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4화 〉144화-빅터의 조상님들(5) (144/239)



〈 144화 〉144화-빅터의 조상님들(5)

“아저씨, 과연 저 사람들이 아저씨의 말에 전부 수긍을 했을까요?”
“엘리스, 거기까지 내가 모두 일일이 생각해줄 필요는 없어.”
“아저씨는 최대한 설득하려고 하는 편이잖아요.”
“말로 통하는 사람한테만 설득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벽까지 설득하고 싶진 않거든.”

우리 둘이 기막을 쳐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7명의 아이들이 모였고,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오러를 주입해주자 정신을 차리고 옆에 나란히 섰다.
“모두 오늘 시험에 합격한 것을 축하한다. 오늘 합격한 너희 8명은 앞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들 중 2기 학생에 속한다. 주의할 것이 있다면 2달 먼저긴 해도 1기로 들어온 선배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앞으로 훈련에 참여하면 된다.”
“선배입니까?”
“실력이 너희들이 위가 되어도 그들이 너의 선배이며, 죽을 때까지 너희들은 2기다. 그게 싫다면 얼마든지 배지를 반납하고 그만둬도 좋다.”
그만둬도 좋다는 말에 자신들이 어떻게 합격했는지를 떠올린 아이들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앞으로 날 부를 땐 선생님으로 부르도록 하고, 옆에 있는 엘리스는 조교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내일부터 아침 8시까지 교육관으로 오면 교육이 시작된다. 질문있는 사람?”

내 질문에 아이들은 오늘의 테스트가 꽤나 고단했는지 서있는 것만으로 지쳐서 더 질문하고 싶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상 말이 길어지면 운동장에 아이들을 세워놓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를 외치는 교장님 훈화말씀처럼 될 것 같아 아이들에게 해산하도록 했다.
“해산!”

합격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부모님들은 배지를 받아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기특하게 바라보면서 연신 끌어안고 신나서 돌아갔다.
“극과 극이 따로 없네요.”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같은 건 없어. 누군가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불만족하게 되어 있지. 내가 이익을 취하는 쪽이면 만족하고, 내가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쪽일 때 불만을 토하는 거야. 사람들은 불의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에  크게 반응하니까.”


2기로 들어온 신입들 중 대부분은 자신들이 다크엘프와 동기도 아니고 겨우 2달 차이로 후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내심 불편해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7명이 다크엘프 선배들을 향해 그런 마음을 먹는 것과 다르게 엔폴레오네는 단순히 자신이 꼴찌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내심 쪽팔려하는 마음이 있었고, 자신보다 앞서 들어왔던 동기들을 하루라도 빨리 따라잡고 싶어했다.

어차피 똑같이 배우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먼저 시작한 다크엘프들과 친해져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12명의 선배들 중에서도 자신처럼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데도 다른 동기들보다 월등히 높은 발전을 보이는 그림우드와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어? 어...”

그림우드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과 같은 패거리는 아니어도 엘프가 먼저 찾아와서 말을 걸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그림우드와 다르게 옆에 있던 레베카는 아니었다.
“엔폴레오네라고 했지? 무슨 일이야?”
“저...다른  아니라 그림우드 선배님에게 궁금한 게 있어서요.”
“나? 레베카가 아니라?”
“아닙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은 그림우드 선배님입니다.”
“그렇다는데?”
레베카는 미소를 지으며 그림우드의 등을 떠밀었다.

“하하하...엔폴레오네 후...후배가 나한테서 알고 싶은 게 도대체 뭘까?”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선배님은 선배님들 중에서도 저처럼 체구가 작은데도 다른 선배들에게 지지 않을 수가 있는 건가요?”
“에이, 난 친구들보다 딱히 나은 것 같지 않은데? 친구들한테 내가 배울 점이 얼마나 많은데 어떤 친구는 근력이 세고, 어떤 친구는 동작을 익히는 속도가 빠르고, 어떤 친구는 철학수업 시간에 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답변을 하고 그러는데...”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님이 다른 선배님들보다 크게 뒤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평균적으로 보면 뛰어나신 편이죠.”

