음.”

“그래? 어디 한번.”

오랜 시간동안 참나무 장작으로 제대로 훈연했는지 브리스킷은 아주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서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와, 진짜 맛있다. 이거.”

“이래뵈도 한국에 있는 브리스킷에 정통한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특별히 공수해온 겁니다. 텍사스에서 파는 것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맛이더군요.”

“그렇군요.”

세계에 이름을 알린 부호치고 꽤나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제프 머스크는 자신이 가져온 흑맥주는 이 잔에 마실 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면서 전용 잔을 꺼내 따라 2분 정도 따라낸 맥주가 잘 섞여 흑색으로 바뀌고 난 뒤 자신에게 건네주었다.

“한국에서 파는 구이네스와는 맛이 다를 겁니다.”

‘에이, 어차피 수입해온 건데 그게 그거 아닌가...평소에 먹던 것과 조금 다르게 생기긴 했다만.’

그런 생각은 한 입을 마셔 입안에 머금자 단번에 바뀌어버렸다.

‘와, 이거 뭐냐. 내가 그동안 먹던 구이네스는 짭이었던 건가?’

정후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맛있죠? 이거 아일랜드에서 직접 비행기로 가져온 거래요. 병에 적힌 거 보시면 1798이라고 보이죠? 한정판이랍니다.”

수지라는 여자가 자신에게 6천병만 풀린 한정판임을 다시 강조하면서 슬쩍 자신도 따라 달라며 제프에게 잔을 들이밀었다.

“제프 씨가 따라주는 게 제가 직접 따라 마시는 것보다 맛있네요.”

“하하하, 제가 매력적이라서 매력이 흘러넘쳐서 술에도 담겼나 봅니다. 미인이 원하시는데 라 드려야죠.”

“피이, 느끼한 말도 잘 하시네. 내가 못생겼으면 술도 못 얻어먹을 뻔.”

수지에게 맥주를 따라준 제프는 내 옆에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했다.

“(사실 제가 따르는 방법은 구이네스 본사에 갔을 때 마스터에게 직접 제대로 배워온 겁니다.)”

“(그래서 맛이 달랐군요.)”

“(구이네스 맥주는 조개나 생선요리랑 더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제 입맛에는 텍사스식 브리스킷이랑 먹을 때도 괜찮았거든요.)”

남자인 자신에게 찡긋하며 윙크하는 제프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주며 정후는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슬쩍 치워 섀넌 쪽으로 옮겼다.

7명이서 먹어치우자 순식간에 브리스킷이 동이 나자 수지네가 준비해온 해물파전과 막걸리 판이 벌어지며 2차전이 시작되었다. 제프가 데려왔다는 요리사들이 옆에서 어떻게 만드는지를 수지네에게 전해 듣고 알아서 준비해주는 덕분에 누가 일어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에 수지가 여기 오자고 할 때만 해도 가기 싫었는데 이렇게 좋은 분들하고 만나서 편하게 캠핑할 줄 생각도 못했네요.”

“넌 나한테 고마운 줄 알아야 돼, 마리야.”

“땡큐 땡큐!”

알딸딸하게 취했는지 수지와 마리는 어느새 자신의 양 옆에 앉아 코맹맹이 소리를 하면서 베시시하고 웃어댔다. 정후는 한서불침(???)의 경지에 올랐는데 이상하게 한기가 느껴져 장작불이 꺼졌나 싶어 장작불을 확인했으나 잘 마른 나무를 제프의 경호원들이 챙겨온 덕분에 장작불은 잘 타고 있어 어디서 한기가 느껴지는지 주위를 둘러보다 섀넌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헉”

“정후 오빠, 왜? 무슨 문제 있어?”

“네?”

“갑자기 네라고 하는 것 좀 봐. 어색하게 왜 이래. 우리 편하게 말하기로 했잖아. 정후 오빠.”

“아, 그랬지?”

머쓱해져 뒷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정후는 섀넌의 눈에서 말라야히마보다 더 추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아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섀넌 쪽으로 다가가 잠깐 산책 좀 하자며 말을 걸었다.

“어우, 너무 부럽다. 나도 저런 남편감 있으면 진작 시집갔을 듯.”

“나도 나도.”

캠핑하러 멀리 와서도 자신의 여자친구를 챙기는 모습이 멋있다며 수지네가 호들갑을 떨어댔다. 섀넌은 예의상 미소를 지어주며 정후의 손길을 따라 천천히 일어났다. 둘은 캠핑장 주변에 한적하게 조성된 산책로로 걸어 들어갔다.

“너무 오래 있으면 우리 오해할 거에요!”

