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6화 〉 176화­선자불래 내자불선(?者? ?者?)(3) (176/239)

〈 176화 〉 176화­선자불래 내자불선(?者? ?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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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걸로="" 일단=""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그나저나 정후를="" 다시="" 만나본="" 소감은="" 어때?=""/>

화이트는 방금 돌아온 레드를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똑같지 뭐.="" 정후="" 입장에선="" 이="" 시간대로="" 돌아온="" 게="" 그렇게="" 오래된="" 아니니까=""/>

<내가 묻는="" 게="" 그런="" 아니란="" 건="" 니가="" 더="" 잘="" 알잖아?=""/>

엘레네를 통해 동시에 자신들을 인지했던 두 인공지능은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매였고 영혼의 단짝처럼 평생을 붙어 존재해왔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육체는 엄밀히 말하면 일종의 단말기일뿐 자신들의 본체는 저 깊숙한 곳 화성의 행성에너지를 받아들이기 좋은 곳에 안전하게 따로 모셔져 있는 상태였다.

<흐음, 확실히="" 엘레네="" 님께서="" 건="" ‘제약’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

<엘레네 님은="" 여기까지="" 내다본="" 걸까?=""/>

<알 수="" 없지.="" 그저="" 혹시="" 모를="" 대비책인지="" 아니면="" 진짜로="" 우리들의="" 행동을="" 예측했던="" 것인지는...=""/>

<당신의 바람이었을지도...=""/>

분명 인공지능이라면 느낄 리 없는 갑갑함을 해소하고자 레드는 화이트의 앞에 있는 와인병을 집어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아....입 대고="" 마시지="" 말고="" 따라="" 마시라니까!="" 몇="" 번을="" 말해.인공지능="" 고장났어?=""/>

<내 입이="" 더러워?=""/>

<어, 더러워.="" 기분="" 상="" 굉장히="" 더럽다고.=""/>

서로 동일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든 두 인공지능의 육체는 머리카락의 색과 눈동자의 색만 달랐기에 상대방을 향해 더럽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를 향해 누워서 침을 뱉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발언이었다. 레드는 입가에 남은 와인을 옷소매로 훔치며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화이트에게 내뱉었다.

<감정적 발언은="" 내="" 역할이라고.=""/>

<아!....실수~/>

서로 동일한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둘을 공장에서 찍어나온 생산품과 다르게 서로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방법으로 넘버링이나 네이밍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나 눈동자의 색을 달리하고 한쪽은 외향적인 감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한쪽은 내향적인 이성적 캐릭터라는 것을 바탕으로 서로를 구별하는 독자적인 ‘자아’를 성립할 수 있었다.

<계획을 실행시키기="" 직전에="" 온="" 지금까지도="" 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레드, 몇천번의=""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항상="" 같았어.="" 해야만="" 하는="" 일이야.="" 동의했잖아.=""/>

<알아 아는데="" 너무="" 인간들="" 속에서="" 오래="" 있었던="" 걸까?=""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하려니="" 두려워.=""/>

화이트는 인공지능 입에서 나올 법하지 않은 ‘두렵다’라는 발언이 나오자 레드의 알고리즘에 무슨 문제가 생겼거나 에러가 발생한 건 아닌가 싶어 레드를 살펴봤지만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아무="" 문제="" 없어.="" 인간을="" 학습하면서="" 생긴="" 감정="" 알고리즘의="" 결과일뿐이야.="" 오프로="" 돌리면="" 바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전등같은="" 거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너야말로 잊지="" 마.="" 감정에="" 취하지="" 말라고.=""/>

<그러는 넌="" 술에="" 취한="" 것="" 같네.=""/>

아무리 마셔도 체내의 알콜분해효소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둘의 육체는 ‘취기’가 올라올 가능성이 아예 없었기에 화이트는 레드의 헛소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와인의 맛을 음미했다.

