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77화-확산(1)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퍼지고 있는 종교 스마르의 확산은 대화재로 피폐해진 연합국과 주변의 작은 소국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고통받는 자들은 스마르에 가면 구원받을 수 있다.”
“스마르 신전에 가면 약을 준다.”
모든 것을 잃고 유민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가족들 중 화재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되었거나 상처를 입은 자들이 스마르 신전으로 몰려들었다.
“로마베 교주님! 로마베 교주님. 부디 제 어머니의 고통을 치유해주십시오.”
한 사내가 자신의 늙은 어머니를 업고서 로마베가 행차하는 길에 좌우로 몰려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애타게 소리쳤다.
“잠시 멈추도록 하지.”
로마베의 말에 신전으로 돌아가는 스마르 교의 인원들이 가던 길을 멈췄다. 로마베가 품에서 투명한 유리병 안에 있는 하얀 액체를 꺼내 남자의 어머니에게 먹이자 곧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눈에 띄게 완화되는 것을 길가의 사람들도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봤어?”
“페일이다! 페일을 마시니까 고통이 사라진 거야.”
“저 하얀 액체가 페일이구나.”
신전의 ‘약’에 대한 실증을 눈으로 본 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사람들 사이에 소요가 일기 시작했다.
“어느 종교도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지만 스마르 교는 다르다.”
“아아! 로마베 교주님이시여!”
로바메의 교단을 이끄는 존재임에도 마차를 타거나 말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처럼 평범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검소함으로 비쳤고 다른 종교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마르 교의 약은 이내 사람들 사이에서 그 인기가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게 이렇게 돈이 될 줄이야.”
“요즘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서 찾는 것 같아요.”
“귀족들은 이걸 술에 타 먹는다지?”
모르가문의 일원들이 모여 스마르 교에 관련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 한가지 안건이 나왔다.
“에바 문주님, ‘페일’을 키우는 재배지를 넓혀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벌어들이는 돈도 많은데 불타버린 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버리는 것은 어떨까?”
“에바님, 페일이 사람들 사이에서 ‘1실버의 기적’이라고 소문이 난 덕분에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에요.”
“담배처럼 태울 수 있게 만든 상품 때문인지 기부금을 줄테니 자신도 ‘페너시아pananea’를 경험해보고 싶다면서 찾아오는 귀족들도 늘어났어요.”
에바의 옆에서 항상 붙어 다니는 쌍둥이 소녀들은 도망치던 생활이 끝이 나고 사람들로부터 찬양을 받는 생활이 너무 행복해졌다.
페일을 접한 귀족들은 이내 페일에 중독되었지만 술에다 타 먹는 것은 취기도 취기였지만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계속되자 배가 부르는 감각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쪽은 배가 고파서 고통스러워하는데, 한쪽은 배가 부르는 감각이 싫어서 다른 물건을 찾다니 아이러니하군. 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별채를 짓고 앞으로 신전을 지킬 기사단을 만들것이니 사람들을 모으도록 하지.”
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담배처럼 태울 수 있도록 만든 페일은 ‘페너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거액의 기부금을 신전에 헌사한 귀족들이 페너시아의 향에 취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일들이 늘어나자 신전 옆에 별채를 새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페너시아’를 태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빌 남작님, 가져오신 기부금으론 이제 더 이상 이곳에 계실 수 없습니다.”
“저번에 준 10 플래티넘으로도 부족한가?”
“죄송합니다. 벌써 2주동안 매일 페너시아를 사용하셨습니다.”
약에 취해 있다 잠에서 깬 귀족들에게 스마르 교의 신녀들이 찾아가 추가적인 기부금을 더 줄 것을 요구하면 일부 귀족들은 자신들이 몸에 걸친 보석들을 주기도 하고 일부 귀족들은 친필로 어떤 서류에 싸인을 하거나 인장을 찍어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때가 되었을 때 스마르 교의 신녀들은 귀족들의 집안에 방문을 시작했다.
“스펜서 자작님 댁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스마르의 신녀분께선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스펜서 자작님은 현재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평소에 종교에 딱히 관심이 없던 자작이 스마르 교의 신전을 찾아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집으로 찾아오는 때가 점점 줄어들다 한동안 자작은 신전에서 수양을 쌓아야겠다는 편지를 보낸 뒤 집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스펜서 자작님께서 이 저택을 스마르 교에 기부하셨습니다.”
“신녀님, 그게 무슨 소린가요? 갑자기 찾아와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여기 스펜서 자작님께서 직접 인장을 찍으신 기부에 대한 서류가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시죠.”
저택으로 찾아온 두명의 신녀 중 오른쪽의 신녀가 품에서 꺼낸 양피지에는 진짜 스펜서 자작의 서명과 함께 인장이 찍혀 있었다.
“믿을 수 없어요.”
“하지만 모두 본인이 직접 서명하셨습니다.”
“그런데 그이는 왜 오질 않죠?”