체력훈련은 1기와 2기가 같이 함께 받기 때문에 확실히 누가 뛰어난지 잘 알 수 있었다.
“너, 관찰력이  좋은 것 같네.”
“레베카 선배님, 칭찬 감사합니다.”
“근데 말이야. 니가 생각하기에 그림우드의 답변이 그렇게 대단하고 중요한 것이라면 너무 쉽게 얻어가려는 거 아닌가?”

레베카는 어리숙한 구석이 있는 그림우드와 다르게 쪼매난 후배가 꽤나 당돌한 녀석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자신과 절친이자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우드의 장점을 간단히 얻어갈 생각을  후배가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다.
“레베카, 너무 차갑게 말하지마. 엔폴레오네라고 했지? 솔직히 니가 말하는 내 장점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난 잘 모르겠어. 너한테 알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을 열심히 듣고 될 때까지 하는 게  전부거든. 뭘  알려주고 말고 할 게 없어. 진짜로.”
“그런가요?”

엔폴레오네는 자신이 너무 쉽게 배워가려고 했나 싶으면서도 그림우드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레베카는 방금 그림우드가 솔직하게 자신의 비전(秘傳)을 이야기해줬고, 엔폴레오네가 그걸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한다는  눈치챘지만 관심 없는 척 넘어갔다.
“할 말은 다 했어?”
“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에이, 내가 그렇게 도움  것 같지는 않네...혹시라도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봐도 돼.”
“알겠어요.”

인사를 마친 엔폴레오네는 당장 선배들에게서 뭘 얻어가는 게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괜히 쓸데없이 경계심만 자극해선 자신이 얻고 싶은 걸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지니까.
대신 그 다음날부터 엔폴레오네는 쉬는 시간을 비롯해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그림우드가 무얼 하고 있는지, 그림우드는 언제 집으로 돌아가는지를 끊임없이 몰래 쫓아다니면서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자연히 정후에게도 포착되었다.

“쟤는 왜 저러고 있어?”
“레베카 말로는 자신하고 비슷한 체격인 그림우드가 어째서 1기의 우등생인지  이유를 파해쳐서 자신이 배워 2기의 우등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라던데요?”
“그으래?”

처음 합격할 때부터  근성이 남다르다 싶었는데 롤모델을 찾아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하는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 보였다. 그러나 그림우드가 우등생인 이유는 사실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림우드가 뛰어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반복하기 때문인데 그걸 이해했으려나?”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고 따라하면 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죠. 해보기 전까진 본인은 모르니까요.”

그 말 그대로였다. 엔폴레오네는 그림우드를 매일같이 쫓아다녔지만 특별한 비법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저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그동안 배운 것과 전날 배웠던 것을 복습하고 늦게까지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이 전부였다.
“분명 특별한 뭔가가 있을텐데...”
“엔폴레오네 눈에는 저게 특별하다고 보이지 않나봐?”
“헉”

어느 틈에 자신의 뒤에 와 있는 것인지 커맨더 아니 정후 선생님이 뒤에서 바짝 붙어서 그림우드를 쳐다보고 계셨다.
“선...선생님.”
“그래, 그림우드를 보고 배운 점은?”
“아..알고 계셨나요?”
“우리교육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시야 안에 있는 걸.”
“에이, 항상 저희들을 지켜보고 계시진 않잖아요.”
“선생님은  봐도 아는 능력이 있단다.”
“진짜요?”

눈이 동그랗게 돼서 되묻는 엔폴레오네가 귀여워  장난을 칠까하던 정후는 며칠 쫓아다니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그림우드를 지켜보는 엔폴레오네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힌트를 주기로 했다.
“그림우드가 남과 다른 점이 뭘까?”
“음, 복습을 많이 한다는 거요? 근데 겨우 그게 특별한 건가요? 모두들 배웠던 걸 계속 반복하잖아요. 뭔가 다른 비법이 있을 것 같아요.”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는 못하는구나.”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구요?”
“평범함도 지극하면 비범해진단다. 무엇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다른데 말이야.”
“평범도 지극하면 비범해진다구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풀어서 설명해주세요.”
“힌트는 여기까지. 스스로 체득하지 않으면 중요함을 알기가 어려운 것도 있는 법이거든.”

