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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102화-헬로우, 브라더! (102/239)



〈 102화 〉102화-헬로우, 브라더!

“그래서 나~ 눈누난나~눈누누난나~”
“신이 났네, 아주 신이 나셨어.”
“흐흐흐흐.”

5명이서 여행을 시작하고서야 내가 원했던 것은 부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이미 그것들은 내가 가지고 있어서일지도 모르지만 내 인생의 1순위는 이제 부도 명예도 아닌 사람들과의 어울림 그리고 자유로 바뀌었다.

“그럼 신이 안나?”
“좋겠다~. 동생은 죽어라 일만 하고 있는데.”
“니가  언제 죽어라 일만 했냐. 연애도 하고 그러더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지후야, 같이 갈래?”
“어? 나도 가도 돼?”

레벨이 오르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1명의 사람을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섣불리 저 곳에 데려갈  있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안전을 어느 정도 스스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나의 능력을 함부로 알리지 않을 법한 사람이 얼마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의 육체적 능력이 점차 성장함에 따라 어느 정도 체력훈련을 시켜놓은 동생은 데려가도 내 동료들인 버크 아저씨와 코엘 누나 그리고 드마코 형과 섀넌이 있다면 목숨 정도는 챙겨서 돌아올 만한 자신감이 이제는 생겼다.
“대신 가기 전에 좀 적응훈련을 좀  빡세게 한번  해야 하려나?”
“형, 나 혼자서도 꾸준히 스트렝스 훈련도 하고 이종격투기도 배우고 그랬거든?”
“글쎄다. 그저 스포츠 수준으로는 쉽지 않을 수도 있어서 말이지.”

처음 내가 모험을 하게 되었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모험을 그만두고 싶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의 위협이 생각보다 가까이 존재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TV로 보는 정글은 그저 유희의 대상이고 심심풀이 장사에 그칠지 모르지만 현실은 아닌 것처럼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 세상에서 나는 내 스스로 나약하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나의 능력과 엘리스의 존재가 있음에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존재했었다.
살아남는 것을 보장한다는 것과 장애를 입지 않는다는이야기는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드디어 내게도 마스터 버크와 코엘 님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가! 내가 이세계를 간다니!”
처음 넘어갔을 때 내가 그랬듯 동생에겐 그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는 기대와 흥분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한번 시험 삼아 가보는 거야. 위험하다 싶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다시 돌려보낼거야.”
“그럼 그럼. 형 말에 내가 철저하게 따를게. 나만 믿어.  형 동생이야.”

“와우!!! 완전 최고야!”
“저거 완전 맛이 갔네. 쯔쯔.”
“정후, 처음에 오토바이 여행 시작했을 때 너도 저랬잖아.”
“형제가 많이 닮았군요.”
“딱 너네.”
“섀넌? 드마코 형?”

나는 동생과 많이 다른 것 같았는데 동생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누가 봐도 저 인간이  동생이라는  같았다.
“내가 저정도였다고?”
“우리가 하는 말도 지금 쟤한텐 안 들리는 것 같은데?”

바이크 여행을 시작하고 우리는 헬멧에 장착된 무전기를 통해 서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수 있었는데 동생의 헬멧에도 같은 장비가 장착되어 있었지만 길게 펼쳐진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동생에겐 우리의 대화가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과속방지턱도 없고 과속 방지 카메라도 없으며 신호위반을 잡는 경찰도 없는 이곳의 도로는 기껏해야 말이 끄는 마차들만이 간혹 가다 있었을 뿐이라 바이크 유저에겐 천국의 땅일지도 몰랐다.
“흠, 돌아가면 과속방지턱을 만들라고 해야 되나?”
“우리말고 이렇게 빨리 달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괜히 만들었다가 마차들을 사용하는 상단들에게 길에 이상한  설치했다고 항의만 받을 겁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한동안 작동법과 상황에 맞는 대처훈련을 받은 4명은 당시 교육을 할 때 안전 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교육과정에 맞게 운전을 하는 것이 지겨운 듯 했지만 내가 검술훈련을 받을 때 철저히 칼을 다루는 법에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던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있으므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덕분에 안전운전을 습관화할 수 있었다.
“한잔하면서 달리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이건 말타기랑  다르네. 안 그래, 버크?”
“코엘 말이 맞아. 말타고 가면서 한잔하고 그러는 게 좋았는데 말이지.”
“음주운전은 안돼요.”
“알아, 세븐시티의 법에선  먹고 사고 치면 중범죄로 취급하잖아. 차라리 사고를 칠거면 술은 마시지 말라는 말도 있고."


