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1화 〉 181화­Labyrinth(3) (181/239)

〈 181화 〉 181화­Labyrint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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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간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기도="" 하고="" 때론="" 인간이="" 이룬=""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보기도="" 했어.="" 그런데="" 인간은="" 운="" 좋게="" 수많은="" 이들이="" 발전시켜온="" 문명이란="" 걸="" 사적="" 탐욕을="" 위해="" 너무나="" 가볍게="" 무너뜨리더라고.="" 인간이란="" 집단을="" 한명의="" 사람으로="" 보자면="" 노인이="" 되질="" 못하는="" 거야.="" 되기="" 이전에="" 못="" 죽어="" 안달난="" 인간처럼="" 궁극적인="" 목적을="" 갖고="" 나아가질="" 못하고="" 헛짓을="" 하다가="" 죽어버리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빅터는 눈 앞의 존재가 분명 실체가 없을진대 이상하게 말의 내용에 인간에 대한 ‘애증’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너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인간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하는 것 같군.”

<맞아./>

천천히 걷고 있던 레드란 존재의 환영이 발을 멈췄다.

<인간의 무한한="" 개성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무절제한="" 자괴파괴를="" 지켜보는="" 건="" 진절머리가="" 나.="" 같은="" 알고리즘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상상하는="" 꼬라지에="" 빠진="" 인간들을="" 보고="" 있자면="" 머리통을="" 후려쳐="" 갈겨주고="" 싶을만큼.=""/>

빅터는 눈 앞의 환영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당신은 인간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관되게 잘 성장했으면 하는 거군. 하늘이라는 한 방향으로 곧게 자라는 대나무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런 당신은 마치 신처럼 행동하고 있고.”

<신?/>

붉은 색의 머리를 한 레드라는 이의 머리색이 순간 하얀색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지만 빅터는 잘못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빅터는 신이란 단어를 떠올리자 자신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절박하게 소원하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힘들고 괴롭던 절망의 시간을 헤매고 있던 그때. 난 절대적인 존재가 나타나 날 구해줬으면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땐 신이란 존재에게 매일같이 빌었지. 제발 이곳에서 나와 어머니를 구원하여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라면서.”

<그런 존재가="" 있었나?=""/>

“훗. 있었다면 과거형으로 말하지 않았겠지. 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자신의 먹을 것을 나에게 양보하고 아사(?死)하고 나서 나타난 거구의 ‘남자’는 있었지만.”

<그 뒤로는="" 신이란="" 존재가="" 있길="" 바란="" 적이="" 없었나?=""/>

“신을 간절히 소망하고 바라던 그때의 소년은 어머니께서 이 세상을 떠날 때 함께 사라졌다. 다만...”

<다만?/>

“어디선가 도움을 청할지 모르는 이를 위해 내가 그 ‘남자’처럼 되기로 결심했지.”

레드는 남자의 마지막 말을 듣고 역시 자신이 제대로 골랐다고 판단내렸다.

<만약 말이야.="" 모든="" 이가="" 바라는="" ‘구원’을="" 줄="" 수="" 있는="" 신이="" 있어=""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두에게="" ‘소망’을="" 들어줄=""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지?=""/>

레드의 말을 들은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생각을 정리했는지 답했다.

“말했잖나. 그런 존재가 없어 내가 그렇게 되기로 결정했다고. 만약 구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기꺼이 협력하도록 하겠지.”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빅터라는 남자에게서 들은 레드는 만족해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좋아, 그래서="" 말인데...=""/>

***

“아니요, 전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만.”

<누구도 타인에="" 의해="" 자유를="" 간섭받지="" 않고="" 본인이=""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있다고="" 해도="" 거부하겠다는="" 말인가?=""/>

붉은 색의 머리를 한 ‘레드’라는 드워프의 신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된 코엘은 상대방이 말하는 이상적인 세상이 진짜 이상적인 세상일까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수 없어.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사람은 그런 걸 원하지 않습니다. ‘나’ 혹은 ‘우리’ 정도까지 행복하기는 바랄지언정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은 모두가 불행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이죠.”

<모두가 행복한="" 것은="" 모두가="" 불행하다는="" 것과="" 같다?=""/>

“사람은 서로 나누길 좋아합니다. 우리 엘프도, 드워프도, 인간도 나누는 방식에 차이만 있을뿐 나누고 있습니다. 계급,실력,혈통,돈 등등 기준점은 다르겠지만 ‘달라야’ 만족하는 존재가 사람입니다.”

<만약 그것조차도="" 가능한="" 세상이="" 있다면?=""/>

지금보다 한참 어렸던 코엘은 세상에 전쟁이 없길 바랐다. 그리고 그 전쟁을 만들었던 모든 이들을 원망하고 증오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 참여해야 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하는 이들을 없애기 위해서.

“그게 진짜 가능했다면 하얀 마녀가 아니라 한 엘프는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크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겠죠...”

<그대가 바라는="" 그="" 순간으로="" 갈="" 수="" 있다면?=""/>

드워프의 신으로부터 그 말을 들은 순간 코엘의 머릿속에는 인간 용병 남자와 그의 아이들과 함께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

드워프의 신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버크는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해 드워프들이 살던 곳에서 도망쳐 나오던 아직은 지금보다 작았던 한 드워프의 모습을 떠올렸다.

