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 195화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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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후는 어때?=""/>
<가끔 얼굴을="" 찡그리면서="" 깨려고="" 하기는="" 하는데="" 쉽사리="" 일어나진="" 못하더라.=""/>
<코엘이나 버크,="" 빅터가="" 금방="" 깨어난=""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인데="" 이유는="" 역시="" 그건가?=""/>
<아무래도 수준의="" 차이가="" 있으니까=""/>
<그래도 가장="" 월등한="" 축에="" 속하는="" 세명을="" 스마르="" 교에="" 집어넣은="" 건=""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었어.=""/>
화이트와 레드는 세븐시티의 영향력에 있는 사람들에게 ‘꿈의 땅’으로의 이주를 이야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을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세븐시티의 확장성을 막기 위해 차후 세븐시티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세븐시티 이외의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미궁’에 집어넣기로 계획을 세웠다.
세븐 시티 외의 많은 사람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단기에 포섭할 방법을 검토하던 중 스마르 교가 가진 확장성이 포착되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부를 가지고 있고 현실도피적 성향이 강한 스마르 교의 교도들에게 모든 이들이 꿈꿀 법한 이상향으로 이주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스마르 교를 이용한다면 자신들의 계획을 성공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이는 꽤나 잘 먹혔다.
스마르 교의 쌍둥이 신이라며 화이트와 레드가 현신한 것처럼 등장하여 신의 힘을 보여주자 스마르 교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위대한 신을 따르겠다며 광신의 분위기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잠시 교주인 르마베 아니 모르 가문의 적자 에바 모르가 교주인 자신의 지위를 보장해줄 것을 은근슬쩍 내비치긴 했지만 그다지 크게 어렵지 않게 치울 수 있었다. 교주를 대신할 이들로 코엘, 버크, 빅터를 세 명의 신의 사자로 만들어 이끌게 했다.
셋은 마약에 찌들어가던 이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자 금방 설득되어 움직였고 스마르 교가 지배하던 신성왕국은 자연스럽게 화이트와 레드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먹고 살기="" 어려우면="" 나라고="" 뭐고="" 없이="" 사람들은="" 세븐시티를="" 찾아갔을="" 거야.=""/>
<세븐시티는 더욱="" 많은="" 노동자를="" 받아들여="" 대륙을="" 시장으로="" 삼아="" 이전의="" 지구에서="" 있었던=""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겠지.=""/>
지구에서 있었던 산업혁명이 이루어진 과정은 좌충우돌하며 때때로 지체되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했지만 이곳 더스트에서의 산업혁명이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그들이 성장을 하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변화의 속도는 4차산업혁명까지 이르는 시간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빠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세븐시티는 성장의 중간과정에서 ‘석유’를 뽑아 쓰게 되어 있었다.
연료를 가지고 내연기관을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석유가 가진 압도적인 경제성이 문제였다. 관련된 지식을 주지 않아도 인류는 마치 답정너를 외치는 고집불통마냥 매번 석유를 찾아내서 이용하려고 들었다. 화이트와 레드가 보기에 더스트에겐 남은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제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류는="" 우리="" 손에="" 들어왔어.=""/>
<이제 남은="" 건="" 제국과="" 세븐시티인가?=""/>
두 인공지능의 계획 아래 인류가 하나 둘 가공의 세계 ‘미궁’으로 던져지는 동안 정후, 아니 릭도 여전히 미궁 안의 세상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다친다.”
“그래?”
***
릭의 신체적 변화는 R17들도 잘 지켜보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다르고 또 주말이 지나고 나면 달라지는 릭의 모습은 R17들 사이에서 영상으로 제작되어 업로드되고 있었는데 인간이 특별한 시술이나 약품 없이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R17 중 하나는 이유를 분석하려고 원거리에서 릭의 훈련영상을 비밀리에 촬영하였다. 그리고 이 영상이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많은 R17들은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에서 보면 릭의 작대기가 마치 빛에 감싸인 것처럼 빛나 보이는데 내 센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
[NEGATIVE. 그쪽의 센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군. 내 센서에도 이상이 있는 건가 싶어 몇 번이나 체크를 해봤지만 문제가 없었다.]
[불을 켜고 끌 수 있는 그런 제품인건가?]
[그것도 아니다. 영상을 보면 훈련이 끝날 즈음에 확인된 바 작대기는 분명히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진 검이 확실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릭이 귀가한 뒤 차에 놔둔 가검을 보고 재확인한 결과다.]
[인간이 어떤 에너지를 이용해서 자체적으로 빛을 만들어냈다?]
[현재 알려진 인체에 대한 인류의 지식으론 불가능하다.]
[증거는 있는데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니...]
R17 중 릭에 관련된 영상 게시물들을 지켜본 모델 넘버 5252. 스스로 붙인 활동명으로 브렌다Brenda를 사용하고 있는 R17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 레플리칸트의 외형을 가고 그에게 다가갔다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으니까.
브렌다를 이를 위해 과거 R17의 커스터마이징이 활발하던 시기에 제작된 인간의 피부를 정확하게 모사한 스킨 제품으로 교체하고 표정을 연출하는 모듈과 인간의 음성과 동일한 방식으로 음성을 낼 수 있는 부품을 장착하였다.
