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63화-Camino de crónica(4) (63/239)



〈 63화 〉63화-Camino de crónica(4)


6개월간 아이들의 음악 교육이 비전문가인 내 손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진도가 나아갔을 때 수도에서 진행한 공사도 거의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제 내부 인테리어만 어느 정도 마치면 오픈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시나브로의 직원들이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정말 수고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선 주변에 먼지가 퍼져 나가는 걸 막을 겸 컨셉 노출을 최대한 늦출 겸 하는 목적으로 하얀 장막을 둘러치고 공사를 하는 광경은 이곳 수도 사람들에겐 너무 생소했는지 별의별 소문이 다 나서 더이상 시간을 끌기도 애매했다.

이번에 새롭게 수도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은 건물은 다름 아닌 호텔이었다. 지하 1층은 귀족 남성들을 겨냥해서 만든 고급스러운 느낌의 바였고 1층은 라운지 겸 커피숍이 들어설 준비를 모두 마쳤다. 2층은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공간이자 문화의 공간인 살롱으로 쓰도록 디자인했다. 3,4층은 스위트 룸으로 쓰고 옥상엔 호텔을 위한 업무공간을 만들었다.
“좋게 말하면 로열층이고 나쁘게 말하면 옥탑방인가?”
루프탑이 주는 탁 트인 시야는 이곳에서도 보기 드문 장관인지라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공개하면 꽤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단열이 잘되는 자재들을 구해서 만들어 정원의 느낌이 들도록 조성해 놓은 이곳을 귀족들에게 오픈할 생각은 없었다.
“시나브로 호텔에서 일하는 엘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섀넌도 옥상정원이 마음에 드는지 평소와 다르게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의 음악 자매들도 준비가 잘 되고 있나요?”
음악공부를 비롯하여 기본적인 교양과상식 수업을 받은 두 자매는 6개월간 잘 먹인 보람이 있었는지 어느새 과거의 길거리 아이의 얼굴은 사라지고 귀족가의 영애처럼 바뀌어 있었다.

“사장님, 저희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저희도 사장님에게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로터스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정해왔고 난 로터스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래대로면 스피커를 통해 음악파일을 플레이하려고 했던 2층의 살롱 공간에 두 자매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게 했다.

“아직 대중들 앞은 아니지만 이렇게 무대에 서보니까 어때?”
“저희들이 최초잖아요. 너무 좋아요.”

로즈 모스가 무대 위를 방방 뛰며 좋아했다.
“여기서 로터스는 피아노를 치고 앞에서 로즈 모스가 기타를 메거나 내려놓고 노래를 부르는 거야.”
“열심히 해볼게요. 사장님.”
두 자매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내 손을 꼭 붙잡고서 잘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시는 가난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금의 행복을 놓치지 않을 거야.’
가난을 경험해본 로터스는 지난 시간들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거나 꿈을 꿀 때마다 너무 공포스러웠다. 가난은 예의도 품위도 사라지게 만들뿐 아니라 앞으로 삶을 꿈꿀 의지와 기력도 빼앗는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어느  자매에게 갑자기 들어온 행운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언제까지 아이로 있을 수는 없었다. 사장님이 자신들에게 준 기회를 잘 보다듬어 설령 사장님의 도움이 없어서 올곧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해.’
도박에 빠진 아버지가 이따금 이야기했던 말  맞는 말이 있었다면 “인생에 몇 번 오지 않을 기회가 왔다면 흘려보내지 말고 꼭 붙잡아야 해.”였다.

자신은 그 기회를 붙잡았다. 레슨을 받은 오전부터 제이 사장님이 퇴근하는 밤까지 악착같이 피아노를 연습했다. 그리고 연습할 때마다 사장님은 자신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를 알아봐 줬다.
금방 풀어지려는 동생을 다 잡아 배운 이론들을 같이 공부하고 보낸 6개월의 시간들은 잠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빼곤 노력의 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여 줄거야. 보여줘야만해.’
무대 위에서 신난 동생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연히 나타나 자신들을 지키는 벽이 되어준 제이 사장님의 뒤에서 단단하게 뿌리박고 일어서야 했다.

