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5화 〉 165화­지하도시 생텀(9) (165/239)

〈 165화 〉 165화­지하도시 생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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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남자와 한 여자가 나타나 무슨 의식을 치르는 듯 기도하는 것 같더니 촌장님과 주변 사람들이 나와 인사를 마치자 세 사람은 자신들만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면서 죽은 이의 육체에서 내장을 꺼내서 천장터로 흩뿌리고 망자(?者)의 가죽을 벗기어 근육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후, 두개골은 부수어 골수를 꺼내 내장을 뿌린 것처럼 또 다시 주변으로 흩뿌렸는데 그 모습이 약간 눈살을 찌푸리긴 했어도 납득하는 크로니클 단원들과 다르게 정후와 지후에겐 너무나 이질적이고 기괴해 보였다.

“저들은 천장사라고 해서 죽은 이가 이 땅에 미련을 갖지 않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자들이다. 처음 보는 모습이라 너희들에겐 조금 익숙하지 않아 보일 수 있어도 하늘의 사자인 독수리들에게 죽은 이의 육체를 먹게 함으로써 그를 하늘로 인도하도록 하는 이들이지.”

천장사들이 자신의 일을 마치고 천장터에서 빠져 나오자 주변의 독수리들이 달려들었다. 독수리들에게선 조류 특유의 냄새가 나서 주변이 독수리에게서 나는 냄새로 가득 덮어졌다.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초등학교 과학실에서나 볼 것처럼 두개골과 척추뼈를 제외한 인체를 구성하는 뼈만이 그곳에 흩어져 남았다.

“피는 별로 없네요.”

“아까 본 천으로 죽은 자를 감싸기 전에 미리 피는 따로 빼놓거든.”

“아, 그래서 피 냄새도 거의 없었던 거군요.”

‘굳이 매장을 하거나 화장을 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이들의 장례식은 내 눈엔 너무나 이상하고 기괴해 보이기만 했지만 엘리스의 설명에 의해 이들의 장례도 나름 합당한 논리와 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용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시피="" 마을="" 주변에=""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이처럼="" 풍장(風?)을="" 하는="" 지역의="" 경우="" 화장을="" 하기에="" 태울만한="" 장작이="" 많지="" 않거니와="" 꽁꽁="" 언="" 땅을="" 깨고="" 매립을="" 한다고="" 한들="" 습기가="" 적어="" 건조한="" 높은="" 고도의="" 특성상="" 사람의="" 시체가="" 쉬이="" 썩지도="" 않습니다.="" 고도가="" 낮은="" 상대적으로="" 온도와="" 습도에="" 의해="" 토양="" 내에="" 미생물의="" 움직임이="" 활발하여="" 분해작용이="" 일어나는="" 속도가="" 이곳처럼="" 지역에="" 비해="" 월등히="" 빠르지만="" 이런="" 고도에선="" 같은="" 효과를="" 기대할="" 없기="" 때문에="" 장례문화로="" 선택해야="" 할="" 이유가="" 딱히="" 자연의="" 순환체계에서="" 보자면="" 다른="" 동물에게="" 죽은="" 자를="" 먹임으로써="" 인간도="" 결국="" 순환고리의="" 하나로="" 포함되는="" 체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죽은 이의 육체를 보관할 관도, 봉분도 없구나.”

“좀 슬프네. 떠난 사람을 다시 추억할 공간이 따로 없다는 건.”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지후가 답했다. 누군가를 보내는 걸 봐서인지 동생과의 다툼이 무가치한 것만 같았다. 지후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곤 씨익 웃었다.

정후는 궁금해졌다. 아직까지 자신의 경우는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서 일이 생겨 직접적으로 장례식을 해야 할 경우가 없었다. 어찌 보면 운이 좋은 케이스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 친한 선배나 동기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가족이 사망하여 장례식을 가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 그때 장례식의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90세를 넘겨서 돌아가신 선배의 할머니의 장례식은 호상(??)이라고 해서 선배의 가족들이나 선배의 사촌들 그리고 장례식에 온 사람들 대부분 크게 어두운 기색 없이 밝은 모습이라 평소 드라마를 통해서 접했던 장례식 분위기와 무척 달라서 이상하게 보였던 적도 있었다.

