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222화정후를 쫓는 사람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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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머스크의 이번 방한에 대해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례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한국이 우주산업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아직은 뒤처진 수준에 있는 데다 인공지능 자동차 산업에서 기업 아인슈타인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가운데 왜 이 시점에 한국을 방한했는지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수래기 리포터? 인천공항에 도착한 제프 머스크가 처음으로 한 말이 무엇이었죠?]
빠진 게 있어 잠깐 캠핑장 내에 위치한 매점에 섀넌이 엘리스와 도착했을 때 TV에선 뭔가 대단한 일이 있는지 아나운서와 리포터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묻어져 나왔다.
“제프 머스크?”
섀넌은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름이 어딘가 익숙해서 확인차 엘리스에게 누구인지 물어봤고, 매점에서 물건을 챙겨 나오면서 엘리스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하며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자동차 기업의 수장의 이름이라며 설명해줬다.
“내가 아는 사람이랑 이름은 언뜻 비슷한데 여기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어차피 산영으로서 있던 곳도 이 곳에서 있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니까...”
“아, 맞다...그랬지.”
엘리스는 원 역사에서 이 시점에 저 남자가 방한을 했다고 한다면 엄청난 뉴스가 되었기에 분명 기록이 남았을텐데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없는 것을 보고 무언가 역사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뭐하러 온 거야, 제프 머스크.’
둘이 자신들의 사이트로 도착하자 그곳에선 정후와 지후가 더치 오븐을 이용하여 양쪽에서 무수분 통삼겹살 구이와 함께 갈비찜을 만들고 있었다.
“사왔어?”
“형수님이랑 엘리스도 참 대단해. 우리가 엊그제 장본 것만 해도 4명이 카트를 꽉꽉 채울 지경인데 술이 부족한 것 같다고 채워야 한다고 술을 또 사오겠다니.”
“그래서 지후는 안 마실거야?”
“맞아, 삼촌은 안 마시겠다는 거지?”
“아니, 그렇게 말하면 또 섭섭하지. 여기 봐. 갈비찜 다 됐어, 엘리스. 와서 맛 좀 봐.”
“으흠, 어디 한번 맛 좀 볼까?”
엘리스가 양손에 가득 들고온 각종 술병을 내려놓고 안주머니에서 자신의 전용 은수저를 꺼내 양손으로 나눠들고선 갈비찜 한점을 덜어내서 기미상궁처럼 맛을 봤다.
“합격!”
“맛 좋지? 아주 제대로 됐어.”
“아침부터 8시간동안 끓인 보람이 있네. 언니도 와서 한번 맛 좀 봐봐.”
“그럴까?”
옆에서 냄새만 맡으며 침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던 섀넌은 술병을 내려놓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새침한 표정으로 다가와 지후에게서 한 대접을 받아 엘리스처럼 전용 수저 세트를 꺼내 맛을 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섀넌의 표정도 엘리스의 그것과 똑같아지자 지후는 역시 이번 음식대결은 자신의 승리라고 자신하며 정후를 스윽 쳐다봤다.
“이야, 여기에 술 한잔 걸치면 캬아!”
“그렇다는데?”
“자, 잠깐! 이러는 게 어디 있어? 공정하게 양쪽 다 준비된 상태에서 맛을 봐야지. 지후 거 먼저 먹으면 안돼. 에헤이, 그만! 그만 먹어!”
정후는 자신의 통삼겹도 방금 다 익은 것 같아 한번 더 불에 굽기만 하면 된다며 기다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 너스레를 지켜보던 나머지 셋 사이로 더치 오븐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불꽃과 같이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 올랐다.
한바탕 소동같은 대결을 빙자한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가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었다.
“크으, 요상~허다~. 왜 갈비찜이 졌지?”
“드라마 성대 모사 그만하고 가서 설거지랑 뒷정리나 하시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편파판정인 것 같아. 아니야?”
지후는 개수대로 설거지감을 한가득 챙겨 들고 가다 뒤를 돌아보며 입가심으로 맥주 한잔 해야 한다며 짠을 하고 있는 엘리스와 섀넌을 째려봤다.
