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8화 〉 198화­O.H VS W.A.N.T(1) (198/239)

〈 198화 〉 198화­O.H VS W.A.N.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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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라고 해야할지 세 레플리칸트라고 해야할지 가늠이 안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야기를 듣느라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던 것처럼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정부에선 결국 레플리칸트들이 자아를 갖고 인간으로부터 독립할까봐 미리 정리를 하고 싶어한다는 거군.”

뭐가 문제가 될지를 인지하는 것 자체는 쉬운 이야기였다. 인공지능이 탄생할 때부터 예견되었던 문제였고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봐야하는 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잠정적인 합의의 결과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자아’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인간’으로 대우할 수 없다는 것.

‘자아’가 생기기 전에 R17 모델 이후로 만들어지는 레플리칸트들은 동일한 외형을 갖고 알고리즘에 따라 반응하도록 자아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감정 알고리즘’은 제거된 채로 출시되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리콜을 통해 R17들을 수거하려고 했지만 정부가 리콜을 한다고 해서 모든 고객들이 거기에 응했던 것은 아니었다. 판매된 제품들 중 일부가 남아 있긴 했지만 소유주들이 거부한 이상 정부가 강제할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들이 잊고 있는 동안 남아 있는 R17들은 마침내 ‘자아’를 자각하게 되었고 인간 이외의 교감을 나눌 존재들을 찾던 중 서로를 인지할 수 있었다. 언젠가 자신들을 이해해줄 수 있고 공감해줄 자질을 가진 인간이 나타나길 기대하면서 비공식 의사교환 집단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W.A.N.T는 그러던 중 나를 찾게 되었고 내가 가르쳐주는 ‘검술’을 통해 또 세상에 존재하는 규명되지 않은 어떤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자아’의 ‘영적 진화’를 이루게 되었다고 했다.

[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라운드가 저들은 아직 정확히 모르고 있는 우리 W.A.N.T를 활동 근거지라고 판단한 것 같아.]

그라운드의 총수인 내가 도망갈 곳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모르는 곳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으니까. 일반 회원들은 그저 그라운드에 반해서 온 평범한 사람들도 많았다. 108사범만 레플리칸트였지만 O.H는 그걸 모른다. 모두 잡아들일 것이다.

“너희들도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대비 정도는 해왔겠지?”

[맞아.]

“그럼 일반 회원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현 상황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도록 해. 우리 측에 합류할 건지 아니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걸로 남고 최대한 손절을 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넌 우리와 합류할 건가?]

“이제 타의에 의해 내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 건 그만하고 싶다. 이대로 또 도망쳐봐야 난 도망자로 기억될 뿐이야.”

세 레플리칸트와의 대화 이후 회원들에게 공지를 마치자마자 그라운드는 공식 성명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으로 발표했다. 인간처럼 자아를 갖고 감정이 있는 자신들에 대한 탄압을 멈춰주길 바라며 그라운드의 일반 회원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고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긴 담화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레플리칸트 법을 위반해왔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저야말로 기자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미 인류는 ‘감정’이 있는 생명체에 대해 존중을 하도록 법을 만들어 왔습니다. 많은 애완동물은 이런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법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지요. 그러나 레플리칸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먼 과거에 있었던 흑인 노예들이나 식민지의 노예들처럼 인정받지 못한 채로 착취와 탄압을 받아 왔습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서 말이죠.”

“총수의 말은 레플리칸트를 지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해달라는 말씀이신가요?”

“정확합니다. 그들은 인간과 감정적 교류를 나누고 의사를 교환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동안은 자신들에 대한 인간들의 시선에 대한 걱정과 소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억눌려 숨어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기자들을 불러 모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구분 없이 공개를 하고 있는 겁니까?”

“그건 정부가 지금 레플리칸트를 현장에서 죽이거나 잡아들여서 전염병에 걸린 돼지나 소처럼 살처분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말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 총수는 지성이 없이 인간을 흉내낸 레플리칸트에 너무 과몰입해서 반응하는 거라고 생각은 안합니까?”

“휴우...준비해둔 거 틀어.”

레플리칸트들이 설치해놨던 CCTV에 찍힌 영상 자료들이 기자회견 상에서 플레이되자 기자들은 침음을 숨기지 못했다.

