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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3화 〉 223화­정후를 쫓는 사람들(3) (223/239)

〈 223화 〉 223화­정후를 쫓는 사람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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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결국 제프가 M을 만나버렸군.”

“화성을 가고 싶은 남자가 화성에 오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걸로 추정되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모른 척할 리가 없으니까요.”

P.I.B의 아시아 지부장 스탠은 저 둘이 만난 것보다 저 둘이 만나서 앞으로 무얼 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최근에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발간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전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현재 극한기온 발생 빈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4.8배가 증가했고 앞으로 이 1.5도 이상 오르는 것만으로 거의 9배 가까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 있었다.

극한 기온 발생 빈도가 약 9배 증가한다는 것은 강우량은 1.5배가 증가하고 홍수의 위험은 100% 증가, 가뭄은 2.4배가 증가하여 현재보다 가뭄이나 홍수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였다. 그때가 되면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폭염의 고통 속에 빠져들고 식량난을 비롯하여 각종 자원쟁탈전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이 이 보고서가 예측한 미래였다.

물론 세계의 국가들이 협의한 끝에 앞으로 남은 7년이란 시한부 내에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최대한 흡수하거나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에 가깝게 만든다는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면 이 보고서가 예측한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현실로 되는 시기를 미루거나 없앨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스탠이 보기에 그건 달성이 불가능한 과제. 즉, 말 그대로 Mission impossible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모두가 합심하여 이상적인 결과를 낳아야 하는 조별 프로젝트라든가 서로 함께 공유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하여 황폐화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지닌 각자의 이기심은 이상적인 것과는 먼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그런 인간들이 모여 집단화된 국가에서 ‘자본’이란 비용을 투입하여 모두가 단기적 손해를 감수함으로써 장기적 이득을 꾀한다는 IPCC의 목표는 스탠에겐 허황되게 느껴졌다.

‘무임승차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면 디스토피아의 재래는 시간문제인 거지.’

스탠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제프 머스크는 그 해답이 화성에 있다고 주장해온 남자였다. 지구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행성이자 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은 인류가 이주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별이었다. 그리고 무슨 힘을 지닌 것인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우주선이 아님에도 화성을 오갈 수 있는 걸로 추정되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P.I.B에선 제프와 M의 만남을 아포칼립스에 비견되는 후폭풍을 만들어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들 중에서 가장 최악의 사태는 화성을 선점하여 소유함으로써 하나의 별이 개인들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었고, 이는 지구인들에게 있어 인류라는 종이 개인에게 종속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상황을 자아낼 수도 있다는 것이 아주 극소수의 확률로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한 마이너 리포트에 담긴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걸 막아내고자 P.I.B에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대안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우리 요원들도 투입되었겠지?”

“예, 한밤 중에 캠핑을 간다는 것은 좀 이상할 수 있어 내일 오전 중에 M의 사이트 근처에 자리를 잡을 예정입니다.”

“후우, 어떻게든 두 사람을 벌려놓고 그 사이에 우리가 끼어든다.”

“만약 설득하지도 포섭하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악의 상황엔 뭐 방법이 있나...납치 후 51구역에 구금을 시키든가...그것도 안된다면...”

굳이 스탠이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요원은 스탠이 삼킨 뒷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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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깡...깡!”

“아우, 아침부터 뭐가 이렇게 시끄럽냐...”

“으으음....”

정후는 어젯밤에 심하게 달린 여파로 피곤해 죽겠는데 오전부터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에 잠이 깨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옆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던 섀넌이 더 자고 싶다는 듯 정후의 품에서 찡얼거렸다.

“어어, 더 자. 더 자. 내가 한번 나가볼게.”

동계침낭에서 나와 지퍼를 올려 냉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여며 섀넌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해 준 정후는 몸을 좌우로 비틀며 티피텐트 밖으로 걸어나왔다.

“아우우우우, 죽겄다. 벌써 11시구나”

팔목에 찬 시계를 보고 정후는 겨울임에도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환하게 비치는 햇볕을 잠시 쬐며 느꼈다. 잠시 옆을 쳐다보며 추가로 설치해놓은 지후랑 엘리스가 자는 텐트에선 미동도 없는 걸 보고 이 상황에서도 참 편하게 잘도 잔다고 생각했다.

“깡...깡...깡...깡! 어우, 힘들어. 더럽게 안 박히네. 이씨.”

‘팩킹하고 있었구나.’

겨울이라 땅이 얼어 30cm 이상 되는 팩을 박아 넣기엔 일반적인 여성의 힘으론 생각보다 힘들 터였다.

“잘 안 박힐텐데...”

옆에서 팩을 박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후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지만 사람도 별로 없는 캠핑장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들렸나보다.

“어?”

“어?”

정후와 눈이 마주친 여자는 갑자기 들린 남자의 목소리에 놀랐는지 망치를 들고 있는 상태로 얼어버렸다.

“아....”

정후는 이 상황에서 여자에게 다가가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인지 순간 애매해서 멈춰버렸고, 옆에서 팩을 박고 있던 여자 ‘주가지(???)’는 자신이 포섭 내지 유혹을 해야할 대상인 M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것이었다.

‘어....이렇게 만나면 안되는데...’

“수지야, 무슨 일이야? 아, 옆 사이트에 자리 잡으신 분이구나. 안녕하세요.”

