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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4화 〉134화-리벤져스 어셈블! (134/239)



〈 134화 〉134화-리벤져스 어셈블!

“까고 있네. 지가 잘못해놓고 어디다 대고 성질이야. 성질이!”

지가 신이라고 떠들면서 꺼림칙한 기운을 풍기기에 속으론 살짝 쫄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여기에서 “죄송했습니다.”하며 납작 엎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한판 해보지도 않고 엎드리기엔 나도 몇 년간 투자해온 것을 스스로 부서야만 하게 만든 원한이 작지 않았다.

<<쯧쯧, 벌레가 위대한 존재를 뵙고도 감히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구나. 스스로 벌주를 원한다고 하니 내가 기꺼이 너의 바람을 들어주겠노라.>
손에서 길고 검은 채찍 형태의 무언가를 만든 세트는 우리들을 향해 휘둘렀다.
“피해, 아저씨.”
내가 들고 있는 대검으로 막으려고 하는 사이 엘리스가 상대적으로 육체적 능력이 부족한 엘레네를 어깨에 들쳐메고 뒤로 빠졌다.

콰앙!

가볍게 휘두른 것 치곤 무지막지한 힘이 담겨 있었지만 첫번째로 든 생각은 이거였다.
“어? 생각보다 할만할 것 같은데?”
<<뭐, 뭐라?  앞에서 벌레같은 게 주제도 모르고 허세를 부리는구나.>>
“아니, 진짜로.”

빠르면서도 무거운  번째 공격인지라 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대처였다. 내 말에 세트는 자존심에 살짝 생채기가 났는지 봉신연의 속의 태사 문중이 쓰는 보패 금편(金鞭)처럼 길게 채찍을 늘여 후려쳤다.

대검을 들고 있는 덕분에 비록 빠른 채찍질에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거리를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때 엘리스가 엘레네를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소리쳤다.
“아저씨, ‘그걸’ 써.”
“그거?”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 엘리스가 말하는 ‘그것’이 뭔가 싶었지만 이내 무얼 말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이 넘치는지 세트는 꽤나 오랫동안 채찍질을 했지만 이내 멈추고 말았다.
<<한낱 인간의 몸으로 이 몸의 힘을 느껴보니까 어떻더냐? 하하하, 이 해방감! 정말 좋군.>>

채찍질 덕분에 피어오른 먼지가 날 숨겨주었고 난 그 틈을 타서 인벤토리에서 엘리스가 말한 ‘그것’을 꺼낼 수 있었다.

<<대답이 없군. 벌레같은 니 놈이 위대하신 이 몸의 힘을 받아내는 것이 그리 쉬울 리가 없겠지. 하하하하>>
“이 자식, 선 넘네?”
<<살아 있었나? 인간 주제에 꽤나 버티는군 그래.>>

세트는 비록 먼지가 시야를 가려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기감을 통해 상대방의 움직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먼지가 사라지고   보이는 인간의 모습은 기대와는 다른 것이었다.
<<갑옷인가?>>

무광의 검은 색의 갑옷을 입은 채로 있는 것이 방금 전까지 자신의 채찍질에 아무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고 있던 인간이 분명했다.
“가볍게 탐색전 했으니까 이젠 2차전 시작해보자.”

버크 아저씨가 만들어주신 풀 플레이트 갑옷은 기본적으로도 튼튼했지만 이곳에 온 뒤 연구소에서 개발한 마법들을 만나 경량화와 함께 방어력 쪽에서 급격한 상승을 이루어냈다.
아무튼 그런 갑옷을 입고 몸을 움직여 세트를 향해 빅터가 가르쳐준 보법을 활용해 달라붙을 수 있었다.
기껏 해봤자 갑옷 하나 가지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던 세트는 좀 전보다 빨라진 움직임에 살짝 대비를 하며 어떻게 나오나 구경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세트는 정후가 가진 기술이 갑옷을 만났을 때 얼마나 높은 시너지를 보이는지 예상하지 못했다.
정후는 빠르게 접근해서 좀 전까지 들고 있던 대검과 다른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검을 휘둘렀다.

