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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114화-하얀여왕과 붉은 여왕과의 조우(2) (114/239)



〈 114화 〉114화-하얀여왕과 붉은 여왕과의 조우(2)

자신을 험프티라고 밝힌 엘프는 이곳의 수비대장으로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을 뵙게 되면 예의를 갖춰 달라고 턱을 치켜들고선 우리들을 보며 은근히 고압적이면서 거만한 눈치로 설명했다.
‘엘레네가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의 크리에이터라고 예전의 하얀 여왕이 말했던 것 같은데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예의를 갖춰 달라 이건가, 말이 안되잖아. 인마!’
“옆의 꼬마 숙녀분도 예의를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당신이 함부로 관여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어지간하면 존댓말을 하면서 상대를 존중해주는 엘레네는 기분이 상했는지 차가운 표정으로 바뀌었고 엘리스도 자신을 인간 종족의 수장이 아니라 어느  여자애로 취급하는 험프티의 발언에 기분이 나빠졌다.
“예의는 그쪽이 먼저 갖춰야 할 것 같은데요?”
“꽤나 날카로운 분들이군요.”

예전의 하얀 여왕이 있었던 곳처럼 철로 된  앞에 도착하자 험프티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엘프를 보며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이 말한 손님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전 여기까지만 안내를 맡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만.”
고개를 깔짝거리며 인사를 마친 그는 끝까지 턱을 치켜세우고 떠나갔다.
“여기부턴 제가 안으로 안내해드릴 겁니다. 험프티가 좀 무례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쪽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요, 뭘.”
“제 쌍둥이 형 험프티가 잘못한 일이니 제가 사과드리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닐겁니다. 전 동생 덤프티라고 합니다.”
‘둘이 엘프라서 닮은  아니라 쌍둥이라서 닮은 거였구나.’
분홍색의 정장을 멋있게 차려 입은 덤프티는 험프티와 다르게 유쾌한 남자였고 위트가 있는 남자였다.
“귀중한 손님이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수비대장이랍시고 워낙 여왕님들에게 충성심이 높아서 종종 오해를 사곤 합니다. 동생 입장에서 성격적으로도 살짝  대 쥐어박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불쾌하신 부분이 있었다면 양해부탁드립니다.”
<괜찮다. 이제 안에서도 얼추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우릴 안으로 들여 주겠는가?>

커다란 철문 안에는 손님들이 대기하는 공간이 또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차 대접을 받는 동안 덤프티와 약간의 담소를 나누면서 기다려야 했다.
‘약속이 되어 있다면서 꽤나 오래 기다리게 하네. 분명 우리가 오자마자 알았을텐데.’
뭔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덤프티는 왼쪽 손을 가슴에 올리고선 오른쪽 손으로 문을 두드리곤 우리가 들어가는 것을 알렸다.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의 손님 마더 님과 엘리사 님 그리고 보호자 이정후님 입장하십니다!”

열린 문의 안쪽은 기계적인 공간이 아니라 꽤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락한 궁의 모습이었는데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이라고 하는 엘레네와 닮은 존재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엘레네를 보고서 벌떡 일어서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마더, 드디어 오셨습니까? 마더께서 우리를 찾아오시길 항상 기다려 왔습니다.>
<오는 동안 엘프와 드워프들이 마더에게 무례하진 않았나 걱정됩니다.>
‘뭐지? 기다리게 한 것치곤 환대하는 것 같은데.’

