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화-분쟁의 씨앗(2) (59/239)



〈 59화 〉59화-분쟁의 씨앗(2)

7일간의 축제가 끝나자 크로니클의 시민들에게 태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내 인생에 처음 있는 경험이었어.”
“립톤, 우리가 보낸 시간은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아.”
“시민들의 얼굴들을 봤나? 와처의 마을들에서도 보지 못했던 만족감과 미래를 꿈꾸는 얼굴들이었어.”
“맞아, 우리들은 비록 그들을 지옥에서 구제해주긴 했어도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보여주진 못했었는데.”
와처의 첩보단체로 활동하며 세상의 어두운 면들을 많이 봐왔던 두 사람에게 크로니클 시민들이 축제 기간 보여줬던 표정들은 새삼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모두가 마음껏 먹고 마시는 ‘축제’라는  누릴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걸 몰랐어.”
“우리가 노예들을 구하긴 했지만 정작 그들을 구하기 위해 삶을 보내는 우리같은 이들을 구제하진 못했지.

와처와 올빼미들은 노예가 사라지면 새로운 세상이 탄생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열릴 것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꿈과 다르게 현실은 차가웠다. 자신들이 인생을 바쳤음에도 여전히 황제와 귀족에 의해 제국민들의 대부분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하나에 만족해야 하는 삶에 그치고 있었다.

“그땐 우리가 만든 변화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마음 한구석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복에 겨운 소리라고 생각했어. 노예였던 나와  가족이 노예로부터 탈출해서 평민으로서 인정받고 사는 삶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날 설득해야 했었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이야.”
“립톤, 자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캄튼,  크로니클의 군대로 자리를 옮겨야겠네.”
“무슨 말인가?”
“크로니클이 바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이야. 분명 우리들이 봤고 경험했던 삶을 질투하고 원하는 자들이 나타나겠지. 그때가 오면 그들은 자신들도 똑같이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 하기보다는 간단하게 우리의 땅을 빼앗으려 할 거야. 그들에게서 우리들의 땅을 지켜야만 해!”
“그 대답이 군대란 말인가?”

캄튼의 질문에 립톤은 고개를 굳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내 자식들에게서 지금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행복을 귀족놈들이 빼앗아가게 내버려두지 않겠네.”
“하지만 굳이 자네가 군대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시나브로의 직원으로 세상을 바꿀  있지 않겠나? 지금으로서 전쟁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어떻게 알 수 있다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야. 그저 앞으로  자식과 후손들이 만들어갈 세상을 지키고 싶은 것일뿐.”

사람들 사이에선 처음 경험하는 축제기간동안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크로니클의 도시의 거리를 거닐며 자부심이라는 게 피어올랐다.
농부로서의 삶만 살아오던 자신의 자식들이 귀족들이나 받는다는 교육을 받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기회를 얻어 만들어가는 세상은 태양 아래에서도 멋있었고 밤에도 변함없이 환하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의 크로니클의 도시민들이 축제가 끝나고 마음속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 때 난 제국의 수도로 옮겨 귀족들에게 판매할 포도주들과 꼬냑, 하몽, 옷감들과 옷 그리고 소금을 인벤토리에 꾸역꾸역 챙기고 있었다.

“이번엔 너랑 섀넌 그리고 와처에 볼 일이 있는 빅터만 가는 거야.”
“정후야나도 가고 싶어.”
“다음에 같이 가면 되잖아. 에디나 누나.”

에디나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정후에게서 도시행정학에 관한 자료들을 받아 공부하느라 지난 5년간 고생해야 했지만 그것만으로 공부는 끝이 나지 않았다.
“니네 도시가 돌아가는  알려면 제일 중요한 건 숫자야. 저번에 감사에서도 가장 많이 걸린  너였잖아.”
핀잔을 주는 코엘의 말에 에디나는 칭얼거릴 수도 없었다. 자신은 도시를 책임질 시장이었기 때문이었다.


