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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82화-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1) (82/239)



〈 82화 〉82화-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1)

“젠장, 맥주를 파는 놈들이 너무 많아졌어. 케인.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다 눈이 뻘겋게 되선.”
“우리 상인들이 바보는 아니잖아.”
“얘들아, 문제는 그게 아니야.”
“뭐가 문젠데, 세이?”
“황제의 감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이젠 빼야 할 시간이야. 너무 깊숙이 들어왔어.”
“젠장, 지금처럼만 계속되길 바랐는데.”
“세이의 말대로면 어쩔 수 없군. 카폰에게 이야기해서 정리하자고 해야지.”

처음의 서먹서먹함과 다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인정한 5인은 의형제를 맺고 제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의 밤거리를 빠르게 잡아 먹었다.
“그래도 이제 제국에선 우리가 만든 조직 ‘아웃핏’의 이름을 들으면 밤의 조직들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위치에 올랐잖아.”
“카폰이 그만둘지는모르겠다. 해머.”
“잘 구슬러 봐야지.”
“그나저나 요즘 세상이 많이 어수선해진 것 같아.”
“맞아, 그동안은 밀주 가져다 파느라 잘 몰랐는데 물가도 많이 오르고 뭔가 민심이 흉흉해진 것 같달까?”


제국에서 시행되기 시작한 ‘화폐 물타기’와 ‘금주법’은 제국의 물가를 크게 높였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버텨낼 경제적 체력이 많지 않았다. 귀족들의 경우, 이를악용하여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미리 불려놓았던 상태라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 재산으로 다시 사치를 일삼으며 연일 연회를 즐기는 향락에 빠져 있었다.

“로로 시스터즈의 공연 암표 가격이 연일 치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사장님.”
“시나브로의 가게들에서 들려주는 로로 시스터즈의 배경음악이 홍보가 잘 되었나봐요. 섀넌.”
“그것도 그렇지만 귀족들의 주머니가 풍족해진 것 같습니다. 세븐시티에서 만들어지는 도자기의 판매도 증가했고, 저택을 리모델링해달라는 신청도 늘어난 걸 보면요.”

엘븐하임에서 돌아온 섀넌은 이전보다 뭔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서 나를 보좌해주고 있었는데 이전에는 시킨 부분에 대해서만 확실하게 일을 해 줬다면 지금은 내가 앞으로 원하는 정보를 미리 확인해줌으로써 일의 효율을 높이는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월급을 올려줘야 하나?’

“제국민들의 민심은 어때요?”
“빅터 이사님이 제공해주신 정보에 따르면 각지에서 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대로면 불씨들을 이용해서 작업을  뒤 터뜨리려고 한 민란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터지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어떤 거죠?”
“민란의 구호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우리도 살고 싶다.’,‘더 이상 귀족들을 위한 노예같은 삶은 그만.’ 등등 농사를 짓는 제국민들의 경우 기존에 짓던 농지가 불타서 유민이 되었다가 다시 돌아갔을 때 영주들에게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기기도 하고 쫓겨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 큰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제국은 이 점에 대해 파악하고 있나요?”
“지금쯤이면 황제도 사태를 파악했을  같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수치스런 일이란 말인가? 제국에서 민란이라니! 그것도 짐이 다스리는 지금, 민란? 폭군 아이반이 통치하던 이라샤 제국도 아니고. 지금 민란이 일어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감찰대의 말로는 금주법을 시행한 것이 원인이 된  같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 에드워드 백작?”
황제가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에드워드 백작에게 의견을 묻자 왼쪽에 앉아 있는 비트레이 후작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그렇지 않다고 소리쳤다.
“에드워드 백작은 지금 상황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저번에 나온 ‘물타기’ 때문이라는 게 저희 상인 길드에 속한 상인들의 판단입니다.”
“그게 무슨!”