반대로 이후에 갔던 어떤 장례식은 가깝게 지내는 동기 중 한명의 가족이 사망했을 때로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너무나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동기는 그때 이후로 한동안 웃음을 지어도 예전과 다르게 웃음에 그늘이 진 것처럼 느껴졌다.

엘프와 피부색만 다를 뿐 오래 사는 가족이 떠난다는 그 기분은 어떨까 싶어 촌장님의 모습이라든가 다른 일가친척들이라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봤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이들의 경우 딱히 슬프다거나 밝다거나 하는 표정이 드러나질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직접적으로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세상에서 장례식장에서 상주의 가족들을 만나면 으레 하곤 하는 말이지만 딱히 이곳에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라 내려가는 길에 촌장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난 나도 모르게 우리식의 예의로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옆에서 함께 가던 지후도 덩달아 따라 인사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믿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사는 고맙네만 우리들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말이야.”

“그게...어떤 의미신지?”

촌장은 자신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어떤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의 이야기를 알 필요가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산길을 내려오는 동안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촌장의 이야기는 차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계속되었다.

오래 전 다크엘프들이 엘프들로부터 이곳으로 추방당하듯이 쫓겨왔을 때 다크엘프들과 같은 뜻을 가지고 온 엘프들 일부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자신들의 조상들을 이끌던 두명의 존재는 한명은 시간이 지나서 육체를 버리고 하늘로 올라갔고, 한명은 오랫동안 조상들과 함께 남아 조상들의 번영을 도왔다고 하는데 남은 한명도 어느 순간 자신들이 스스로 설 준비가 된 것 같다며 떠난 뒤로 기록이 없다고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나와 지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촌장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여기까지만 들어선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엘프들이나 드워프들 혹은 인간들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걸세.”

그리고 이어진 촌장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육체를 버리고 하늘로 떠난 인도자가 죽으며 남긴 이야기가 죽음에 대해 조상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져 오며 마을 사람들이 믿는 바가 되었다고 했다.

인도자는 생전에 언제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날 것인지를 언급하였으며 자신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이 어린아이로 다시 태어나 세상에 나타날 것이며 그날 밤 하늘에 거대한 빛의 향연이 나타나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즉, 죽음은 이 세상과의 완전한 결별이 아니라 다시 반복될 삶의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노쇠(?)하거나 병에 걸린 자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육신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다시 새로운 육체를 부여받을 기회의 때가 온 것으로 본다고 했다.

‘녹색 빛? 되게 구체적이네.’

“우리에게 죽음이란 지금까지 입고 있던 하나의 옷을 벗어 던지고 다시 새로운 옷을 입을 준비를 하는 시간일세. 그러니 가족이 우리의 곁에서 떠난다고 해서 우리는 슬퍼하지 않는다네. 다만 아쉬워할 뿐. 그리고 기대하네. 언젠가 만날 가족과의 재회의 순간을.”

어딘가 윤회(回)사상과 비슷한 이 마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은 내 마음에 파문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엘리스, 아까 촌장이 말한 녹색 빛이라는 거. 오로라 아니야?”

<맞습니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전기를="" 띤="" 많은="" 입자가="" 자기장의="" 형태로="" 방사되는데="" 이런="" 입자를="" 태양풍이라고="" 하죠.="" 이="" 태양풍이="" 날아가="" 다른="" 행성을="" 감싸고="" 있는="" 자력선을="" 따라="" 들어가면서="" 행성에="" 존재하는="" 양극지방의="" 상층부의="" 산소분자,="" 질소분자와="" 충돌하여="" 지표면과="" 가까운="" 위치에선="" 녹색의="" 커텐="" 형태로,="" 그보다="" 높은="" 고도에선="" 적색의="" 오로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일종의="" 방전현상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뿐입니다.="" 다만="" 이곳은="" 극지방이="" 아닌="" 것처럼="" 판단되어="" 오로라를="" 관측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어...그래.”

