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화 〉 221화정후를 쫓는 사람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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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별 게 아니었다. NFL에서 뛰고 있는 한 러닝백이 필드의 야전사령관이라고 불리는 쟁쟁한 쿼터백들을 제치고 그 해 MVP로 뽑히면서였다.
이전과 다르게 패스중심으로 전술체계가 변화하면서 NFL의 MVP는 패스의 핵이자 키 플레이어인 쿼터백들이 받게 되는 경우가 많게 바뀌었다. 잘 뛰는 러닝백의 유무가 경기의 승패를 가르던 과거와 전술체계가 달라졌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러닝백치곤 잘 달리긴 했지만 빨리 지치는 편이라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베리 스미스는 어느 순간부터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며 경기 내내 폭발적인 주력을 선보이며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올해의 MVP로 선정된 베리 스미스는 인터뷰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인터뷰어가 물어보는 ‘당신이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잘 풀리지 않아 풀이 죽어 있던 내게 내 부인이 생일에 목걸이 선물을 줬다. 당신도 가족이 있다면 알 것이다. 당신을 진심으로 믿어주는 누군가가 보여주는 신뢰가 때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나의 기적이었다. 그 날부터였던 것 같다. 자기야! 사랑해! 얘들아, 아빠, MVP 땄어! 우후! 예!” 」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어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질문을 더 했다. 당신이 받은 목걸이가 어디 것인지 궁금하다고. 그 질문에 방금 전까지 흥분을 보이던 베리 스미스는 목걸이를 빼들다 순간 멈칫하였고 이상한 징후를 놓치지 않은 기자는 그 목걸이냐면서 목걸이의 엠블럼이 선명히 보이게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베리 스미스의 사진을 찍었다. 엠블럼을 통해 알려진 목걸이 브랜드는 드워브스라는 한국에 있는 쥬얼리 브랜드였다.
사람들은 무명이었지만 베리 스미스를 스포츠 스타로 만들어줄 정도의 행운을 가져다 준 드워브스의 목걸이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놀라울 정도로 비싼 드워브스의 목걸이를 비롯해 꽤나 아름답고 묘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다른 드워브스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이어졌다.
“그때 사람들이 열광하길래 웃돈을 주고 사길 잘했지.”
돈이 많고 스포츠를 좋아하던 제프 머스크도 그 인터뷰를 보고 나서 드워브스의 프리미엄 라인들을 모두 구매했다. 목걸이, 반지, 시계, 혁대와 지갑 그리고 구두와 같은 남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악세사리들 모두였다. 그리고 그 악세사리들은 자신에게 놀라운 이능을 발휘했다.
끊임없는 회의들과 미팅으로 지쳐 가던 자신은 드워브스의 상품들은 자신에게 무한할 정도의 활력을 부여해줬다. 체력이 넘치게 되자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의 생활에서도 이전이었다면 회사일에 지쳐 집에 오면 아이들이라든가 부인과 대화할 힘도 없었지만 드워브스의 물건들이 부여한 무한할 정도의 체력은 가족들과의 관계까지 바꿔놓았다. 아내와의 생활도 그동안 너무 많은 업무로 지쳐있던 과거와 다르게 새로운 활력이 부여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자신이 만나는 부자들에게 드워브스의 상품을 착용해보길 권하게 된 것은.
한편으론 이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연구소 직원들을 통해 드워브스의 상품들이 어떤 효과를 부여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달라는 의뢰를 했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은 놀라운 것이었다. 모든 라인은 아니었지만 프리미엄 라인에 한해 단순한 기분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스태미너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회복력이 올라간 것이 수치들을 통해 증명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금단증상과 같은 어떤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단지 악세사리들을 가지고 다니다 몸에서 떼놓게 되었을 때 착용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만 빼면. 코카인을 비롯해 각종 약물을 즐기는 일부 미국인 상류층에게 아무런 부작용 없이 상쾌한 활력을 부여해주는 드워브스의 프리미엄 상품들의 효과에 대한 소문이 일반 시민들 모르게 조용히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단순히 효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드워브스의 비밀에 주목한 이들이 있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었다.
드워브스의 주인은 명목상 이정후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미정부의 조사 결과 드워브스의 실질적 주인은 이정후라는 것이 밝혀졌다. 드워브스의 프리미엄 라인들은 모두 이정후의 손을 통해서 공급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정후라는 남자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찾던 중 이정후와 동일한 인물이 나오는 너튜브의 영상이 확인되었다. 영상 속의 남자는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이국적인 공간들을 여행하는 모습이었는데 영상의 많은 것들을 확인한 끝에 이 영상이 지구에서 찍힌 영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밝혀졌고, 해당 정보는 51구역을 담당하는 부처로 이첩되었다.
외부에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라는 영화로도 그 존재가 살짝 알려진 적도 있는 이들은 화성에서 온 남자라는 이름을 담아 Martian man으로 이정후의 별칭을 붙인 뒤 혹시라도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코드네임 ‘M’으로 이정후의 존재를 숨기고 혹시라도 이정후의 정보를 찾으려는 이들의 뒤를 조사하며 이정후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촉을 할 지에 대해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M에 대해 특별히 대단한 정보를 습득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겠지. M은 자신에 대해 특별히 자랑하거나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최근에 P,I.B(people in black) 요원이 찍은 영상 속에선 이정후가 집 주변을 처음 등장한 ‘산영’이라는 여자 그리고 ‘엘리스’라는 여자와 돌아다니고 있었다. P.I.B는 즉각 두 여자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봐도 산영이라는 여자도 엘리스라는 여자도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어디에서도 살아온 활동 이력같은 것들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여자들이 누구길래 ‘M’과 같이 다니는지 P.I.B들이 궁금해 하던 중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 두 여자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기라도 할 것을 알았던 것처럼 여기저기서 두 사람에 대한 정보가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전에 찾아봤을 때 그런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P.I.B에겐 누군가 둘의 정보조작을 진행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기도 했다. P.I.B들이 지켜보는 동안 결과적으로 두 여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 등록되기까지 했다.
