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60화-Camino de crónica(1) (60/239)



〈 60화 〉60화-Camino de crónica(1)

‘숨 막힌다. 숨 막혀.’

외향적인 성격의 나와 다르게 어지간하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성격의 두 사람과 제국의 수도를 가는 길은 말의 숨소리와 발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이 길도 우리 세븐시티를 잇는 도로들처럼 만들 날이 오겠죠?”

나 혼자 괜히 머쓱해서 좁은 길을 보며 머리에 떠오른 말을 즉흥적으로 내뱉었다.

“원활한 교역을 위해서라도 이 길을 관리할 필요는 있습니다만 그 비용을 크로니클이 감당하는 건 세븐시티의 도시민들에게 부담이  수 있습니다.”
“정후 사장님, 정후 사장님 말대로 도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어디서 구하실 거죠?”
‘혹 떼려다 혹 붙인 심정이 이런 걸까?’
한마디에 양쪽에서 연타가 들어왔다.

“그럼, 빅터 교관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이 길을 크로니클의 길처럼 만든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비용적으로 앞으로 크로니클의 도시들을 찾아서 올 이들에게 입구도시에서 통행료를 지불받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기에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겠군요.”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꺼낸 나의 말은 이상하게도 업무의 연장선이 되었고 도로 건설의 비용과 기간 그리고 필요한 인력 수급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길이 되었다.

“좀 더 고민해 봐야겠네요.”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어느덧 할 말이 떨어졌을 때 숲 속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리는  같았다.
“무슨 소리죠?”
“매복인 것 같습니다.”
“산적이겠죠.”

마스터 빅터는 걱정되지 않았지만 코엘 누나의 사촌인 섀넌이 조금 걱정되었다.
“섀넌, 괜찮겠어요?”
“제가요?”
“네?”

처음 맞이할지도 모르는 전투상황에 떨리는 나와 다르게 섀넌은  상황이 익숙한 것인지 너무 담담해보였다.
“아, 모르셨습니까?”
“뭐가요?”
“코엘의 사촌인 섀넌은 아처 익스퍼트 최상급입니다.”
“어?”

빅터가 말을 마치고선 말의 속도를 줄이며 워메이스를 꺼내자 섀넌도  뒤에 메고 있던 활을 풀고 나서  옆구리에 있는 화살통을 풀러 화살을 꺼내고 있었다.

되물어볼 겨를도 없이 숲 속에서 10여명의 사람들이 뛰쳐 나왔다.
“말도 타고 가시는 걸 보니 어디서 나온 귀족 나으리들같은데 저희같은 이들을 위해 적선  해주시겠습니까?”
“나으리들, 서로 서로 돕고 삽시다. 건장한 내 애들이 굶고 있소이다.”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톤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창을  이들과 나무로 된 목화살을 시위에 메고 있었다.

“초짜같습니다. 일단 제가 한번 협상을 해보겠습니다.”
빅터는 그들이 하는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더니 워메이스를하단으로 내리면서 나에게 말을 꺼냈다.

“자네들이 비켜준다면 누구도 상처 입는 자들 없이 서로의 길을   있을 것 같군.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의향은 있으니 이거라도 받고 비켜 주실텐가?”
빅터가 지금같은 상황이 올 것을 예견했는지 돈이  것으로 짐작되는 돈주머니를 품에서 꺼내 산적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던졌다.

산적대장으로 짐작되는 이는 주머니를 받아 안을 보더니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주변사람들을 둘러 봤다.
“(대장, 그거 얼마나 돼?)”
“(10...10골드!)”
“(그냥 보내주자. 그거면 그래도 당분간 우리 애들 먹일 돈은 되잖아.)”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듯 하는 이야기는 중급에 오른 익스퍼트인 나에게도 전부 들리고 있었다.
“(비켜줄  같아요?)”
“(비켜줘도 좋고 안 비켜줘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농민이었던 이들로 보이는데 아직 제대로 피를 적도 없는 이들을 굳이 해치고 싶지는 않군요.)”

섀넌은 뒤에서 활시위를 당기지 않고 아래로 내린 채로 아무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대장, 넉넉해 보이는데 좀 더 달라고해. 저 사람들이 얼마 만에 온 건데. 다음에 누가 언제 여길 지나갈 줄 알고?)”
“(혀...형.  사람들이 줄까?)”
“(안되면 빼앗기라도 해야지. 우리가 여기 왜 이러고 있는지 잊었어? 오늘 우리가 공치면 우리 아이들이 굶어 죽는거야. 최근에 식량 값도 많이 올라서 10골드로는 그렇게 오래 버티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분위기상 잘 마무리되는 것 같았는데 안타깝게도 무협지에서 보는 것처럼 표두와 산적들이 흥정을 하고 훈훈하게 표국의 사람들을 보내주는 것처럼 우리를 보내주는 일따위는 없을 것 같았다.