5년간 진행한 도시개발 과정에서 난 아이들을 상대로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뛰어난 일부는 따로 모아 연구원으로 더 고등의 학문을 연구하는 쪽으로 모으기도 하고 또 숫자에 강한 일부를 따로 모아 회계팀을 만들었다.
5년간의 성과를 점검하는 차원이자 그동안 배운 전문화과정의 성과를 점검할 겸 회계팀은  도시를 돌면서 감사를 진행했고 그 중 에디나 누나의 도시가 가장 서류 작업  결함이 많은 걸로 밝혀져 많은 조정이 있었다.

“우리 도시 사람들은 드루이드 출신들이라 기본적으로 숫자같은 거나 서류작업에 관심들이 없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해. 툭하면 동물들이랑 놀 생각들뿐인 인간들뿐이야. 이게 어떻게 내 탓이냐!”
“니가 책임지고 사람들에게 서류 작업의 중요성을 자각하도록 했어야지. 그게 시장으로서 해야  일이기도 해. 높은 자리 줬다고 헤벌레 웃고만 다니면서 툭하면 그냥  생각만 하면  돼.”
“나도 알아! 내가 놀았냐! 정후한테서 받은 도시행정학이란 책으로 공부도 했거든?”
“우리 시장 업무 받은 단원들은 그거  게 언젠데 넌 얼마 전에 겨우겨우 축제 앞두고서 내덕분에 끝냈잖아! 도대체 통계학은 언제 끝낼 건데?”
“에이,  못하겠어. 엉엉. 시장직 이거 가져가! 이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르잖아.귀족나리들은 맨날 술 마시고 연회 열고 논다는데 이건  맨날 앉아서 서류만 쳐다 봐야 되고 뭐 이렇게 공부할 게 많은 거야.”

두 사람은 서로 옆 도시에 위치해 있어 왕래가 잦은 편이었는데 이번 축제 전에 이동할  코엘 누나가 에디나 누나를 많이 구박하고 닦달한  같았다.

“그러니까 나랑 요크가 미리 이야기했잖아. 도시를 만들  자신의 이름으로 첫 역사를 시작한다는 것의 무게부터 느껴야 한다고.”

요크의 경우, 트리니티 상단을운영하는 위치에서 지도자가 지켜야할 것들과 배워야하는 것들이 많다는 걸 체험한 적이 있어 도시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이 걸리고 자신의 도시로 올 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스러워했다.

“코엘,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에디나도 충분히 노력하고 잘 하고 있다네. 시장은 그녀도 처음이지 않나.”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에디나 누나의 눈을  코엘 누나도 너무 몰아 붙였나 싶어 에디나 누나의 옆으로 가서 다독거려 주려고 했다.
“비켜! 맨날 구박만 하고.”

에디나 누나가 훌쩍이며 자리를 비우자 빅터가 잠시 양해를 구했다.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빨리 가 봐. 채찍질을 할수록 앞으로 달려 나가는 말이 있는가 하면 옆에서 보다듬어 안고 사랑을 보여줘야 잘 달리는 말도 있는 법이지. 하하”

버크 아저씨의 말을 들은 빅터가 쫓아갔다.
“그러게, 코엘 언니는 너무 쏘아 붙여서 탈이에요. 에디나 언니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꼬맹이, 나도 반성하고 있거든?”
“하지만 코엘 단장의 말도 틀린 것만은 아니잖아. 나도 코피를 몇 번이나 흘렸는지 몰라.”
“드마코 형이요?”

‘저런 우락부락한 사람이 코피를 흘렸다고?’
부족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드마코 형이 코피를 흘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마블리’가 코피 흘리는 모습을 선뜻 상상하기 어렵듯 드마코 형의 울룩불룩한 근육은 코피라는 단어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솔직히 난 공부라는 것에 재능은 없는 것 같더라고. 근데 내가 창술을 연마하면서 배운  하나 있다면 무엇이든 부지런히 노력하고 반복하면 결국  것이 된다는 거였지. 그래서 창술을 연습하듯 공부를 하니까 되긴 하더라.”