이곳에서 법을 만들 때 한국의 법과 가장 달랐던 것은 음주 후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 한국에서 받는 감형과는 다르게 세븐시티에선 오히려 가중처벌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법을 공포하고 3개월간의 계도기간동안 술 먹고 사고치는 주사가 있는 사람들은 3일간의 구금을 받으며  먹고 사고치는 것이 앞으론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의 의지를 몸으로 직접 체험해야 했다.
“아, 승질나게 하는 인간들 있으면 술 마시다가 확 걷어차는 게 오랜  중 하나였는데.”
“쯧쯧, 나잇값을 못해 나잇값을. 엘프가 그것도 시장인 엘프가 술 먹고 길바닥에서 싸워 가지고 구금이나 당하고 말이야.”
“너도 그때 거기 있었으면 도끼로 그 놈들 대가리를 찍어버렸을 걸. 감히 이 몸에게 막 추근덕거리고 그랬다고. 평범한 엘프였으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 일종의 씨알고르기라고나 할까?”
“인간에게 평범한 엘프가 어딨어. 엘프마을에서 나와서 돌아다닐 정도면 이미 익스퍼트 중급 이상인데. 엘프들에게만 반응하는 금지약물 없이는 성인남성 3~4명이 덤빈다고 당할 리가 있나.”
코엘 누나는 법에는 예외가 없다는 본보기로 세븐시티의 사람들에게 판결이 알려지고  뒤 음주 쌍방폭행이란 죄목으로 3일간 구금을 당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상대방의 수가 더 많았고 그쪽이 먼저 술병을 깨고 덤비려고 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나와 정당방위 요건이 성립되어 구금으로 끝이 났지만.

“형, 여기도 정당방위가 있어?”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정당방위 성립요건이 어렵진 않지. 일단 상대방이 자신에게 상해 혹은 생명의 위협을 가할 의사가 충분했다면 자기 보호를 위해서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거나 심한 경우 사망을 시켜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처벌받지 않을  있는 면책조건이 발동되거든.”
“화끈하시네, 우리 사부님.”
“난 너 아직 제자로 안 받았다. 난 그런  취급 안해.”
“사부님. 사부님의 쌍검술 제가 이어받겠습니다.”
“싫다니까.”
“사부님이  앞에서 쌍검을 들고 검술을 보여주셨을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저의 길이라는 걸.”

지후를 사람들에게 친동생이라고 소개시켜 줬을  나를 제외한 5명이 모두 놀랐다. 동생은 말로만 듣고 동영상으로만 접했던 너튜브 스타를 눈으로 본 기분이라 놀라고 나머지 4명은 갑자기 등장한  동생의 존재에 놀란 것 같았다.
이후 자기소개 시간을 거치고 나서 동생의 아부에 넘어간 코엘 누나는 쉬지 않고 자신의 잔을 따라주는 지후에게 말려서 허리 양쪽에 차고 있던 두 개의 검을 꺼내서 달밤에 멋드러진 검무를 보여 주었고 ‘저 분은 멀티버스의 여자 스톰 쉐도우?’를 중얼거리던 지후는 코엘 누나를 스승님으로 삼길 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누나도 겉으론 안된다고하면서도 자신의 검술을 인정하고 찬양하는 동생의 반응에 내심 그리 싫어하는 반응이 아니어서 동생이 하는 행위가 민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돼 말리기가 애매했다.

“헬로, 브라더~”
“니가 무슨 이병현인줄 알아? 코엘 누나가 안된다고 하면 나부터도 안돼.”
“아냐, 스승님과 제자는 마음으로 통하는 법. 조만간 이지후란 사람을 제자로 받아주실 거야.”

