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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화 〉 175화­선자불래 내자불선(?者? ?者?)(2) (175/239)

〈 175화 〉 175화­선자불래 내자불선(?者? ?者?)(2)

* * *

레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 사람들은="" 생텀이라고="" 부르던="" 곳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준비한="" 게="" 있는데="" 한번="" 구경하러="" 올래?=""/>

마치 예전에 친했던 친구가 자기네 집에 놀러 오라고 하는 것만 같은 말투였다. 레드의 초대에 엘리스는 환하게 웃으며 예전이랑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하다며 화답했다.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아저씨?=""/>

<리모델링하면서 최대한="" 이쁘게="" 한다고="" 했는데="" 너희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다.=""/>

“레드가 했으면 알아서 잘했겠지. 화이트도 함께 한 거면 말 다한 거 아닌가?”

<올 거지?=""/>

“이렇게까지 초대하는데 가야겠지.”

<와와, 나="" 엄청="" 기대대요.=""/>

<정후. 넌="" 커맨더로서="" 생텀을="" 지도하는="" 사람이기도="" 했잖아.="" 지도자로서의="" 너라면="" 마음에="" 들거야.="" 분명.=""/>

우리가 레드의 초대에 응하자 레드는 기분좋다면서 박수를 치고선 의자에서 일어나며 장막을 해제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레드를 따라 주변을 둘러보자 마을 사람들은 각자 무기를 챙기고 들고 있었고 크로니클 단원들도 별반 차이 없이 한판 붙을 준비를 하고서 우리가 있는 곳을 둘러싸고 준비한 상태였다.

<어머, 다들="" 왜="" 이렇게="" 무섭게="" 하고들="" 있을까?=""/>

“마녀! 니가 감히 어떻게 이곳에 올 수가 있느냐!”

경비대장 자이온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각자 욕설을 하며 한껏 기세를 피워올렸다.

<내가 뭐="" 못="" 올="" 곳="" 온="" 것도="" 아니잖아?="" 내="" 집="" 앞마당에="" 허락도="" 없이="" 아직까지="" 자리="" 잡고="" 사는="" 건="" 너희들이야.="" 잘못이="" 아니라구=""/>

빙그레 웃더니 싸늘한 표정을 한 레드는 이어 한마디를 덧붙였다.

<니들의 조상인="" 그림우드도="" 나한테는="" 존댓말로="" 말했는데="" 다크엘프들은="" 이제="" 그런="" 예의도="" 잊은="" 건가?="" 옆에="" 한때="" 너희들이="" 이="" 땅에="" 잠시="" 살="" 수="" 있도록="" 자비롭게="" 허락해준="" ‘커맨더’도="" 함께한="" 자리에서="" 이게="" 뭐하는="" 행패인지="" 모르겠네?="" 정말="" 무례하다.="" 너희들.=""/>

연배로 따지면 그림우드보다 더 오래된 존재인 레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를 악물고 달려들 것만 같은 사람들의 앞에서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커맨더?”

“그림우드 님을 가르친 커맨더가 어떻게 여기에 있단 말이냐! 이 붉은 마녀,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우리를 현혹하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림우드 님은 니가 감히 동네 어린이처럼 함부로 부를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림우드가 레드한테는 한참 애긴 했지.’

‘아저씨, 지금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요.’

객관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사정을 몰라서인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여긴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레드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오늘 너에게 우리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갚고 말리라.”

“아버지의 원수”

“죽어!”

대련 때야 순수한 기술을 교환하기 위해 서로의 오러를 자제하고 검술이나 창술로만 대결했다지만 지금 경비대원들은 하나같이 흉흉한 상태로 오러를 피워올리는 상태라 그 기세가 가히 대단했다.

‘역시 경비대장은 경비대장인가?’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길 수 있을거란 확신도 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는 사이 레드에게 오러들이 날아왔지만 마치 한 여름 아스팔트 길바닥 위로 떨어진 아이스크림이 녹아들 듯 사그라들어 사라져버렸다.

<이전에도 그러더니="" 또="" 무기부터="" 들고="" 죽일="" 듯이="" 달려드는구나.=""/>

차가워진 표정을 한 레드는 어딘가 불길해 보이는 보랏빛의 구체를 검지 손가락 위로 띄워 올렸다.

이대로 있다간 누군가 크게 다칠 것만 같아 레드를 막으려는 찰나 엘리스가 레드를 막아서며 앞에 섰다.

