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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화 〉 186화­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3) (186/239)

〈 186화 〉 186화­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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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형태를 따른 레플리칸트들은 본래 인간이 갈 수 없는 험지에 가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고 전쟁터에 군인 대신 투입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이후 네비게이션이 시장에 풀려났던 먼 과거처럼 민간에 풀려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레플리칸트를 자신의 이상적인 배우자로 만들어 결혼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거동이 불편한 자신을 도와줄 존재로 구입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레플리칸트들이 ‘로봇세’ 도입 이후 인간을 대신하여 노동자로서 기업에 채용되었던 것이었다.

한동안 기본소득으로도 충분히 풍족하게 먹고살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직업을 구하지 못하게 된 노동자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돈을 받아 살아갈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했으나 행복한 시간은 언제고 끝나기 마련이었던가.

지원금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닥친 수해와 냉해로 인해 그 해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했다. 정부에선 급하게 해외에서 식량을 수입하려고 했으나 기존의 수입량보다 훨씬 많은 식량을 수입하길 원한다는 걸 알아챈 업자들에 의해 수입가가 폭등했다. 다른 곳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없었던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5년간 수입량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달고 식량을 수입할 수 있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질 거란 소문이 돌자 평소 저축을 해뒀던 사람들은 가진 돈으로 식량을 사재기하기 시작했고 식량가격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등해버리고 시장에서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받는 돈으로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그렇게 시작된 기상이변은 매년 계속 찾아왔고 정부는 말라가는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결국 외채를 빌려 예산을 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빌어먹을 출혈경제.”

정부는 한해 예산의 일정부분을 먼저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지불해야 했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던 산업인 국내 농업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예산을 배당받지 못하면서 더욱 취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농사를 지으러 농촌에 내려가지 않았다.

농사를 짓는 순간 빚을 지게 되지만 수확을 하여 갚고 나면 정작 먹고 남을 것이 없어졌다. 로봇세로 인해 피해보는 노동자가 아닌 농부들은 기본소득이 보호하는 국민이 아니었기에 농사로 벌어먹고 유지를 해야 했다. 그러나 수확을 하고 농사를 짓는 동안 빌렸던 혹은 사용했던 비용들을 후불로 지불하고 나면 겨우 밥만 먹고 사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루를 12시간씩 일하고 남은 결과가 기본소득 생활자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된 누구도 농사를 지으러 농촌으로 떠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식량자급률은 계속 떨어져갔다.

낮아진 식량자급률을 뒤늦게 올려보려고 했지만 이미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의 품질과 가격을 따라갈 수 없게 된지 오래였다. 그러나 신의 도우심 아니면 악마의 회유였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바이오 에탄올’의 가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농지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그냥 놀리던 땅에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다. 저렴한 인건비였지만 월급을 받고 일하면 농민이 되어 땅을 빌리고 거기에 경작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를 떠나 이도향촌(????)을 하였지만 농촌의 일자리는 금방 포화상태가 되었다.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일을 하던 레플리칸트들이 중고로 시장에 풀려나오면서 지주들이 중고 레플리칸트들을 저렴하게 가져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자리를 다시 빼앗길 상황에 처한 시민들이 분노에 차 거리로 뛰쳐나와 행진을 하기 시작한 결과, 정치인들과 지주들의 합의 끝에 새로운 법안이 탄생했다.

‘인간 할당제’였다.

인간 할당제의 골자는 지주가 레플리칸트들을 노동자로 가져다 쓰기 위해선 60% 이상 인간 노동자를 고용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릭은 이 법이 나오고 농촌의 월급노동자로 생활하기 위해 지원한 끝에 추첨에 당첨되어 지금 있는 옥수수 농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할당제에 합의한 지주에게도 최소한의 보호책은 존재했으니 업무태도가 불량하여 일정 수준 이상 벌점이 누적된 노동자에 한해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고한 자리에는 추가로 최대 5%까지 인간 대신 레플리칸트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지주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릭, 너 요즘처럼 계속 하다간 간당간당해.”

“죄송합니다. 매니저”

“니가 잘리는 건 나한테 죄송할 게 아니야. 너 대신 들어올 수도 있었던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해야지.”

릭의 옆에서 걷고 있는 배가 잔뜩 나온 매니저는 꽤나 좋은 대학을 나온 인재였으나 취업하는 해 경기가 좋지 않아 좋은 학점을 따고도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딪히다 흘러 들어와 농장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남자였다. 매니저가 말을 하면서 홀깃한 곳에는 충전을 하러 들어가는 레플리칸트들이 있었다.

“농장주들 입장에선 일꾼으로 레플리칸트들만한 게 없어. 하루 16시간씩 굴려도 중간중간 바이오 에탄올만 충전해주면 군말 없이 일하잖아.”

‘바이오 에탄올’을 만드는 주 원료가 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옥수수였으니 농장주 입장에선 레플리칸트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꾼이었다.

“열심히 할게요.”

“그래, 여기서도 밀려나면 넌 ‘파벨라’밖에 갈 곳이 없잖냐. 나도 사람들 자를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후우. 드러워서 때려 치고 싶어도 옮길 일자리가 없으니...이거 원.”

매니저가 피운 전자담배의 니코틴 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 나간다.

