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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화 〉 213화­스노우볼(2) (213/239)

〈 213화 〉 213화­스노우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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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원 역사에서 발생했던 기상이변은 더 강력한 재난으로 발생했고 재난이 발생한 지역들이 상대적으로 빈곤하면서도 국가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들이었기에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래도 나 덕분에 이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거의 안 죽은 거야.”

“최근에 발생한 사상자보다 더 많았어?”

지후의 질문에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이면 아예 기상이변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는 없었던 거야?”

“그건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돼.”

엘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적으로 폭증하면서 막대한 열에니가 축적되었는데 이 열에너지가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비닐하우스처럼 덥히고 있기 때문에 축적된 열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태풍이라든가 폭풍같은 자연현상들을 자신이 손을 써 막았을 땐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되어 아예 막을 순 없다고 했다. 대신 축적된 열에너지를 가지고 기형적일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 재난들의 힘을 분산시켜 발생시키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했다.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지후는 엘리스가 지구를 파괴하는 흑막의 조종자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알고선 웨더노믹스 프로젝트 말고 다른 프로젝트가 없는지 엘리스에게 물었다.

“다른 거?”

“프로젝트들이라고 했잖아. 뭘 위한 프로젝트들이야?”

“방금 말한 것처럼 재난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들로 자금력을 높이는 사이드 프로젝트들도 있고.”

“있고? 그건 뭘 위한 사이드인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근본적으로 여러 제반 기술력 있는 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후대의 사람들이 지닌 정보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정보량을 지니고 있던 과거의 정부 혹은 기업들의 지원으로부터 후순위로 밀린 학자들이라든가 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실패하거나 포기하기도 하고 때론 기술개발 속도가 늦춰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후대의 사학자들과 관련 학자들의 통합 연구로 밝혀졌기에 현 시대에서 엘리스가 접근 가능한 기업들을 통해 기술지원 및 자금지원을 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했다.

“와...너 좋은 일 하고 있구나.”

“언성 히어로가 따로 없었네, 엘리스.”

“그럼 그럼”

단 한가지 엘리스가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만 빼면 엘리스가 말한 것들은 모두 사실이었다.

‘사고사로 위장하거나 히트맨을 고용해서 쓰레기같은 인간들을 제거하고 있다곤 말할순 없지.’

엘리스는 다른 기록들도 가지고 있었지만 후대에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에서 현 시대에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다가 범죄자의 사후에 공포로부터 해방된 피해자들을 통해 밝혀진다거나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기는 하지만 후에 반성하지 않고 미래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혹은 더 강력한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들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비용이 좀 생각보다 나가긴 하지만 미래에 범죄자들이 퍼뜨리는 피해들을 생각해보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은 거야.’

이같은 엘리스의 상념은 지후의 질문에 의해 깨져 버렸다.

“그럼 엘리스는 주식 투자만 하면 무조건 성공하겠는데? 뭐가 오르고 내릴지 다 안다는 거 아니야.”

“꼭 그렇지만도 않아, 삼촌.”

“왜?”

“나비효과라는 게 있잖아, 인마.”

“아! 그렇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도 엘리스가 사용할 수 있는 투자방법들이라는 것들은 제한적이었다. 현시점의 주가차트와 같은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어떤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지라든가 어떤 기업이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조작을 하다 부도가 나거나 폐업처리가 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파는 투자방법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조금씩 내가 운용하는 자금이 커질 때마다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에 그로 인해 파급효과가 번질 수가 있어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그래서 현재 운용하는 자금은 어느 정도인데?”

지후의 질문에 엘리스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리 삼촌이어도 그건 좀...”

정후는 엘리스가 말해주지 않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인마, 형제끼리도 얼마 벌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건데 그걸 니가 왜 물어봐.”

‘나중에 따로 물어봐야지.’

“미안, 엘리스.”

“아니야, 삼촌.”

머쓱해진 분위기에 그날은 그렇게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며칠이 지나자 섀넌은 눈에 띄게 현대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원래부터 이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평범한 도시의 여성처럼 변했다는 것이 맞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진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가득 타서 마시고, 마치 그동안 못 본 것을 한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OTT 서비스들에 담긴 각종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등의 것들을 계속해서 봤다.

“아무거나 뭐 좀 먹었으면 싶은데...”

“섀넌은 점심으로 뭐가 먹고 싶어, 짜장면? 짬뽕?”

“중국요리는 어제 점심에 먹었잖아.”

“그럼, 돈까스?”

“어제 저녁에 우리 튀김에 소주 마셨거든? 좀 개운한 거 없을까.”

“막국수 어때?”

“흐음.”

여자친구가 말하는 ‘아무거나’가 제일 힘들다는 친구 놈들의 말따위 나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절대 해당되지 않을 거라고 믿었건만 제안한 메뉴들이 계속 입구컷을 당하니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 같다.

“시원한 물막국수에 만두까지!”

“오케이, 콜! 대신 곱빼기로.”

직장 상사를 위한 식사메뉴를 고르는 부하 직원의 심정을 집에서 영상을 보며 느껴야 할 줄이야.

‘친구들아, 너희들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TV에선 현 군대의 부조리를 다룬 화제작의 마지막 화가 재생되고 잇었다.

“아니! 사람들이 어쩜 저래. 어차피 징병으로 끌려오긴 마찬가지인데 동병상련을 가지고 보다듬어줘야지.”

