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9화-불티 (69/239)



〈 69화 〉69화-불티

단테는 그날 저녁부터 쉬는 시간 틈틈이 빌려온 책을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자신이 귀족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그 기분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잠자는 시간가지 쪼개가며 책을 읽었던 이유는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세상을 저주하며 불우하던 남자의 이야기가 도무지 갑갑한 자신의 상황에 고뇌하며 잠 못 들던 자신과 비슷한  같은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일 일을 하는 이곳 저곳에 책을 숨겨가면서 읽자 4일쯤이 된 오늘 새벽 3시쯤 밖에서 야경꾼이라는 이들이 돌아다니며 두드리는 막대기의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다.

“단테! 단테! 아버지가 아시면 어쩌려고 또 그렇게 멍하니 있니?”
“엄마...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긴 뭘 아니야. 아버지한테 걸려서 혼나기 전에 빨리 가서 말한테 먹이도 주고 빗질도 해주렴. 어서!”
“네.”

단테의 엄마는 이곳에서 구매한 빨래비누라는 것을 다른 빨래거리들과 함께 챙겨들고 빨래터로 주인님 가족들의 옷들을 챙겨 떠나셨다.
마차를 이끄는 말들에게 먹이를 주고 빗질을 해주던 단테는 다시 오늘 새벽까지 읽었던 단테의 마지막 부분의 여운에 빠져들었다.

[가난으로 인해 도둑이 되었던 남자는 은촛대를 다시 훔쳐서 사업이란  일구고 성공하여 세상의 존경받는 인사가 되었음에도 과거 자신의 죄를 대신해서 뒤집어  남자를 위해 명예도 재산도 모두 버리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사업을  때 팡틴느라는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탈옥을 해 팡틴느를 만났을  팡틴느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팡틴느에게서 팡틴느의 딸 코제트를 부탁받은 남자는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다시 열심히 사업을 일궈서 성공했고 코제트를 자신의 딸로 키웠다.
아름답게 자라난 코제트는 마리우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이를 걱정스럽게 여긴 남자는 코제트가 마리우스와 만날 수 없게 사람의 눈을 피해 숨기지만 이때 민중들이 일으킨 봉기의 과정에서 상처 입은 마리우스를 등에 업고 구한 것도 그 남자였다.
남자는 마리우스를 추적하는 기사단의 추적을 피해 자신이 코제트와 숨어 있던 곳으로 마리우스를 데려와 치료했고 둘의사랑을 축복하며 자신의 재산을 상속하고 숨을 거뒀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장이란 남자의 이야기도 너무 인상적이었고 소설 속 ‘6월 봉기’라는 것과 마리우스라는 남자의 삶에도 관심이 생겼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다니는 국가의 모습은 현재 제국의 모습과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자유’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었던 장기간의 노예 해방 전쟁 이후에도 세상은 그렇게 바뀌지 않았다.오히려 귀족들의 과도한 땅에 대한 탐욕은 다양한 세금의 부과와 함께 소작농들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였고 이는 산적들을 만들고 제국의 치안을 위협하는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유’라는 단어와 이를 위해 일어선 민중들의 이야기를 다룬 ‘비참한 사람들’이란 책은 단테의 심장에 불꽃을 붙이는 것 같았고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가 고민을 하던 단테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오늘도 도시 빅터에모인 귀족들 간의 연회에 간 주인님 가족들 덕분에 해야 할 일이 없었다. 일을 마친 단테는 책과 방문자 카드를 챙겨 아버지 몰래 도서관에 갔다. 책  권만 읽은 자신은 너무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책을 반납한 단테는 볼만한 책을 찾아보기 위해서 베아트리체가 안내해줬던 코너로 움직였다.
“어! 단테 씨! 저번에 권해드린 책은 다 보셨어요?”
그곳에 동그랗게 눈을 뜬 베아트리체가 그곳에 있었다.

“베아트리체 님, 저번에 권해주신 책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역시, 단테 씨라면 분명 즐거워해주실 것 같았어요. 저도 그 책을 읽으면서 심장이 뛰었거든요. 우리 이럴게 아니라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오늘은 오후 세시가 되어서야 왔기 때문에 폐관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베아트리체와 함께 도서관 앞에 있는 쉼터에 앉아 책에 대해 서로 간의 감상을 나눌 시간이 넉넉했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던 단테는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베아트리체에게 이 책을 읽고 생긴 고민을 꺼냈다.

“베아트리체님, 이 책은 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국민들에겐 진정한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말을 듣고선 잠시 미소를 보이더니 단테의 눈을 쳐다보며 물어봤다.
“자유는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자유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얻기 위해 많은 제국민들의 피를 흘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자유라는 것에 자신들의 목숨을 버려야 할 만큼의 가치가 제국민들에게도 있을까요?”
“그래도 귀족들에게 착취를 당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운이 좋아 귀족의 하인으로 굶주리고 살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누군가는 굶어 죽기도 하고 소작농으로 전락하기도 하죠. 수도에서 빅터에 오기까지는 신기할 정도로 산적도 없고 평탄한 도로가 길게 뻗어 있었지만 제국의 곳곳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소작농에서 벗어나 도적들이  이들이 넘쳐납니다. 이건 아닙니다. 틀렸어요.”
“단테, 설령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 당신의 피가 필요하다고 해도 괜찮나요?”

단테는 자신에게 대답하는 베아트리체의 변한 말투에 순간 대화를 나누던 소녀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른 존재가 베아트리체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앞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받았다.
단테가  기이함에 머뭇거리고 있는 걸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목숨을 걸기엔 어렵다는 답으로 이해했는지 이내  앞의 소녀는 원래의  소녀로 돌아왔다.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에요. 가족들의 반대가 심할 수도 있고 자신이 그동안 이루었던 모든 것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어요.”

