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9화 〉 199화­O.H vs W.A.N.T(2) (199/239)

〈 199화 〉 199화­O.H vs W.A.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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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인간이 가진 레플리칸트에 대한 두려움은 컸다. 특히나 저학력, 저소득에 속하는 이들일수록 레플리칸트에 대한 ‘권리’ 부여에 크게 반대했다.

“그들이 늘어날수록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우리 스스로 목을 조일 것이 뻔한 행동을 지켜만 봐야 하는가?”

“처음엔 하나를 봐주면 나중엔 둘을 봐줘야 하고 미래엔 전부를 줘야할 것이다. 인간의 후손들이 지금을 기억할 때, 바보같은 선조들이라고 하며 절망과 함께 비탄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지금 막아야 한다.”

레플리칸트에 대한 반감은 레플리칸트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대한 테러로 이어졌다. 레플리칸트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식이 폭락하고 레플리칸트를 만드는 업체로 출근하는 직원들에 대한 야유와 비난이 계속되었다.

O.H의 수장을 맡고 있는 러드는 이에 대해 보도되고 있는 뉴스를 지켜보며 O.H에서 기획한 일들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레플리칸트야 말로 우리 인간들이 무기력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야. 레플리칸트를 파괴하고 없애야만 우리들의 자리를 돌려받을 수 있다.”

러드로부터 지시를 받은 O.H의 조직원들은 복면을 써 자신들의 정체를 추적하기 어렵게 한 뒤 레플리칸트를 제작하는 생산공장을 불태우는 계획을 진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레플리칸트 생산공장에서 불이 나고 레플리칸트를 판매하는 대리점으론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레플리칸트를 생산하는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인간의 편에 설 것을 종용하는 협박편지들이 배송되었다.

까맣게 타버리고 남은 곳에는 빨간 색의 락카로 「지성은 신이 인간들에게만 준 특권이자 축복. 과도한 기계문명이 인간을 자멸로 이끌 것이다.」 이라고 쓴 문구들이 남겨져 있었다.

O.H는 자신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이들은 SNS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불러 모았다. SNS에 남겨진 개인들의 활동기록들을 바탕으로 진정한 O.H의 전사들을 선별하고 기본적인 전술 훈련과 함께 O.H의 사상을 세뇌하듯 투입하였다.

“신은 지구의 지배자로 인간을 낙점하였다. 인간이 ‘불’을 소유하고 두 다리로 일어서서 선 순간부터 우리는 이 별의 지배자로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주어진 지성을 남용하는 자들이 있다.”

“““휴먼 마스크!”””

단상 앞에서 마치 종교의 목회자가 설파를 하듯 하는 목소리에 주먹을 치켜들며 두건을 두르고 있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렇다.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모조품들과 그런 휴먼 마스크를 만든 이들이야말로 우리의 적이다. 동지들이여, 우린 마침내 그들이 휴먼 마스크를 쏟아내는 공장을 제거하는 위업을 완수하였다.”

“““O.H! O.H! O.H!”””

환호하며 호응하는 이들을 향해 단상에 서 있는 남자가 손을 번쩍 들면서 주먹을 움켜쥐자 순식간에 강당은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공장과 상점을 파괴한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요구할 것이다. 더이상 신이 인간에게만 준 권리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잘못된 실수로 부여한 지성을 인간이 아닌 모조품들로부터 회수하게 만들 것이다. 함부로 우리만의 특권을 나눠 받은 휴먼 마스크들로부터 말이다! 가디언들여, 가라! 그대들은 인류를 수호하는 수호자다.”

“““O.H! O.H! O.H!”””

일사분란하게 강당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머리에 두르고 있던 두건을 턱으로 내려쓰며 복면을 쓰듯 자신들의 하관을 가렸다.

러드가 연설을 마치고 최고지도자실로 돌아오자 자신의 자리에 한 중년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러드는 결코 분노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린 채로 다가갔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여성도 러드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훌륭한 연설이었어. 러드.”

“덕분이죠.”

O.H를 조직하고 러드에게 최고지도자라는 자리를 만들어준 존재의 이름은 카진스키 유나보머.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딴 뒤 유명 사립대의 조교수까지 되었던 재원이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유나보머는 사퇴를 해야만 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방황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동생은 유나보머가 사람답게 살기를 바랐다. 결국 유나보머는 자신을 도와주려는 동생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동생이 구해준 집 근처 공장의 경리직 일자리를 맡아 출퇴근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동생의 도움으로 입사한 ‘아틀라스’의 생산 공장 직원으로서의 삶은 유나보머의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정확히는 공장 일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간단한 일이라 많이 지루했지만 공장에서 알게 된 한 남자로 인해 커피에 젖은 뒤 오랫동안 말린 종이처럼 누리끼리하던 자신의 삶은 총천연색으로 바뀌는 것만 같았다.

항상 굳은 표정으로 칙칙하게 다니던 유나보머가 회사를 다니며 밝아지자 동생은 자신이 준 도움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며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중 돌연히 아직 업무가 끝나지 않았을 터인데도 유나보머는 어느날 굳은 표정으로 급하게 집에 들어오고 나서 다시는 공장에 가지 않았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신경쓰지마.”

“무슨 일이야, 동생인 나한테는 말을 해줘. 그래야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지.”

유나보머의 동생은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언니가 저렇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인지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도움으로 출근을 한 뒤 하루가 다르게 메말라가는 모습에서 생기로 가득차 환하게 빛이나는 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도움이 언니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였다.