“여러분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객을 접대하는 서비스를 배우고 호텔리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갖게  여러분들은 아마 이 세상에서 최초의 존재들일겁니다. 앞으로 우리 시나브로는 대륙의 곳곳에 이런 호텔들을 계속 늘려나갈 것입니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이 있을 예정이죠. 누군가는 늘어나는 호텔의 지점장이 되는 영광을 경험하는 날들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 3년간 준비해온 시간들이 그렇게 짧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문가가 되기엔 긴 시간도 아닙니다. 최초이긴 해도 제 눈에 여러분들은 최고라고 말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거든요. 여러분들 모두가 식음료 파트, 객실파트, 부대시설 파트, 사업 파트, 공연 파트와 같은 각자의 파트에서 모두 노력해서 대륙 제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1층 라운지에서  파트장과 직원들을 모아놓고 조그맣게 준비한 단상 위에 올라 오픈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이 끝나고 직원들은 각자 최초의 비공식 호텔 손님이 되어 호텔에서 제공할 뷔페들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장님 이제 며칠간 리허설을 마치고 나서 오픈하는 거군요. 기대가 됩니다.”

호텔 지배인 업무를 맡기로 한 존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존이 고생을 많이 해줬어요.”
“아닙니다. 제가 고생하긴요. 모든 시나브로의 직원들이 합심한 결과입니다.”

최초의 호텔 시나브로 센트럴 지점은 세븐시티의 시장들의 축하를 받고 공식 오픈하기로 되어 있었다.
옥상의 태양열 전지판으로 호텔 곳곳에 있는 등은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지하의 공간은 드워프들 덕분에 상하수도 시스템을 갖춰서 현대적인 화장실과 조리공간을 갖출 수 있었다.
즉, 시나브로 호텔은 앞으로 시나브로 건설회사가 만들어갈 수도의 건물들의 이상적인 형태를 일부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체험형 모델하우스라고 무방한 공간이었다.

1층의 커피숍에선 앞으로 귀족들에게 유행시킬 패션스타일을 선도적으로 보여줄 예정이었고 2층의 살롱에서 음악과 미술이라는 문화를 전파할 예술의 공간을 경험하며 대화의 장을 열어주고 지하 1층에선 귀족들을 상대로 판매할 크로니클 특산 포도주와 증류주들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니 이곳에 한번 발을 들인 귀족들은 지하 1층부터 2층의 공간들을 경험하고 나서 3,4층의 객실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고 쾌적한 생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본인들이 돈을 들고 와서 자신들의 지역에도 최신식 건물을 지어달라고 하겠지.”

어느 정도 배가 찬 이들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가 각자 편한 곳에 자리를 잡도록 했다.
“로모, 잘해야 돼.”
“걱정마, 언니!”
자매는 무대 위에 오르기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눈을 마주쳤다. 곱게 차려입은 두 소녀가 무대 위에 오르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동안은 숙소에서만 따로 준비된 곳에서 연습을 해왔기에 호텔의 직원들도 처음 보는 공연이었다.

“귀엽다.”
“어디 귀족가에서 온 영애님들인가?”
“내가 듣기론 어느 왕가의 후예라고 하는 것 같던데?”
”이상하다. 내가 들은 건 사장님의 친척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그래? 어찌 되었든 꽤나 굉장한 분들이구만.“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잦아들 때를 기다린 로투스의 피아노 간주가 시작되었다.

로투스의 반주에 맞춰 로즈 모스의 청량한 목소리로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 가사가 이곳의 말에 맞게 번역되어 흘러나왔고 사람들의 표정이 몽환적으로 바뀌었다.

“환상 속에서 나는 정의로운 세계를 봅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구름처럼...내 영혼 깊은 곳엔 자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노래와 피아노의 연주음을 들은 청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 박수를 쳤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가삿말을 흠미하며 환상 속의 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다신교를 믿고 있었는데 각자 자신의 신앙이 있을 것인데도 자연스럽게 두손을 자신의 종교들의 방식대로 마주잡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천상의 목소리가 이런 것인가?”
“천국! 천국의 노래다!”
“또 듣고 싶어!”
“한 번 더! 한 번 더!”

