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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화 〉 174화­선자불래 내자불선(?者? ?者?)(1) (174/239)

〈 174화 〉 174화­선자불래 내자불선(?者? ?者?)(1)

* * *

<뭘 그렇게="" 쳐다="" 봐?=""/>

“아니...예전이랑은 다르게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서.”

나의 말을 들은 레드가 찻잔 주둥이를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며 피식 웃곤 자신의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켰다.

<아, 이거?="" 많이="" 이상한가?=""/>

“이상해 보인다기보다는 달라 보여서 그렇지 뭐.”

<아무래도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이런="" 저런="" 일이="" 있다보니="" 그렇게="" 됐네.="" 니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한동안=""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는데="" 말이야.=""/>

분명 나는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레드는 꽤나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회상의 눈빛에 잠기는 것 같았다.

옆에서 가만히 앉아 이상하리만치 조용히 말도 없던 엘리스가 드러내지 않고 나에게만 들리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이상하게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은데 근황을 물어보는 건 어때?’

엘리스의 생각이 마침 나의 생각과도 같아 엘리스 말대로 레드에게 물어봤다.

“드워프들에게 듣기로 한동안 자리를 비워서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뭐하고 지냈어?”

<아, 실종?="" 니가="" 떠나고="" 나서="" 꽤="" 오랫동안="" 드워프들이="" 기술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금속이라든가="" 하는="" 것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가르치기도="" 했는데="" 어느="" 정도="" 가르치고="" 나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하더라고.="" 굳이="" 잘하는="" 드워프들에게="" 떽떽거릴="" 필요도="" 못="" 느끼고="" 그랬는데....=""/>

레드의 이야기를 듣던 엘리스가 분위기를 전환할 겸 맞장구를 쳤다.

<맞다. 예전엔="" 나랑="" 연락하고="" 지내고="" 그랬잖아.=""/>

<그랬지. 그런데="" 엘레네="" 님께서="" 인간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 난="" 뒤="" 너도="" 어느="" 순간="" 정후를="" 찾아="" 떠나버리고="" 심심해지더라.="" 뭘=""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서 한동안="" 엘레네="" 님께서="" 되고="" 싶었던="" 인간의="" 삶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냈지.="" 누군가="" 하는="" 걸="" 지켜보다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우리가="" 꿈꿔왔던="" 프로젝트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나선="" 막막했거든=""/>

레드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난 당시 주변인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 다소 무관심했던 것 같았다. 자신이 평생 꿈꾸던 소망 혹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이룩하고 난 뒤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허무했어, 레드?=""/>

엘리스는 나와는 다르게 비슷한 공감대가 있었는지 그때의 심정을 물어봤다.

<아냐, 지구의="" 사람들이="" 쉴="" 때=""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하는="" 것처럼="" 인간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도="" 그런="" 기분이었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면서="" 응원을="" 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젖어="" ‘악인’들을="" 욕하기도="" 하면서="" 보냈으니까.=""/>

<알지 알지.="" 특히="" 드라마에="" 푹="" 빠지면="" 내가="" 등장인물들이="" 된="" 것만="" 같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 드는="" 거.=""/>

엘리스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했다.

‘그런가? 보다 보면 직접 참여도 해보고 싶고 그랬을 것 같은데’

누군가 게임을 하는 걸 구경하는 것보단 직접 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선 잘 공감이 되지 않아 물어봤다.

“지켜만 보는 것보단 직접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진 않았어?”

나의 질문에 레드는 눈이 살짝 커지며 어떻게 알았냐고 묻더니 실제로 인간들의 삶 속에 어울려 살아본 적도 있었다고 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실제로="" 내가="" 경험해보는="" 건="" 정말="" 다르더라구.=""/>

“그래?”

겉으론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레드의 눈빛은 희로애락(???)이 담긴 노파의 것만 같았다. 레드는 그러면서 자신만 인간들의 속에서 유희를 경험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내가 인간들="" 속에서="" 살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부러웠는지="" 화이트도="" 나처럼="" 인간들의="" 삶="" ‘유희’의="" 시간을="" 보냈어.=""/>

“하긴, 너희들은 얼마든지 인간의 육체를 만들 수 있었지?”