“나으리들, 감사하긴 한데, 요즘 식량값이 많이 오르고 있어서 이걸로는 우리 식구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에는 살~짝 부족할  같수다.”
어느 정도 의견 수렴이 끝났는지 산적대장이  달라고 요구해왔다.

“정후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더 줘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빅터는 내게 의견을 물어봤다. 굳이 이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는지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일지는 짐작이 갔다.
빅터가 내게 의견을 구하자 저들도 우리들  누가 리더인지 파악을 했는지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저기...그쪽 식구들이 몇이나 되죠?”
“그건  묻수?”
“그걸 알면 현재의 문제를 쉽게 풀 좋은 해법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나를 제외한 이 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내가 생각하는 바를 짐작하지 못하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에겐 당장 돈을 더 받느냐 마느냐 두가지 선택밖에 없는데 말입쇼?”
“아뇨, 그건 당신들이 아는 수준에서 그렇게 느껴질뿐입니다.  질문에 답해주신다면 당신들의 식량수급 문제를 영원히까지는 아니어도 단기가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쪽의 귀족 나으리가 생각하는 바가 뭔지 궁금해지는군.”

 제안이 여러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같았다.
“저도 좀 궁금하네요. 사장님.”
“저도 정후 사장님의 의견이 궁금하군요.”
“일단 저쪽의 의견부터 듣고 싶은데 우리 쪽의 패를 살짝 꺼내 보일까요? 섀넌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저들에게 보여주실 수 있나요?”

우리의 힘을 오픈해서 저들로 하여금 무력적인 해법으로 선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섀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빅터가 아니라 섀넌에게 무력시위를 요청했다.
“사장님이 하실 말씀이 궁금하기도 하니 한번 보여드리도록 하죠.”

섀넌이 활시위를 당기자 활 주변에 초록 빛의 기운이 서리는 것이 보였다.
“(익스퍼트 최상급이라면서요. 저 빛은 뭐죠?)”
“(엘프들 중 아처 익스퍼트 정도에 오르면 정령의 힘을 응용하여 무기에 실을 수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섀넌이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리자 활을 감싸고 있던 기운이 화살로 옮겨져 나무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서 숲길 한 쪽에 놓여져 있던 거대한 바위를 가볍게 터뜨려 버렸다.
‘뭐야 저거...포탄도 아니고.’

군생활  봤던 포 실사격만큼은 아니었지만 강렬한 모습이었다. 나만 놀란 것은 아니었는지 산적무리들 사이에서도 터져나간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보고 동요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웅성웅성

“자, 저희들은 굳이 여러분들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내놓은 방안이 궁금하시다면 제 질문에 답해주실 수 있을까요?”

섀넌의 무력시위가 산적들에겐 너무 강렬했는지 약발이 너무 강하게 먹힌 것 같았다. 산적무리들은 오체투지하듯 들고 있던 무기를 내던지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지들이 고...고귀하신 기사님들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이게 아닌데...”
생각했던 그림과 너무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이 사람들은 죄가 없습니다. 제가 나오자고 한 겁니다. 저만 벌하고 다른 이들은 용서해주십시오.”

‘그래도 대장이라 이건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좋을지 당황스러워서 빅터를 쳐다보자 빅터는 지금 상황이 흥미로웠는지 살짝 미소를 머금고 내게 알아서 해보라고 손짓했다.
“정후 사장님의 해결방안이 궁금하군요.”

“여러분들 해치지 않습니다. 일어들 나세요.”
내가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만 볼뿐 섣불리 일어나지 않았다.
“두번 말하지 않겠다. 일어나라. 명령이다.”

유한 말투가 이들로 하여금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판단에 내가 말투를 바꾸자 산적들이 냉큼 일어났다.
“살려 주시는 겁니까?”
“말했지 않았나. 해치지 않겠다고. 믿어라.”
“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족 나으리.”
“귀족 나으리,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었다 살아난 것처럼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번을 물어봐야 대답해줄지 모르겠는데 당신들 무리는 몇 명 정도 되나? 그대들을 도울 마음이 있어서 묻는 것이니 성실하게 답하라.”

산적대장은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대답했다.
“저희 인원은 전부 53명입니다.”
“그렇게나 많은가? 그대들 중 농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아이들의 숫자는 어느 정도지?”
“그건...”

