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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9화 〉 219화­미지와의 조우(3) (219/239)

〈 219화 〉 219화­미지와의 조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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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가 참 그립네.”

오랜만에 접속한 너튜브에선 과거 버크 아저씨 일행들과 보낸 한적한 바닷가에서의 나날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처음 접하는 바닷가를 알기 위해 조사를 왔던 트리니티의 단원들이 자신이 대접한 한국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들을 지켜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영상 밑의 댓글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놓았는데 최근에 달린 댓글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의미심장하게 보였다.

­이곳이 어디인지 찾기 위해 위에 나온 댓글들 속에 나온 지명들을 시작으로 두들의 모든 해안 지도와 현지의 스트리트 뷰를 뒤적거려보았습니다만 영상 속의 배경이 어디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상 속에 나오는 장면들이 혹시라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싶어 제 친구 중에 그래픽 전문가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기가 알기론 이런 그래픽은 아직 만들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하여 자신이 아는 주변인들한테도 이 영상을 가지고 물어봤지만 이 영상이 그래픽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다면 이 채널의 주인은 도대체 어디서 이 영상을 촬영한 건가요? 제 질문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주기 힘들다면 개인적으로 제 이메일 주소를 통해 연락 바랍니다.white­rabbit@doodle.com

“꽤나 집요한 친구네.”

“아저씨 뭐해? 아, 예전에 내가 편집해서 올렸던 영상? 근데 뭘 보고 있었어?”

“그냥 심심해서 이것 저것 하다보니 들어왔는데 신기한 댓글이 달려 있길래.”

“어떤 댓글?”

엘리스가 옆에서 내가 말한 댓글을 읽어보다니 살짝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흐음, 이 사람 말고도 꽤나 의심하는 사람들이 몇 있네.”

“아무래도 지구에서 찍은 게 아니라서 호기심이 생겼나보다.”

“그 정도로 그치면 좋겠는데...”

“너무 신경 쓰이면 영상은 비공개로 돌릴까? 어차피 앞으로 이곳에 더 영상을 올릴 생각도 없잖아.”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잠시 후 간단하게 클릭 몇번으로 영상은 비공개 처리 되었다.

“오늘은 점심에 뭐 먹을까?”

“섀넌은 떡볶이가 먹고 싶다던데 매콤한 걸로.”

“예전엔 매운 거 잘 못 먹었는데 완전 한국 여자 입맛 다 됐어. 시켜 먹을 거지?”

“내가 알아서 리뷰랑 평점 보고 주문할게.”

우리는 그때 이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봐, 더치스. 저번에 니가 말한 채널 있잖아. 방금 거기 있는 영상들 비공개처리로 바뀌었어.”

“뭐? 비켜봐. 하트.”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재주가 있는 더치스는 과거 너튜브에 빠져 있을 때 한 채널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영상 속의 인물들이 나오는 지역을 찾아가 보고 싶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유럽에 대해 잘 안다는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비슷한 곳들만 나올뿐 영상의 배경으로 나오는 곳들과 똑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없어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때 방금 전에 자신에게 영상들의 비공개 처리에 대해서 알려준 하트에게 이토록 사실성 높은 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어느 누구도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말할 뿐이라 가벼웠던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그래서 소싯적에 익혀서 아직도 관련 업계의 종사자들 사이에선 백토끼란 닉네임으로 알려질 정도의 해킹 기술을 이용하여 채널을 업로드한 IP 주소를 역추적하려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도할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주소값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수시로 이 영상을 업로드한 이를 찾으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해봤지만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영상 업로드가 끊겨 더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도 없었다.

“저번에 만들어뒀던 프로그램을 돌려봐야겠어.”

“유후, 백토끼의 간만의 출격인가?”

더치스가 프로그램을 돌리자마자 이번엔 어이없이 간단할 정도로 접속한 지역이 떴다. 사실은 인공지능일적과 다르게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게된 엘리스가 저번처럼 치밀하게 뒷작업을 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한국? 최근 유행하는 문어 게임이란 드라마가 만들어진 곳이라는 그곳?”

“맞아, 한국으로 뜨네. 이번엔 몇 번이나 확인을 해도 같은 곳으로 뜨는 거 보면 저쪽에서 뭔가 실수를 한 모양이야.”

“어떻게 가 볼거야?”

“영상에 나온 사람들 중에 아시안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아시안이 한국인이었나보다. 휴가 내고 한번 찾아가봐야겠어. 하트, 너도 갈래?”

“검은 정장 입은 남자들이 우리들을 찾아와서 번쩍거리는 빛을 쏘아대는 일이 발생하는 건 아니겠지?”

하트가 극도로 애정하는 영화 시리즈에 대해 주절거리기 시작하자 더치스는 짜게 식은 눈으로 하트를 쳐다봤다.

“알았어. 알았어. 한번 가보지 뭐. 그 영상 속에 나오는 달고나라는 거 현지에선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비행기 표 2장 예매한다.”

알아보기로 미세먼지가 많아서 갑갑하다고 했던 레딧 유저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와우, 아주 날씨 좋은데?”

“하트, 좀 조용히 해. 사람들이 쳐다 보잖아.”

“더치스, 너도 기분 좋잖아.”

“그냥 여행 온 거 아니거든?”

“넌 아니어도 난 그냥 여행 온 거 맞거든. 공항도 엄청 현대적이고 깔끔해서 좋았는데 이 나라가 점점 좋아질 것 같아.”

“알았다. 가자.”