<맞아, 우린="" 우리가="" 가진="" 육체처럼="" 여성의="" 육체로="" 살아보기도="" 하고="" 남성의="" 하면서="" 다양한="" 존재로="" 살아봤어.=""/>

<와, 좋았겠다.=""/>

엘리스는 마치 연기자들이 이런 저런 배역을 받아 연기를 하는 것처럼 여러 삶을 살아본 레드와 화이트의 경험이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말했잖아. 멀리서="" 바라보는="" 거랑="" 실제로="" 해보는="" 건="" 정말="" 다르다고.="" 처음엔="" 나나="" 화이트="" 모두="" 인간들의="" 세상에="" 녹아="" 들어가면서="" 살아보는="" 것이="" 좋았어.="" 뇌만="" 다를뿐="" 인간의="" 육체를="" 구현했기에="" 인간들처럼="" 아이를="" 낳을="" 수도="" 있었고,="" 때론="" 국가를="" 건설해서="" 왕으로="" 혹은="" 귀족으로의="" 삶을="" 살아보았지.=""/>

레드의 말을 듣고 있자니 레드와 화이트가 했던 것은 인간으로 치면 환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환생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겠네.”

<맞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찻잔 속에서 어느새 식어버린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곤 깊은 회환이 담긴 말을 토해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인간들의="" 삶에="" 녹아="" 들고="" 나서="" 때론="" 그들을="" 이끌기도="" 하고="" 너무나="" 잘못된="" 길로="" 가는="" 인간들과="" 대적하기도="" 하면서="" 번영을="" 이끌도록="" 노력했었어.=""/>

“그런데?”

레드의 이어지는 말이 너무나 비관적일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후야, 넌="" 드워프들의="" 해방운동이="" 그냥=""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해?=""/>

“너랑 화이트가 그걸 도왔다는 거야?”

<맞아. 우리는=""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이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를="" 시대만="" 다를뿐="" 몇번이고="" 계속="" 반복하는="" 걸="" 지켜봤어.="" 그리고="" 그="" 때마다="" 작은="" 계기를="" 통해="" 옳은="" 길로="" 밀어준다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지.="" 드워프들의="" 해방운동도="" 결국="" 그런="" 수많은="" ‘도움’="" 중의="" 하나였어.=""/>

“버크 아저씨의 해방운동을 너희들이 도운 거라고?”

레드의 이어진 말은 내가 생각하는 버크 아저씨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그래, 버크라는="" 드워프가="" 있었지.="" 그는="" 우리가="" 준비했던="" ‘특이점’이었으니까.="" 근데="" 결국="" 그도="" 드워프로부터="" 버려진="" 거나="" 다름="" 없었는데도="" 드워프로서의="" 자아를="" 버리진="" 못했어.="" 그저="" 덩치만="" 큰="" 드워프였지.=""/>

“그게 무슨. 아저씨가 한 행동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구제받았는데. 난 좀 감동받았어.”

내 말에 레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했다.

<버크라는 존재가="" 한="" 행동은="" 큰="" 시각에서="" 보면="" 그저="" 자신을="" 위해서="" 행동이었을="" 뿐이야.="" 다만="" 그="" 사람이="" 행동으로="" 인해서="" 누군가="" 이득을="" 보고="" 구제를="" 받은="" 것도="" 맞지.="" 그러나="" 그것이="" 선하고="" 대단한="" 사람이란="" 의미일="" 수="" 있을까?=""/>

“아니라는 거야?”

엘리스는 레드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저씨가 한 노력들은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이었잖아. 얼마나 대단해!”

내 말을 들은 레드는 ‘위악(?)’ 그리고 ‘위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있잖아.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 중에="" 위악자(?者)와="" 위선자(?者)가="" 있는데="" 위악자는="" 사람들에게="" 짐짓="" 악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 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선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고,="" 위선자는="" 앞에선="" 선하게="" 오로지="" 자신에="" 이익만을="" 밝혔다고="" 한다면.="" 넌="" 어느="" 쪽이="" 더="" 선하다고="" 생각해?=""/>

의도의 선함이 행위의 악함을 상쇄할 수 있는가, 의도가 선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선하다면 문제가 없는가 하는 레드의 질문은 꽤나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섣불리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과거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야.="" 사람들로부터="" 길거리의="" 아이들을="" 구제하여="" 많은="" 좋은="" 사람이라고="" 찬사를="" 받고="" 심지어="" 한국의="" 정치인들과="" 지도자로부터="" 나라를="" 위해="" 애쓰는="" 애국자이자="" 빈자(?者)들을="" 돌보는="" 위인으로="" 여겨졌던="" 사람이="" 있었지.=""/>

난 레드의 말에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설마...”