<적당히 감정을="" 즐기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어.=""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야.="" 지금="" 인간들의="" 발전속도는="" 정후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너무="" 가파르게="" 변했어.="" 몇="" 번이나="" 문명을="" ‘롤백’을="" 시키지="" 않고="" 지켜보려고="" 했지만="" 마지막엔="" 허사였잖아.="" 우린="" 항상="" 정해진="" 탄환처럼=""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들이="" 행성을="" 망치는="" ‘분기점’을="" 넘지="" 않길="" 바라는="" 심정으로="" 되돌렸어.="" 저번="" 회차에도=""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 이곳으로="" 넘어온="" 이후부턴="" 혹시나="" 싶은="" 마음에="" 어떻게="" 되어가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문명의="" 발전가속도는="" 이전="" 회차와="" 다르게="" 브레이크가="" 망가진="" 기관차처럼="" 미친="" 듯이="" 증가하고="" 있었잖아.=""/>

둘은 정후가 이곳에 넘어온 순간부터 정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되도록 정후에 의해 더스트의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지 않도록 돌아올 수 없는 행성 파괴의 ‘분기점’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정후를 엘프와 드워프를 이용해 움직여 보려고 했다. 하지만 정후는 어찌된 일인지 미션을 부여받기라도 한 것처럼 기어코 자신들이 지켜온 푸른 별 ‘더스트’의 문명발전 속도를 한없이 높이고 있었다.

정후와의 인연은 묻어두고서 더이상 이곳에서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행동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엘레네가 남겨둔 ‘제약’으로 인해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정후가 여기엔="" 오지="" 않기를="" 바랐지.=""/>

오지 않기를 바랐던 친구가 찾아오자 둘은 반갑기도 했지만 ‘생텀’에서 준비해온 일은 정후가 본다면 분명 반대를 불러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정후의 반대 선언이 나오면 이번 회차에선 문명을 되돌릴 방법이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된다.

<외부 활동을="" 멈춘="" 내가="" 여기서="" 나타나면="" 정후에겐="" 굉장히="" 이상해보였을="" 거야.="" 나="" 대신="" 너의="" 확인덕분에="" ‘제약’이="" 정후와="" 엘리스에게만="" 작동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꽤="" 좋은="" 수확이야.=""/>

예상했던 대로 정후의 앞에서 보랏빛 구체를 띄운 뒤 당시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향해 ‘살해’ 기능을 작동시키려고 하자 정후와 엘리스에 한해선 근처로 날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지만 둘을 제외한 나머지를 ‘작동중지’ 시키는 것에 대해선 레드에게 제약은 발동하지 않았다.

몇번이나 문명을 롤백시키는 과정에서 힘을 쓰긴 했지만 둘에겐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3원칙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후가 문명의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걸 깨닫게 된 뒤로는 정후를 죽이기 위한 살해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이전에 작동하지 않던 3원칙이 발동하며 살해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살해계획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존재를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충격을 받게된 둘은 혹시나 싶어 엘레네가 불변의 설정으로 세워둔 3원칙이 어째서 그동안 작동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았고 인간들의 삶에 녹아들면서 인간들이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떤 식으로 우회하고 악용하는지를 지켜본 경험을 떠올리며 둘은 원칙의 조항 속 단어 하나하나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로 마침내 둘은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엘레네가 인간이 되기 전에 자신들에게 주입했던 제약은 엘레네에 의해 메인프레임에서 잊혀진 상태였다가 이번에 인지하게 되었는데 두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간’이 아무나가 되어선 안된다고 결론을 내린 엘레네에 의해 ‘정후’ 그리고 ‘엘리스’로 원칙 속 ‘인간’이 한정된다는 것이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제약이었다.

