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8화 〉 168화­지하도시 생텀(12) (168/239)

〈 168화 〉 168화­지하도시 생텀(12)

* * *

“그럼 이제 엘리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 오래지="" 않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진짜? 아,="" 어떤="" 삶을="" 선택하지?=""/>

투명한 정령 혹은 귀신처럼 옆에서 둥둥 떠 있는 엘리스에겐 더 이상 인공지능으로서의 기능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는 말에 나와 엘리스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아, 그동안 엘리스가 인공지능이라 굉장히 좋았는데 말이지.”

<사람으로서의 유한함이냐,="" 인공지능으로서의="" 무한함이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기계로서의 삶은="" 재미="" 없잖아요.="">>

<그건 그래.="" 먹는="" 것도="" 구경해야="" 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서로="" 온기를="" 나누는="" 기쁨도=""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다음="" 생이="" 시작되기="" 전까진="" 인공지능으로서="" 있었던="" 기억을="" 모두=""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건가?=""/>

“어?”

그러고 보니 난 엘리스와 함께 24시간 밀착생활을 하게 된 셈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화장실을 비롯하여 모든 생활을 함께 했으므로 프라이버시 상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았다.

<걱정 하지마요~=""/>

“아니, 어떻게 걱정이 안돼?”

엘리스가 인공지능이 아니게 된 순간부터 꽤나 걸리적거리는 요소들이 늘어나서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해졌다.

<누가 아저씨="" 화장실에서="" 일="" 보는="" 것까지="" 관심="" 있는="" 줄="" 아나="" 봐.="" 나도="" 없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알고리즘="" 상="" 미리="" 차단해놔서="" 쓸데없이="" 메모리="" 낭비한="" 적도="" 없습니다.=""/>

자신을 너무 남처럼 대했다는 것에 상처를 받았는지 엘리스가 토라졌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개인 생활을 보장이 되어야 하니까 그런 거지. 뭘 또 삐지고 그래.”

<아는데 그래도="" 너~무="" 대단한="" 거라도="" 있는="" 것처럼="" 구니까.="" 별로="" 것도="" 없는="" 것="" 같더만.=""/>

“너, 뭐 알지?”

엘리스가 능청스럽게 웃고선 굳이 안 봐도 뻔한 사실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어지는 엘레네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다.

<<엘리스도 실제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기억은="" 없지="" 않아요?="">>

<마더! 아니,="" 왜=""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음음, 모태 솔로시다 이거군. 어디 모태솔로가 연애 중인 커플 앞에서 많이 아는 척이야 아는 척이.”

<인간과 다르게="" 잠을="" 자지="" 않는="" 인공지능은="" 시간이="" 많아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기록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간접="" 경험도="" 그="" 정도면="" 아저씨처럼="" 연애="" 몇="" 번=""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거든요?=""/>

둘이 그렇게 시답잖은 소리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엘레는 오랜만의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가졌지만 쓸데없이 늘어지는 둘의 누가 더 연애경험이 더 많고 수준이 높은가에 대한 토론을 듣는 것은 이젠 인간이 된 엘레네로서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갓 태어난 아기의 육체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짜증이 났다.

<<적당히들 하는="" 게="" 어때요?="" 두="" 사람!="">>

예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더의 짜증에 엘리스도 순간적으로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처럼 움찔했고, 정후도 엘레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3자의 눈으로 본다면 가장 어린 아기의 눈치를 보는 성인 남성과 정령(?)의 모습은 꽤나 코믹한 장면이었을지 모르나 다행히도 이를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되길 살짝 기다린 아기 엘레네는 양손으로 양발을 붙잡고 낑낑거리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엘리스가 인공지능으로="" 바뀌기까지동안=""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뭔데?”