정후 선생님이  말을 끝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리를 떠나자 엔폴레오네의 머리는 선생님의 말로 가득 찼다.
솔직한 말로 엔폴레오네는 그림우드의 일거수일투족을 끊임없이 관찰하긴 했지만 별다른 특별한  없다는 생각에 슬슬 관찰하는 것이 지루해져 기계적으로 따라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다.
“직접 해보라고?”

마스터인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이라면 한번 시도해볼만 했다. 그저 이렇게 따라다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턴 따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 나왔지만 어찌된 일인지 선배는 자신보다 먼저 나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살살 걸어서 가까이 가도 눈치를 못 채길래 발소리를 대놓고 내면서도 가봤지만 선배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참 그 모습을 지켜보다 그림우드 선배를 따라 기초연습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자 온몸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이걸 매일같이 아침, 저녁으로 하고 있었다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다르게 단순히 기초연습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지났을 땐 슬슬 기운이 빠졌고 2시간이 지났을 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림우드 선배는 땀이 나도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베기,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베기같이 쉬운 걸 반복했다.
‘이 쉬운 게 뭐라고 이걸 이렇게 정성 들여서 반복하고 있는 거지?’

그림우드의 새벽 연습은 수업 30분 전을 앞두고 끝이 났다.
“휴우...됐다. 이걸로 내려베기 1000번! 어? 엔폴레오네.”
그림우드는연습이 끝나고 나서야 자신의 옆에서 엔폴레오네가 자신을 따라 연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녕하....세....요...허억허억. 이렇게 하면 힘들어서 어떻게 오전 수업을 받죠?”
선생님이 운동을 하고 챙겨 먹으라고 하던 바나나와 꿀에 절인 레몬을 나눠주며 그림우드는 말했다.
“이거 먹으면 괜찮아져. 같이 먹자.”
선배의 말과 다르게 바나나와 꿀에 절인 레몬의 맛은 늘어진 몸에 살짝 기운을 주긴 했지만 괜찮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자 선배는 오전동안 한 훈련이 힘들지도 않았는지 식판에 한가득 배식을 받아왔다.
“그게 다 들어가요?”
“먹는 것까지가 훈련이야.”
안 하던 연습을 하고 오전 훈련까지 마치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고 입 안은 까끌해서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선배는 자신과 다르게 잘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아니, 세상에 별미라는 듯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었다.
“선배님 먹성은 대단하시네요. 이게 그렇게 맛있어요?”
선생님이 가져온 ‘닭’이라는 존재가 엘프들의 새로운 육류로 떠올랐지만 여러 부위 중에서도 가슴살은 퍽퍽하고 기름기가 없어서 엔폴레오네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닭가슴살 샐러드를 잘 먹어야 돼. 선생님이 운동할 땐 단백질 섭취를  챙기라고 하셨잖아.”
“그거야 그렇지만...전 닭가슴살 별로 안 좋아하는 걸요. 다리가 좋지.”
그림우드를 따라 똑같이는 아니어도 평소보다  퍼왔던 엔폴레오네가 식판을 살짝 밀면서 입맛이 없어서 더  먹겠다고 하자 그림우드는 눈이 반짝거리면서 물어봤다.
“그거  먹을 거야?”
“드, 드실래요?”
“없어서 못 먹지.”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닭가슴살을 꼭꼭 씹어 먹는 그림우드가 질릴 것만 같았다. 선배에게 닭가슴살을 헌납하고 식판을 청소당번이 지키고 있는 운반통에 넣고 뒤돌자 레베카 선배가 있었다.