단테에게 베아트리체의 표정은 마치 그럴  같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어...어떻게 하면 될까요? 비참한 녀석들의 ‘장’은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쓴 무고한 이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산과 명예도 집어 던졌습니다. 전 그럴 재산도 명예도 없습니다만 제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었지만 자신은 어떻게  자유를 얻어야 하는지 자유라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많은 이들을 모아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이 갑갑했는데 베아트리체는 그 답을 알고 있는 것일까?

“단테,...이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시간을 드릴 테니까 좀 더 고민해 봐요. 고민해도 지금의  결심이 변하지 않는다면 3일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이곳으로 다시 찾아 오도록 하세요.”
베아트리체는 그 말을 남기고 쉼터의 벤치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나갔지만 자신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찾아오라고?”
한참을 고민하다 책을 빌리러 왔다는 생각조차 까맣게 잊은 단테는 빈손으로 도서관을 떠났다.

“어때? 저 남자, 올 것 같아?”

단테가 떠난 도서관의 3층 창가에 서 있던 베아트리체라고 밝힌 소녀의 옆에 위 아래로 검은 티셔츠와 긴 바지를 입은 소녀가 나타나 물었다.
“에밀리, 나야 저 남자가 올지 알  없지. 그보다 니가 맡기로 했던 남자들은 어떻게 됐어?”
“내가 누구야? 검은 올빼미 중에서도 엘리트라고 불리는 미네르바 출신이야. 당연히 세명 다 이미 입소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보충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거든? 이러다 이번 달에도 내가 1등이겠는데?”

베아트리체는 잘난 척하는 에밀리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장난을 쳤다.
“이번 달에도? 이번 달에도? 어딜 감히 이 베아트리체님이 있는데 말이야. 겨우 한번 1등 해봤다고 아주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겠어.”
“으헤헤헥, 하지마. 으히히힉, 하지 말랬다. 두 번 말했어.”
“두번 말훼쒀”
“따라 하지마. 이히힉”
“때래 해지매. 별 것도 아닌 주제에 말야. 미네르바? 미네르바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평가 받았던 내 앞에서 감히 까불고 있어.”

동기 에밀리는 웃다가 지쳐서 헉헉거리며 바닥에 널브러져서 침을 흘리고 있었고 베아트리체는 에밀리를 쳐다보곤 창밖을 보면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맑고 뚜렷한 눈빛을 보였던 단테를 떠올리며 분명 그는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섀넌, ‘불티’들 모집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도시 빅터에서 활동하는 검은 올빼미 요원들의 수단이 좋은지  많은 인원들이 보충대로 이동하고 있답니다.”
“절대 강제는 없어야 해요.”
“예, 순수하게 본인들의 자발적 의사에 한해서만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입소시키고 있습니다.”
“검은 올빼미들이라면 믿을 수 있긴 해요.”

제국들의 귀족들 간의 알력다툼에 제국민들이 휩쓸려서 목숨을 일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는 엘리스의 조언을 고민 끝에 진행시키기로 했다.
“이왕 싸울 거라면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이 더 좋겠지.”

프로젝트 ‘불꽃’을 진행시키기 위해 시나브로의 기획팀은 비밀지시로 자유와 혁명에 관련된 책들과 노래들을 도서관뿐 아니라 주류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퍼뜨렸다.
책들은 소외된 이들 사이들에게서 필사되어 돌아다녔고 노래는 책보다 빠르게 더욱 멀리 퍼져 나갔다.

“국민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분노한 국민이 부르는 노래가.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국민의 노래가.”

이내 어렵지 않은 멜로디의 노래를 골목골목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다시 어른들의 귓가에도 들어갔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멜로디를 따라 콧노래로 부르는 이들도 생겨났다.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도시 빅터로 찾아온 아버지는 귀족들의 세상에 끼어들기 위해서 도시 빅터의 신기한 문물들을 구매하기도 하고 이곳에 찾아온 귀족들과 친분을 맺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지만 제프는 딱히 흥미가 없었다.
연회에 참여한 부모님과 자신을 대하는 그들의 눈빛 깊은 곳에선 어딘가 자신들을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용병이었던 아버지 로만 피델리는 붉은 수염이라고 불리던 버크 샤이어를 추종하는 기병대의 일원으로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남작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던 지라 귀족들의 사회에선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의 자식인 제프 또한 용병의 자식으로 자라다 귀족이 되었기에 귀족사회의 일원이긴 해도 정통 귀족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같이 나가자는 아버지의 말에 몸이 안 좋다고 하고 방에 있던 제프는 부모님이 나가신 뒤 기분전환 겸 나와 도시 빅터 이곳 저곳에 있는 맥줏집들 중 하나에서 자리를 잡고 치킨을 시키고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무슨 노래지?”

제프는 지나가는 꼬마가 부르는 노래가 궁금해져서 꼬마들을 붙잡고서 노래를 하면 1실버를 주겠면서 한번 노래를 불러 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제프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만 같았다.
“술을 마셔서 그런 건가?”
“아저씨! 돈 준다면서요!”
“아, 내 정신 좀 봐. 자, 여기 약속했던 1실버.”
“고마워요, 아저씨.”

아이들은 1실버를 들고서 어딘가로 또 뛰어갔다.
“대장이 시키는 대로 노래 불렀더니  아저씨가 1실버 줬어요.”
“잘했어. 그건 니들끼리 쓰고. 애들 잘 챙겨서 숙소로 돌아가.”

베아트리체는 아이를 이끄는 대장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골목에서 나와 로만 남작의 아들인 제프가 있는 맥줏집 건너편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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