세트가 이내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하면서 채찍을 휘둘러보려고 했지만 길게 늘어져 있는 채찍으로 이를 막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채찍을 칼로 튕겨내면서 달려드는 정후의 검속은 세트가 반응하기에도 일견 빠른 것이었다.
<<인간치고는 제법 하는군.>>
“넌, 신치고는 많이 약한  같다? 딜러 쪽이 아니라 서포터 계열이었나봐? ”

나는 비아냥거리면서 빅터에게 배우고 나에게 맞게 이곳에서 변형시켜 만든 월광검법의 초식을 이용해 휘둘렀다. 초승달의 형태의 검에 맺힌 오러의 위력에 대항하기 위해 세트가 힘을 돋우고 채찍을 이리저리 갈겨 봐도 어찌된 일인지 처음과 다르게 정후가 이를 막기 위해서 자세를 잡지않고 달려들면서 검을 들이밀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데미지가 들어가질 않는군.>>
“내 ‘무광블랙 플레이트’가 꽤나 튼튼하긴 하지.”
“에에, 아저씨 그 이름 말하지마. 너무 구리다니까.”
“니가 무광블랙의 느낌을 제대로 몰라서 그래.  봐도 이 강력하고 묵직한 느낌은 무광만이 준다니까! 웃차~”

세트는 어이가 없었다. 인간이 자신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면서 뒤에 있는 여자와 노닥거리고 있다는 현실에 분개해 길게 늘어졌던 채찍 형태의 힘을 거둬들이면서 정후가 들고 있는 검과 비슷한 사이즈의 도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후는 세트가 휘두르는 도가 어디로 가는지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몸이 알고 반응하는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야, 지금 봐주는 거 아니지?”
<<되도 않는 허세를 부리는 구나, 인간.>>

세트는 위화감이 들었다. 말로는 허장성세를 부린다고 했지만 자신의 힘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투사되지 않는다는 것 같다는 느낌 정도는 충분히 받고 있었으니까.
“이제 알겠다.”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뭘 알았다는 건지 인간이 알았다고 하자 세트는 묻지 않을수 없었다.
<<뭘 말인가?>>
“너 말야. 지금 니가 쓰고 있는 육체로 한번도 안 싸워 봤지?”
그게 문제냐고 생각했던 세트의 의표를 찔러 정후의 오러가 강력하게 뭉쳐진 환의 형태로 세트를 찌르자 세트는 대경실색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맞네, 내가 괜히 쫄았다. 개 대가리. 애초에 수비대장이긴 했어도 마법사로만 움직이던 육체로 니가 전사같이 싸우면 되겠냐, 개 대가리야?”

세트는 개과의 동물을 닮은 두상을 가지긴 했지만 감히 자신에게 개대가리라고 칭하는 인간의 무지함에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차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어? 넌 좀 오늘 맞아야겠다. 날 잡자.”

정후의 월광검법은 크게 5개의 초식으로 나눠지는데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는 초식이 보름달이었다.
강맹한 힘이 담긴 오러의 힘을 눈치  세트가 굳이 막기보단 피하려고 했지만 등을 돌리는 과정에서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리고 말이다. 너, 남의 육체로 적응해서 싸우는 게 쉬울 것 같냐? 넌 지금 신도 아니고 한때 신이었던 존재일뿐이잖아?”

묘하게 타격지점이 빗겨나가는 걸 보고 확신을 가진 난 자신감에 차서 보름달보다는 약하지만 검의 가속에 더 중점을  상현달 초식으로 세트를 압박해냈다.  사이 엘리스 덕분에 안전해진 엘레네가 나에게 힘과 속도를 증가시키는 버프 마법을 걸어줬기에 세트를 찍어 내리는 것은 점점 쉬워지고 있었다.
힘의 기울기가 완연히 기울어진 상황이란  세트는 인정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기껏 자신의 적합자로 찾아낸 세트의 육체가 망가질 것 같아 이곳에 잠입하느라 지나쳤던 길을 홀깃 쳐다보곤 자신을 향해 휘두른 정후의 검에 반발하는 힘을 이용하여 빠르게 밖으로 도망쳤다.

세트가 갑자기 내게서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아니라 세트가 위급상황이 되자 네발짐승처럼 두 팔과 다리로 4족 보행을 하면서 뛰어나갔기 때문이었다.
“진짜 개처럼 뛰네.”

엘리스와 엘레네와 함께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밖으로 뛰쳐나오자 그곳엔 여왕군과 대치하고 있는 세트가 보였다.
“와, 다구리에는 신도 어쩔 수가 없는 건가?”