“응, 아니야.”
맥주캔을 내려놓으며 엘리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그럼 왜 내가 졌어? 분명 맛있다고 했잖아.”
“갈비찜은 맛이 있었어.”
“근데?”
“다만 갈비찜이 짠 맛이 살짝 강했고, 무엇보다 겉은 바삭한데도 속은 촉촉한 두가지 식감을 가진 통삼겹 구이는 간도 적절한데다 식감도 더 다채로웠지. 진한 육즙과 함께 불맛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마치 음식 평론가가 빙의한 듯 숟가락을 마이크처럼 들고 엘리스가 평을 내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섀넌이 맞장구를 쳐줬다.
“정확해. 내 마음이 딱 그랬다니까. 대신 내일 식사는 우리들이 챙기기로 했잖아. 빨리 설거지를 하고 오시지요, 도련님.”
“이이잉.”
“삼촌, 귀여운 척 금지. 잔망 금지.”
“알았다. 알았어.”
터벅터벅 힘이 빠진 척 지후에겐 전혀 무거울 리 없는 설거지감을 챙겨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셋은 한바탕 웃어대며 서로 짠을 외쳤다.
“이야, 대한민국에도 이런 곳이 다 있었네.”
“그러게, 하늘에서 별이 아주 쏟아질 것 같아.”
평일이라 그런지 주변 사이트엔 그다지 사람이 없었다. 저 멀리 외국인들이 짐을 내려놓고 부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들끼리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나누느라 특별히 관심이 없었다.
“진짜 좋다. 아저씨랑 꼭 더스트에서 여행할 때 같네.”
“그러게, 정후 씨랑 같이 다닐 때 정말 좋았는데.”
자신들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과거의 회상에 두 사람은 멈칫하며 정후의 눈치를 살폈다.
“왜 날 봐? 우리 세븐시티 멤버들 생각하며 또 우울해할까봐 그래?”
“솔직히 조금?”
정후는 지구로 돌아온 이후로 더스트로 돌아가 어떻게 화이트를 상대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엘리스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면서 정후에게 잠시 그곳을 잊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회복할 시간을 갖자고 했었다.
“알아, 나도. 당장 뭐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그러니까 너무 내 눈치 보지마. 섀넌, 나 한캔만 아이스 박스에서 꺼내줘.”
섀넌이 자신의 체어 옆에 있는 아이스 박스에서 시원하게 냉각된 캔맥을 하나 꺼내 넘겼다.
“치이익.”
적막함 속에서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화로대 위의 장작불이 넘실거리는 가운데 맥주캔 따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장작불을 지켜보며 ‘불멍’을 즐겼다.
“어우 손 시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또 형이 조져놨지?”
어느새 설거지를 마치고 온 지후가 그릇들을 선반에 잘 정리해 놓으며 툭 내뱉었다.
“인마, 내가 무슨 분위기 조지는 사람이야?”
“여기서 분위기 곱창낼 사람, 형말고 누가 있는데?”
“삼촌, 뭘 곱창 내? 크크크큭.”
“한껏 띄워놨더니 말이야. 분명 술 먹고 또 이상한 개그 했어. 안 봐도 알아.”
“그렇다고 치자. 후읍.”
정후는 축 처진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쓰는 동생의 노력을 눈치채고 조용히 맥주를 마셔 넘겼다.
“이거 봐, 자기만 입이야. 내 두 손 비었어. 지금.”
“삼촌, 여기.”
“역시 나 챙겨주는 건 우리 엘리스 뿐이야. 나 혼자 저기서 설거지 하는데 아무도 와주지도 않고 말이야. 흑흑. 딱. 스읍스읍”
훌쩍대는 척하면서 지후가 맥주캔을 따곤 솟아넘칠 듯 나오는 맥주거품을 빨아 마셨다.
“오우, 이 추운데도 차가운 맥주 마시는 얼죽아의 민족같으니라구.”
“그럼, 삼촌은 미지근한 걸로 줄까?”
“에이, 흑맥주나 에일이면 모를까 누가 라거를 미지근하게 먹어. 아, 근데 저기 온 외국인들 있잖아.”