“이게 가능하려면 한국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확인해본 바로는 한국 정부는 두 여자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는 눈치였지.”
운이 좋았다. 조금만 두 여자에 대한 조사가 늦었어도 P.I.B조차 어떻게 살아온지 그 성장배경이 정확하게 입력되어 있는 두 여자에 대해 크게 의심을 품지 않았을 것이었다. 재차 확인을 위해 출신 학교들이라든가 출신지에서 두 여자에 대해 아는지를 수면 아래에서 확인해봤지만 어느 누구도 두 여자에 대해 아는 이들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정후는 한국 정부를 비롯해 각종 기관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조작하여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배후를 가진 존재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누군가 살짝 건드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어찌 보면 운이 좋다고 해야될까? 아니야, 내가 잘 판단한 거지!”
아시아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P.I.B의 요원 스탠은 미국에서 찾아온 프로그래머들의 개입을 막을까 하다가 오히려 억지로 못 만나게 하면 프로그래머들에게 의심을 살 수 있다는 판단에 둘의 움직임을 막는 것을 중단한 과거 자신의 판단을 칭찬했다.
자신의 어깨를 쓰다듬는 스탠의 팔목에서 스탠이 개인적으로 가진 자금으로 겨우 구한 드워브스의 시계가 반짝였다. 30대가 되고부터 이전과 달랐져 아쉬웠던 스탠에게 아침의 기쁨을 찾아준 고마운 시계였다.
자신들을 뒤쫒는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정후네는 집 근처만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을 벗어나 캠핑을 가기로 결정했다.
“뭐 이렇게 챙길 게 많지?”
“오토캠핑이라 그래.”
“아니, 무슨 캠핑하는데 난로를 가져가냐고. 그냥 침낭에 들어가서 핫팩 몇 개 터뜨리고 자면 되는 거 아니야?”
“지후야, 따로 갈래? 아니면 그냥 집에서 쉬든가.”
“뭐...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차피 다 내 아공간에 넣어갈 거야. 너 보고 등짐 지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찡찡거리냐.”
“생각해보니 그러네.”
캠핑장에서 큰 텐트를 차리고 장박캠핑을 하러 간다는 정후네가 챙겨갈 짐은 생각보다 많았다. 인디언들이나 잠을 잘 것 같은 거대한 티피 텐트부터 시작해서 캠핑용 버너, 원목 테이블, 접이식 체어, 캠핑용 선반, 넘어지면 자동으로 꺼진다는 난로, 밖에서 불을 피울 때 쓴다는 화로대, 감성용이라며 이리 저리 매달아 놓고 쓰기 위해 준비한 각종 램프들, 그리고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할 거라며 준비한 대형 그리들 등.
이게 캠핑을 가는 것인지 아니면 집을 통째로 들고 가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을 들 정도의 물동량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후의 말대로 준비하는 것까지만 힘들뿐 어차피 정후의 아공간에 모두 채워 넣어갈 것이기에 이후부터는 지후 입장에선 딱히 힘들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겨울이라 어지간해선 여름캠핑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모기나 벌레를 만날 일도 없어 보였고, 준비해가는 물건들 덕분에 후끈했으면 했지 추울 일도 없어 보였다.
‘이걸 일일이 나보고 다시 챙기는 건 아니니까 뭐...’
지후는 정후가 준비한 체크리스트를 보며 빠진 물건이 없는지 정후의 옆에서 확인을 도왔다.
“마지막으로 야전침대랑 침낭 그리고 에어매트. 끝!”
“이제 다 준비한거야, 아저씨?”
“정후, 이게 출발하는 거야?”
“그래, 다들 각자 준비한 개인 짐 다 여기로 가져와. 아공간에 넣어서 가져갈 거니까.”
“오케이!”
정후는 각자 준비한 물건들을 가져오기 전에 우선 거실을 꽉 채우고 있는 물건을 서둘러 아공간에 옮겨 넣었다. 그리고 섀넌, 엘리스, 지후가 챙겨온 개인 짐들도 아공간에 챙겨 넣고선 선글라스를 끼며 말했다.
“이제 가자! 준비 끝!”
“에이, 형, 우리 아직 하나 준비 안했잖아?”
“뭐? 내가 뭘 빠트렸나? 체크리스트에서 빠진 물건 없었는데...”
체크리스트 종이를 다시 꺼내 뭘 안 챙겼는지 확인하는 정후를 바라보며 지후가 물었다.
“캠핑의 꽃이 뭐야?”
“캠핑의 꽃?”
정후가 캠핑의 꽃이 뭐지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엘리스와 섀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고기!”
“정답. 형, 우리 캠핑장 가기 전에 마트부터 들러서 먹을 거 사가야지.”
“당연히 가야지. 사고 싶은 거 마음껏 다 사!”
“투쁠아, 내가 간다!”
정후가 마치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왕처럼 자신의 블랙카드를 스마트폰 뒤에서 꺼내 휘두르며 문을 열고 개선문을 지나는 장군처럼 나섰다.
“나를 따르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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