<레드, 이게="" 뭐하는="" 짓이죠?="" 천천히="" 말로=""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더구나="" 레드에게="" 주어진="" ‘제약’대로라면="" 인간을="" 살해해선="" 안되는="" 거="" 아닌가요!=""/>

엘리스의 말대로였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든 로봇 3원칙에 따라 설계된 레드와 화이트는 3원칙을 따를 의무가 있었다. 이 로봇 3원칙에 따르면 첫째로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고 둘째로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제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제약을="" 어기는="" 것인지="" 난="" 모르겠는데?="" 엘리스,="" 아무리="" 우리가="" 오랜="" 친구라지만="" 틀린="" 말을="" 하면="" 안되는="" 거지.=""/>

3원칙은 인간보다 뛰어나게 될 것이 분명했던 레드와 화이트에게 주어진 유일한 제약이었기에 이를 어긴다는 것은 레드와 화이트를 작동중지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조건이기도 했다.

<분명히 레드는="" 지금=""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려고="" 했어요.=""/>

<아니, 난="" 분명=""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 적이="" 없어.="" 이전에도="" 지금도.=""/>

방금 전까지 검지 손가락 위로 띄워놓았던 보랏빛 구체를 어느새 없애버린 레드는 엘리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레드와 엘리스의 대화를 기다려줄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경비대원들은 다시 한번 달려들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레드의 손짓 한번에 공중에서 멈춰 있어야만 했다.

<어른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꾸="" 끼어들어?="" [가만히="" 있어]=""/>

“윽, 어떻게 한 거냐, 마녀!”

“역시 마녀답게 사술(??)을 쓰는구나, 어서 풀지 못해?”

짜증난다는 표정을 띄운 레드는 지끈거린다는 듯이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는 나지막히 대답했다.

<일단 니들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서="" 하는="" 소리인데="" 나보고="" 마녀="" 거리는데="" 누구보고="" 감히="" 마녀라고="" 거야!=""/>

레드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강력한 힘이 되어 멈춰 있던 경비대원들을 향해 날아가 후려쳤다.

“크윽.”

“아악”

<레드!/>

예전에 나와 엘리스가 알고 있던 레드랑은 다르게 지금의 레드는 굉장히 불길함이 느껴지는 것이 왼쪽의 보랏빛 눈동자로부터 흘러나오는 보랏빛의 기운때문에 이질적으로 보였다.

<엘리스, 우리="" 말은="" 똑바로="" 하자.="" 나보고="" 먼저="" 마녀라며="" 시비를="" 건="" 것은="" 저쪽이야.="" 화를="" 낼="" 쪽은="" 이쪽이라는="" 거지.=""/>

<제가 듣기론="" 레드가="" 저="" 사람들의="" 가족을="" 먼저="" 해쳤던="" 걸로="" 아는데요?=""/>

<아니, 나를="" 향해="" 날붙이를="" 먼저="" 들이민="" 쪽은="" 저쪽이야.="" 이쪽은="" 정당방위였다고.=""/>

<그...그건!/>

<그들 말만="" 믿고="" 내="" 말은="" 믿지="" 않는="" 거야?="" 나="" 정말="" 서운하다.="" 우리가="" 같이="" 보낸="" 정이="" 있는데="" 어쩜=""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마치 사람처럼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드의 모습에 속아 넘어갈 뻔했지만 레드의 말에는 한가지 맹점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당방위 법’의 요건이 그렇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누가 먼저 선빵을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레드, 그들의 날붙이나 무력이 너에게 별로 위협이 되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내 말을 들은 레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범인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레드, 그런="" 표정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요.="" 그렇게="" 일은="" 아니니까.=""/>

<정후는 쓸데없는="" 데서="" 참="" 날카롭네.="" 눈치없는="" 척하면서="" 다="" 눈치채는="" 게.="" 겉보기엔="" 둔해="" 보이는데="" 예민하고="" 민첩한="" 곰같다고나="" 할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는데 그만하지. 여기까지 하고 먼저 생텀으로 가 있으면 우리가 갈테니까.”

<남은 이야기는="" 거기서="" 하는="" 걸로.="" 오케이!="" 너희들,="" 오늘="" 운="" 좋은줄="" 알아.=""/>

내 말을 들은 레드는 오랫동안 통화하고 나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수다를 떤 것처럼 대답하고선 고개를 끄덕인 뒤 냉랭한 표정으로 마을 사람들을 스윽 둘러보고선 나타났던 순간처럼 휙하니 날아가버렸다.

“허억, 허억”

“아버지.....”