“섀넌...”

섀넌이 열변을 토하느라 국수 조각들이 주변에 살짝 튀어버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물티슈를 꺼내 소파 앞에 놓여 있는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별안간 섀넌이 고개를 휙하고 돌린다.

“왜?”

“정후 씨도 저기서 막 저랬어? 아랫사람들 괴롭히고 못살게 굴고 그랬어?”

“어허! 날 뭘로 보고!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내가 세븐시티에서 어! 얼마나 막! 어!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 못봤어?”

“그치 그치. 우리 정후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

“난 좀 서운할라 그래. 섀넌이 내 부인이 될 사람이면 딱 믿어줘야지.”

“미안 미안.”

군대의 부조리를 다룬 영상이 재생되는 가운데 별안간 서로 꿀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커플의 환장쇼를 지켜보던 이가 둘 있었다.

“아주 쌩쇼를 해요, 쌩쇼를. 엘리스, 니가 그동안 고생이 정말 많아겠다. 후루룩.”

“말도 마, 삼촌은 이제 아주 조금 작은 일부분을 본 거야. 저 두사람 저러는 거 하루이틀이 아니었어. 이런 모습 볼 거 같았으면 차라리 그냥 산영으로 있게 둘걸 그랬나 싶다.”

거실에서 떨어진 식탁에 앉아 두 사람을 지켜보며 막국수를 들이켜고 있는 엘리스와 지후의 뒷담화 아닌 뒷담화에도 정후와 섀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후는 섀넌이 편하게 TV를 볼 수 있도록 테이블을 치워주면서 마지막 대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쉽게 바뀌지 않던 6.25 전쟁 때의 수통이 증명하듯 군대에서 자대배치를 받고 딱 자대에 간 순간 2010년대에 무슨 이런 건물을 쓰고 있나 싶었다. 1970년대에 지었을 법한 레트로 감성의 건물이라고나 할까. 아이러니한 건 그 안에 모인 것은 20대 초반의 병사들이었건만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듯 군대 내의 관습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지극히 후진적이었으며 낙후되어 있었다.

분명 대학생들의 비율이 80퍼센트를 넘는데도 구타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군대에 오기 전엔 생전 들어본 적 없었던 동년배들의 후임병들을 향한 모멸적인 언사라든가 욕설들은 참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자신은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고참이 되었을 때 꽤나 적지 않은 인원수를 차지하고 있던 동기들을 끌어모아 부대 내에 존재하는 많은 부조리들을 없앴다. 이를테면 일이등병들은 손빨래를 하고 상병부터 세탁기를 쓸 수 있다거나 이등병은 PX나 사지방같은 곳에 출입을 못하게 하는 것들을 없애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자신들의 밑에 있던 후임들에게 부대 내의 부조리들을 없애주었건만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후임병들의 밑에 들어온 놈들에 의해 부조리를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내무부조리들을 다시금 부활시키거나 더 악랄한 형태로 재현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후임들에게 니들이 안 막고 뭐했냐고 했지만 어차피 떠날 말년이라 쉽지 않다는 변명 아닌 변명만 들을 수 있었다. 군대를 갔다온 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말년의 권위란 동네 아저씨와 다를 바 없이 가벼운 것이기도 했고 나가서 뭘 할지를 고민하느라 부대 내에서 제발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길 바라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신분으로서 드라마 속의 악랄한 말년병장처럼 권력을 휘두를 일따윈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했다.

‘사람도 바꾸기 어려운데 극도로 경직되어 있는 군대라든가 공무원같은 조직을 혁신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밖으로 나와 혼자 시간을 가지며 커피를 구매한 뒤 집 주변의 공원을 걷고 있자니 레드가 어째서 가상현실공간을 만들어 인간들을 처박아 놓을 생각을 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레드의 말이 맞는지도.”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정보들을 구해봤다. 세계 각국들이 모여 미국의 주도 아래 2015년에 협정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16년에 발효되었다. 이전의 교토의정서가 선진국들만 참여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켜야 하는 것과 다르게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지구 내의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모여 참여하는 전지구적인 합의였다.

그러나 이 합의는 모순적이게도 대통령이 바뀐 미국이 가장 먼저 탈퇴를 해버렸다. ‘돈’이 문제였다.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비용이라든가 제한된 조치들을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보수지지자들의 불만을 폭증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다시 바뀌면서 정권이 바뀐 미국이 얼마 전 재가입을 하긴 했지만 국가간의 정상들이 모여 이룬 합의조차도 이토록 쉽게 부서지고 변화하지 못한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집단에 속한 각자가 추구하는 이익 앞에서 명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야.”

유럽의 이익을 위해 뭉친 EU만 해도 그러했다. 브렉시트라는 말로 대변되는 영국의 EU탈퇴는 EU뿐만 아니라 영국 자신에게도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봤지만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영국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명제에 모인 영국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영국은 EU 가입이 영국에 손해라는 주장을 하며 EU에서 탈퇴를 해버렸다.

그랬던 영국은 후에 전염병이 번지고 나서 자국으로 떠나거나 다른 유럽국가들로 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난 빈자리 때문에 기름을 구해놓고서도 자국으로 수송할 노동자들이 없어 사놓은 기름이 있지만 정작 영국 내에 기름을 가져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도시의 주유소들은 텅텅 비어버렸고, 택시기사라든가 배달업자들은 주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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