나의 혼잣말에 여왕군의 마법사들이 난사하는 마법을 버티고 있던 세트가 살짝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지금 당장 여포가 빙의한 듯한 내게는 그게 딱히 두렵지 않았다.
“지가 쳐다보면 어쩔 건데. 너 때문에 십년 공이 무너졌다. 이 새끼야.”
내가 달려들자 여왕군 내에서도 핵심간부인 누손, 지난, 레우스가 소리쳤다.
“멈춰라, 학장님이시다!”
“멈춰!”

그런데 그 틈을 타서 세트는 또 네발로 도망을 쳤는데 도망치는 방향이 아무도 없는 쪽이 아니었다. 그저 커다란 천막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앞엔 그걸 지키는 몇 명의 병사만이 서 있었을 뿐.
“저기엔 뭐가 있지?”
내가 재빨리 누손을 쳐다보며 물어보자 누손이 소리쳤다.
“학장님, 저, 저긴! 잡아놓은 어둠의 마법사들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뭐? 저 개자식이 거긴 뭐하려고 갔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누손의 말을 듣자마자 쫓아가는 동안 엘레네가 짐작한 대로 포박당해서 무릎을 꿇고 있는 어둠의 마법사들과 만난 세트는 밀려있던 계약의 나머지 이행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나를 따르는 이들이여, 나의 군사가 되어라.>>
세트가 힘을 내뿜어 포박당한 어둠의 마법사 엘프들을 향해 마수를 뻗치자 어둠의 마법사들도 험프티가 그러했듯 이내 피부가 짙고 어두운 회색의 빛으로 바뀌면서 포박을 끊어내고 일어났다.

퍼져 있는 영향력을 통해 재충전을 한 세트는 여태까지 일방적으로 당한 치욕을 설욕하기 위해 천막을 찢으며 위로 튀어 올랐다.
정후는 찢어진 천막 안에서 세트화(化) 되어 있는 어둠의 마법사들을 발견했다.
“이건 뭐야, 중공군 인해전술도 아니고.”

순식간에 불어난 세트들에 내가 당황하는 사이 어둠의 마법사들은 제각기 자신의 마력을 가지고 나에게 달려 들었다.
“신이라면서 더럽게 치사하네.”
<<치사하기는 니가 더 치사했다. 공정한 대결을 하다가 갑옷을 입고 달려들다니.>>
“진짜 쪼잔하네.”

쪼잔하다고 하는 정후에게 약 100여명의 세트들이 덤비자 정후는 동서남북의 방위를 빠르게 움직이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한손으로 열손을 막기가 쉽지 않듯 다수와의 대결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세트에게 어둠의 마법사들이 있었다면 정후에게는 여왕군과 함께 이곳을 돕기 위해 움직인 드워프 전사와 마법사들이 있었다.
“학장님, 저희들이 도와 드리겠습니다!”
“칙칙한 것이 아주 불길하고 끔찍하구만.”
“리벤져스 어셈블!”

넓게 펼쳐진 평지에 모여든 여왕군과 드워프 원군 그리고 그와 대치하고 있는 세트와 어둠의 마법사들을 보자 타농부와 싸우던 미국대장의 대사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외쳤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내가 상대해봤지만 험프티의 육체를 빌린 세트와 다르게 다른 어둠의 마법사들은 세트화(化)가 일어났지만 그와 똑같이 강하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뚜드려 맞고 이미 난 뻗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난 한놈만 팰게. 나머진 알아서들 부탁한다.”
“학장님께 배운만큼만 패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 나도  줘.”

엘레네를 지킬 드워프 탱커들 덕분에 이제는 자유로워진 엘리스도 손맛을 보고 싶어 참전했다.
“되도록이면 살생을 금하라. 잡스러운 귀신에 현혹된 불쌍한 엘프들이니까.”
엘리스와 엘레네가 알린 정보가 들어갔는지 여기저기서 내가 가르쳤던 엘프 친구들이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정말 무례하구나. 감히  몸에게 잡스러운 귀신이라니.>>
“엘리스, 잡귀라며.”
“맞아, 잡귀야.”
<<이, 이것들이!>>

세트의 분노어린 얼굴로 크게 소리 지르며 험프티가 날렸던 것보다 한층 짙고 커다란 구체를 날렸다.
한번 당했던 수법에 당하지 않기 위해 그와 비슷한 오러붐을 날려 상쇄시키자 커다란 폭음이 울렸고 이를 효시(嚆矢) 삼아 양측의 세력이 전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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