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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6화 〉 166화­지하도시 생텀(10) (166/239)

〈 166화 〉 166화­지하도시 생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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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일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붉은 색의 오로라를 보고서 이상하게 불길한 느낌이 들어 매트와 침낭을 챙기고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역시 무슨 일이 있긴 한 건가?”

마을에 가까워져 갈수록 내가 볼 수 있었던 장면은 마음 속 한구석에서 피어오른 의심과 다르게 아까 전만 해도 떠나간 이를 배웅하는 느낌의 조용함이 가득했던 마을은 우리가 경험했단 축제의 그 날과 다르지 않은 시끌벅적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야, 이거.”

“형 왔어? 형도 한잔 해!~”

지후를 비롯해서 다른 크로니클 단원들도 마을 사람들과 동화되어 여기저기서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 맥주 박스들을 꺼내서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마을 분위기가 왜 이래?”

“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나 봐. 그런데 하늘에서 지금 보다시피 사람들이 흥분해서 적색의 오로라가 펼쳐진 게 떠나간 조상님들 중 위대한 누군가가 이 땅에 다시 내려온 증거라면서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뭐 자연스럽게 이렇게 파티가 시작되었지.”

“아이가 태어났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그림에 난 위화감이 가득했다. 보통 적색은 불길함의 상징이라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아닐 것만 같은 나의 예감은 틀린 것이었나 싶었는데 엘리스의 이상반응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엘리스는 왜 말이 갑자기 없어졌던 거지? 엘리스?’

<태양폭발로 인해="" 오로라="" 발생="" 시="" 일어나는="" 일시적인="" 유도전류로="" 연산에="" 장애가="" 발생해서="" 그랬습니다.=""/>

‘괜찮은 거지?’

<사용자의 걱정에="" 감사드립니다만=""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다행이네. 그런데 적색의 오로라는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라면서?’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적색의="" 오로라의="" 경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관측된="" 오로라가="" 기록이="" 수백건="" 정도="" 남아="" 있습니다.="" 현대에="" 와선="" 17년="" 전쯤="" 2003년="" 10월="" 경="" 경상도에서="" 관측="" 있기도="" 합니다.="" 지금에=""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은="" 어려워져서="" 한국에서="" 태어난="" 사용자에겐="" 익숙하지="" 않은="" 현상일="" 것입니다.=""/>

‘뭐야, 오비이락(???)같은 거였나?’

설명을 하는 엘리스의 말투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적색 오로라를 보고서 거슬리는 듯한 예감이 그저 붉은 색을 보고 꺼림칙해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인가 싶어 넘어가려는데 엘리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사용자는 왜="" 현재의="" 한반도에선="" 오로라가="" 관측되지="" 않는지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태양폭발이 약해졌나?’

엘리스가 괜찮으면 됐다 싶어 사람들과 어울려 나도 한잔 해야겠다 하고 있는데 엘리스의 말이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순 없는데 은근히 꼽주는 느낌이 들어 고민을 해봤지만 천체현상에 대해선 딱히 깊은 지식이 없는 나로선 엘리스가 방금 했던 말을 바탕으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닙니다만="" 정답도="" 아닙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캐나다나="" 북유럽으로="" 오로라="" 구경을="" 가는="" 관광상품은=""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

‘아, 그럼 뭔데?’

어서 빨리 대답이나 듣고 끝내고 싶어져서 엘리스에게 재촉을 해서 듣게 된 엘리스의 대답은 심각하게 들렸다.

<지자기 북극이=""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지자기="" 한반도=""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지만="" 북극의="" 위치는="" 꾸준히="" 이동했고="" 현재는="" 캐나다="" 북부="" 쪽에서="" 시베리아="" 북쪽으로="" 점차="" 이동중입니다.=""/>

‘북극이 이동을 해?’

내가 아는 상식과 너무나 다른 이야기를 말하는 엘리스의 설명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자세하게 설명해드리면="" 너무="" 길어지는데=""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지자기="" 북극과="" 현재="" 생각하는="" 북극의="" 개념은="" 차이가="" 있습니다.="" 관념적으로="" 북쪽은="" 항상="" 정해져="" 있지만="" 실제="" 북극은="" 아는="" 나침반으로="" 잰="" 북쪽="" 방향에="" 위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겁니다.="" 이="" 고정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으나="" 지구에선="" 몇차례="" 그="" 방향이="" 바뀐="" 적이=""/>

‘나침반의 북쪽도 항상 고정 아니었어?’

<해당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겐="" 거의="" 고정이나="" 차이가="" 없긴="" 하지만="" 길고="" 긴="" 시간="" 속에선="" 나침반의="" 북쪽="" 방향은="" 몇차례="" 움직였습니다.="" 한때는="" 지금="" 남쪽이="" 북쪽이고="" 지금의="" 북쪽이="" 남쪽이던="" 때가="" 있었죠.="" 지자기="" 북극은=""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펼쳐진 지구과학 시간에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지난 나로썬 간만에 머리가 복잡해질 것만 같아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요점이 도대체 뭐야.’

<태양에서 발생했던="" 강력한="" 폭발현상이="" 플레어로="" 방출된="" 대전입자가="" 살아="" 있는="" 화성의="" 자기장과="" 부딪혀="" 자기장="" 폭풍이="" 발생했고="" 좀="" 전에="" 사용자가="" 본="" 적색="" 오로라로="" 나타난="" 것입니다.=""/>

엘리스의 말은 분명 한국어로 말하고 있음에도 지구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너무 졸려서 지구과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내겐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한참 지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아, 모르겠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론 큰 문제는 없다는 거 아닌가?”

<이정후의 인생에="" 있어="" 큰=""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럼 됐으! 오늘은 좀 취하고 싶네. 지후야!형한테도 한 캔 던져 줘!