“어이, 후배님.”
“네, 레베카 선배님.”
“너, 그림우드처럼 되고 싶다고 했지?
“네, 그렇죠.”
“쟤도 처음엔 저거  못 먹었어.”
턱으로 그림우드를 가리키면서 레베카 선배가 말을 하자 엔폴레오네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요. 원래부터 닭가슴살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선배님 취향이 닭가슴살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사람들 10명 잡고 물어보면 10에 9은 닭다리나 닭날개가  좋다고 하겠지. 그림우드도 그런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였어.”
“근데 왜 저렇게 바뀐 거죠?”
“처음과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 훈련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대.”
“선배님이요?”
“못 믿겠지? 처음엔 곧잘 수업에 따라 왔는데 그림우드네 집이 먹는 걸 충분하게 챙겨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거든. 뭐, 다른 다크엘프들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못 먹고 수업을 따라올려니까 힘들더란 거야. 점심시간이 되면 지금 너처럼 힘들어서 입맛은 뚝뚝 떨어지고, 오후가 되면 피곤함 때문에 졸려서 미치겠고.”
안 그래도 점심을 먹었더니 자신도 벌써부터 피로가 몰아쳐서 졸음이 쏟아질 것만 같기는 했다.
“열심히는 해야겠는데 아니 열심히는 하고 싶은데 몸이 잘  따라주니까 그림우드가 선생님하고 상담을 했어.”
“그래서 어떻게 됐죠? 뭐 특별한 걸 주셨나요?”
“선생님이 꿀밤을 때리면서 말하셨대, ‘교육관에서 챙겨주는  잘 먹고 훈련 열심히 받고 10시 되기 전에 자서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된다.’고.”
“당연한 이야기들만 하셨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근데 그날부터 그림우드는 선생님 말대로 따라했어. 그렇게 2주를 버티니까 우리보다 체력이 좋아지는  눈에 보이더니 한달이 지났을 땐 처음하고 확 달라진 게 눈에 들어올 정도가 되었지.”
“그런가요?”

엔폴레오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레베카 선배가 혹시 자신을 놀리는 건가 생각해봤지만 워낙에 건조한 사람이라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따라할 거면 이것 빼고 저것 빼고 하지 말고 똑같이 해봐.”
“똑같이요?”

하지만 오후 낮잠 시간이 지났는데도 잠이 잘 깨지 않고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만 같아서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엔폴레오네? 엔폴레오네!”
“네, 엘리스 조교님!”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어, 그게 그러니까.”
깜빡 졸았던 상황에서 7명의 동기들은 웃기만 하고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깜박 졸았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수업시간엔 집중해야지. 뒤에서 서서 들어.”
“네.”
“자, 하던 대로 돌아가서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말과 선의의 거짓말은 해도 괜찮다는 두 개의 말이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연 거짓말을 해도 될까? 아니면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말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걸까?”
“저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반대합니다. 어떤 거짓말이든 거짓말은 옳지 않아요.”

엘리스 조교가 2기 아이들과 토론하는 오후 수업이 끝났을 때 엔폴레오네는 지친 몸을 이끌고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눕고 싶었다.
“하아, 드디어 끝났다~”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목검을 챙기고 저녁 연습을 하려고 하던 그림우드 선배가 불렀다.
“엔폴레오네? 지금 집에 가?”
평소같았으면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며 집에 갔을텐데 선배와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목검을 챙기며 옆에 섰다.
“집에 가긴요, 선배랑 훈련하려고 했어요.”
“그렇지? 레베카, 내 말이 맞잖아. 엔폴레오네가 그렇게 쉽게 갈 리가 없다니까.”
“글쎄다~”

셋은 자연스럽게 나란히 서서 저녁 연습을 시작했다. 엔폴레오네는 선생님 그리고 조교님과 함께 하는 식사를 마치고서 겨우 집에 기어가다시피 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은 늦었구나. 저녁은?”
“어, 교육관에서 먹었어. 엄마. 나 피곤해서 들어가서 잘게.”
“많이 피곤했니? 그래도 씻고 자야지.”
“몰라. 몰라. 졸려서 못 참겠어. 그냥 잘래.”

하루가 힘겹게 지나가고 눈을 잠깐 감았다 싶었는데 엄마가 와서 오늘은 교육관에 안 가냐고 깨우셨다.
“어, 엄마? 벌써 아침이야? 나 방금 눈 감았어.”
“얘는. 니가 어제부터 새벽에 연습하러 갈거라면서 엊그제 저녁에 신신당부했었잖아.”
“아...”
엔폴레오네는 엊그제의 자신이란 녀석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졌다.
“나...나로 돌아갈래!”
“아직 덜깼니? 가서 세수해! 한번 결심을 했으면 최소 삼일은 해야지!”
엔폴레오네는 과거의 자신만큼이나 엄마가 얄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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