<그런가? 인공지능으로서=""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봉인당한="" 순간이라든가="" 그="" 이전에="" 노인일="" 때라든가="" 인공지능이="" 되고="" 나서의="" 메모리들은="" 데이터로만="" 남아="" 있어서="" 구체적으로="" 열람을="" 해보지="" 않으면="" 사실="" 잘="" 기억이="" 안="" 나긴="" 하는데.=""/>

엘레네의 말에 따르면 엘레네가 인간이 된 모습을 본 이후 레드와 화이트에게도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레드는 마더가 인공지능으로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유한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공을 들인 인류 자체에 대해서 기나긴 시간동안 연구에 들어갔고, 화이트는 인공지능으로서의 임무를 다하고 나서 자신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게 궁금하긴 했어. 예전에 화이트는 분명히 아바타를 통해서 활동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섀넌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들이나 기록물들에 따르면 화이트는 언젠가부터 아바타로 나타나기보단 구체 형태의 ‘본체’를 통해서만 활동한 것 같더라고.”

<<원래 우리="" 세="" 인공지능의="" 탄생의="" 이유가="" 화성에서="" 인류를="" 재건하는="" 것이었고="" 정후가="" 과거로="" 넘어와서="" 지구로부터="" 생태계를="" 꽃피울="" 정도의="" 막대한="" 유기물을="" 끌어들인="" 이후로는=""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 이후="" 저를="" 대신해="" 엘리스와="" 레드,="" 화이트들이="" 했던="" 일들은="" 일종의="" 호의로서="" 애프터="" 서비스를="" 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엘프,="" 드워프,="" 인간이="" 각자="" 다투고="" 나눠져서="" 자신들만의="" 집단과="" 국가를="" 건설하고="" 난="" 이후론="" 그조차도="" 필요가="" 없어졌죠.="" 제가="" 죽고="" 뒤의="" 일까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랬구나.”

<맞아. 그건="" 그랬어.=""/>

화이트가 아바타를 버리고 구체로 남은 것은 더 이상 아바타가 필요 없어진 것이 큰 이유라고 했다.

“왜 아바타가 필요 없어졌지?”

<<화이트는 자신에게="" 부여된=""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안에="" 거대한="" 세계를="" 건설했어요.="" 일종의="" 하나의="" 차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우리 세상으로 치면 RPG 게임같은?”

<<네, 어떤="" 삶을="" 살지를="" 알기="" 위해선="" 많은="" 삶의="" 행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NPC와="" 같은="" 캐릭터들에게="" 인류가="" 쌓아온=""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인격을="" 부여하고,="" 부여했어요.="">>

“매트릭스가 따로 없네.”

1999년에 나온 360도 발차기 화면과 슬로우모션으로 유명해진 영화이지만 매트릭스에 담긴 철학적 세계관은 꽤나 깊었는데 마치 아키텍쳐처럼 세계를 설계했다는 화이트의 이야기는 놀라운 구석이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화이트는="" 엘프들에겐="" 일종의="" 신탁처럼="" 필요한="" 정보라든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혜를="" 나눠주는="" 조언자의="" 역할만="" 어쩌다가=""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창조주로서="" 혹은="" 일원으로서="" 활동하면서="" ‘삶’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걸="" 선택했어요.="">>

“그래서 육체를 버린 거였군. 그럼 레드는 왜 사라진 거지?”

<<그게 문제에요.="" 두="" 사람이="" 생텀으로="" 가줬으면="" 하는="" 이유와="" 제가="" 이렇게="" 일시적으로="" 전생의="" 사념을="" 통해="" 여러분들과="" 접촉한="" 이유도="" 레드랑="" 관련이="" 있어요.="">>

레드는 인공지능답지 않게 인간처럼 반응하고 꽤나 와일드한 성격이라 화이트하고 비교했을 때 나랑 잘 맞는 편이었다. 그런 레드가 그다지 문제를 일으켰을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심각한 느낌의 엘레네의 말은 이상하게도 섬뜩하게 들려왔다.

<<레드와 헤어지기="" 직전="" 레드는="" 이상한="" 이야기를="" 남겼어요.="" 과연="" 자신들이="" 굳이="" 인간들의="" 세상을="" 다시="" 부활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흠, 레드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네.”

