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75화-시동(1)
세븐시티와 다르게 대부분의 도로들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일반도로에 적합한 형태로 된 바퀴의 소방차는 물을 싣게 되었을 때 지면에 걸리는 무게까지 감안하면 기존의 바퀴구조 그대로 옮겨와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총기류의 무기보다 탱크의 무한궤도가 먼저 필요한 세상이라...”
어쩐지 내가 테크 트리에 맞지 않는 발전을 먼저 도입한 것 같아 앞으로 가르칠 소방차의 운전법을 배울 20명의 젊은 교육생들 앞에 서기 전에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저기...교관님.”
‘빅터 교관을 보고 교관이라고 칭하며 교육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내가 벌써 교관이라니 세월 참 빠른 것 같다.’
대표 교육생이 교관실에서 대기중이었던 내게 다가와 교관님이라며 부르자 그 묘한 감회에 난 추억에 잠겼다가 라떼월드에서 빠져나와 대답했다.
“무슨 일인가?”
“교육생 20명 전원 집합했습니다.”
“알겠다. 곧 나가도록 하지.”
내 말을 들은 교육생이 나가고 난 뒤 난 섀넌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섀넌이 옆에서 움직일 때라고 챙겨 줬을텐데...”
허전한 느낌을 받은 나의 말을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들었는지 엘리스가 대답했다.
<앞으로 필요할 물자들의 대한 계산과 발생할 수 있는 분기점들이 어떤 것들이 시뮬레이션해보는 게 급하다고 해서 진행 중이었는데 멈추고 보조업무에 전담할까요?>
“아냐 아냐, 엘리스 하던 거 계속 해.”
나는 엘리스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빨간 모자를 챙겨 교육생들 앞에 섰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교육생들은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제작한 오토모빌(자동차)에 대한 기본교육을 받은 이들로 알고 있다. 맞는가?”
“예!”
어딘가 공군의 격납고를 닮은 거대한 창고에서 20명의 남녀가 섞인 인원이 크게 소리치자 메아리가 되어 돌아 다녔다.
“힘 있게 대답하는 자세 좋다.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실기교육에 돌입하도록 하겠다. 각자 받았던 이론 교육을 떠올리며 준비되어 있는 10대의 소방차에 2명이 한 개조가 되어 탑승한다. 실시.”
“실시!”
연구소의 가용자원만으로 최대한 뽑아낸 결과물이 10대밖에 없었기에 교육할 수 있는 인원들도 제한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무전기를 통해 교신을 하도록 하겠다. 1호기부터 코스를 향해 움직이도록.]
소방차 안에 설치된 무전기를 통해 지시를 받은 교육생들은 1호기를 시작으로 10대가 줄줄이 격납고에서 나왔다.
[기본적인 주행코스는 이전의 자동차 코스와 동일하다. 1호기와 2호기는 출발대기선에 정지한 뒤 안전요원으로부터 신호를 받고 나서 출발하고 경사로를 넘은 뒤 가속하다 좌회전을 해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고 코스를 따라 직각주차와 우회전 그리고 다시 직각주차를 하고 좌회전을 한 뒤 코스를 따라 움직이다 전력 가속주행을 한뒤 종료지점에 맞춰서 종료를 하도록 한다. 3호기부터 10호기에 탑승한 인원들은 1,2호기가 도착한 이후 순서에 맞춰서 2기씩 출발하도록 하면 된다.]
[예!]
무전기를 통해 20명의 인원이 대답을 하고 교육을 돕는 시나브로 직원이 1,2호기의 앞에서 깃발을 흔들었다.
20살적 운전면허 시험을 따기 위해 다니던 학원의 풍경과 어딘가 비슷한 모습이 교육장 앞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시동을 꺼트리는 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흠, 햇살이 밝을 때는 지붕 위의 태양열 전지판으로 충전시키면 되는데 햇빛이 없을 때 충전이 문제네.”
엘리스가 개발한 발전된 형태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워낙에 고효율의 충전율과 고용량을 보이는 배터리였기에 현재 지구에서 발전된 어느 배터리 업체가 만든 물건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곳에선 한계가 있었는데 배터리 충전시설을 곳곳에 설치할 수 없는 시대라 부득이하게 언제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게 소방차의 지붕에는 태양열 전지판을 붙여야 했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이들을 데리고서 교육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대형운전면허를 딸 때와 같이 차폭과 길이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함이었다.
쿵!
[3호기 운전자 벽에 충돌, 감점 10점]
[8호기 운전자 직각주차를 위해 후진 중 배치된 인형 박살. 감점 30점]
[2호기 운전자 과속에 의한 정지선 지나침, 감점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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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안전요원의 감점 무전은 계속 되었다.
“이렇게 교육을 안했으면...불 끈다고 돌아다니다 여럿 죽였겠는데...”
“드마코 형?”
에디나 누나에게 보내야 할 물자들을 모두 챙겨 보냈는지 드마코 형이 교육장에 찾아왔다.
“가기도 전에 다 부숴 먹겠어.”
“뭐, 수리 전담반도 이 기회에 연습할 기회 삼는 거지.”
“3일 안에 가능하겠어?”
“안 되도 되게 만들어야지. 빅터 교관이랑 에디나 누나가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불 끄겠다고 지금 출동해 있는데”
20명이 한번씩 시험 운행을 마치고 난 뒤 수리 전담반은 마치 F1 레이싱 중 피트 인을 한 팀처럼 10대의 소방차에 붙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수리작업에 들어갔다.