뚱뚱한 매니저와 멀어지는 릭의 머리에 한 단어가 틀어박힌다. ‘파벨라’. 잠시 흘러 들어갔다 겨우 도망쳐 나온 곳. 파벨라에서 잠시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파벨라 딱지가 붙은 자신의 월급은 다른 사람들보다 적다. 그게 농장주인에게 자신이 고용될 수 있는 이유였다는 이야기를 매니저를 통해 들었다.

예전엔 할렘이라고도 불렸던 빈민촌이 언젠가부터 남미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할렘 대신 파벨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을 받으며 먹고 살던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지자 난민이 되었고 그 사람들이 모여살던 곳은 난민촌이 되었다. 그리고 난민촌에 ‘거리의 상인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돈과 무기를 모두 가지고 있는 거리의 상인들은 난민들에게 일자리와 돈을 주는 이들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던 이들 무얼 팔아 돈을 벌 수 있었겠는가. 마약이었다. 마약집단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되는 것은 무전기만 달랑 받고 거리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감시하면서 경찰이 뜨는지 알아보는 연락책, 라디오 보이였다.

물론 마약집단에 들어가지 않고 파벨라에서 먹고 사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자신이 잠깐 머물렀던 그 파벨라 옆에는 매립지가 존재했다. 매일 오고가는 쓰레기 덤프 트럭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수거하여 페트병이나 폐지들을 그러모아 파는 사람들. 하지만 이조차도 해당 파벨라를 지배하고 있는 여러 마약조직 중 하나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마약을 파는 일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일이라 총에 맞아 죽을 위험은 없었으나 매립지의 일원으로 산다는 건 꽤나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좀먹는다.

“쓰레기를 파먹고서 살고 싶진 않아.”

매립지에서 사는 이들은 정부에 제대로 신분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매립지는 주소가 없다. 전기도 없다. 수도도 없다. 그러니 그들이 사용하는 전기는 전봇대에서 몰래 끌어다 쓰는 것이었고 수도는 근처의 강으로부터 펌프로 끌어와서 쓰는 것이었다. 그러니 매립지 안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자리잡아 사는 이들은 상하수도라고 할만한 것도 없어 쓰레기 매립지의 냄새와 뒤섞여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살아야했다. 이것이 바로 ‘매립지의 일원’이 감수해야할 유일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릭은 한때 라디오 보이의 다음 단계인 거리의 상인이 아니라 거리의 상인들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직책에 오른 적이 있었다. 중간관리자인 매니저의 직위에 있던 릭이 파벨라를 도망쳐 나오게 된 직접적인 사건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그날 마약집단을 검거하러 나온 경찰대에 쓸려나갈 때 스쳐 지나간 총알에 피를 흘리며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매립지로 도망친 덕분이었다.

매립지는 경찰과 정부에 속한 이들은 발조차 들이지 않은 인외의 마경(??)같은 취급을 받는 곳이었고, 매립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 들어온 것에 대해선 이상할 정도로 관리하고 보호하였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음식이든 구분하지 않고

몇날 며칠 총알이 스쳐 지나가 고열에 시달리던 자신이 깨어났을 때 눈 앞에 있던 것은 매립지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를 둔 아이, 후에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알렉산드레(Alexandre)란 아이였다.

“아저씨, 일어났네?”

알렉산드레는 내가 의식을 차렸을 당시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냄비를 휘휘 저으며 끓이고 있었다.

“누구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해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한 것처럼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저씨 죽다 살아났어. 좀 더 누워 있어야 할 거야. 그리고 살려준 사람한테 누구냐고 소리치기 전에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국자를 들고 눈살을 찌푸린 채로 팔짱을 끼고 자신을 쳐다보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쳐다보다 릭은 입을 열었다.

“고맙다, 꼬마.”

“천만에!”

고맙다는 인사를 듣자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등을 돌리더니 국자로 냄비 속 무언가를 떠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아저씨가 깨어나면 이걸 먹이라고 했어. 아저씨는 운 좋은줄 알아.”

“꼬마, 이게 뭐냐.”

“꼬마 아니고 알렉산드레. 나 꼬마 아니야. 알렉산드레가 내 이름이야. 편하게 알렉스라고 불러.”

“알렉스, 내 이름은 릭이다.”

알렉스는 무거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나를 일으켜 세운 뒤 침대의 헤드 쪽에 쿠션을 끼워 넣어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잘 먹어야 빨리 기운을 찾을 수 있을 거랬어.”

알렉스가 그릇에 담긴 뭔가를 숟가락으로 떠서 자신의 입에 넣어줬을 때 먹은 그 맛을 릭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흐음.”

“맛있지?”

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맛을 음미하는 듯하자 알렉스는 젖을 보채는 아기젖소를 대하듯 수프를 흘리지 않도록 하면서 떠서 릭의 입에 퍼주었다.

“와우, 아저씨. 죽다 살아난 사람치고 입맛이 좋은 걸 보니 금방 일어나겠는데?”

“맛있는 수프, 고맙다.”

“그치?”

알렉스는 이제 몸에 에너지가 들어갔으니 소화시키느라 한동안 졸릴 거라면서 다시 릭을 침대에 눕도록 도와줬다.

수마(??)를 피하지 못한 릭이 잠들기 직전 릭의 눈에 천으로 가리워진 곳이 들춰지며 누군가 서서히 들어오는 실루엣이 들어왔다.

“저 사람, 깼어?”

“응, 엄마. 엄마가 만들어둔 치킨 수프도 맛있게 먹더라구.”

“그래? 응급처지가 잘 되었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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