널부러진 경비대원들에게 경비대원들의 가족들이 뛰어가서 부축하고 한껏 긴장했던 마을 사람들의 긴장이 풀어지며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소리가 들리며 마을 대련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래서 정후군 말은 아까 날아온 분이 ‘레드’님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드워프들의 동굴 광장에 세워져 있는 레드의 동상을 떠올리자 분명 복장은 달랐으나 생김새는 분명 자신이 방금 전 봤던 ‘붉은 마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신같은 능력이었네.”

“어떻게 그런 대단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여기 마을 사람들을 왜 그렇게 적대시하는지도 모르겠고.”

우리끼리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바닥에 얼굴이 갈려 붕대를 감고 온 경비대장을 비롯하여 경비대원들과 마을의 촌장이 함께 찾아왔다.

“아까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커맨더’는 무슨 소리고 ‘레드’는 또 무슨 소리인지 설명할 수 있습니까?”

무거운 표정을 한 자이온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말을 고르고 있는데 엘리스가 영체의 형태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제가 설명드려도="" 될까요?=""/>

엘리스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들은 사람들은 맥이 풀렸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당신이 커맨더 님이었다니....”

“그래서...우리가 쓰는 방식을 알고 있던 거였군요. 이제 납득이 가요.”

라모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대원들은 그게 또 무슨 소리냐고 물어봤다.

“대련할 때 보니까 우리가 어떤 식으로 검을 쓰는지 잘 알고 있더라구요. 마치 스승님하고 대결하는 제자를 다루는 것처럼. 만약 저 사람이 전설의 ‘커맨더’가 맞다면 처음 보는 검술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이해가 되죠.”

“라모는 확실히 똑똑하군.”

버크 아저씨가 턱을 쓰다듬으며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진 못했는데 대단하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코엘 누나가 의자에 팔 한쪽을 걸치면서 검지 손가락으로 버크 아저씨를 삿대질했다.

“너는 좀 멍청한 데가 있으니까 그럴 수 있지. 음음.”

“귀쟁이가 또 헛소리를 시작하는구나.”

“그 엘프 모욕적인 발언은 언제까지 계속하는 거지?”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마을 촌장과 경비대원들로 인해 한껏 진지해졌던 분위기 속에서 코엘 누나와 버크 아저씨가 투닥거리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두 사람의 말다툼을 코미디 쇼처럼 지켜보는 걸로 바뀌어버렸다.

‘아저씨 덕분에 곤란한 상황은 피했네.’

‘가끔 보면 두 사람 뭔가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니까요.’

‘모르겠다.’

갑자기 그렇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경비대원들은 우선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떴다.

“그만들 좀 해라. 언제까지 싸울 거야. 사람들 갔어. 크로니클 단장이랑 부단장이라는 사람들이 쪽팔리지도 않아? 단원들 체면도 생각 좀 해줘라.”

드마코 형이 지겹다면서 두 사람을 말리자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각자 자기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자리를 파하고 갑갑해진 마음에 숙소에서 나와 어느새 어둑해진 밤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섀넌이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무슨 고민 있어요?”

“그냥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기대했던 거랑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라고 할까?부터 시작해서 생텀에 가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좀 심란하네요.”

“그래요?”

섀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기억으로 기대했던 것과 다른 건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 알던 친구랑 함께 했던 시간 속에 남긴 추억은 분명 잘 간직해야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난 친구가 예전이랑 같을 거란 건 그저 기대일뿐이죠. 각자 경험한 것들이 이미 많이 달라졌잖아요. 예전엔 많은 것을 함께 했겠지만 이미 서로 다른 길을 오랫동안 걸어왔는데 어떻게 과거의 친구가 내 기억하고 똑같을 수 있겠어요?”

섀넌을 말을 듣자 성인이 되고나서 중고등학교 혹은 초등학교 때 친구와 만나 뭔가 달라진 것만 같은 친구의 모습에 친구가 멀리 느껴졌던 때가 떠올랐다.

“섀넌 말이 맞네요.”

그렇게 한참을 섀넌과 손을 잡고 말없이 하늘에 가득 떠 있는 별을 보며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도 꽤나 길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섀넌,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예전이랑 달라진 것 같진 않아요?”

나의 질문에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섀넌은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며 대답했다.

“많이 지쳐보이긴 했지만 정후의 눈에 담긴 나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는 건 알 수 있었죠. 크로니클 단원들에 대한 반가움과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함께요.”

“에이, 눈만 보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엘프들이 그런 능력이 있단 소린 못 들었는데.”

섀넌은 정후를 더욱 꼬옥 끌어안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사랑하게 된 사람의 눈에서 그런 것을 못 읽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건 엘프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여자라면 당연히 아는 건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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