운전을 한 이들은 기존의 자동차와는 다소 다른 형태로 움직이는 궤도식 소방차의 움직임이 낯선지 꽤나 부숴 먹었고 처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풀이 죽어 있었다.
“교육생!”
“네...”
“교육생!”
“네.”
“교육생!”
“네!”
3번이나 부르고서야 자기들이 부숴먹은 소방차를 쳐다보면서 낙담해 있는 이들의 시선을 가지고 오고 집중시킬 수 있었다.
“교육생들이 그렇게 낙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
“17번 교육생!”
초록 빛의 단발머리를 한 엘프가 손을 들며 질문해왔다.
“질문 있나?”
“이번에 저희들이 운용하는 장비는 세븐시티의 시민들이 낸 세금을 지원받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꽤나 비싼 물건인데 저렇게 손상시켜 시민들과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이론 교육을 맡은 이에게 비싸니까 깨먹으면 안 된다고 미리 주의를 주라고 말했던 게 너무 과했나?’
군대 있을 때 밥을 먹을 때도, 보급을 받을 때도 항상 국민들이 주신 세금이 들어간 것이니 감사히 여기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지겨웠는데 여기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자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17번 교육생, 교육생의 말도 분명 일리가 있다. 비싼 세금을 들여서 만든 물건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교육생을 비롯하여 이곳에 있는 교육생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시의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1기 소방대원들 중 운전을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도시민들을 위해 힘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진짜 감사해야 할 사람들은 여러분들의 가족과 세븐시티의 시민들이지.”
“그 말씀은?”
“주의하는 것은 좋으나 주눅들 필요는 없다. 여러분들이 처음에 실수할 부분도 이미 계산되어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으니까. 좋은 조직이란 시스템으로 미리 누군가 실수할 영역까지 모두 감안을 하여 운영되도록 되어 있다. 모두가 완벽하게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는 처음부터 세븐시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이 소방차를 운전하는 여러분들이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자존심이 상합니다.”
“누구지?”
“9번 교육생입니다.”
다른 교육생들보다 작지만 빛나는 눈을 한 9번 교육생은 드워프였다.
“왜 자존심이 상하는가?”
“저희들은 소방대로 뽑힌 요원들 중에서도 최상의 성적을 얻었습니다. 그런 저희들이 단지 크기가 바뀌고 바퀴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론 교육을 받았음에도 실수를 해서 화재 진압 요원들보다 뒤늦게 준비가 된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말 잘했다. 레이스!”
“누가 교육 시간에 이름을 사사로이 부르라고 했나?”
내 옆에서 교육생들을 인솔하는 담당 교관이 주의를 주는 사이 다른 교관이 내게 찾아와 수리가 끝났음을 이야기해줬다.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4일이다. 며칠?”
“4일!”
“4일동안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여러분들의 자존심에 걸맞은 대원이 되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봐라. 세븐시티의 수뇌부는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전력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 다시 위치로!”
대원들은 내 말이 조금 격려와 위로가 되었는지 뛰어가는 사이 9번 교육생과 17번 교육생이 내 앞에 찾아 왔다.
“무슨 일인가?”
“꼭 4일을 채워야 합니까?”
한 명의 엘프와 한 명의 드워프는 서로 내게 질문하고 싶었던 것이 같았는지 거의 동시에 비슷한 질문을 해왔다. 이들의 질문에 한 번에 일괄적으로 10대가 출동하는 계획이 아니라 합격점을 받은 이들부터 순차적으로 출동시키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니, 꼭 채울 필요는 없다. 그 이전에라도 교관들의 평가 아래 합격점이 주어지면 합격한 인원들은 선착순으로 2인 1조가 되어 출발 준비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12시간 이후 각 소방차에 속한 다른 화재 진압요원들과 출발하면 된다.”
나의 말을 들은 두 교육생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자의 소방차로 달려간 뒤 내가 했던 말 그대로 무전으로 교육생 전원에게 전파를 했다.
“열정이 있네. ”
“생각해보니 경쟁을 하면 할수록 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
“나도 다른 쪽으로 가서 더 도울 방법이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정후야.”
드마코 형도 교육생들의 열정에 감화되었는지 말을 마치고 뛰어 나갔다.
다른 교육생들도 열정적이었지만9번 교육생과 17번 교육생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이들은 없었다.
“역시 자네들인가?”
교관들로부터 만장일치로 합격점을 동시에 받은 둘은 내게 교육종료를 신고하러 왔다.
“두 교육생들 이름이 뭐지?”
“9번 교육생 랜드 레이스입니다.”
“17번 교육생 코코 놀도르입니다.”
직접 물어볼까 하다가 나중에 코엘 누나에게 따로 물어보기로 마음먹곤 두 사람에게 하던 말을 마쳤다.
“두 사람의 이름 기억해두지. 지금부터 두 사람을 교육생이 아니라 운전담당 소방대원으로 임명하겠다. 장비가 정비되는 동안 각자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면 교관이 찾아갈 것이다.”
“차렷, 경례!”
두 사람의 경례에 맞춰 나도 경례를 해주는 동안 두 사람의 몸은 2일간 잠시도 쉬지 않고 철야를 이겨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휘청거리면서도 눈빛만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빅터 교관, 약속한 일주일 이내로 분명히 모든 교육생들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 환호성을 지르며 다른 교육생들에게 힘내라고 소리친 것이 자극이 되었는지 이후 점차 합격점에 가까워지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