사람들 사이에서 앵콜 요청이 이어지자 두 소녀는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만족감을 느낄  있었다.
직원들의 요청이 이어지자 2번  들려주고 둘은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들을 기타와 피아노 협주로 들려줬다.

“하아...아직도 귀에서 그 노래와 음악들이 멤도는 것만 같아.”

건반악기인 피아노는 이곳에 존재하는 원시수준의 악기들에 비해 해머로 현을 두드려 음을 내기에 미묘하게 세기를 조절할 수 있었고 여러 악기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솔로 악기로서도 당당히 존재감을 뿜어내는 고등한 수준의 악기였다.
반면에 우리 세상에서 발현악기發絃樂器인 기타도 긴 시간동안 음악공연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구조와 연주법이 발전되어 있었으니 한참 뒤쳐진 음악들을 듣던 이들에게 고차원의 음악이론이 가미된 피아노와 기타의 연주음은 꽤나 듣기 좋았으리라.

“언니, 사람들 좋아하는 거 봤어?”
“다행이야.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됐어. 이제 시작이야.’
두 손을 꼭 잡은 자매의 손가락들은 건반을 두드리느라 굳은살이 박이고 기타를 뜯느라 거칠어져 있었다.

“잘했어. 두 사람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무슨. 내가 해준 게 뭐 있다고. 전부  사람이 열심히 한 덕분이지.”

초회 공연을 듣고서 앞으로 이 소녀들의 음악을 들은 귀족들은 음악에 사로잡힐 것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살롱은 공연장으로서도 많은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날이  것이라는 확신이생겼다.

며칠  크로니클의 단원들이 몰려오고 아직은 대외적으로 트리니티 상단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시나브로의 직원들이 수도의 사람들에게 알려 그동안 호텔 주변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천을 치우는 행사를 펼쳤다.
길에서 커피와 빵의 향을 풍기면서 시식행사를 펼치자 사람들은 검은 물로된 커피의 향에 취하고 버터와 우유의 풍미가 깊게 스며든 부드러운 빵에 매료되었다.
몰려든 귀족들을 자연스럽게 호텔 안으로 들여서 라운지로 안내했고 사람들은 호텔의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지하 1층과 1층 그리고 2층으로 분산되어 분주하게 들어갔다.

“문제는 없어 보이는구나.”
“사장님~ 여기 축하 선물. 50년 묵은 엘프주야.”
“빅터가 고생이 많았네.”
“아무래도 공식적으론 아직 트리니티 상단의 이름으로 활동해야 하니까요.”

크로니클의 도시들이 일부 오픈을 하긴 했지만 제국에서 영향력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함부로 우리들을 건들일 수 없을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 전부 공개할  없었다. 빅터는 그런 상황에서 호텔의 바지주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기에 대외적으로 좋은 명성을 지니고 있었다.

버크 아저씨와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버크 아저씨의 뒤에는 건장한 체구의 귀족이 서 있었다.
“버크 대장군님.”
“이게 누군가! 에드워드 아닌가!”
“오랜만입니다. 예전하고 달라진 곳이 없으시군요. 마치 엊그제 전쟁터를 뛰어나니던 그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하하하, 그럴 리가.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정후군, 난 이만 잠시 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돌아오도록 하겠네.”

버크 아저씨가 에드워드란 남자와 자리를 떠나자 코엘 누나가 누구인지 알려줬다.
“예전에 버크가 대장군으로 싸울 때 레니게이드 공작의최측근으로 같이 싸웠던 에드워드 백작이란 남자야. 버크의 더블 워엑스를 열렬히 추종하는 남자들 중 하나였지.”
“저 사람도 아저씨가 살아 있는 걸 아는 몇몇 사람 중 하나인가요?”
“황제의 최측근이니까 모를 수가 없지. 근데 버크를 왜 찾아 왔지? 버크가 따로 이야기를 미리 해준  같지는 않은데.”
“쓸데없는 일로 온 것이 아니라 순수한 목적으로 온 거였으면 좋겠네.”

코엘 누나의 말에 드마코 형이 후라이드 치킨을 뜯어 먹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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