스피어 마스터로서의 능력을 내 눈앞에서 보인 적은 없었지만 빅터 교관으로부터 드마코 형 또한 마스터라는 위치에 오른 천재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마스터가 코피라니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에디나도 힘들었을 거야. 그러나 우리의 위치에선 절대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수는 없어.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니까. 왕관을 쓰기 위해선 그 무게를 견뎌낼 의지와  그리고 노력도 필요한 법이거든.”
“내 말이 그 말이야, 드마코! 역시  좀 아네.”

코엘 누나는 드마코 형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렇다고 코엘 단장이 잘한 것만은 아니지. 에디나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코엘 단장이잖아. 가장 닮고 싶고 좋아하는 친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나라도 상처받을 거야.”
“그건...”
“빅터가 데려오면 따로 사과라도 하라고. 친구끼리의 앙금은 오래 가져가면 안돼.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지마. 오해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까. 바로바로 푸는 게 좋아.”

코엘 누나도 드마코 형의 설득에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사과.”


“사과하지 못하겠다고 했나?”
“비트레이 후작의 답변은 그러했습니다. 애초에 레니게이드 공작과 비트레이 후작의 입장차이가 너무 큽니다. 제가 생각해봐도 레니게이드 공작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버크 대장군과 함께 싸웠던 레니게이드 공작은 황제파를 이끄는 인물로 제국을 수호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이였다.

“황제시여, 부족한 세수가 문제라 이겁니까? 제가 한번 비트레이 후작에게 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레니게이드 공작의 앞에서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증가한 귀족들의 사병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욕심으로 인해 제국이 거둬들여야 할 세수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공작은 연회에 귀족파의 수장인 후작을 초대하여 따로 이야기를 꺼냈으나 귀족파의 수장의 자리에 있는 비트레이 후작은 섣불리 공작의 말에 쉽게 귀족파의 사병을 줄이고 제국에 내는 세금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고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레니게이드 공작님은 귀족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계시군요.”

비트레이 후작은 정치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오직 전쟁터만 떠돌아다녔던 군부의 수장인 레니게이드 공작의 말이 우스웠다.

반대로 공작도 후작이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비트레이, 제국의 품 안에서 그대들이 사병을 키우는 것은 아무래도 좋아. 그러나 그것도 제국이라는 반석 위에서 행해지는 일이지. 만약 그대들의 행위가 제국의 미래를 좀 먹는 것이라면 그걸 그대로 두고볼 수만은 없네.
“귀족이 부강해지고 귀족들의 사병이 늘어나는만큼 제국의 힘도 강력해지는 것입니다. 제국의 미래를 좀 먹다니요. 이 땅의 시작은 우리 귀족들이 지지와 지원을 했기 때문이었다는  모르십니까? 귀족이 강해지는 것이 바로 제국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따로 마련된 공간에 들어간 후작과 공작의 사이에서 언성이 커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양측의 기사들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했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후작,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겠네.”
“공작님, 귀족들을 적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오늘은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들은 뭣들 하느냐! 동료들을 챙겨라.”

후작은 죽거나 다친 자신의 부하 기사들을 챙겨 연회로부터 떠났고 이 같은 소식은 둘의 만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연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번졌다.

“제국의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귀족들로 하여금 사병의 자유를 준 것이 뒤늦게 독이 된 것인가? 휴우...버크 대장군이 그리워지는군.”
레니게이드 공작은 버크 대장군과 함께 일선에서 전쟁터를 떠돌며 그저 상대편을 깨부수기만 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사상자들은 모두 수습하였습니다. 공작님.”
“업라이트 기사단장이 날 대신해 고생했군. 사망한 기사들의 가족들에겐 위로금을 전달하고 그들을 사망하게 한 이들에게 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이야기하도록. 그리고 황제에게 오늘의 일에 대해서 전할 기사를 보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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