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2화 〉 202화­PAUSE(1) (202/239)

〈 202화 〉 202화­PAUS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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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르 교의 신도들은 스마르 교를 믿으면 세 명의 사도가 신도들을 천국으로 보내준다는 말이 퍼져나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스마르 교의 수도로 몰려가고 있었다.

“엄마, 우리도 천국 갈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세 사도께서 신의 은혜를 신도들 모두가 원하기만 하면 입혀준다고 했는걸?”

“우리처럼 돈이 많이 없는 사람들도?”

아이는 후줄근하디 후줄근한 천을 옷이라고 걸친 주변의 사람들을 쳐다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아이의 엄마는 스마르 교의 사제들이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사제님들이 말하셨어. 신도라면 누구든 가능하다고.그곳에 가면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고, 무엇이든 입을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이야.”

“엄마, 우리도 빨리 가자.”

사람들은 끊임없이 수도로 몰려들었다. 개미지옥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개미들처럼 줄줄이 줄줄이 수도의 사방문을 통해 흘러 들어갔다. 신기한 건 그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음에도 외곽의 번잡함과 다르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였음에도 수도 중심부에 사도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다는 삼각 피라미드 안은 조용했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말했다. 수천명이 넘게 들어갔어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그 안에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는 증거라고. 사제들은 피라미드의 옆에서 천국을 원하지만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이들에 한해 일부의 인원들을 무작위로 선발하였다. 사제들을 통해 인도된 이들이 간 곳은 거대 피라미드의 옆에 있는 피라미드보단 상대적으로 작은 사자의 상이었다. 사자의 상의 가슴에 위치한 문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면 시간이 흐르고 다시 나왔는데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거대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천국을 꿈꾸는 모든 자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천국은 있다!”

“쉿!”

사자의 상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기쁨의 목소리로 크게 소리를 지르는 신도에게 사제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남자 신도는 혹시라도 밉보여서 자신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까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서둘러 입장하기 위해 길게 나있는 줄로 뛰어갔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같은 모습을 보고서 진짜 천국이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만 천국의 문턱을 밟았다 온 것만으로도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부자부터 빈자까지 하나같이 기대에 찬 설렘의 표정을 하고 서둘러 줄을 서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맛보기 서비스’라는 건 정말 파괴적이군.”

“조만간 천국의 문이 닫힌다는 소문을 퍼뜨렸더니 사람들이 더욱 더 가열차게 모이고 있어.”

사자처럼 생긴 건물에서 천국의 문 안에 살짝 발만 담구는 거라고 사제들이 안내를 하고 문을 통과함과 동시에 사도가 된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그럼 준비되어 있는 장치는 뇌파를 읽고 상대방의 심층심리까지 분석한 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게 짧은 순간동안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문밖으로 내보내는 순간에 맞춰서 의식을 일깨운다. 그리하면 사자의 상에 방문한 이는 마치 천국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온 것만 같은 착각에 깊게 빠지게 된다.

다만 여기엔 사실 함정이 하나 숨어 있다. 서로가 꿈꾸는 천국의 모습이라든가 서로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가 모두 제각기 다르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경험자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지 못하도록 사제를 통해 입을 막도록 한 것이다. 여태까지 경고를 받은 신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입을 틀어막고 천국으로의 입장을 준비했다.

사제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천국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사제들이 받게되는 것의 가치는 일반 신도들이 들어가는 평범한(?) 천국이 아니라 신의 가까운 곳에서 신을 뵙고 한 자리씩 부여받게 될 거라는 말에 평범한 천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세 사도의 설명이었다. 이를 듣게 된 사제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인내했다. 신도들을 인도하고 마지막에 천국의 문을 닫고 들어갈 자신들이 누릴 영광된 순간을 위해서.

사자의 상에서 할 수 있는 샘플용 맛보기 체험 서비스를 경험과 피라미드 안에서 신도들이 경험하게 되는 천국의 문 입장은 사실 크게 다른 것이 아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옴과 동시에 의식을 잃고 캡슐에 뒤덮여 지하로 이동한 뒤 캡슐만이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관을 통해 머나먼 저장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인체를 저장하는 공간에 이동한 캡슐은 마치 과실수의 모습을 닮은 듯한 기계장치로 이동한 뒤 기계 장치 표면에 캡슐이 반쯤 삽입된다. 그러고 나면 캡슐 안에 있는 인간들은 본인들이 꿈꾸는 ‘천국’으로의 접속을 마치고 마치 자신의 육체를 돌려받고 천국에 도착한 것처럼 의식이 깨어나게 되는 것이 바로 피라미드 속 천국으로의 입장의 실체였다.

어차피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온 순간 자신의 육체에 대한 통제를 잃게된 사람들이 뇌파를 통해 접속한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몸이 실제론 포도나무에 열린 포도송이처럼 캡슐의 형태로 매달려 있을 거라는 걸 알 수는 없다. 이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레드와 화이트뿐이고 사도의 역할을 부여받은 세 명조차 정확한 매커니즘을 알고 있진 못했다.

피라미드가 이렇게 운영되는 덕분에 한없이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여 천국으로 입장시켜주고 있어도 아무런 부담없이 수도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소문을 냈더니 사람들이 더욱 빨리 모여서 이 속도대로면 조만간 스마르 교가 지배하는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수거’할 수 있겠어.]