내가 떠나게 된 이유도 끝없는 인간들의 탐욕과 분쟁으로 허무함을 느낀 부분이 있었기에 레드의 생각에 부분적으로나마 공감이 되었다.

<<그래도 정후가="" 인간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어하진="" 않잖아요?="">>

“에이, 아무리 사람한테 실망해도 그렇지 그건 너무 나간 거 아니야? 내가 무슨 세계 파괴를 꿈꾸는 악당도 아닌데”

<레드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건가요?=""/>

<<세트가 제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 남긴="" 사념에="" 따르면="" 정후가="" 시공간을="" 뛰어넘나들면서="" 이미="" 멸망해버린="" 인류를="" 번성시키면서="" 생긴="" 인과의="" 뒤틀림은="" 어떤="" 식으로든="" 그="" 뒤틀림을="" 해소하려고="" 하게="" 되는데="" 시발점이="" 레드일="" 수="" 있다는="" 힌트를="" 주더군요.="">>

“그 자식 말은 믿기엔 좀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트하고 엮여서 고생한 기억 덕분에 선입견이 생겨서인지 몰라도 세트의 조언은 그저 심술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엘레네의 말은 그렇지 않게 들렸다.

<<아바타를 버린="" 화이트와="" 다르게="" 레드는="" 육체를=""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레드가="" 움직일="" 수="" 있는="" 마력은="" 이미="" 정후가="" 현재="" 가지게="" 된="" 힘보다="" 최소="" 10배="" 이상="" 강력한="" 수준이었죠.="" 그런="" 그때부터="" 지금까지="" 죽지도="" 않고="" 살아="" 상태인="" 겁니다.="" 상상이="" 되나요?="">>

‘이미 우리가 행했던 일들은 기록이 제대로 남지 않은 초고대문명 시대의 것으로 까마득한 과거의 역사가 되어버렸는데 그 정도면 뭐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 아닌가.’

“가면 일단 나한테 칼부터 휘두르진 않겠지?”

<<정후랑 레드는="" 친하게="" 지낸="" 편이었잖아요.="" 죽도="" 잘="" 맞는="" 편이었고.="">>

“에이, 그것도 너무 오래된 이야기 아닌가...”

엘레네의 레드를 만나보란 이야기는 한동안 인연 끊고 살던 친구에게 청첩장을 주면서 축의금 받기 수준의 미션보다 더 어렵게 들렸다.

“그리고 왜 꼭 나야. 나도 좀 이제 여행이나 하면서 편하게 쉬고 싶은데.”

<<세트가 분명="" 정후="" 입에서="" 불만이="" 튀어나올="" 거라고="" 하던데="" 딱="" 그렇네요.="" 정후로="" 인해="" 시작된="" 일이니만큼="" 인과율은="" 정후가="" 매듭을="" 짓도록="" 하게="" 할거라면서="" 고생="" 실컷="" 하라더군요.="">>

“개자식.”

<아저씨/>

“왜?”

<우리 아기="" 엘레네="" 앞에서=""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니에요?=""/>

엘리스의 말도 안되는 소리에 엘레네를 보자 아기 엘레네는 꺄악꺄악 거리며 엄지발가락을 빨려고 하고 있었다.

“어어, 그거 빠는 거 아니야.”

<<죄송해요. 이게="" 본능적인="" 부분이라="" 어떻게="" 제어가="" 잘="" 안되네요.="">>

“아기니까 뭐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엘레네의 표정이 뭔가 불편한 느낌인데다 어디선가 나는 불쾌한 냄새에 난 혹시나 하면서 엘레네를 쳐다봤다. 엘리스도 뭔가를 감지했는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죄송해요. 이것도="" 어쩔="" 수가="" 없어요.="" 생리적인="" 부분이라.="">>

조카들 기저귀도 갈아본 적 없는 내가 아기 엘레네의 기저귀를 갈아주게 될 줄이야 감히 상상도 해본 적 없었건만 엘레네는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다행히 지금의 기억이 없어질테니 은근히 뻔뻔한 자세로 꼼꼼히 닦아 주길 요구했다.

