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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화 〉107화-엘븐하임에서의 성인식(3) (107/239)



〈 107화 〉107화-엘븐하임에서의 성인식(3)

“그게 나야?”

“무슨 소문?”

“그럼 원래대로면 난 이곳에 오지 않았던 거야?”


“자,잠깐만. 엘리스는 어떻게 해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있었던 거지?”

“어떤? 설마?”
자꾸만 머리에서 과거 코엘 누나가 읽어줬던 던전의 실험서가 떠올랐다.

“워, 워.  실험은 떠나가는 달의 마력을 유지 혹은 증폭하기 위한 실험 아니었어? 분명히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너희들이 말한 실험과는 좀 다른데?”
내 기억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엘리스와 하얀 여왕의 설명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너희들 말대로면 그 실험은 각성시점의 나와 엘리스를 조우시키는 것을 위한 거잖아. 엘리스가 나와 만나 이곳으로 행성이동을 한 것만으론 무슨 변화가 촉발된다는 것이지? 그리고 실험서를 기록한 소장에 따르면 분명히 달의 마력을 강대하게 유지하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했어.”
“맞아요. 정후 씨와 엘리스와의 조우를 위한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게 갑자기 어떻게 이런 환경으로 변화를 이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너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능력으론 잠시 잠깐 게이트를 여는 게 전부잖아. 어떻게 내가 지구에 있는 수많은 바닷물을 어떻게 끌어들여서 게이트로 이곳에 이주시킬  있었단 거야?”

“설마 그게?”

“그럼 정확히 너희들이 진행한 당시의 실험은 뭘 위한 것이었지?”

“그 결과가 대홍수였던 거였군?”

“유기물과 바닷물을 끌어들이겠다는 너희들의 실험은 성공한 것이군. 하지만 너무 과해서 실패이기도 해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한 건가?”

“그 뒤는  실험에 대해 기록한 자의 말대로구나.”


두 개의 인공지능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머리로 다시 되짚어 보고 있는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난 지금 여기에 있잖아? 그때의 그곳이 아니라. 근데 난 거기에 가지 않았는걸? 딱히 기억에도 없고.”

“그게 무슨?”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가 달궈져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두개의 달이 일직선이 되면서  먼 태양을 먹는 일식의 때이죠.”
하얀 여왕의 질문에 섀넌이 대답했다.

“뭐라고!”

이제 이곳에 살만하니 적응했는데 척박한 그곳으로 내가 가야 한단다.
“내가 안 가겠다고 하면 어쩔거야? 어? 내가 어떻게 여기서 이 모든 것을 일궜는데?”

“말도 안 돼!”

“엘리스, 그리고 하얀 여왕. 만약 정후 씨가 떠나지 않게 되면 정후 씨는 어떻게 되는 거죠?”
섀넌은 내가 그들을 걱정하듯이 날 걱정해줬다.

“죽지는 않는다는 거네요.”

“기억만 남고 그저 돈뿐인 삶을살게 된다는 거지? 섀넌도 코엘 누나도 버크 아저씨도 모두 사라져 버리고?”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나와 만난 이들이 사라지고 그들과 일궈나갈 미래가 사라진다는 것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럼 만약 그곳으로 정후 씨가 떠나서 그곳에서 정해진 업적을 완수하게 되면 정후 씨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날 걱정해주는 섀넌을 보고 있자니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섀넌...”
“어서 빨리 말해! 엘리스, 하얀 여왕. 말하라고!”

평소와 같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의 섀넌은 어디로 가고 섀넌은 진주알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소리쳤다.

냉정하리만치 차갑게 들리는 하얀 여왕의 목소리에 섀넌이 주저 앉았다.
“거기에 가버리고 나면 정후 씨는...정후 씨는? 이럴려고 날 정후 씨에게 보내 지키라고 한 거야?”

“섀넌이 엘프 여왕의 딸?”

넘치는 정보의 홍수와 부담감이 독이었을까 난 더 이상 생각을 진행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으, 눈부셔. 여기가 어디야.”
창 밖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너무 눈부셔 나도 모르게 손으로 가렸다.
“흐음.”
“무슨 소리지?”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침대의 여운을 느끼고 있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깼어요?”
“섀, 섀넌?”
“어제 밤에 정후 씨가 쓰러져서 내 방 침실로 어쩔 수 없이 옮겨 왔어요.”
“근데 왜 저희가 같은 침대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아서요.”
슬픈 표정을 한 섀넌의 말에 잊고 있다가 어제 있었던 엘리스와 하얀 여왕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리고 눈치 없이 엘리스가 끼어들었다. 잠에서 깬지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들이닥치는 어택에 다시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씨x"
“정후씨?”

화가 났다. 크로니클의 단원들을 두고 떠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러나 그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솔직히 다른 이유였다.
‘젠장, 섀넌을 옆에 두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다니. 그냥 잠만 잤다니!. 왜 안 깨웠어요. 섀넌. 흑.’
날 걱정해서 기절한  깨우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섀넌에게 난 결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조차 스피커를 통해 끼어드는 인공지능에게 화를 내버렸다.
“엘리스, 눈치 없어?”

“또또또!”

섀넌은 기절하다 깨서 아침부터 인공지능과 다투는 정후가 아이같았다.
'이 남자,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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