‘하지만 그 사람은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었어...’

<눈치챘어? 맞아,="" 그="" 남자는="" 외부에선="" 자선사업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론="" 자신만의="" 아성(??)을="" 쌓고="" 안에서="" 살인,="" 강간,="" 시체="" 유기="" 등="" 당시의="" 법으로는="" 불법이라고="" 규정된="" 것들="" 중="" 형법으로="" 처벌받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죄를="" 저질렀지.="" 과정에서="" 꽤나="" 많은="" 부(?)를="" 불법적으로="" 쌓기도="" 했고="" 말이야.=""/>

“그는 사회가 정한 법에 따라 처벌받았어.”

<아니, 진정한="" 의미의="" 처벌이라고="" 한다면="" 처벌받았다고="" 볼="" 수="" 없지.="" 그는="" 교도소에서="" 나와="" 자신의="" 복지재단을="" 법적으로="" 돌려받아="" 자신이="" 부당하게="" 쌓았던="" 부를="" 여전히="" 소유했고="" 그="" 자식들="" 또한="" 천수(??)를="" 누리고=""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말이야.=""/>

그 말도 맞았다. 나도 그에 대한 뉴스라든가 방송들을 봤던 기억이 났다. 복지원의 원장은 처벌받았지만 출소 후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잘 먹고 잘 살다가 노환으로 사망했다.

<물론 위선자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들은="" 사회에서="" 명망있는="" 인사로="" 능력자로=""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함으로서="" 자본주의적="" 사회에선="" 유능한="" 존재들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옳은="" 것도="" 아니지.="" 반대로="" 위악자도="" 마찬가지야.="" 부모가="" 자식을="" 위한다는="" 말로="" 아이를="" 두드려="" 패서="" 교육을="" 한다면="" 설령="" 그="" 안에="" 품은="" 것이="" 자식에="" 대한="" 애정일지라도="" 옳지="" 않은="" 것인="" 것처럼="" 말이야.=""/>

어느 쪽도 맞지만 어느 쪽도 틀렸다는 레드의 말은 도무지 결론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니가 말하고 싶은 진의(?)는 뭔데?”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를="" 포장할="" 수="" 없고,="" 결과가="" 좋다고="" 해서="" 악의(??)를="" 희석할="" 순="" 없다는="" 거야.="" 그리고=""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와="" 화이트가="" 인간의="" 발전을="" 위해="" 했던="" 도움들은="" 모두="" 헛짓거리였어.="" 어느="" 순간까지는="" 잘="" 가던="" 이들이="" 자기들이="" 기득권이="" 되고="" 그="" 후대로="" 계속="" 흘러가다보면="" 필연적이라고="" 할="" 정도로="" 한="" 때는="" 정의였던="" 집단이="" 악의축="" 내지는="" 타도해야할="" 대상으로="" 타락해버리더군.=""/>

흔한 이야기였다. 개화 혹은 신진 세력이 부정한 기득권인 수구 세력을 타도하고 기득권이 되면 결국 타락하는 이야기는 가깝게는 근현대사에서 멀게는 삼국시대로부터 계속 내려져 오는 역사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야기였다.

그걸 가장 잘 설명해준 말이 아주 먼 지구에서 어떤 인간이 남긴 댓글이지 싶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머리에 떠오른 댓글을 내가 읖조리자 레드는 전적으로 내 말에 동의해왔다.

‘아, 얘들은 지들끼리 냅두면 서로 치고박고 싸우고 결국 공멸을 향해 부나방처럼 파멸을 향해 처박을 존재구나.’ 싶더라고

근데 나랑 화이트의 책임이 뭐야? [인류가 멸망하지 않도록 생존시키고 번영을 지키는 것.]이었잖아.>

레드의 말을 듣고 있자니 불안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래서 니가 도달한 해답이 뭐였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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