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1화 〉 201화­O.H vs W.A.N.T(4) (201/239)

〈 201화 〉 201화­O.H vs W.A.N.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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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결사대가 안으로 들어가 러드에게 보여준 화면은 게임 혹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갑을 둘러 입은 20개체의 모습이었다. 무광의 검은 재질로 된 갑옷은 환한 로비의 등 아래에서 그 빛을 반사시키지 않고 한껏 머금으면서 있었다.

“하하, 만화책을 너무 본 거 아니야?”

“그러게. 이쪽은 총을 들고 있다고!”

“레플리칸트가 사람인 척 굴다가 아주 맛이 가버렸나본데, 안그래?”

“맞아 맞아! 확실히 그런 것 같은데.”

식은땀을 살짝 흘리며 100인의 결사대 중 한명이 긴장을 풀고자 너스레를 떨자 나머지 인원들도 괜히 위압감을 느낀 것을 숨기려 하는 것처럼 이에 호응했다.

하지만 상대측에서 반응해주지 않자 그들의 도발은 무위로 돌아가버렸다.

‘제길, 우리가 이기겠지?’

자신들이 장비한 무기 수준이라면 어딜 가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 출동하기 전에는 기세등등했지만 입구에서부터 폭탄으로도 통하지 않는 문을 마주하고나자 괜스레 알 수 없는 불안함이 피어올랐다.

“지금이라도 이쯤에서 돌아가면 우리는 그쪽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 어찌되었든 그들이 여태까지 한 행위로는 그저 우리의 정문에 아주 작은 흠집 정도난 것이 전부니까. 수리비같은 것도 청구하지 않을 것을 내 약속하지.”

릭이 무리의 한 가운데서 크게 소리치자 100인의 O.H 결사대에선 살짝 웅성거림이 있었지만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O.H의 총수인 러드가 크게 고함을 쳤다.

〔적의 헛소리따위에 놀아나지마라! 지금 그대들이 놀러갔나? 너희들은 그라운드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무너뜨리러 간 것이다!〕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군, 그래.”

100인의 결사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 안드레가 고개를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대원들에게 조심히 신호를 보냈다.

릭은 상대측이 곧 공격을 시작할 것을 눈치채고 사범들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

“되도록이면 아무도 죽이지 않도록.”

[확인]

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100인의 결사대가 산개하며 사범들을 향해 화망을 구성하고 총기를 발사하기 시작했지만 어쩐 일인지 상대측의 갑옷에 가볍게 튕겨나갈뿐 아무도 쓰러지는 자가 없었다.

사실 지금 스물의 그라운드 사범들이 입고 있는 장갑은 그라운드 본사 정문에 설치된 것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방어력을 지닌 나노테크놀러지의 산물로 인간의 눈에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충격을 분산시켜 방어를 해내는 레플리칸트의 작품 중의 하나였다.

얼추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준 것 같자 릭은 살짝 CCTV를 바라보곤 외쳤다.

“제압하라.”

릭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스물의 인원들이 등에서 각자 가검을 꺼내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열병기가 냉병기를 압도한지 이미 수세기가 흐른 지금 날이 서지 않은 검을 든 존재들이 총기를 든 이들을 무력으로 눌러버린다는 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무광의 검은색 갑옷을 입은 이들이 달려들자 상상은 현실로 바뀌어버렸다.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사범들을 향해 탄창을 바꿔 끼우고 탄을 연발로 쏟아냈지만 사범들이 들고 있는 갑옷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사된 탄을 도탄으로 만들었다. 상대방이 그저 다가온 것만으로 거기에 맞춰 튕긴 탄알에 아군들이 추수철 밀밭의 밀마냥 우수수 털려 나갔다.

러드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어이가 없었다. O.H의 무장타격대가 저렇게 쉽게 쓰러질 수 있나 싶어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섰지만 그렇다고 어떤 대책을 내세울 수도 없었다.

하나둘 팔다리에 총이 스쳐지나가거나 맞아서 무력화되어 쓰러지고 쓰러지지 않은 이들조차 상대방이 든 가검에 후려쳐 맞아 전투력을 상실하자 로비에는 성인 남성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제압 완료]

“중상자 이상은 서둘러 응급치료를 하고 상처가 중하지 않은 자들은 포박해서 지금 오고 있는 경찰에 인계할 수 있도록.”