더치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대는 하트를 데리고 택시에 탄 뒤 번역기를 돌려 자신이 원하는 주소로 데려가달라고 했다.

“죽여! 전부 죽여!”

“바텀 듀오 안 보이거든? 사려야 돼.”

“확인!”

정후와 섀넌 그리고 엘리스와 지후 4명은 마치 PC방처럼 세팅해놓은 거실에서 다 같이 함께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띵~동!”

“어, 배달시킨 햄버거 왔나?”

“누가 좀 나가 봐.”

“지금 바빠!”

마지막 영혼의 한타를 진행 중인 4명은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대는 상황에서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후는 계속 이어지는 초인종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헤드폰을 뒤집어 쓴 채로 집중하는 세명의 얼굴을 둘러보곤 씩씩거리며 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모니터에 파고들 기세야. 내가 나간다. 내가. 나 없는 동안 한타 열지마! 알았지?”

하필이면 영혼의 한타를 진행 중인 순간에 찾아온 야식 배달에 살짝 짜증이 섞인 정후는 문을 벌컥하고 열었다. 그 순간 안에서 들려온 탄식에 고개가 저절로 정후의 얼굴이 돌아갔다.

“아! 거기서 그렇게 들어가면 어떻게 형수.”

“지후야, 니가 물렸잖아.”

“두 사람 지금 정후 아저씨 없으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내가 백핑을 몇 번을 찍었는데!”

“뭐야? 한타 했어? 나 없을 때 한타하지 말라니까,에이씨. 아저씨. 이걸로 결제해주세요.”

정후는 쳐다보지도 않고 안쪽을 쳐다보며 챙겨 나온 자신의 카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배달원의 대답이 아니라 처음 듣는 여자의 영어였다.

“excuse me, sir. i’m not a delievery man. I think you have a misunderstanding.(실례합니다만 전 배달부가 아닙니다. 제 생각엔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어? 왠 영어가...”

정후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봤을 때 정후가 놀란만큼 더치스와 하트도 깜짝 놀랐다. 처음 초인종을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이게 잘하는 건가 싶어 옥신각신 실랑이를 하며 반신반의하던 둘이었지만 문을 열면서 나타난 남자의 뒷통수를 보면서 혹시나 싶었다. 수십번도 돌려보면서 봤던 그 뒷모습과 꽤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남자가 자신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확실하게 영상에 나왔던 그 남자였다.

“That’s him! that’s him!( 그 남자야! 그 남자라고!)”

“I know. take it easy, Heart.(나도 알아. 진정 좀 해, 하트)”

하트는 이럴 거면 뭐하러 왔냐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곤 초인종을 눌러대는 더치스에게 살짝 미친 건가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영상 속의 그 남자가 눈 앞에 나타나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의 웅성거림 이후 6명은 어색한 상태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형 채널에 올린 영상의 주인을 찾아서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무슨 사생팬이야?”

6명 다 영어로 대화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대화는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찾아오게 돼서 죄송합니다.”

“죄송한 걸 알면 찾아오면 안되는 건 아냐?”

“그러게.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한 것도 기분 나쁜데 집에 막 찾아오네.”

가뜩이나 방금 전에 40분이 넘는 긴 게임을 하다 막판에 한타가 져서 결국 랭크 승급전에서 패한 섀넌과 엘리스는 기분이 팍 상해버려 불청객들에게까지 그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치스와 하트는 지금 묘한 기분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영화배우를 본 것보다 더 흥분된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었다. 반쯤은 영상 속의 인물들이 현실의 존재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의심하며 영상들을 만들어낸 제작자들에 대한 호기심과 집념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영상 속 등장인물이 허상이 아닌 실재 인물이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함부로 찾아오면 안되는 거 알아, 당신들?”

무턱대고 찾아올 때만 해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더치스와 하트는 흥분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이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불쾌하게 여기고 있음을 자각했다.

“다시 한번 사죄드리겠습니다. 저희 이야기를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문어게임에서 봤던 것을 둘이 떠올리고 부탁하거나 미안하다고 할 때 한국인들이 취한다고 하는 극도의 저자세를 취했다. 한 명의 백인 여성과 흑인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뜬금없는 자세를 취하자 네 사람은 꽤나 머쓱해졌다.

“어, 저기...음...”

“아니, 왜 엎드리면서 손을 싹싹 비는 거야. 빌라는 건 아니었는데...”

“저 사람들 일어나라고 해 봐, 아저씨.”

이 당황스러운 순간에 정후의 집의 초인종이 다시 한번 울렸다. 배달 주문을 했던 햄버거였다. 정후는 넙죽 엎드려서 두 손을 비비는 두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곤 문으로 가서 배달원과 카드 계산을 마친 뒤 햄버거를 테이블로 가져왔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되나 싶어 정후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마치 뱃고동처럼 들려왔다.

“꼬르르르르르르륵.”

“뭐야, 이 사람들 배고픈가 본데?”

“당신들, 배고파?”

“저기...그게....비행기에서 내려서 바로 여기로 와서 뭘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네 사람은 갑자기 찾아오긴 했지만 테이블 위로 퍼지는 햄버거 냄새에 홀려 입맛을 다시는 두 외국인의 모습에 헛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불청객(?客)도 객(客)인데 내쫓기 전에 일단 먹일까?”

“밥에 진심인 한국인인데 내 남편 얼굴 보겠다고 찾아온 외국인들 배고픈 상태로 내쫓는건 좀 그렇지.”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섀넌이 밥에 진심 운운하며 한국인을 언급하자 다섯 명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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