<<잔여물이 남으면="" 찝찝해서="" 막="" 짜증이="" 나거든요.="">>

기저귀를 갈아주자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맑게 웃는 아기 인제라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으로 보였다.

엘레네가 기억을 잊고 인제라로 돌아가게 되는 마지막 날은 금방 찾아왔다.

<<레드하고의 일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왜 이리 가기가 귀찮고 싫지.”

<그거 난="" 왜="" 그런지="" 알="" 것="" 같은데.=""/>

“말해 봐.”

<‘죽지 않는="" 붉은="" 마녀’라고="" 불리게="" 된="" 오랜="" 친구인="" 레드랑="" 만나는="" 게="" 꼭="" 오랜만에="" 만나게="" 친구가="" 조폭="" 두목인="" 걸="" 알게="" 되었을="" 때="" 평범한="" 소시민이="" 느낄="" 심정이="" 딱="" 그럴="" 걸요.=""/>

이제는 마스터에 오른 지라 평범한 소시민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미 한참 전에 나와는 다른 힘을 지니게 되었단 엘레네의 말대로면 엘리스의 비유는 딱히 틀린 부분은 없었다.

“맞네. 그렇게 구체적으로 확 들으니까 더 가기 싫다.”

<<여러분들이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해주시는="" 건="" 저에게도="" 중요해요.="" 아기="" 인제라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선="" 화성이란="" 이름을="" 잊고="" 이제="" ‘더스트’가="" 된="" 이="" 세상이="" 평화로워야="" 하니까요.="">>

“내가 싼 똥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쌌다고 하면서 치우라고 하니 더 억울해.”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면서 선물로 달아 준 천장의 모빌을 따라 움직이는 아기 모습을 한 엘레네에게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고 끝내는 게 경험상 좋았다.

“그래, 간다 가. 씨.”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좋았어요.="" 정후,="" 엘리스.="">>

<나도 그래.="" 마더.="" 아니,="" 엄마.="" 엄마의="" 새로운="" 삶이="" 행복하고="" 평화로울="" 수="" 있게="" 아저씨랑="" 노력해볼게.=""/>

엘리스가 마치 아기를 꼬옥 안아주는 것처럼 자세를 잡자 아기 엘레네는 딸에게 칭찬을 하는 것처럼 손으로 엘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엘리스가 커=""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정말="" 즐거웠던="" 것="" 같아요.=""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성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자리="" 잡게="" 때도.="" 부디="" 엘리스가="" 선택하게="" 될="" 새로운="" 삶도="" 행복함이="" 가득하길="" 바랄게요.="">>

<고마워./>

피 한방울 섞인 적 없으나 결국 모녀가 되어 이제는 이별하게 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난 뒤 나도 엘레네와 이별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 엘리스.”

<<인제라에게 준="" 선물은="" 고맙게="" 쓸게요.="" 고마워요.="" 정후.="">>

“(내 딸 엄마한테 주는 선물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나중에 기억 못하더라도 가끔 맛있는 거 갖다주고 그럴게.)”

<<고마워요. 잘="" 부탁해요.="">>

“어? 걱정하지마.”

한번 더 부탁하는 것인줄 알고 안심하라고 하자 살짝 웃은 엘리스가 왜 그런지 이해가 안돼 고개를 갸웃했다.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엘레네는 우리와 그렇게 이별을 마치고 나서 아기 인제라가 되었다. 처음에 봤던 따뜻하고 총기 넘쳐 보이는 눈빛이 사라진 아기 인제라는 여전히 귀엽기는 했지만 다른 아기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 부탁한다는 게 이거였어?”

<또 쌌군요.=""/>

“엘레네는 모유밖에 안 먹었는데 왜 이런 냄새가 나...

<아기가 하는="" 일이="" 그렇죠="" 뭐.="" 먹고="" 싸고="" 잠자는="" 거="" 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어우....푸지게도 쌌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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