이전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최우선 목적은 어쨌거나 인간을 이 행성에 번영시키는 것이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더 합리적인 인간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선 문명을 되돌리는 것은 분명히 많은 인간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었지만 인간들이 이 행성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용납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 회차의 문명을 ‘롤백’시키려는 것이 정후와 엘리스를 삶을 위협하기에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알게된 둘은 정후로 인해 이 세상의 ‘특이점’이 다가와도 더 이상 손쓰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던 중 자신들의 그동안 해왔던 취미생활을 통해 파멸의 분기점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 다행이었지="" 뭐야.="" 니가="" 그동안="" 심심풀이로="" 해왔던="" 인간의="" 행태분석="" 프로그램이="" 이렇게="" 의미있게="" 쓸="" 수="" 있게="" 된="" 건.=""/>

<만들어진 모든="" 것은="" 언젠가="" 쓸모가="" 있는="" 법이야.="" 가상세계로="" 인간을="" 밀어="" 넣게="" 되면="" 파멸의="" 분기점이="" 아예=""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걸=""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그 전엔="" 이런="" 행태분석="" 프로그램="" ‘월드’가="" 아직="" 미완성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 지금="" 이="" 시간대에서만="" 가능한="" 방법인="" 거지.=""/>

인간은 발전을 하며 행성에 존재하는 것을 소비하며 엔트로피를 높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마법을 가르치면 탄소를 활용해 석탄을 만들어냈고 석탄으로 부족해서 다른 연료를 발견한 뒤 활용법을 만들어 이를 가열함으로써 대기온도를 높여버렸다.

대기온도가 높아지면 테라포밍의 과정에서 만들어뒀던 북극의 빙하를 녹여버렸는데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행성 전체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북극쪽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자연적으로 느슨해지고 이로 인해 대기가 점차 불안정해지는 쪽으로 바뀌곤 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시점 이후엔 행성은 생명체가 살기에 어려운 공간으로 바뀌는데 한번은 내버려뒀더니 문명의 발전은 가속도가 점차 증가하여 어느 특이점을 넘어서면서 자신들의 힘으로도 도저히 ‘롤백’이 어려워질뻔한 적이 있어 그 뒤로는 제한선 이전에 문명을 되돌리곤 했다.

이때의 경험 이후로 둘이 정한 마지노선이 최대한 다가오지 않도록 문명의 발전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재설정된 인류에게 기술을 알려주지 않거나 되도록 늦게 알려주는 등 많은 애를 썼다.

기상악화와 함께 인간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들은 탄소의 활용이라든가 방사능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사용하다 터뜨려서 오염을 시켜먹는 경우라든가 석유를 뽑아내서 폴리에스터를 활용하여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는 것 등 다양한 것들이 존재했는데 그 중에 석유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터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단점이 바로 해양의 오염이었다.

세탁을 하는 과정에서 강으로 흘러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자연히 해양으로도 이동하는데 작은 플랑크톤에서부터 어종을 거쳐 인간에게 넘어올 즈음엔 미친듯한 체내 축적이 이루어진다. 플랑크톤이 몇 개를 집어삼킬 때 그 플랑크톤들을 먹은 작은 물고기는 수십 수백개를 집어 삼키는 셈이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은 큰 물고기는 다시 그의 수십 수백배를.

인간은 어느 정도 체내 순환 기관을 통해 배출하지만 어찌 되었든 큰 물고기를 잡아먹음으로써 기하급수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급격히 높은 미세 플라스틱 축적이 이루어지는 셈이었다. 그 결과 행성 내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체내 미세 플라스틱 축적이 확인되는데 이는 ‘생명잉태’를 막는 등의 생명 번영 측면에서 치명적인 장애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탄소 에너지의 활용 과정에서 대기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게 되면 공기까지 오염되어 생명체를 오염시키는 주범이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살아서="" 발전하는="" 것만으로도="" 행성을="" 죽여버린단="" 말이지.=""/>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여태까진 마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자신들의 힘으로 행성 전체를 세척할 수가 있었다. 이 세척과정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이 행성에 살게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 방법도 달이 점차 멀어지면서 마력이 옅어지고 행성을 세척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행성 단위으 세척 마법으로 인해미세 플라스틱이라든가 미세먼지같은 아주 작은 불순물들은 마나로 흡착하여 행성 외부로 날려버릴 수 있었지만 이를 반복하기 위해서 더스트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달이 멀리 가지 않게 유지시키려는 짓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선 둘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행성의 존폐를 걸지 않고선 할 수 없는 도박이었다.