“받아!”

“우챠.”

간만에 별빛을 보며 편안했던 기분을 복잡하게 만드는 엘리스의 이야기를 한편으로 밀어놓고 난 동생을 비롯해서 섀넌과 함께 마을에 새로 태어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정후가 취해서 잠에 들자 엘리스는 혼잣말을 뱉었다.

<아저씨는 예전부터="" 참="" 내="" 말을="" 잘="" 안="" 듣네.=""/>

난 그때 다음날 마을의 전사대회에서 선발된 이들과 어울리면서 검술을 다지면서 땀을 흘린 뒤 ‘생텀’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나중에 고민해도 되겠지 하면서 미루고 싶었지만 신은 그걸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러니까 갓 태어난 이 마을의 아기가 말을 했다 이거죠?”

“그렇네. 아이의 엄마가 앞으로 평탄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걱정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겐 숨기고 싶어 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축하한다면서 받아주는 술을 받은 아이의 아버지가 진탕 취해선 혼자 촌장을 찾아와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가 자신의 아기가 맞긴 한 것인지 울면서 무섭다고 했더군. 그래서 왜 그러냐고 촌장이 물어보니 아기가 태어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털어놓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더군.”

“갓 태어난 아기가 말을 했다구요?”

지후가 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내가 방금 전에 한 질문을 리바이벌하자 버크 아저씨가 덤덤한 표정으로 한 번 더 반복해서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형,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갓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말을 해. 근데 내 자식이 태어나자마자 갑자기 말을 하면 나도 충격이긴 할 것 같다.”

“지후 임시 단원, 지금 우리가 당장 궁금해야 할 것은 이미 발생한 ‘어떻게’가 아닙니다. 아이가 말한 내용이 ‘무엇’인지와 ‘왜’가 더 중요하죠.”

빅터가 부단장 버크의 말을 못 믿고 자꾸 술에서 덜 깬 소리를 하고 있는 동생의 말을 되짚어 줬다.

“맞긴 한데...아직 성대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을 아이가 일반적으로 필요한 언어학습 과정을 뛰어넘어 말을 한다고? 와아, 여기가 판타지 세상이 맞긴 하구나.”

옆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는 동생을 뒤로 밀면서 버크 아저씨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아이가 말한 내용이 뭔데요?”

“이 땅의 존재가 아닌 곳에서 얼마 전에 찾아온 오랜 친구를 찾는다고 했더군. 위험이 도래하고 있다면서”

“전가요?”

지후도 있긴 했지만 이곳에서 오래 있었던 이 땅의 외부인은 나밖에 없었다.

“그런 것 같네.”

“아직 얼굴도 본 적 없는 애가요? 오랜 친구라면서 저를 찾는다구요?”

난 내 뒤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계속 그게 말이 되나와 이야기가 현실이 되면 소름 돋네를 반복하는 동생과 비슷한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음. 저? 나?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하하. 아기한테 존댓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고.”

촌장의 부탁으로 엊그제 태어난 아이와 잠시 혼자 있게 된 난 어찌해야 할 바를 잘 모르고 허둥지둥거렸다.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아 흔한 말로 핏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기와 독대를 하게 된 이 상황이 나에겐 너무나도 이상했다.

“아기가 눈은 참 맑네.”

원래대로면 인생 3일차의 아기라면 아직 시신경이 온전하지 않아서 정확하게 나와 눈을 마주칠 리가 없음에도 아이는 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아기의 눈동자는 움직이면서 마주치고 있었다.

‘으으, 무서워.’

이런 저런 일을 경험하며 산전수전을 경험해 본 내게도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아이씨, 내가 유일하게 안 보는 영화 장르가 호러인데.’

“흠, 아기야? 뭐라고 불러야 되지? 아기 이름이 인...인제라. 인제라? 듣자하니 니가 나랑 할 말이 있다고 그랬다는데...

내 질문에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아기는 씨익 웃었다.

‘인제라 어머님, 아기가 참 이쁘긴 한데...무섭습니다.’

나도 모르게 뒤에 있는 방문을 쳐다보고 도망치고 싶어질 때쯤 아기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군요.>>

“어라?”

나에겐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날이었기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난 쉽사리 떠올릴 수 있었다. 난 다시 아기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엘레네 목소린데?”

<<반가워요. 이정후.="" 그리고="" 엘리스.="" 잘="" 지냈었나요?="">>

“엘레네 맞아? 엘레네 맞지?”

<<맞아요. 정후.="">>

이젠 영영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와의 재회는 생각보다 섬뜩하면서도 이상했다.

“엘레네도 내 인공지능 엘리스랑 아는 사이야? 아닌데 아, 엘레네. 엘리스는 여기 없어. 잘 모르는가 본데 먼 과거에 남아 있다고.”

이름이 같긴 했지만 내 딸 엘리스와 인공지능 엘리스는 이름만 같을 뿐인 동명이인의 존재라 엘레네가 엘리스를 찾는 것이 아직 깨어난 지 얼마 안되서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러는 건가 싶었다.

<<엘리스, 아직="" 말하지="" 않았나요?="">>

<아저씨가 좀="" 눈치가="" 없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까="" 싶었는데="" 끝까지="" 모르네="" 끝까지.=""/>

“어?”

옆에서 희끄무레한 것이 정령의 모습과 비슷하게 등장했다. 그 모습은 내 기억 속의 엘리스와 똑같은 형체를 하고 있어 인피니트 챌린지라는 예능에서 개그 빼곤 다 잘한다는 캐릭터를 한때 보유했던 어느 예능인의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문구와 함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유명한 짤처럼 나도 그렇게밖에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엘리스?"

<아저씨, 안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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