내가 원하는 것보다 쓸데없이 길고 복잡한 엘리스의 답변은 때론 날 당황스럽게 하곤 했는데 오늘도 엘리스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별이 빛나는 이유에 대해서 감성적 대답을 기대했는데 이성적 답변을 들은 아이가 느낄 감정을 느끼며 나는 인공지능인 엘리스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졌다.

“난 솔직히 촌장이 말한 죽음이 그다지 와 닿지 않거든. 죽는 순간 모든 게 허무해지잖아. 엘프나 드워프들이 그래서 부러워. 오랫동안 살면서 꿈꾸는 바를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거니까.”

<인간의 죽음이="" 어느="" 순간부터라고="" 생각하십니까?=""/>

“인체의 생명반응이 모두 소실되는 순간 아니려나? 뇌파가 멈춘다거나 심장이 멈춘다거나.”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숨을="" 쉬게="" 해서="" 살게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혼수상태인 환자가 병원에서 기계에 의지해 버틴다는 것이 환자의 가족에겐 언젠가 다시 일어날 때를 기다리며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티는 것일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살아있다’라는 것과는 좀 다르잖아.”

<만약 사용자는="" 가족="" 혹은="" 본인의="" 신체기능에="" 문제가="" 발생해서="" 육체의="" 일부를="" 인공적인="" 장치로="" 대체해서="" 방금="" 사용자가="" 말한="" ‘살아있다’라는="" 개념에="" 부합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엘리스의 질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나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공장기의 개발은 실제로도 연구 중이거나 인체에 삽입되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으니까.

<그럼 몇="" %까지="" 바꿔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을까요?=""/>

“어?”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러니까 엘리스가 묻는 건 사이보그화(化) 되는 경우를 묻는 거지?”

<예. 인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여="" 생존을="" 유지시키는="" 개념은="" 이미="" 오래="" 전부터="" SF소설을="" 비롯="" 많은="" 매체를="" 통해="" 영상화되기도="" 하고,="" 인류는="" 현재="" 해당="" 개념을="" 진행="" 중입니다.="" 언젠가=""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장기기관="" 전부가="" 인공장기로="" 대체된="" 인간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뇌만큼은 사람의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이미="" 여러="" 장비를="" 통해="" 자신의="" 뇌의="" 기능을="" 기계를="" 통해서="" 보조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장비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사용자는="" 몇%까지가="" 유지되면=""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겠다. 그건.”

각종 장기기관들을 대체하는 것을 상상하며 여기까진 괜찮다. 이건 바꿔도 의식은 사람이다. 계속 인정을 하고 넘어갔지만 결국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장기기관인 뇌(?)에 이르자 어디까지 유지되어야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인지 알 수 없었다.

뇌는 대뇌, 뇌간, 척수, 소뇌.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뇌 전체에서 85%를 차지하는 것은 대뇌였다. 인간의 의식을 하고 사고를 하는 부분이 바로 대뇌로 학자들은 대뇌에서도 ‘뇌세포 간의 연결 상태’가 바로 인간의 기억을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 나는 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음, 사람 개개인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억과 습관이니까 대뇌는 인간의 것이어야 인간이지 않을까?”

<그렇습니까?/>

“틀렸나?”

<어디까지 교체했을="" 때="" 인간을=""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선="" 개개인="" 별로="" 그동안=""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관점이나="" 지식수준을="" 비롯하여="" 국가,="" 시대,="" 지역,="" 성별,="" 나이="" 등의=""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아=""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에="" 누가="" 틀렸다="" 맞았다고="" 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은="" 아닙니다.=""/>

밑에 에어매트를 깔고 그 위에 침낭에 들어가 혼자 하늘에서 쏟아질 것처럼 별빛을 전시해놓은 밤하늘을 보며 엘리스와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좋네.”

<저도 오랜만에="" 의미=""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로등도 없고 전깃불이 없어 어두운 공간에서 바람이 자연에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을 말없이 보고 있는데 좀 전에 이곳에선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오로라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녹색이 아니라 높은 고도에서나 볼 수 있다는 적색의 오로라가.

“엘리스? 여긴 오로라같은 거 못 본다며.”

엘리스는 적색 오로라의 향연을 지켜보는 동안 내가 몇 번을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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