“제이! 좋은 시간 보내고 오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프와 수지네가 휘파람을 불어대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지후도 너무 마셨더니 잠깐 화장실을 가야겠다면서 일어나 자리를 비웠다.

“왜? 아주 좋아보였는데?”

“섀넌, 오해야.”

“무슨 오해? 아주 헤벌쭉~ 해가지고.”

“내가? 내가 무슨 헤벌쭉 해. 우리 섀넌에 비하면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잘못 본 거라니까.”

“치이.”

질투심을 보여주는 섀넌의 어깨를 끌어안은 정후는 자신에겐 섀넌 밖에 없다면서 섀넌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선을 긋는 것 못봤냐고 자신을 변호했다.

“그런 주제에 두 여자들이 오빠 오빠하니까 좋아 죽는 것 같던데?”

“그건....그냥 예의상. 저쪽에서 말 편하게 하자고 하는데. 내가 또 말을 높여서 하자면 분위기가 이상해지니까 그런 거지. 난 두 사람한테 아무런 사적 감정 없어.”

“그으래?”

“진짜라니까.”

두 사람이 사랑의 밀어를 나누며 질투를 조미료 삼아 돈독한 사이가 되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캠핑장에는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것이 거짓말인냥 냉기가 휘몰아쳤다. 바로 그 원인은 엘리스에게 있었다. 세 사람이 자리를 떠나자 그쪽을 쳐다보던 엘리스가 고개를 돌려 차가운 무기질처럼 느껴지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P.I.B 요원인 주가지 씨와 이말희 씨. 그리고 화성바라기 제프 머스크 씨께서 조용히 지내는 우리한테 굳이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이렇게 오셨는지?”

“딸꾹”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 화성에 가고 싶은 남자가 M을 찾아온 것에 무슨 오해가 있지?”

“M이라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군요. 엘리스 양.”

“제프 머스크가 어떻게 M을?”

방금 전까지 취한 것만 같았던 주가지와 이말희는 자신들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본 엘리스에게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지 않게 귀에 찬 리시버에선 도대체 엘리스가 P.I.B 요원들을 어떻게 찾은 것인지에 대해 백업요원들의 당황에 찬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반면 제프 머스크는 이름을 알린 기업가답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웃으며 엘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제프, 당신이 화성을 얼마나 가고 싶은지는 내가 잘 알고 있어.”

“엘리스 양이 말입니까? 뭐, 제가 화성에 가고 싶어하긴 합니다만.”

“훗,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잖아? 그동안 당신네 회사가 성장할 수 있게 기술에 대한 힌트들과 자금을 수혈해준 앤젤 투자자가 누구라고 생각해?”

“그렇다는 말은 다....당신이 재버워크?”

엘리스는 굳이 대답을 하기보단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을 받아 멍해져 있는 제프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엘리스는 주가지와 이말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P.I.B가 많이 시끄러운 모양이네. 안녕, 스탠? 내 목소리는 잘 들려?”

주가지와 이말희의 리시버로 현 상황을 주관하고 있던 스탠이 화들짝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P.I.B에 대해 저 사람이 어...어떻게 안 거지?]

“내 목소리는 그쪽으로 잘 들리는 것 같네. 어떻게 알기는. 당신들의 존재에 대해선 금방 알아챘어. P.I.B가 ‘마션 맨’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다는 것도.”

주가지와 이말희는 갑자기 모든 온기가 사라진 것처럼 인간이라고 전혀 느껴지는 엘리스의 눈빛에 압도되어 뭐라고 하면 좋을지 전혀 답하지 못하고 베테랑 요원임에도 이 상황을 감당하기가 버겁다고 느꼈다.

“너무 긴장하지마. 당신들은 오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잘 갈 거야. 의사를 전달하러 온 전령을 내가 뭐...죽이기라도 할까봐?”

“흐읍.”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까 아저씨네들이 돌아오면 시간이 늦은 것 같다고 하고 일어나서 당신들 자리로 가서 편하게들 자. 대신 우리끼리 대화를 따로 나눠야 할 것 같지? 조만간 내가 연락을 할테니 내일이 되면 자리를 정리하고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조용히 돌아가있어. 얼마 길지 않을 아저씨와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할 생각따윈 조용히 잘 접어두고. 알았지?”

[어...어떻게 접선을 할 건지 물어봐. 수지.]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스탠이 리시버를 통해 묻자 엘리스는 친절하게 주가지와 이말희가 가진 도청장치가 아니라 스탠과 P.I.B 요원들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실의 컴퓨터들 중 하나를 골라 스피커를 통해 대답해줬다.

[내가 당신들을 찾아갈 거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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