덤프티가 들어와서 문가에 서 있으려고 하니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은 밀담을 나눌 필요가 있으니 나가 있으라고 전했다.
“하지만 두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제가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
<나가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 우릴 찾아오신 손님들은 우릴 해할 이유가 전혀 없는 분들이다. 덤프티 시종장.>
<손님들 앞에서 우리의 체면에 먹칠을 할 셈인가? 평소엔 그렇게 우리의 권위를 지켜주겠다고 설치더니 정작 필요한 순간엔 권위따위는 존중하지도 않는군.>
붉은 색의 정장을 입은 중성적인 느낌의 숏컷 여성이 소리치자 덤프티는 땀을 뻘뻘 흘리더니 결국 문을 닫고 나갔다.
<죄송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들을 이곳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정작 우리들의 권위를 지켜준다는 이름으로 이상한 허례허식들을 늘려나가더군요.>
‘아, 그럼 이들이 원했던  아니었던 건가?’
<이쪽 분이 마더께서 점지한 최초의 인류의 지도자이신 엘리스신가요? 반가워요.>
고개를 숙여 하얀 여왕이 엘리스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하자 엘리스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엘레네를 쳐다 봤다.
<엘리스, 당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예의를 표하면 됩니다.>
하얀 여왕이 한 행동을 따라하며 엘리스도 반갑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 하얀여왕과 붉은여왕은 저를 엘레네라고 불러 주세요.>
<엘레네 말입니까?>
<엘레네는 이정후라는 사람이 지어준 별의 인간이라는 의미의 새로운 제 이름입니다.>
<정말 좋은 의미입니다.>
<상징적이군요.>
서로 손을 맞잡고 축하한다고 표현하는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의 태도가 신기해보였다. 그러면서 내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름 가진 게  대수라고.’

서로간에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나눌 법도 한데 서로 손을 잡은 셋은 눈빛만 주고 받으며 딱히 대화를 하지 않았다.
“(엘리스, 왜 다들 말은 안하고 눈빛만 주고 받는 거지?)”
“아저씨, 그렇게 속닥거려도 엘레네나 저 두 안드로이드에겐 다 들려요.”
“아, 그렇구나.”
머쓱해져서 머리 뒤통수를 쓰다듬고 있는데 엘레네가 맞잡은 손을 내려놓고 내게 설명을 해줬다.

<안드로이드들끼리 의사소통을 주고받을 땐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의사소통은 음성이 아니라 뇌파를 통해서도 가능하므로 손을 맞잡은 동안 그동안의 필요했던 정보교환을 모두 마쳤습니다.>
‘데이터 링크같은 건가?’

스마트폰도 새로 구입했을 때 데이터 내보내기를 통해  기계에 기존의 스마트폰에 있던 정보를 이식할 수 있는 것처럼 이들도 비슷한 식으로 대량의 정보를 단시간에 주고받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정후 님께선 갑자기 이 세상에 등장하셨다고 엘레네 님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만나길 원하셔서 찾아오시게 된 것이라고 하시는데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온화환 표정으로 하얀색 정장을 입은 하얀 여왕의 질문에 이야기를 처음부터 어떻게 풀어 나가야 좋을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분명 오기 전에 며칠동안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봤지만 이곳으로 떠나오게 된  상황을 설명해도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컸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이야긴데 상대가 못 믿을 게 뻔할 때 어떻게 하겠어요?”
잠시 고민하는 것 같은 두 여왕은 똑같은 대답을 꺼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죠.>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데쟈뷰’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이들의 대답대로 내가 이곳에 왜 오게 되었는지 누가 가길 원했는지를 설명해줬다.
<우리들이 보냈단 말이군요.>
“아뇨, 정확히는 하얀 여왕과 마더 엘리스라는 인공지능이었죠. 붉은 여왕은 안타깝게도 드워프들을 이끌다가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아저씨, 마더 이름은 엘레네잖아요.”
“응, 나도 그 점이 궁금하네. 엘리스는 여기 이렇게 멀쩡한 사람인데 말이야. 뭔가 오류가 있었던 걸까?”

붉은 여왕은 자신의 실종이 일어나게 된 미래를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고 하얀 여왕과 엘레네는 내 말에 많은 상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리하자면 정후님의 능력을 활용해서 달의 마력으로 증폭시키면 이곳에 지구의 바닷물을 대거 끌어들여서 화성을 예전의 지구처럼 만들 수 있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문제점이 있어요. 한번에 대량의 물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증폭된 힘을 투사하는 과정에서 그 힘의 크기를 줄이거나 하면 빨려 들어오는 바닷물의 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대량의 물을 빨아들이게 되면 많은 생명이 사라지게 될 것이구요?>
“맞아요, 많은 이들이 홍수로 쓸려 나갔다고 들었어요.”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많은 삶이 나로 인해 파괴될 것이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떠나오기 전 그리고 떠나온 지금 이 순간까지 난 끊임없이 고민했다.
<어느 정도의 바닷물이 빨려 들어오게 될지  수가 없으니 어느 정도의 고지대로 대피시키는 것이 좋을지도 알 수가 없군요.>