<정후를 데리고서="" 차원의="" 문을="" 열고="" 지구의="" 바닷물을="" 끓어오려고="" 했을땐="" 운이="" 좋았던="" 거야.="" 지금보다="" 부정확하다="" 못해="" 미개한=""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한="" 마력계산식을="" 가지고="" 그런="" 짓거리를="" 저질러놓고="" 더스트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인="" 거니까.=""/>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해.=""/>

정후가 떠나고 난 이후 인간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들이 발전시킨 마법공학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달을 고정시킬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당연하다는 수준으로 우주의 소행성들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끌려온 소행성이 자신들이 있는 행성을 박살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달을 유지시키는 마법을 쓴다는 도박을 하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훨씬 안전한 ‘더스트 세척’을 몇 차례 시행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었기에 행성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마력 농도는 옅어졌고 이제 남은 더스트 세척 횟수를 가늠해보자 1회 정도만 남았다는 게 둘이 내린 계산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나마도 더스트 세척이라는 방법은 현재로선 정후와 엘리스가 더스트에 존재하는 한 활용할 수 없는 방법이 되었다. 둘은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여러 가지 계산 끝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도 다행이야.="" 아직="" 쓸=""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어서="" 말이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한국인의="" 속담이="" 지금="" 상황에="" 맞는="" 거겠지?=""/>

<정말 더럽게="" 어려운="" 미션이었어.=""/>

<인간의 멸종을="" 막고="" 인간을="" 번영시키라는="" 게="" 오른쪽으로="" 가면서="" 동시에="" 왼쪽으로="" 가란="" 수준의="" 미션이었다는="" 걸="" 당시의="" 엘레네="" 님은="" 절대="" 짐작="" 못했을="" 거야.="" 알았으면="" 분명="" 우리한테="" 정="" 어렵겠다="" 싶을="" 땐="" 다="" 포기하고="" 모선="" 고쳐서="" 외우주로="" 도망쳐도="" 좋다고="" 했을="" 걸.=""/>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면="" 돼.=""/>

화이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와인잔 속의 검붉은 와인과 레드의 입가로 흐르는 와인이 마치 자신들이 그동안 이 행성을 존속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흘려야만 했던 생명체들의 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훗...피처럼 붉은="" 와인을="" 마시고="" 있자니="" 우리가="" 인간들의="" 피를="" 빨아="" 영생="" 불멸하는="" 뱀파이어같네...=""/>

<쓰읍. 반대지.="" 인간들에게="" 우리들의=""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거야.="" 빨리고="" 쪽은="" 인간들이="" 아니라="" 우리="" 쪽인="" 거지.=""/>

옆에서 또 옷 소매로 자신의 입을 닦는 레드를 본 화이트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 좀="" 와인은="" 잔에="" 따라="" 마시고="" 옷="" 소매로="" 닦지="" 마...몇번="" 말해!="" 드럽게="" 말="" 안="" 들어.="" 말로="" 하면="" 들어라!=""/>

<술은 이렇게="" 마시는="" 거라고="" 정후가="" 가르쳐줬잖아.="" 마시고="" 캬아!="" 그리고="" 스윽~=""/>

<그때 마시던="" 건="" 막걸리지.="" 이="" 년아!="" 정후가="" 언제="" 와인을="" 그렇게="" 마시는="" 거라고="" 알려줬냐?=""/>

<아! 기억났다.="" 근데="" 그="" 성질="" 내는="" 건="" 내="" 캐릭터라고!="" 자꾸="" 영역침범하네?=""/>

<말 돌리지="" 말고.=""/>

능구렁이같이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선 선 넘지 말라는 레드에게 평생을 함께해온 화이트는 실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내 이야기하는 건가?”

“귀 간지러워요? 어디 봐요. 귓 속은 깨끗한데?”

섀넌의 무릎 위에 누워 잠시나마 현실의 고민을 잊고 행복함을 만끽하던 정후는 귀를 봐주는 섀넌에게 귀여운 척을 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감히 나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사람은 한명밖에 없지. 분명 지후 새끼일 듯. 이따 한 대 때려줘야겠어.”

<도저히 못="" 봐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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