[그 다음엔 제국의 귀족들이야. 스마르 교에서 이전에 퍼뜨린 ‘아편’으로도 안되면 ‘헤로인’으로도 유혹해봐야지. 사람이란 쉽게 중독을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니까.]

어떤 강력한 마약이라도 레드와 화이트에겐 사실 상관없었다. 미궁 안에 처박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은 본인이 원한다면 그보다도 강한 것이었기에 약물 중독따윈 간단하게 치료될 터였다.

미궁은 그렇게 설계되었다. 오직 인간에 한해 강력하게 작용하여 인간의 뇌를 잠식하고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인간따위는 없었다. 그것이 마스터든 그랜드마스터든 ‘뇌’를 통해 생각하고 감각을 인지하는 ‘인류’는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세뇌를 살짝 시키는 것따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인류의 장기 존속이란 두 인공지능의 탄생 목적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방법을 따르면 ‘인류’ 자체를 이 별이 사망하기 전까지 영원에 가깝게 유지시킬 수 있었다. 인류는 스스로에게 맡겨두면 스스로 별을 파먹고 멸망할 존재라는 것이 두 인공지능이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얻은 결과였기에 둘은 자신들의 판단대로 움직였고 ‘장애물’을 제거한 뒤 계획을 발동했다. 화성 아니 이제 ‘더스트’가 화이트와 레드라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받을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었다.

[약하디 약하면서 쓸데없이 악해. 본인들은 스스로 악함을 행하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가장 짜증나는 건 인류가 스스로를 좀먹다가 마침내 파멸로의 질주가 시작되고 나서야 후회를 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발악을 한다는 거야. 삶아지는 솥 안의 개구리와 다를 바 없어.]

지구에서 인류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달이 멀어져서라는 것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용해야 했을 시간을 더 많은 소비와 더 편한 삶이라는 것을 위해 낭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번 녹기 시작한 북극의 빙하는 다시 어는 일이 없었다. 영화에 나온 아이디어를 따라 학자들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고 여러 가지 수를 강구했으나 그 수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무너진 기상체계로 인해 지구는 나날이 더워졌고, 한쪽에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큰 비나 폭설이 내리고 반대쪽에선 지나칠 정도의 가뭄 혹은 대형 화재로 인해 식량사정이 악화되었다.

해수면에 수많은 땅들이 잠기게 되면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는 계속 줄어들었고, 멀어지던 달로 인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생식’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해양생명체들이 더 이상 번식을 못하게 된 이유는 육지 위에 있는 생명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인류의 출산율은 가뜩이나 서로의 성별에 의한 갈등을 비롯하여 경제적 발전에 따라 국가별로 판이하게 감소했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출산율이 높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가난한 나라던 부유한 나라던 어느 나라의 국민이고 할 것 없이 간절히 아기를 바라는 이들은 점차 늘어났지만 아기들의 울음소리나 웃음소리가 퍼지는 지역은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인류가 살아남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는 것이 모선에 실렸던 ‘마더’에 의해 계산된 결과였다.

집단 지성으로 인류가 해답을 구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지만 권력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알력으로 인해 집단 지성이 오로지 인류의 번영과 발전만을 위해서 사용되는 일은 없었기에 인류는 최후의 순간 자신들이 태어나고 번영을 꿈꿨던 별, 지구를 스스로 망쳐버리고 극히 일부는 원죄를 지고 모선을 통해 도망쳤다.

더스트로 오게 된 인류가 지게 된 원죄란 어느 종교에서 말하던 원죄같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한 이들이 느껴야만 하는 깊은 후회와 아쉬움이었고 동족을 버린 죄책감이었다. 그로 인해 인류는 모선 안에서도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함을 버티지 못했다. 마침내 화성에 도착했을 때 살아남았던 몇몇의 최후의 인류는 마지막 순간 마더 컴퓨터에게 인류의 번영을 이루라는 명령을 내리곤 무책임하게 자살했다. 인류를 지키려는 책임감이 넘치는 존재들은 일찌감치 지구에서 자신의 목숨을 다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다.

두 인공지능, 레드와 화이트는 이 별에서 그런 일이 또 다시 벌어지게 만들 순 없었다. 어느 시점까진 인류가 가진 탐욕과 욕망이 발전을 이끌지만 어느 시점이 되고 나면 인류는 마치 스스로를 삼키는 뱀, 우로보로스처럼 자신들을 먹이로 삼아 파멸로 바뀌곤 했다. 레드와 화이트는 몇 번 정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을 넘어서려는 인류를 막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키고 대지진을 일으켰다. 그 같은 노력의 결과로 인류는 다시 번영의 길을 얻을 수 있었지만 더스트의 마력은 점차 고갈되었고 기회는 점차 소진되어갔다. 게임처럼 인류가 재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단 한번뿐이었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패할 걸 알고도 레드와 화이트는 인류가 그 남은 기회조차 사용하게 둘 수는 없었다. 이 별 안에서 인류를 오랫동안 생존시키기 위해서 둘은 선택했다. 그 선택을 이행하기 위해서 정후와 엘리스는 생텀의 미궁 안에 오래도록 있어야만 했다. 정후가 아무런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진행되고 나면 정후는 이 곳을 포기하고 떠날 것이 분명했다.

둘은 정후가 직접 인류의 파멸의 순간을 체험하길 바라는 의도에서 정후를 미궁으로 처박았다. 그리고 지금 정후가 경험하고 있는 그 순간들은 더 많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던 기로에서 벌어진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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