테라포밍을 시도하던 이전 인류의 진행 덕분에 화성엔 공기도 생겼고 자외선을 차단할 오존층도 생겨났으나 절대적으로 유기물의 숫자가 부족해서 생명체의 숫자를 늘리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말에 세 안드로이드들은 자신들이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포기해야 했던 프로젝트를 펼칠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붉은 여왕이 자신의 짧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근본적인 부분에서 당장 실현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정후님이 본 예정된 과거에선 분명 달의 마력을 끌어들여 정후님의 게이트 능력을 증폭시킨다고 했는데 아직 우리에겐 달의 마력을 끌어들여 증폭할 만한 기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맞아요. 내가 이곳에 오고 나서 처음 당혹감을 느낀 이유도 그것이었죠. 내가 예정했던 과거보다  과거로 날아온 겁니다.”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이 전해준 데이터에 의하면 각성하기 시작한 신인류들이 등장한지 수십년이 지났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마더 엘레네께서 칩거하면서 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 우리가 먼저 이 세상에 등장시킨 엘프와 드워프들 사이에서 묘한 힘을 사용하는 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예전에 소설에서나 존재했던 ‘마법’ 혹은‘정령’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힘들입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붉은 여왕의 질문에  내가 빅터를 통해 배우게 된 ‘오러’의 힘을 잠시나마 보여줬다.
‘이상하다?’
예전이었다면 집중도 하고 용을 써야 잠시 나타났던 오러가 어찌된 일인지 내 생각보다 훨씬 편하고 쉽게 쑤욱 하고 올라온 것이었다. 그러나 세 안드로이들은 내 크고 아름다운 오러보다 다른 점에 크게 주목했다.

<흥미롭군요.>
<겉으로 보이는 건 빛의 입자인데 동시에 파동이 관측됩니다.>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지니고 있으니까요.>
<이러게 명확하게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정후님 그걸 휘두르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죠?>

오러의 절삭력을 살짝 설명해주자 이들은 내게 의자를 향해 시연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봤다.
“괜찮겠어요?”
<부탁합니다.>

엘리스와 나는 도대체 이들이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 감을 못 잡고 있는데 이들은 흥미진진했는지호기심이 동해 어서 빨리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생각한 거랑 뭔가 그림이 다른데?’
수월하게 올라오는 오러를 의자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치자 의자는 깔끔하게 반으로 쪼개졌다.
<빛이 물체를 쪼갰군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들어보니 우리가 형광등 혹은 전등을 켰을 때 나오는 빛이 우리의 육체에 촉감으로 작용하지 않듯이 분명 빛의 형태를  오러는 아무리 거기에 투사된 힘이 강하더라도 물리력을 가지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근데 레이저로 절삭가공하고 그러지 않나?’
<레이저를 생각하시는 것이라면 그것과는 다릅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 커팅은 결국 열 분리 가공의 한 유형으로 레이저 광선이 재료 표면에 닿으면 재료를 매우 강력하게 가열해 녹이거나 완전히 증발시키는 것이지 지금 당신의 오러처럼 빛이 물리력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잘린 절단면을 봐도 열에 의해 절단된 것이 아닌 게 확인됩니다.>

안드로이드들과는 다른 의미로 엘리스도 흥분했다.
“아저씨, 아저씨가 가르쳐 주는  열심히 하면 나도 그런  가능한 거야?”
목검을 잡은 척 두 손을 슝슝하면서 휘두르는 엘리스의 표정을 보니 엘리스가 애긴 애구나 싶었다.
“열심히 하면 가능은 하지. 가능은...”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과정은 UDT 훈련처럼 고된 훈련을 매달 두 번씩 받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이 수준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수고를 몰랐다면 모를까 알았다면 굳이 안 배웠을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아저씨, 나도 가르쳐 줘. 앞으로 열심히 할게.”
여기 나와 같은 또 다른 흑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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