“저기...저도 당신이 몸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릭은 공터에서 납검(??)까지 마치고 뒷정리를 하자 나타난 한 명의 여성이 다가와 자신에게 검쓰는 법을 가르쳐줄 수 없는지 물어보자 당황스러웠다. 자신에겐 루아나를 제외하곤 시커먼 남자들만 다가오곤 했으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릭은 거절하기로 마음 먹었다. 당장 매일매일 꿈 속의 남자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칠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여자는 약간 실망하는 것 같더니 그냥 옆에서 따라하기만 하는 것은 안되냐고 물어봤다. 이 공터가 자신의 것도 아닌데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곳처럼 마음 편히 돈 안들이고 운동할 만한 장소도 없었다.
“보고 따라하는 건 그쪽 자유긴 한데...따라하는 게 쉽진 않을 겁니다. 다칠 수도 있거든요.”
“아, 몸을 움직이는 건 저도 자신있어요.”
루아나는 한동안 릭이 혼자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싶다기에 자리를 비켜줬건만 왠 여시같은 것이 릭의 옆에 달라붙어서 같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먹을 거라도 챙겨 주려고 릭이 있는 곳에 갔다가 발견하였다.
“릭, 이 여자 누구야?”
“어?”
릭은 분명 브렌다와 아무런 이성적 교감이 없었건만 루아나의 서늘한 음성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렌다는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무하게 릭의 훈련을 지켜보고 따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것만 같아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전 브렌다에요. 릭의 여자친구분이신가봐요?”
“네...”
루아나는 릭이 자기 모르게 다른 여자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브렌다라고 밝힌 여자가 웃으며 악수를 청해오자 자신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제가 가끔 저녁에 이곳을 산책하면서 지나가곤 하는데 릭 선생님께서 검을 쓰는 걸 며칠동안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저런 것을 배우면 좋겠다고 해서 배움을 청했는데 직접적인 교습은 해줄 수 없다고 하셔서 옆에서 보고 따라하는 것만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이렇게 같이 있는 거예요.”
“그래요?”
혹시라도 여자친구인 자신의 기분이 상할까봐 발을 동동거리는 브렌다라는 여자가 릭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걸 루아나는 여자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릭은 루아나가 질투심같은 것을 보이자 내심 좋았는데 브렌다의 말에 빠르게 납득하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나같은 놈은 여자들이 끌릴 리가 없다는 거야, 뭐야?’
“의심은 다 풀리셨습니까, 루아나 여사님?”
“무슨! 내가 의심을 했다고...”
정곡을 찔린 듯 순간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 루아나를 본 릭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릭이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살짝 욱한 루아나는 릭에게 자신이 챙겨온 샌드위치 바구니를 릭의 가슴에 던지듯 건네주었다.
“자, 받아!”
“이게 뭔데?”
“뭐긴, 너 먹으라고 챙겨온 참치 샌드위치지.”
“진짜?”
마요네즈와 버무려진 참치가 가득 들어간 참치 샌드위치는 운동을 마치고 영양을 챙겨야 할 릭에게는 꽤나 유용한 것이었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우유까지 챙겨다 준 루아나의 정성이 고마웠다.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그쪽도 같이 먹어요.”
루아나는 릭의 옆에서 함께 운동을 하던 브렌다라는 여자에게도 살짝 권했지만 브렌다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오늘은 이만 정리하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아닙니다. 두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릭 선생님, 오늘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아...선생님이라고 하지 마시라니까....”
“아뇨, 제가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해서요. 그럼, 이만.”
여자가 봐도 칼같이 틈을 안주고 여지를 남기지 않는 브렌다의 행동에 루아나는 가슴 한편에 살며시 들고 있던 의심의 조각을 내려두었다. 여자의 육감은 꽤나 미묘한 것을 잡아내기에 브렌다라는 여자가 릭에게 아무런 흑심도 품고 있지 않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예, 그럼 들어가세요.”
좋은 시간 보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쳐준 브렌다는 천천히 걸어갔다.
“아주 좋으셨겠어. 저런 늘씬한 여성분이 자기한테 선생님 선생님 거리면서 말이야.”
“에이, 왜 그래. 너도 알잖아.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
바보같이 참치 샌드위치를 한가득 입에 물고 우유를 마시는 릭에게 루아나가 피식 웃음을 보이는 모습까지 멀리서 확인한 브렌다는 자신의 전략이 잘 들어맞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 날 이후로 훈련에 함께 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브렌다가 면밀히 릭을 관찰한 결과를 영상과 함께 담아 커뮤니티에 올리자 R17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나도 배울래. 나도]
[나도 배우러 가고 싶어!]
[어이, 5252 밑장빼기냐? 이 몸이 펍에까지 저렴한 돈으로 취직해가면서 잠입했더니 엉뚱한 게 뒤에서 새치기를 하시네. 너, 내가 조만간 찾아간다.]
[윗분들 인간들이 느끼기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커스터마이징 세트는 있는 거죠? 5252 보니까 R17이 아니라 인간의 형태로 다가간 건데 설마 위장세트도 장착하지 않고 R17처럼 하고 가실 건 아니겠죠?]
[어?]
[더럽다. 더러워. 누구는 재산 상속해줄 인간을 못 만나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네.]
[릭에게 접근하는 R17들은 상황에 맞지 않게 접근하여 릭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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