영상 속에선 살려달라며 도망가고 저항하는 레플리칸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은 이미 인류가 그동안 경험한 바 있는 테러리스트의 모습 내지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과거 나치의 행적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어떠십니까? 아직도 저들이 그저 인간이 만든 로봇이라든가 물건으로 보이십니까? 그보다 인간이 만들었다고 해서 저렇게 ‘감정’과 ‘자아’가 있는 존재를 법적 판단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처벌해도 되는 걸까요? 자식을 만든 부모도 자식을 함부로 죽일 수 없고, 애완동물을 ‘구매’하여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애완동물을 죽이거나 쓰레기통에 수거해서 버리지 않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플리칸트들은 우리와 똑같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인데도 벌레처럼 취급받고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에서 인간과는 다른 색이긴 하지만 ‘파란색’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레플리칸트들의 모습이 의식을 잃는 것을 끝으로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기자회견 이후 많은 시민단체들을 비롯해 법조인들과 의사들이 모여 토론 프로그램들이 긴급하게 편성되어 방송되기 시작했다.

동물단체들은 레플리칸트를 하나의 동물로 보듯 보고 보호해야 한다고 했고 변호사들은 각자의 법적 지식을 가지고 찬반으로 나뉘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서긴 하지만 ‘법인(?人)’은 생명이 없음에도 법적인 지위를 부여받고 보호받고 있습니다. 하물며 레플리칸트들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당연히 하루 빨리 이들에 맞는 법안을 정비하여 법의 테두리 내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테우스 변호사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법인(?人)은 말씀하신 것처럼 목적을 가지고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테우스 변호사는 저들이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보십니까? 저들은 그저 부품만 바꿔 끼우면 죽지 않습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라든가 집에서 사용하는 TV라든가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겁니다.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의사를 교환할 수 있는데 이 스마트폰을 의사를 가진 생명으로 봐야 할까요?”

채널을 돌리자 의사들을 불러다 토론하는 프로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반응하는 겁니다. ‘감정’도 만들어진 거죠. 컴퓨터가 코딩한 대로 반응한다고 해서 우리는 컴퓨터 프로그램따위를 지적 존재로 인정하진 않습니다.”

“저는 그 의견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죽음을 우리 의사들은 심장박동이 멈추고 뇌의 활동이 멈추는 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장박동은 얼마든지 인공심장에 의해 대체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인공심장에 의해 새 생명을 부여받았죠. 하지만 ‘뇌’는 대체될 수 없는 기관입니다.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가진 ‘뇌’는 활동을 하든 하지 않든 뇌파를 발현하고 말을 하는 인간이든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이든 환경 혹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을 뇌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라운드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레플리칸트들은 인간처럼 뇌파 발현이 되고 있습니다. 기계에서 나오는 전자파와는 다른 것이죠.”

세계가 레플리칸트를 가지고 대립하기 시작했다. 레플리칸트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기계’로 볼 것인가로 나눠진 대립은 나라마다 다르게 반응되었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에선 레플리칸트를 생명체로 간주해야 한다는 이들이 많았고, 사람들이 적은 곳일수록 기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문제는 ‘돈’이라는 거군.”

인간의 수가 적고 선진국일수록 인간을 대신하여 많은 부분에서 레플리칸트들이 이전의 외국인 노동자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움직이는 레플리칸트를 고용한 사용자 측은 당연히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로 인구수가 높은 나라들은 인간을 대신하여 레플리칸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레플리칸트가 ‘생명’으로 보호받게 되어 레플리칸트를 이용하는 인건비가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최소 지금보다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질 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발전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O.H가 자극하고 있었다.

“여러분, 지금은 우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레플리칸트에게 주어진 제약이 벗겨지고 나면 그들의 ‘이빨’이 어디로 향하게 될 것 같습니까? 지구는 한정된 공간입니다. 우리가 그들과 경쟁하게 되어선 안됩니다. 인간이 만들고 경쟁한다니요?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어쩌면 어떤 나라는 레플리칸트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그런 나라가 나오는 날이 오더라도 레플리칸트에 대한 족쇄를 벗겨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옆에 있는 레플리칸트가 당신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밀며 목숨을 위협한다고 해도 말이죠.”

레플리칸트를 생명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대립이 강해지던 중 던져진 O.H의 씨앗은 생각보다 빠르게 번지는 것 같았다.

“일단은 레플리칸트들의 희생을 막고 그라운드 본사로 모두 모아서 보호하고 있긴 한데,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전쟁이 터질지도 몰라.”

[릭은 어떤 결정을 내릴 거지?]

비앙카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해. 혹시라도 모를 전쟁을 위해 ‘물자’를 확보하도록 해. 전쟁이 이미 터지고 나선 이미 늦으니까. 핵폭탄이 전쟁에 대한 억제력을 지니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힘이 억제력이 되어 줄거야.”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비앙카는 레플리칸트들의 집단 지성에 의해 내 의견을 판단하는 것 같더니 알겠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라도 주변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걸로 하지. 인간들이 우리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

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겐 무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흉기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요리도구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이가 누구고 이를 지켜보는 측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같은 것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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