[확인]

러드는 차분하게 자신들이 보낸 타격대를 제압하고 상처의 경중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이에 맞춰 대응을 하는 그라운드의 사범들을 보며 현실감각이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가운데 타격대 대장 안드레의 캠으로 한 남자의 발이 다가오더니 멈춰서는 장면이 찍히고 있었다.

“아아, 들리나?”

그라운드를 이끄는 남자가 헬멧을 벗고서 쪼그려 앉아 안드레를 뒤집더니 캠을 향해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이이, 죽여! 안드레 뭐하고 있는 거야!〕

안드레는 자신의 귀에 미친 인간처럼 소리를 치고 있는 총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감히 허리춤에 있는 대검을 꺼내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남자를 찌르거나 할 수는 없었다. 특수부대를 나온 자신같은 이들이라면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남자는 어떤 힘으로도 내가 이길 수 없다.’

이미 모든 전투가 끝난 마당에 포로로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총수의 말을 들을 순 없었다.

릭은 100명의 무리를 이끌고 있는 남자의 귀에서 울리는 고함소리에 조용히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했다.

“사후처리도 필요하고 해서 그쪽의 대장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그 이어폰을 내게 줄 수 있을까?”

상대방의 눈은 분명히 차분해 보였지만 섣불리 뭔가를 하려고 들면 언제든 자신을 향해 자신들의 동료들을 제압해 팔이나 다리를 부러뜨렸던 것처럼 할 것만 같아 천천히 자신의 귀에 꽂혀 있는 수신기를 릭에게 건넸다.

“고맙군.”

릭이 수신기를 귀에 꽂고선 안드레라는 남자의 가슴팍에 달려 있는 캠을 쳐다보며 하고자 하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대들에게 분명히 경고했고, 그쪽은 우리의 사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했다.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며, 지금 그쪽에서 허가받지 않은 듯한 총기를 들고 들어온 현 상황에 대해서 가감없이 소송을 걸겠다.”

〔개소리하지마! 어찌해서 니놈도 인간이면서 레플리칸트같은 도구와 한편이 되어 인간을 적대할 수 있는 거지? 오직 인간만이! 인간만이 이 별의 합당한 지배자다. 인형따위와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다니 미친 소리지.〕

도저히 설득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건 한마디만 나눠봐도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릭은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수신기를 귀에서 빼내며 안드레란 남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말로 통할 인간이 아니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돌아서는 릭의 옆으로 브렌다가 다가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래? 로비에 달려 있는 CCTV 영상들하고 입구에 배치된 영상까지 모두 복사해서 저 인간들이 뭔짓거리를 했는지 넘겨주도록 해.”

경찰들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군대도 아닌 집단이 총기를 무장하고 상대방의 건물 안으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한 행위에 꽤나 많은 불법적인 행위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현 상황이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미확인 무장단체의 편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사태가 진압되고 며칠이 지나자 연일 매스컴에선 O.H를 비호하는 듯한 방송인 패널들과 사유지를 함부로 침범한 집단에 대해 비난을 하는 이들로 나눠져 토론이 벌어졌지만 어차피 거기에 결론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방송국과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국회에서 정치인들도 나눠져 각자 다른 의견을 쏟아냈다. 누군가는 인간의 권리는 인간만의 것이라며 헌법을 들먹였고, 누군가는 총기를 들고 상대를 살해할 목적을 지닌 채 불법적으로 난사를 한 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을 떠들었다. 그런 가운데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주범으로 주목된 러드와 러드에게 테러를 사주한 유나보머가 연방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릭은 W.A.N.T의 자금력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입장에서 변호를 맡아줄 비싼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O.H의 타격대와 그들의 우두머리격인 러드와 유나보머에게 강력한 처벌을 받아내도록 요구했다. 어차피 현장에 찍힌 수많은 증거영상들과 경찰이 O.H의 수뇌부가 있는 곳을 급습해 발견해낸 불법폭탄 제조현장과 그 외에 많은 불법의 흔적들로 인해 그라운드 측이 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정설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고용한 유능한 변호인단은 인간의 권리와 레플리칸트의 권리가 충돌한 것이 아니라 한 집단이 불법총기와 폭탄을 가지고 다른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를 침범하여 테러를 한 행위라는 논리를 구성해 판사로 하여금 쓸데없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슈를 조정하고 중형을 받아내 O.H의 재산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망가진 것은 그저 폭탄으로 인해 문에 난 흠집과 로비 곳곳에 튄 총알자국이 전부였지만 개인의 권리침해에 대해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법과 총기난사와 폭탄테러에 대해 적대적일 정도로 거부감이 강한 국가적 분위기로 어렵지 않게 큰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