에드워드 백작도, 비트레이 후작도 지금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가 단순히 자기 측에서 진행한 한가지 이유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제국을 움직이는 패권에서 밀려난다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섣불리 자신들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각자 내민 정책을 통해서 서로 이득을 보았다는 것을 눈치챈 뒤였지만 서로 그 점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기에 암묵적 동조 아래 제국민을 위한다는 말로 떠드는 이들은 많았지만 사실 딱히 제국민들의  따위에 신경 쓰는 귀족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양측의 진실이었다.

“그래, 원인은 아무래도 좋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이야기들 해보시오.”
황제도 양측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딱히 정답 없는 골치 아픈 원인 다툼은 집어치우고 그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만 떠들도록 방향을 돌려야 했다.

“민란이 발생했으니 별 수 있습니까? 그저 진압을 위한 군대를 조직해서 모두 밀어버리면 됩니다.”
“에드워드 백작. 군대는 어떻게 조달하실 생각이오?”
“비트레이 후작님, 당연히 귀족들이 사병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자신들의 영지 내에서 해결되지 않을 수준이기에 중앙에서 진압대를 파병하여 도와주는 것인데 귀족들이 사병을 지원해야지요.”
“허허, 그런 자잘한 일에 굳이 우리가 가진 정예들을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 귀족파에선 대체 무슨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비트레이 후작은 이곳에 오기 전 보거농을 비롯한 참모진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돈이면 다 되는 용병들을 데려다 쓰도록 하면  것입니다.”
“용병들을 전부 고용하는 비용은 당연히 귀족들이 내는 것이겠지요?”
“황제께서 먼저 선을 보이시면 저희 귀족들도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하는 방향이 좋지 않겠습니까?”
“(영주들이 저지른 똥 닦아 주는데 왜 돈은 황제폐하께 내놓으래?)”

에드워드가 혼잣말로 뱉은 목소리는 혼잣말이라기엔 너무 컸고 비트레이 후작을 비롯한 귀족파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 뭐라고 했어?”
“너?”
“같은 백작끼리 너지 그럼.”

이내 제국의 대소사를 다루는 어전회의실은 시끄럽게 변해갔고 고성이 오가다 심지어 몸싸움을 벌이는 귀족들까지 발생했다.
“하,  집어 치우고 가서 치킨이나 뜯었으면 좋겠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하루이틀이 아닌 황제는 이럴줄 알고 준비해놓은 시나브로산 XO꼬냑을 마시면서 귀족들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지켜봤다.
‘나라꼴 잘 돌아간다.’

“제국에서 민란이 일어났다지?”
“그러합니다. 로마베 교황 성하.”
“욕심 많은 귀족들이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을텐데.”
“그 때문에 민란을 제압할 제압군을 조성 중인데 어느 쪽에서 비용을  대고 누가 제압군을 지휘할 장군을 맡을지 황제파와 귀족파의 대립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멍청한 놈들.  놈들이 하는 짓거리가 매번 그렇지. 그나저나 우리 ‘필그림’들이 많이 애를 써준  같군.”
“예, 우리들의 신 스마르 아래 모두가 평등한 형제라는 교리에 많은 제국민들이 동조하고 있습니다.”

신성왕국으로 새롭게 탄생한 대륙의 동부의 패자 스마르 국은 교황 아래 모두가 평등한 형제라는 논리 아래 귀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신성왕국엔 지 욕심만 차리는 그런 돼지같은 귀족들은 필요하지가 않지. 필그림들이 제공하는 페일의 공급량은 충분한가?”
“대화재가 번진 동부 열대우림에서 방대한 양의 페일을 수확할 수 있는 경작지를 형성해놨습니다.”
“거기 책임자가 누구였지?”
“크카이 로쉬 주교입니다.”

왕좌에 앉은 에바 모르는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며 찾아와 사제이자 가디언이  지첨이 언급한 크카이 로쉬와 만났던 첫만남이 떠올랐다.