다행히도 자신을 도와 백업을 해주기 위해 함께 온 이말희(???)의 등장 덕분에 주가지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아침부터 팩킹이 좀 시끄러웠죠?”

“아...아닙니다. 일어날 때는 사실 많이 지났죠...”

정후가 시계를 가리키고 나서 손가락을 하늘에 떠 있는 해를 향해 움직이자 두 여자는 뭐가 그리도 웃긴지 환하게 웃어줬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사이트 와서 텐트 구축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닌데요. 저기 팩킹하는 게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데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남자들은 안 보이고 여자들은 캠핑을 다닌 경험이 많이 없는지 어딘가 많이 어설퍼보여 예의상 정후는 도와주겠다는 말을 꺼냈다. 내심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지만 여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도움을 요청했다.

“아! 살았다. 도와주시겠어요? 너튜브 영상들 보고 캠핑에 관심을 가져서 한번 겨울 캠핑 가보자 하고 왔는데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잘 안되네요.”

“아무래도 초보로서 동계캠핑은 조금 힘들죠.”

정후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주가지의 옆에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자 주가지는 정후의 손을 잡았다.

“아! 제 소개를 안했네요. 제 이름은 이수지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해맑게 웃는 수지(주가지)를 쳐다보던 정후는 살짝 멋쩍게 웃으며 악수를 해주곤 입을 열었다.

“전 정후라고 불러 주세요. 근데...악수하자는 게 아니라 망치 달라는 거였는데...”

정후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수지가 자신도 모르게 정후에게 망치를 주곤 벌떡 일어났다.

“그...그런! 죄...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흐음....이거 가지고는....힘들텐데.”

이말희는 메인 요원인 주가지가 영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매는 것 같자 분위기를 바꾸고자 정후에게 말을 걸었다.

“전 마리라고 불러 주세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텐트 사면 기본적으로 주는 이런 플라스틱 팩 망치로는 30cm 넘는 팩은 잘 안 박히거든요. 팩은 잘 준비해오셨는데 망치는 준비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리(이말희)에게 플라스틱 팩 망치를 건네주곤 잠시 텐트에 가는 척하며 아공간에서 자신의 팩망치를 꺼내 가져왔다.

“와아, 그건 좀 다르네요. 확실히 이런 플라스틱 쪼가리랑은 다르겠어요.”

“많이 다르죠.”

정후가 가져온 팩망치는 팩을 때리는 부분이 황동으로 되어 있어 충격을 흡수해주고 무게감도 적당해서 통증이 별로 없고 힘이 잘 전달되는 황동해머였다.

정후가 가져온 해머는 두 사람이 용을 쓰며 박던 플라스틱 해머와 다르게 몇 번 박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깊게 박혀서 순식간에 텐트 주변에 박아야할 텐트를 모두 박을 수 있었다.

“이제 다 된 것 같네요.”

친절하게 텐트 끈을 조절해주며 짱짱하게 해주고 팩을 모두 박아준 정후에게 두 여자는 연신 고맙다며 박수를 쳤다. 정후는 머쓱해 하면서 예의상 혹시라도 도움이 더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하고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정후는 분명 잘못한 것도 없건만 등에 식은 땅이 흘리는 것만 같았다. 등을 돌리고 정후가 마주한 것은 어느새 일어나서 언제부터 보고 있던 것인지 모를 섀넌과 엘리스 그리고 지후가 조용히 자신과 두 여자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수지와 마리라는 가명으로 나타난 주가지와 이말희는 의도적으로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다가와 자신들에 대해 소개하며 오전부터 시끄럽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하다며 사죄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괜찮아요. 우리 정후 씨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아저씨. 처음 보는 여자들인데도 정말 친절하게 잘 도와주더라.”

분명 웃으며 대답했는데 이상하게 냉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아 정후는 두 사람에게 극구 부인하며 두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내가? 에이. 그냥 캠핑장에서 서로 돕고 그런 정도였지 뭐....”

“그래?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두 여자의 분위기를 감지한 지후가 서둘러 정후의 편을 들기 위해 나섰다.

“어우, 배 고프다. 어젠 우리가 밥했으니까 오늘은 두 사람이 밥 해주는 거지? 형, 두 사람이 밥 준비하기 전에 나랑 화로대에 피울 장작이나 구해올까?”

“어...어...그래. 그러자!”

동생의 기지로 겨우 자리를 빠져나온 정후는 지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진짜 아무런 사적 감정도 없었는데 왜 하필이면 그때 나타나 가지고. 동생아, 그래도 덕분에 살았다.”

“아주 아침부터 힘이 넘쳐가지곤 퍽퍽하고 팩을 박는 소리에 나도 잠이 깨더라.”

“야, 그럼 여자 둘이 와서 낑낑대면서 도와달라고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도와주냐. 너라도 가서 도와줬을걸.”

“응, 난 아님. 설령 도와주더라도 그렇게 미소 지으면서 안 도와줌. 아주 엄근진한 자세로 무표정하게 도와주고 그럼 이만하고 헤어졌지.”

“니가? 니가?”

“괜히 도와준 것 같아.”

“이...이 자식이...아, 근데 돌아가서 어떻게 하냐.”

“형수님 은근 짜증 많이 난 것 같더라.”

“에휴....”

하지만 마른 나뭇가지들을 챙겨 돌아왔을 때 걱정을 하며 왔던 정후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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