입 안의 혀처럼 항상 코엘 누나의 옆에 붙어 스스로 수발을 들기를 자처한 동생의 영업은 은근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하아, 이렇게까지 내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가르쳐 줘야 할까? 흐음.”
“우적우적, 안 가르쳐준다면서요.”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스승님의 접시에 고기가 떨어지는 걸 볼  없다면서 한쪽에서 고기를 굽는 드마코 형을 도와 고기를 나르면서 코엘 누나의 접시에 유독 큰 고기를 놓는 동생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뻔히 보였지만 그 뻔한 수가 코엘 누나에겐 헌신으로 비췄나 보다.
“나한테도 좀 저렇게 해보지. 썩을 놈.”
“허허, 나도 제자를 받아야 되나. 부럽구만.”
“버크, 니 검술이나 도끼질은  것처럼 멋이 없어 멋이.”
“지후군이 남자의 검술을 잘 모르는 것 같군. 정후군.”
“엘프의 날렵한 검술이 확실히 보기에 딱 화려한 느낌은 있죠.”
“섀넌의 검술은 기본적으로 엘프라 그런 거고. 먹던 고기나 열심히 드시게.”
“드워프라 엘프 특유의 검술의 미덕을 모르는 거겠죠.”
“허허, 섀넌, 지금 같은 엘프라고 편드는 건가? 요크가 여기 있었어야 하는데 말이야.”

코엘 누나의 쌍검무에 반한 동생의 반응을 보고 질투심을 느꼈던 것인지 버크 아저씨는 원한 적도 없는데 나서서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힘차게 휘두르며 남자다운 검술을 시연해보였지만 동생은 “멋있습니다.”란 영혼없는 한마디로 간단하게 평을 마쳤을 때 아저씨는 쿨한 척 했지만 뒤로 굉장히 섭섭해했다.


동생의 지극정성이 통한 걸까 어느 날부터 누나는 바이크를 타고 가다 휴식 시간마다 동생의 검술을 봐주기 시작했다.
“내가 지후를 가르치겠다는 건 아니고 어디가서 칼 맞아 죽지 말라고 그저 기본만 봐주겠다는 거야. 기본만.”
내가 보기엔 동생의 수작에 누나가 넘어간 것 같았다.
“너, 누나한테 너무 개수작 부리는 거 아니냐?”
“개수작이라니? 스승님의 은혜를 받고자 노력하는 제자의 정성일뿐. 형은 섀넌 누나나 잘 챙겨.”
“섀넌 누, 누~나? 섀넌이 왜 너한테 누나야 인마!”

언제 벌써 친해진 것인지 동생은 코엘 누나의 수발을 들면서도 섀넌과 누나 동생하는 사이로 바뀌었나보다.
“너, 너! 니 여자친구한테 이른다?”
“난 섀넌 누나한테나 코엘 스승님 두분에게 하늘에 부끄럼이 없이 아무런 사적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섀넌 누나가 아깝다 아까워.”
“뭣이?”

도대체 섀넌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수가 없었다.
“너 섀넌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야.”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까~ 나도 그게 궁금하네~ 근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안 궁금한가 봐?”
“너 무슨 소리야?  이야기 했어?”
“앞으로 알아서 나한테 잘해라. 그럼 이만 난 스승님을 보필하기 위해서 가볼게.”

묘한 미소를 짓고 맥주를 챙겨서 떠난 지후는 코엘 누나의 옆에서 고기만 드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면서 쌈채소들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런 동생을 보고 있자니 내가 호랑이 새끼를 데려온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정후 씨, 동생이 참 좋은 사람인  같아요.”
“섀넌? 지후가요?”
“네, 사람이 예의도 바르고 주변 사람들을 잘 살펴서 세심한 게 꼭 정후 씨랑 닮았어요.”
“하하, 제가 그랬나요?”
“그럼요.”

“형제가 참 똑같아.”
“그래도  다 착한  눈에 보이지 않나. 드마코.”
“사람 좋아하고 배우는 거 좋아하고 주변 사람 잘 챙기고.”
“동생이 옆에 있으니 한동안 시장이 되고 너무커져버리는 것만 같던 정후군이 다시 어려져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지 않나?”
“그건 그렇지, 부단장?”
“5명보단 6명의 여행도 나쁘지 않군. 새로운 사람이 끼니 또 여행의 분위기도 활발해졌고 말이지.”
“정후도 어깨가  가벼워진  같아 보기 좋긴 해.”

4명의 먹부림을 지켜보는 드마코와 버크의 등 뒤로 노을이 길게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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