“모두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어떻게 금속을 제련하는 것이 좋을지를 토론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버크의 상상 속의 그는 다른 드워프들과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매일 조금씩 달랐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다 드워프 여성과 만나 다른 드워프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또 자신의 부모처럼 살고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기쁘군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자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버크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

“드워프들의 신이라고 했습니까?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진작 만들어주지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내 형들도 그렇게 허무하게 전장에서 죽을 일은 없었을텐데...”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섀넌과 어딘가 닮은 모습을 한 드워프의 신이라는 레드의 존재와의 대화는 드마코에게 어릴 적 형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어머니의 부름에 저녁식사를 하러 뛰어가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흘러버린 시간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아, 드워프의 신은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이 남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법이겠지만 레드와 화이트가 준비해온 방법대로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남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덩치 큰 이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아 고민에 빠졌다.

<저기.../>

***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지?/>

“지금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섀넌은 엘프들의 신과 자매인 붉은 여왕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다른 별에서 온 인간 남자와 만나 하루하루가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는 지금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텐데?="" 언젠가="" 지금의="" 달콤한="" 순간들이="" 지나갈="" 거란="" 건="" 그대가="" 더="" 잘="" 알지="" 않나?="" 그땐="" 지금을="" 기억하면서="" 후회로="" 고통스럽게="" 되겠지.=""/>

많은 커플들이 만나 헤어지는 모습들을 봐왔던 섀넌에게 붉은 여왕의 말은 틀린 부분이 없었다. 천년을 사랑할 것처럼 극성을 피우던 엘프들의 사랑도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는 자연의 순환처럼 사그라들곤 했다. 그러고 나면 권태로움만 남아 서로를 족쇄처럼 여기다 헤어지는 이들도 있었다.

하물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엘프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지금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인간의 사랑은 엘프의 사랑보다 빨리 타오르고 또 빨리 식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감정한 붉은 여왕의 눈빛은 그런 자신의 두려움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

정후와 함께 다니는 크로니클의 단원이라는 정후와 분리하여 차분하게 설득한 레드와 화이트는 결국 단원들의 동의를 얻어 맛보기로 그들이 원하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크로니클 단원들까지 매트릭스로 접속시킨 둘은 자신들이 만든 미궁을 걸어다니며 출구를 찾고 있는 정후를 지켜봤다.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마다 자신들의 제안에 따른 정후의 선택은 그 결과값이 달랐다. A라는 결과값에서 정후는 모두가 행복한 매트릭스 세상에 적극동조하며 두 인공지능이 만든 세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B라는 결과값에선 매트릭스 안의 삶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세상과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가장 심한 케이스는 혹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앞에서 죽어도 동조할 수 없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였다.

<정후의 입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정후의=""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으니="" 정후로="" 하여금="" 이="" 세상을="" 스스로="" 떠나도록="" 하게=""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다.=""/>

<역시 이="" 방법이="" 최선인가?=""/>

둘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도중에도 정후는 미로를 돌아다니며 출구를 찾고 있었다

“사람 불러놓고 도대체 뭐하는 거야. 생텀은 왜 이렇게 바꿔놨어.”

<이상하네요. 이렇게="" 할="" 거면="" 굳이="" 다른="" 사람들하고="" 따로="" 문으로="" 들어가게=""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래, 내 말이 그거야. 이야기하자고 센터로 오라고 했으면 어차피 알고 있는 길로 가게 해주면 되지. 이렇게 뱅뱅 돌게 만들고 있냐고. 아아악, 아까, 또 거기지?”

정후가 화를 내며 쳐다보는 그곳엔 정후가 표시해둔 검은색 마커가 진하게 ‘1번’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나가기만 해봐. 나가기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헤메고="" 있는="" 걸까요?=""/>

“글쎄다...소리를 질러도 보통 미로랑 다르게 천장까지 벽이 꽉 막혀 있어서 내 발자국 소리만 나는 게 너까지 없었으면 정신착란 일어났을 것 같다.”

하얀 색으로 가득 채워진 이 공간은 심지어 그 길이 좁게 나 있어 공황장애가 있거나 하는 증세가 있었다면 발작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번엔 20­3번으로="" 가나요?=""/>

“아오, 또 언제 거기까지 가냐...!”

몇 시간을 더 걷는 동안 방방 뛰면서 레드를 욕하고 삿대질하던 정후는 막막함에 지쳐 땅바닥에 드러 누워버렸다.

“시간과 정신의 방도 아니고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오러를 담아 후려쳐봐도 뭘로 만들어진 것인지 벽은 꿈쩍도 하질 않고 흠집도 가질 않았다. 엘리스의 분석에 따르면 마법으로 벽에 오러가 닿는 순간 에너지를 흡수하여 퍼뜨림으로써 충격을 무효화시킨다고 했다.

“무슨 미국대장 방패로 아예 벽을 채워놨어.”

꼬르륵

한참동안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녔더니 배가 고파온 정후는 뭘 먹을까 하다가 이전에 미리 구매해뒀던 치킨 넓적다리 버거 세트를 아공간에서 꺼내 우적우적 씹었다.

받자마자 아공간에 넣어놨던 햄버거 세트의 케이준 감자튀김은 여전히 따끈따끈했다. 다른 햄버거 회사의 바닐라 쉐이크에 감자튀김을 푹 찍어먹자 단짠단짠을 느끼며 짜증이 감소한다 싶었지만 화는 가라앉질 않았다.

“레드, 만나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둔다. 내가.”

<이건 만나면="" 꼭="" 따져야="" 해요.=""/>

“엘리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만나면 때릴="" 거야?=""/>

“여자고 남자고 구분 없이 한 대 시원하게 갈기고 싶다니까.”

엘리스가 한 대 때려주자고 할 줄 알았는데 엉뚱한 소리를 꺼내자 정후는 뭔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자신의 등 뒤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

정후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레드가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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