유나보머의 동생은 주변인들을 수소문한 끝에 유나보머가 짝사랑하던 남자가 얼마 전 결혼했음을 알게 되었다.

“언니, 또 좋은 사람이 있을 거야. 잊어버리자, 응?”

아무리 방문을 두드려 봐도 유나보머는 나오지 않았다. 유나보머가 방에 틀어박히고 시간은 계속 흘렀고 동생도 유나보머를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고 언니의 옆에서 자신의 삶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짝을 만나게 된 유나보머의 동생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언니를 대신하여 월세를 2년치를 지불하고선 언젠가 상처를 치유하고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자 준비를 한 뒤 자신의 짝과 이루게 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게 되었다. 동생이 떠나고 난 집은 적막이 가득했다. 유나보머는 혼자만 집에 남아 있게 된 이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이 집에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이 그렇게 틀어박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내몰았다.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의 주인이 집을 ‘아틀라스’라는 예전에 자신이 일하던 기업에 팔았기 때문이었다.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했지만 월세를 밀린지 벌써 2년이나 넘었던 시점이었기에 별 수 없이 쫓겨나야 했다. 자신이 쫓겨난 집이 허물어지고 난 그곳에는 아틀라스가 만드는 레플리칸트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대리점이 크게 들어섰다.

유나보머는 아틀라스의 대리점을 지켜보며 분노했지만 자신은 아무런 일도 행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산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지역의 도서관에서 무료로 책을 대여하며 나라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을 받고 지냈다. 유나보머가 거주하던 산이 아틀라스 말고 또 다른 레플리칸트 업체에 팔려 생산공장이 들어서게 되기 전까지.

또 쫓겨나야 했다. 오두막을 짓고 생활하던 토지에 대해 유나보머는 아무런 권리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나보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레플리칸트! 빌어먹을 레플리칸트 기업들! 모두 부숴버릴 거야!”

오래 전에 아틀라스라는 업체에 다닐 적 미소가 밝았던 그 남자는 자신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아틀라스에서 생산된 R17 모델을 커스터마이징하더니 그와 사랑에 빠져 주변에 결혼하겠다고 했다. 분명 그 남자에게 단 한번도 직접적으로 애정표현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자신이 그 남자의 주변을 멤돌고 있음을 모를리 없었을텐데도 사람인 자신을 버리고 기계와 사랑에 빠져 헤실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유나보머는 큰 상처를 입었다.

항상 자신의 삶을 망치고 항상 고통으로 내몰았던 것에는 모두 레플리칸트들이 관련되어 있었다. 유나보머는 그동안 도서관을 오가며 배운 지식들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지식들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나보머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네오러다이트 운동을 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레플리칸트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싫어하는 것의 정도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한 부류는 그저 인간의 기득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부류였고 한 부류는 기계문명에 대한 완벽한 거부를 가진 쪽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워낙 극단적이라 인터넷이든 자동차든 기계에 대한 사용 자체를 거부하는 쪽이었다. 오죽하면 집 안에 냉장고나 TV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유나보머가 써먹기에는 성향 자체가 너무 온건하여 누군가에 대한 상해를 입힐 목적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마을 밖으로 오갈 때도 시대에 맞지 않게 마차를 타고 다니고 정해진 복장만을 입은 채로 생활을 하는데 종교적인 성향이 강했다.

반면, 전자는 그렇지 않았다. 적당히 쓸 건 쓰되 과도한 기계 발전. 특히나, 레플리칸트에 대한 반감이 큰 이들이 많았다.

마을에서 거주하며 지내던 유나보머는 유독 마을에서 왕따를 당하는 한 10대 중반의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러드는 자신의 어릴 때처럼 꽤나 똑똑했고 수학에 능한 아이였다. 그러나, 무뚝뚝한 할아버지 밑에서 부모 없이 자란 탓인지 입고 다니는 것이 지저분하고 추레해 주변 아이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유나보머는 그런 러드에게 인간적인 미소를 보이며 다가갔고 엄마처럼 대하며 자신이 가진 지식들을 구분 없이 전수했다. 러드는 전폭적으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유나보머를 마치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존경했다. 자연스럽게 러드는 이따금씩 TV를 보다보며 할아버지가 하는 말씀과 어머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유나보머의 지식들을 통해 레플리칸트가 세상을 망칠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를 닮아 큰 덩치를 갖고 유나보머의 교육을 통해 형성된 러드의 카리스마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흘러 들어갔고, 이제 와선 O.H의 수장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모(??)님, 드디어 우리가 기다려왔던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유나보머는 기뻤다. 그동안 자신이 한없이 인내하며 참아왔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자신이 입히고 꾸며낸 러드라는 작품이 자신과 함께 만들 현실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동안 고생했다. 고생했어.”

“대모님이야말로 그동안 인내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재수 없는 레플리칸트들이 모여서 만든 그라운드라는 곳을 향해 움직이는 가디언들을 보며 유나보머는 숙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감히 인간에게 부여받은 지성으로 감정을 가진 것처럼 떠드는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레플리칸트들에게 창조주인 인간의 처벌이 내려질 때였다.

“저것들을 부숴버리고 다시는 이 땅에 레플리칸트가 발붙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러드.”

“물론이죠.”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미소가 뒤틀려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만 있는 곳에서 누구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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