[“자네 이름이 뭐지?”
“크카이 로쉬입니다. 교황 성하.”
“그래, 신성왕국을 위해 자네가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 뭔가?”
“제 소유의 경작지를신성왕국에 바치겠습니다.”

크카이 로쉬는 이제  시작한 신성왕국의 기세가 남다르다는 것을 동물적 감각으로 눈치채고 이리저리 정보를 습득한 뒤 노자마 우림을 집어 삼키며 만나게 된 책사 와이즈의 조언을 따라 자신의 인생을 건 투자를 해볼 마음을 먹었다.
“경작지가 어느 정도길래...감히  앞에서 경작지를 말하는지 궁금하군.”
“제가 가진 경작지에서 만들 수 있는 소출이 제국의 경작지에서 나오는 소출의 50% 정도는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가 가진 야심이 느껴진 에바 모르는 크카이 로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감히 제가 신성왕국에  원하겠습니까? 그저 주시면 감사히 받을뿐이지요.”
“진정 원하는 것이 없는가? 신성왕국을 위해 그만한 것을 바쳤는데 우리를 수호하는 쌍둥이 신 스포보와 모스다 님께서 이런 귀한 신자를 위해  주면 좋을까?”
“제가 바친 땅을 관리 감독할  있는 지위면 충분합니다. 누가 뭐래도  것이었던만큼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뭐, 그런 거야 얼마든지  수 있네. 자네에게 주교의 지위를 내려주도록 하지. 진정 바라는 것이 없는가?”

에바는 자신의 전재산을 바치는 자가 원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 대화 내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사내 크카이 로쉬는 로마베 교황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제안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검은 안대가 가리지 않은 반대편 왼쪽 눈을 들어 로마베 교황에게 대답했다.
“1년간 수상도시 아이제네브의 관리감독권을 제가 행사해도 되겠습니까?”

남자의 말에서 그제서야 이 남자가 원하는 뭔가를 이야기했음을 인지한 에바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면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응답을 내렸다. 크카이 로쉬를 내보내고 난 에바 모르는 두명의 쌍둥이 성녀에게 저 남자가 아이제네브의 감독권을 원하는 이유가 뭔지를 물어봤고 이내 자리를 마련하기 전 한 뒷조사의 결과를 들을  있었다.
“‘오인 오트나’에 대한 복수라...나도 언젠가 복수를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자신을 도망치게  트리니티 상단과 크로니클에 대한 원한을 에바는 잊지 않았기에 어딘가 자신이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크카이 로쉬가 복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라는 지시를 쌍둥이 성녀에게 내렸다.]

“맞아, 그때 복수를 원했던 자.”
지시를 내리고 나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크카이 로쉬의 복수가 성공했는지를 묻자 지첨의 앞에 서 있는 쌍둥이 성녀 중 모스다의 성녀로 활동 중인 포르미도가 대답했다.
“오인 오트나와 과거에 행사하지 못한 정당한 계약의 권한을 행사하고 당시 오인 오트나와의 계약을 방해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 노자마 우림의 노역자로 잡아 들여 평생을 자신들이 저지른 죄업을 물었습니다.”
“권한의 행사?”

에바 모르의 되물음에 이번엔 쌍둥이 성녀 중 스포보의 성녀로 활동 중인 티모루스가 대답했다.
“원래대로면 계약에 따라 미납한 체납액 대신 1파운드의 무게에 해당하는 살만 잘라야 했는데 정당한 계약의 결과를 방해한 덕분에 10년간 이자가 쌓였지만 신성왕국 스마르 교의 교리에 따라 관대한 정신을  받아 다리 한쪽으로 그 대가를 갈음하겠다고 하며 신성한 계약을 완수하였다고 합니다.”
“크크크크, 미쳤군. 미쳤어.”

한참을 웃던 에바는 크카이 로쉬의 복수를 축하하며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런 복수의 때가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샤이어 가문의 뿌리를 뽑아 버리는 날이 어서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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