“외국인들?”
“아, 저쪽에 자리 잡은 사람들?”
“어어, 저 사람들 친구들이 아닌가봐. 뭔가 회사에서 워크샵 온 것마냥 되게 칙칙함.”
“그래?”
“영어로 자기들끼리 재료들 씻으러 와선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 살짝 들었거든? 사장님이랑 같이 왔는지 보스가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더라.”
“그래?”
확실히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제야 관심을 갖고 그쪽을 쳐다보자 일반적인 친구들 모임이라든가 하면 으레 보이는 떠들썩함이라기보단 한 사람이 가운데 앉아 마치 왕처럼 대접받는 느낌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소시지와 마시멜로우를 구워먹고 있었다.
‘소시지랑 마시멜로우? 조합이 이상한데...’
“억, 눈 마주 쳤다. 어떻게 하지?”
“자식이 좀 조심히 보든가 하지.”
자연스럽게 몰래 보던 정후나 섀넌 그리고 엘리스와 다르게 지후는 술을 마시며 쳐다보다 보스로 보이는 좌석에 앉은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오밤 중에도 이상하게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그 남자는 좌석에서 일어나더니 주섬주섬 뭘 챙기고선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 뒤 영어로 인사를 걸어왔다.
‘어라, 이 남자는?’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저쪽에 자리잡은 사람들인데 혹시라도 저희가 여러분들이 노는데 방해가 되진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오, 별로 방해되진 않았습니다.”
“저희가 준비해온 것들인데 여기 소시지랑 마시멜로우 좀 드시겠습니까? 많이 준비해와서요. 이런 곳에선 음식을 나눠먹는 게 한국인의 ‘정’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성의가 있는데 됐다고 거절하기도 뭐해서 정후가 일어나 상대방의 음식이 담긴 그릇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선 지후에게 이쪽의 음식이라며 남아서 따로 챙겨놓은 갈비찜과 통삼겹 구이를 챙겨 건네줬다.
“하하, 이거 선물을 드리고자 왔는데 도리어 대접을 받게 되었군요.”
“아닙니다. 저희도 덕분에 이렇게 소시지랑 마시멜로우를 먹게 되었는데요.”
“한국 분들 같은데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예, 뭐,. 나름대로 공부를 해서요.”
“그렇습니까? 이거 제가 방해가 된 것 같은데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예, 그럼.”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리를 잡자 조용히 있던 엘리스랑 섀넌이 말을 꺼냈다.
“아까 그 사람이다.”
“맞아, TV에서 본 그 남자.”
“제프 머스크지. 저 남자.”
“정후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
“기업가면 다 알지. 저렇게 대단한 사람 모를 수가 있나. 생각했던 것보다 젠틀하네.”
“아인슈타인 회장? 방금 그 사람이?”
“역시 지후 삼촌은 눈치 못 챘고.”
정후는 의심스러웠다. 일부러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말에 찾아온 이곳에 저 남자가 와야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흐음, 저 사람도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오고 싶었나? 근데 왜 한국까지 와서 캠핑장을 온 거지?’
네 사람이 유명한 사람을 봤다며 신기한 마음에 떠들고 있을 때 자리로 돌아온 제프 머스크도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휴, 다행이야. 의심은 산 것 같지 않아. 그냥 놀러온 지 아는 것 같더군.”
“저희가 M을 만나러 온 목적을 들킨 줄 알았습니다.”
“그럴 수가 있나. 우릴 화성으로 데려가줄 키가 될 남자인데.”
화성에 대한 집념으로 유명한 제프 머스크가 드워브스의 실질적 주인이자 채널 paradise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 ‘마션 맨’ 정후에 대한 정보를 정부 관계자를 통해 얻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제프 머스크는 그 남자가 외따로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정후가 자리잡고 있는 이 캠핑장을 찾아 한국으로 찾아왔다. 자신의 눈으로 마션 맨을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판단은 확실했다.
‘일반인이 아니야. 저 남자는. 수없이 많은 생사고락을 경험한 리더만이 가질 법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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