대화를 하기 시작하자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 거란 판단을 믿고 산적대장은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로부터 내가 원하는 정보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지. 수도까지 가는 길에 자네들같은 산적무리들이 많이 있나?”
“다 합치면 못해도 산마다 1000명은 넘을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산적들의 숫자가 많이 늘었군요. 아무래도 소작농을 늘리려는 귀족들의 행태에 도망친 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뭔지 이제  털어 놔 주시겠어요?”
“여러분들 저랑 같이 일 하나하실래요?”

나는 산적들에게 40골드를 더 줄테니 이를 선금으로 받고 여기서부터 도시 빅터에이르는 길까지 도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도로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어떻게 나으리가 말씀하시는 도로를 만들어야 되는지도 모릅니다.”
“빅터 교관, 주변에 따라오는 검은 올빼미 대원 있죠?”
“아셨습니까?”
“출발할 때 무전기 챙기는  봤거든요.”

내가 검은 올빼미들에게 무전기를 꺼냈을 때 이들은 기절할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후 무전기의 보급은 최우선 요청사항이 되었고 무전기들을 챙겨주자 검은 올빼미들은 작전 수행시 무전기를 챙겨서 나가는 것이 필수 과정이 되었다.

“요원 하나 잠깐 이리로 나오도록.”
빅터 교관이 무전기를 꺼내서 송신을 하자 답신이 날아오고 산적들의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한명 나타났다.
‘언제 또 저기까지  있었어. 씨...나도 이젠 익스퍼트 중급인데...’
“수장님과 단장님을 뵙습니다.”

검은 올빼미 단원은 나와 빅터 교관의 앞으로 다가와 뒤에 있는산적들이 보이지도 않는지 의식하지도 않고 한쪽 무릎을 소리나지 않게 꿇었다.
‘저건 교정했나보네.’

충성심을 자랑하듯 한쪽 무릎을 소리나도록 꿇는 이들을 보고 무릎이 상할 것만 같아서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반영이  것 같았다.

“말씀하시죠. 사장님.”
“‘도시’에 연락해서 도로를 건설했던 팀을 이쪽으로 이동하도록 하세요. 여기 있는 이들을 교육해서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설해 나갈 겁니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인원들을 보충해줄 것이니 이들에게 도시법으로 지정된 하루 최소 임금만큼 식량을 지급하도록 하면   같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사항이나 정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말을 마치기 전에 빅터 교관과 섀넌에게 의견을 구하자 한마디씩 첨언을 했다.
“중간 지점마다이들이 머물만한 숙소도 지었으면 좋겠군요. 앞으로 우리 도시들을 오갈 이들이 머물 여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춰서요.”
“그럼 우물도 필요하겠습니다.”

둘의 의견이 괜찮은 것 같아서 둘  포함하기로 했다.
‘모일정거리마다 숙소를 만들어 놓으면 중간지역에서 정보를 습득하기도 좋아질 거고.’
“도시에 지금 의견들을 정리한 뒤 전달해서 이행하도록 해주세요.”

산적무리들은 멍한 표정으로 우리들의 의사교환을 지켜봤다.
“저기...그 말씀은?”
“당신들을 전부 인부로 고용하겠습니다. 아이들24명을 제외하고도로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나머지 인원들을 인부로 고용해서 식량을 우선 지급하겠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임금으로 지불할 테니까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내가 계약이란 말을 꺼내자 섀넌은 종이를 꺼내서 필기할 준비를 마쳤다.
“이 계약은 크로니클 시티의 법에 의해 보호받을 것이며 계약기간동안 정해진 임금과 식량 지급은 일체의 지체없이 주마다 지급될 것입니다.”

섀넌이 말을 마치자 산적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계속 인부들이 이쪽으로 모일 거니까 서로 합심해서 잘 힘써 주세요.”

난 말에서 내려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내서 건넸다.
“아까 드린 돈과 지금 드리는 돈은 계약금입니다.”
“계약...금입니까?”
“자, 받아요.”

내가 돈을 주고나서도 손을 뻗고 있자 산적대장의 표정은 눈물을 흘릴 것 같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우리 도시에선 계약이 성사되면 이렇게 악수를 나눕니다. 공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산적대장의 먼지가 잔뜩 묻은 손을 이끌어 난 장갑을 벗고 악수를 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목숨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산적대장이 소리를 치자 뒤에 있는 산적들도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를 쳤다.

“아뇨, 우리 돈 받은 만큼만 열심히 합시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돈 받은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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