“자신의 모든 것을 스마르 교에 내놓고 교인이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이를 만나야겠어요. 만나서 대화를 해야겠어요.”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리도록 하죠. 대신 이 저택과 저택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스마르 교에 헌납하셨으니 3일 이내에 저택에 있는 물건들을 두고 저택 내의 모든 인물들이 떠나야 합니다. 찾아오셔서 본인을 만나시는 것은 부인의 자유입니다.”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길래 신전에 갔다가 다른 귀족들의 연회에 놀러가서 노느라 바쁜가하고 생각했던 스펜서의 부인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이 변고를 믿을 수가 없었다.
“자...잠시만요.”
“3일, 3일입니다. 저희들은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람처럼 갑자기 찾아온 신녀들이 이내 바람처럼 휙하고 나가고 나자 자작부인은 어이가없었다.
“이...이게 무슨 일이지?”
영지의 재배지가 모두 타버려서 왕국의 수도에 대피할 겸 수도에 보유하고 있는 저택으로 상경했을 때만 해도 자작은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날이 많았다. 해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리저리 대안을 찾다가 다른 귀족들과 만나는 일이 많아졌기에 일이 잘 진행되는 건가 싶었는데 신녀들이 찾아와 보여준 서류와 전하는 말에 자작 부인은 충격을 받고 이내 쓰러졌다.
“자작 부인님이 쓰러지셨다!”
저택의 하녀들과 하인들이 혼절한 부인을 방으로 옮기고 나서 간호한 덕분인지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 부인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스펜서...스펜서를 찾아 가야해.”
자작부인의 경우처럼 집에 한동안 찾아오지 않던 귀족들을 찾으러 간 일원들이 또 연락이 끊기고 나선 이내 스마르 교의 기사들이 공증받은 서류와 인장을 가지고 찾아와 저택에서 사람들을 내쫓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국 聖國을 만들 때가 온 것 같군.”
소국의 귀족들을 상대로 영지를 기부받은 스마르 교의 재력은 나날이 빠르게 확충되어 갔고 그에 맞춰 유민들을 상대로 하는 지원사업은 계속되었다.
“앞으로 성국에 귀족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신의 이름 아래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스마르 교의 교주인 로마베의 선포는 이내 유민들의 환호 아래 퍼져 나갔고 많은 것이 불타버린 대륙의 동쪽의 국가들은 성국 스마르의 탄생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연합국이 이번 대화재로 와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스마르 교에서 주변의 소국들을 통합하더니 결국 종교국가를 선포했어.”
“어쩐지 요 근래 세븐시티로 몰려드는 유민들의 숫자들이 줄어드는 것 같더라.”
“이대로 가다간 제국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국가가 만들어질 거란 세븐시티 전략팀의 예측이 나왔습니다.”
<때를 잘 치고 들어간 것 같습니다. 대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분노를 잘 파악했어. 무주공산(無主空山)처럼 텅 빈 전력의 공백 시점에 종교라는 가치로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테니 나라를 탄생시킬 자본력과 무력만 확보된다면 확충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그 정도야?’
“유민들을 지원하고 돕는 국가의 탄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방법이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확실히 빅터의 말대로 보고서를 읽어 보니 이들이 초기에 확장했던 방법은 사기꾼들이 벌이는 수작이나 다를 바가 없었어. 하나같이 스마르 교의 신전을 찾아간 이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수상하고.”
“드마코, 난 그것보다 스마르 교에서 퍼뜨리는 이 ‘약’이 뭔지 더 궁금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꽤나 중독성이 높은 걸로 보이거든.”
"이상하게 그쪽에서 세븐시티에서 생산한 유리병과 성냥의 구매가 급증하긴 했었는데 그 이유가 스마르 교와 연관이 있었던 거였어."
네 사람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이대로 가만 내버려두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준비한 불티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나중에 이곳 사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여유가 생기면 더스트의 사람들에게 자유라는 이념을 퍼뜨리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자유’의 가치를 교육받은 이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등장해서 맹렬한 확장세를 보이는 성국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불티들을 공백이 있는 연합국들 사이에 퍼뜨릴 필요가 있다는 엘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언제 투입되어도 괜찮을 겁니다. 1기와 2기는 기본적인 육체적 훈련과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교육과 이를 위한 전파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교육이 끝이 났다는 보고가 엊그제 올라왔습니다. 추가적으로 준비된과정들도 있긴 한데 개인들이 원하는 부가적인 교육이라서 나중에 받아도 되는 종류입니다.”
“그럼, 연합국이 있던 지역으로 불티들을 전파하기로 하죠.”
“불이 꺼져서 모든 것이 타버린 곳에 새로운 가치를 담은 불씨를 퍼뜨려야 한다니”
“요크의 말대로네. 아이러니해.”
“그치, 드마코 오빠?”
"버크 부단주님, 제국에 혹시라도 성국에서 들어올 '페일과' '페너시아'를 주의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허허, 요즘 황제를 볼 일이 지난 10년보다 많은 것 같군. 알았다. 얼마 전에 황제한테 화재 복구비용을 내놓으라고 간 것에 대해 이번 정보로 퉁쳐야겠다."
급한 불을 끄고 나도 크로니클은 쉴 새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