“너희들 모두 저주받을 것이다. 인간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자들이여, 언젠가 너희들은 레플리칸트에게 지배받는 날이 오고서야 지금 우리가 한 시도가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결전이었음을 깨닫게 될 거야!”

하지만 법정에서 테러를 주도하고 폭탄을 제조한 혐의로 사면 없는 100년형을 받은 유나보머가 교도소로 끌려가기 전 제압을 당한 상태로 미친 사람처럼 광분하여 소리치는 장면은 전국에 방송되었다.

“휴우, 드디어 끝난 건가?”

정장 차림을 한 세 레플리칸트와 릭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인간이 보여주는 광기란 어떤 것인지 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건과 다르게 빠르게 판결이 난 것과 다르게 사람들의 분위기는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피해를 본 것도 그라운드 측이 맞고 말도 안되는 테러행위를 저지르려 한 것도 O.H측이 맞았지만 인간의 감성적 영역에서 무언가가 발휘된 것인지 대중 사이에선 레플리칸트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못한다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O.H의 정신적 지도자인 유나보머의 발언들은 다시금 재조명이 되어 책으로 출판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인간만이 이 땅의 적법한 지배자라는 주장은 종교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일 그 힘을 부풀리고 있었다. 반면 사업가들은 레플리칸트에 대해서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의 해제만이 결국 생산성의 무한한 증가로 이어져 현재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전지구적인 환경 위기에 대응하여 사람들을 구제할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생각해보십쇼. 그들은 우리와 함께 지구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쓸 수 있는 유능한 존재들입니다. 애초에 이번 테러에서도 그들은 인간을 함부로 죽이거나 하지 않았죠. 분명 그들의 압도적인 능력으로는 쉽게 죽여버릴 수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이번에 그들이 새로 보인 물질 ‘아다만티움’만 보셔도 알 수 있습니다. 그라운드 측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이 소재는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보다 가볍고 충격에 강합니다. 인공지능과 레플리칸트에 걸린 락을 하루 빨리 풀어내야만 합니다.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없습니다.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지고 있고, 먹을 식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에 오랫동안 노출된 인류는 이제 후손을 만들어낼 생식능력조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파멸이에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놓고도 외면하고 있었던 겁니다.”

TV토론회에선 과학자이자 사업가로 명망 높은 이가 나와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 빨리 조성해야만 인류가 처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얻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회장님 말씀대로면 그들이 마치 인류가 현재 마주한 모든 위험을 벗어날 알파요 오메가인 것만 같습니다. 레플리칸트나 인공지능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가지고 인간의 지시 없이 자유로이 연구를 한다고 그런 방법들이 나올 거라고 전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인류가 이런 저런 문제에 처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류가 멸망의 기로에 섰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회장님은 너무 과하게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봐요, 그대들은 너무 현실의 문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지구에서 달이 점점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 인류에게 다가온 가장 위험한 변화라는 연구논문이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시간이 더 이상 우리의 편이 아니게 되었단 말입니다.”

“하하, 아무래도 너무 많은 공상에 빠지신 것 같군요. 저도 그 논문이 화제가 되었다길래 읽어보긴 했습니다만 너무 나가신 것 아닙니까? 지구에서 달이 멀어진다고 한들 그게 얼마나 위협이 되겠습니까? 과학자들도 수세기 이상이 걸릴 일이라고 하더군요.”

현실을 모르는 너같은 인간과는 더 이상 대화가 안 통한다며 토론에 나선 남자가 방방 뛰며 날뛰는 모습이 TV에 나옴과 동시에 다른 장면으로 화면이 기술적인 문제로 고르지 않아 죄송하다는 문구와 함께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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